재야사학자 임종국 유지로 설립, 친일 과거 청산 한 획

역사학계 "민간 노력 인정하지만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백범 묘소에 놓인 '친일인명사전': 일제시절 식민지배에 협력한 인사들의 행적을 담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발간 국민보고대회가 열린 2009년 11월 8일 서울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 묘소에 놓인 '친일인명사전'을 사람들이 살펴보고 있다.

 

서친일·반민족 행위를 조사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민족문제연구소(민문연)가 27일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민문연은 재야사학자 임종국(1929∼1989)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1991년 설립됐다. 임종국 선생은 1965년 한일협정이 체결된 이후 '친일문학론'을 집필하는 등 친일문제 연구와 과거사 청산에 앞장선 인물이다.

초기엔 '반민족문제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가 1995년 현재의 민문연으로 이름을 바꾸고 상근자만 약 40명, 회원수 1만여명에 달하는 거대 단체로 성장했다.

민문연 30년 활동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2009년 출판한 '친일인명사전'이다. 8년간 연구 조사를 거친 끝에 4천389명을 '친일파'로 규정해 수록했다. 교수와 학자 150여명, 집필위원 180여명, 문헌자료 연구자 80여명이 집필에 참여했다.

친일인명사전 착수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문연이 과거사 정리 차원에서 친일인사의 명단을 정리해 사전으로 만들어낼 계획을 밝히자 전국 116개 대학 교수 1만여명이 지지 선언을 냈다.

2001년 12월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가 출범하며 친일인사 선정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나 2003년 관련 예산이 국회에서 삭감되는 위기를 맞았다. 이듬해 국민들이 모금 운동에 나섰고, 11일 만에 성금 5억원이 모일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민문연은 과거사 특별법 제정 운동과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지원 등의 사업을 벌였으며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한국사 국정교과서 반대운동을 펼쳤다.

2018년엔 민문연이 친일인명사전 이후 역점사업으로 둔 식민지역사박물관이 개관했다. 1875년 운요호 사건에서부터 해방에 이르기까지 70년에 걸친 일제 침탈과 그에 부역한 친일파의 죄상을 담았다.

민문연은 이날 오후 2시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임원진과 상근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약식으로 진행되며 회원들에게는 유튜브로 생중계한다.

 

식민지역사박물관 개관: 국내 최초의 일제강점기 전문박물관인 식민지역사박물관이 2018년 8월 29일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문을 열었다. 이 곳에는 전시와 교육을 통해 1875년 운요호 사건에서부터 해방에 이르기까지 70년에 걸친 일제 침탈과 그에 부역한 친일파의 죄상을 담겨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 전시관에서 관계자들이 내부를 둘러보는 모습. [연합뉴스]

 

역사학계 "과거사 청산 안돼 논란 지속…사회적 합의 이뤄야"

친일인명사전은 정식 출간 이전부터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민문연이 2005년 친일인사 3천여명의 명단을 1차 발표할 때도 찬성과 반대 여론이 팽팽히 맞섰다.

출간 이후 친일인사로 수록된 인물들의 유족과 후손들은 명예훼손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포함해 정치적 인물이 '친일파'로 선정되자 보수 단체들은 "정치적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민간이 규정하는 '친일' 개념의 학문적 엄밀함을 문제 삼는 지적도 있었다.

출판 이후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역사학계는 "민간의 노력은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사전으로만 친일을 단순하게 이해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김성보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한국은 친일문제가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다. 법적으로 재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역사기록으로 남기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행위와 인간에 대한 규정을 구분해야 된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사람은 공과가 있을 수 있고 민족운동하다가 친일행위자가 된 사람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에 사전은 행위만 기록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친일 행위에 대한 역사기록은 남겨야 하지만 그것으로 인간 전체를 평가하는 문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기영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교수 또한 "시민사회나 대중에 알려진 사전이기에 좋은 영향도 있을 수 있지만 사전 등재 인물들을 하나하나 보면 친일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규정하기엔 협소하다고 보인다"며 "역사로 보는 넓은 시각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해동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는 "내용이 편의적이고 자의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학계나 정부에서 제대로 된 근대인명사전을 낸 게 없기 때문에 친일인명사전이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병률 한국외대 교수는 "(친일인명사전이) 계속 논란이 되는 이유는 해방 이후 친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주기적으로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논란이 지속될 것이고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머리손질에 강력접착제 쓴 흑인 여성, 수술 받고 회복

● 토픽 2021. 2. 28. 04:52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머리카락이 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사실 새삼 깨달아"

 

스프레이형 접착제를 머리에 뿌렸다가 낭패를 본 미 흑인 여성 [테시카 브라운 페이스북 페이지]

 

부스스한 곱슬머리를 단정히 펴기 위해 강력접착제를 머리에 발랐다가 낭패를 본 사연으로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미국의 흑인 여성이 입을 열었다.

루이지애나 주민인 테시카 브라운(40)은 26일) 시카고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최근 수술을 통해 두피와 머리카락을 고정시키고 있던 접착제를 모두 제거했다"고 전했다.

브라운은 이달 초 소셜미디어 틱톡에 "머리에 붙은 접착제를 제거할 수 없다"고 호소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려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동영상에서 플라스틱처럼 딱딱하게 굳은 모발을 만져보이며 "내 머리는 한 달째 이 상태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브라운은 지난달 외출을 위해 머리 손질을 하다가 헤어스프레이가 다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집에 있던 스프레이형 강력 접착제를 대신 사용했다.

그는 "나중에 머리를 감으면 씻겨 나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15차례나 머리를 감았지만 아무 변화가 없다. 너무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다"고 울먹였다.

또 식용유와 매니큐어 제거제를 이용해 접착제를 떼보려고도 했으나 소용이 없다고 전했다.

브라운은 문제 해결을 위한 조언을 듣기 위해 이 동영상을 올렸으나, 틱톡 계정에만 640만여 명이 반응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400만여명이 시청하는 등 반향이 일었다.

브라운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흑인 여성들은 어려서부터 머리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피부가 어두워도 머리가 단정하면 조금 낫게 보일 거라는 생각 때문"이라며 "머리에 지나친 관심을 쓰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겪지 않았어도 됐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흑인 미용 전문가 라니 플라워스는 "지난 400년에 걸쳐 흑인들 특히 흑인 여성들은 백인 기준의 '미'에 동화돼 부스스한 곱슬머리를 곧게 펴고 단정하게 하고 싶어 한다"며 "힘들고 소모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브라운에게 무료로 접착제 제거 수술을 해준 성형외과 전문의 마이클 오벵 박사는 "사연을 듣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브라운은 동영상 시청자들이 모금 운동을 통해 거둬준 약 2만5천달러(약 3천만원) 중 일부는 오벵 박사의 재단에 기부해 응급 수술이 필요한 여성들을 돕는 데 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흑인 여성들이 자신과 자신의 머리카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길 바란다"며 "이번 일을 통해 머리카락이 아니라 머릿 속에 어떤 생각이 있는지가 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레이디가가, 납치 반려견 되찾아…현상금 5억원 주나?

● 토픽 2021. 2. 28. 04:5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LA경찰 "한 여성이 경찰서에 데려와…납치 관여하진 않은듯"

 

             레이디 가가가 도난당했다가 무사히 되찾은 프렌치 불독 2마리 [레이디 가가 인스타그램 갈무리]

 

세계적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납치된 반려견 두 마리를 무사히 되찾았다고 AP통신이 26일 보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경찰은 이날 오후 6시께 현지 경찰서에 한 여성이 가가의 프렌치 불독 두 마리를 데려왔다고 밝혔다.

레이디 가가 측은 해당 경찰서로 가서 이 개들이 실제 가가의 반려견이라고 확인했다.

경찰은 이 여성은 납치에 관여한 것 같지 않고, 개들을 확보한 구체적 경위는 아직 파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레이디 가가는 LA 할리우드에 반려견 세 마리를 두고 이탈리아 로마에 영화 촬영차 머물러왔다.

지난 24일 가가의 반려견 산책 도우미는 이들을 데리고 외출했다가 괴한들이 쏜 총에 맞아 병원에 옮겨졌다.

괴한들은 반려견 두 마리를 강탈해 도주했다. 나머지 한 마리는 현장에서 도망쳤다가 이후 무사히 발견됐다.

레이디 가가는 반려견 행방을 아는 사람에게 따로 추궁하지 않고 현상금 50만달러(약 5억5천만원)를 주겠다고 앞서 밝혔다.

경찰은 반려견을 경찰서로 데려온 여성이 현상금을 받을지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헌법재판소가 24일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법관으로는 처음 탄핵소추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첫 변론준비절차기일을 연다.

헌재는 24일 오후 2시 소심판정에서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 사건에 대한 변론준비절차기일을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주심을 맡은 이석태 재판관을 비롯해 이미선·이영진 재판관 등 3명의 수명 재판관은 준비절차기일에 청구인인 국회 쪽과 피청구인인 임 전 부장판사 쪽 대리인을 불러 향후 심판의 쟁점과 증거 등을 정리할 예정이다. 절차 진행 정도에 따라 헌재는 추가 준비절차기일을 열 수도 있고, 곧바로 정식 재판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해 판결 이유 등을 수정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아 재판을 받던 중 지난달 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같은 달 23일 주심을 맡은 이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으나 지난 8일 기각됐다. 조윤영 기자

 

헌재, ‘사법농단’ 임성근 탄핵심판 주심 기피신청 전원일치 기각

 

헌법재판소가 이석태 헌법재판관을 탄핵심판 재판부에서 제외해달라는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쪽의 기피신청을 8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탄핵심판은 애초 예정대로 재판관 9명 전원의 심리로 진행된다.

헌재는 임 전 부장판사 쪽이 낸 이 재판관 기피신청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이날 밝혔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을 둘러싼 추측성 기사를 써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지난달 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이후 임 전 부장판사 쪽은 같은달 23일 주심을 맡은 이석태 재판관의 이력을 들어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피신청을 냈다. 이 재판관이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장을 역임하며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조사한 데다, 회장과 공동대표를 각각 역임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헌재는 이 재판관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활동에 참여하고, 민변과 참여연대가 임 전 부장판사 등 법관에 대한 탄핵을 주장하는 논평을 냈다고 해도 법관 탄핵 사건에서 공정한 심판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재판관이 세월호특조위원장과 과거 민변이나 참여연대 회장 또는 대표 등을 역임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법관 탄핵 사건에서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 밖에 달리 법관 탄핵 사건에 관해 심판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조윤영 기자

 

공직자 반헌법적 행위 방치? “나쁜 목동에 양떼 맡길 건가”

헌재가 임성근 판사를 ‘단죄’ 해야 하는 이유...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에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지난 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했습니다.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정사상 처음이고 탄핵 사유도 중대한 것이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여기에 좀 특이한 상황이 겹치면서 궁금증을 낳고 있습니다. 즉 임성근 부장판사의 임기가 2월28일 종료되기 때문에 공직자 신분을 잃게 되는데, 그래도 탄핵 결정이 가능하냐는 것입니다.

원래 임 부장판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첫 탄핵 재판은 26일 열릴 예정이었는데 임 부장판사가 재판관 기피신청을 내는 바람에 연기됐습니다. 결국 그의 임기가 끝난 뒤에야 재판이 시작되는 셈인데요, 기피 신청을 낸 것도 이 점을 노린 게 아닌가 의심됩니다.

결국 탄핵은 해당 공직자를 자리에서 쫓아내기 위한 것인데, 이미 그만둬버렸으니 재판의 실익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 퇴임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나의 사례를 보여줬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1월13일 하원 의회에서 내란선동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일주일 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를 마쳤습니다. 미국은 우리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해당하는 절차를 상원의회가 맡는데요, 이 절차는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이후 시작됐습니다. 그러니까 ‘탄핵소추→임기종료→탄핵심판’이라는 순서가 이번 임성근 부장판사의 경우와 똑같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이미 퇴임한 대통령이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됐는데 상원의회는 가능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다만 유무죄 표결에서 가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죄 선고가 났습니다.

‘탄핵소추→임기종료→탄핵심판’이라는 순서가 이번 임성근 부장판사의 경우와 같다.

이 과정에서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법리적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탄핵 제도를 규정한 미국 헌법에 퇴임한 공직자도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쪽에서는 탄핵의 주된 목적이 공직 박탈인 만큼 퇴임 뒤에는 탄핵의 의미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미국 헌법은 탄핵의 효과로서 공직 박탈뿐 아니라 이후 다른 공직 취임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탄핵당할 행위를 저지른 공직자라면 다른 공직도 맡을 수 없도록 해야 법질서와 사회를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것이 탄핵 제도를 만든 또 하나의 핵심 이유라는 것입니다.

한 법학자는 이런 비유를 합니다. 양떼를 돌보던 목동이 양을 훔친 경우 재판에서 유죄가 확인되면 그 양떼의 주인으로부터 해고될 뿐만 아니라 다른 양떼를 돌볼 자격도 박탈하는 법이 있는데, 양을 훔친 목동이 재판받기 전에 즉시 해고됐다는 이유로 아예 재판을 받지 않도록 한다면, 그래서 다른 양떼를 돌볼 기회를 주게 된다면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미국에는 역사적인 선례도 있습니다. 1876년 육군성 장관인 윌리엄 벨크냅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하원의회가 조사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위원회는 증거를 확보한 뒤 의회에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시간 전에 벨크냅이 사임한 뒤였습니다. 하원의회는 그래도 탄핵이 가능한지 논쟁을 벌인 끝에 만장일치로 탄핵소추를 의결했고 상원도 탄핵심판을 진행했습니다.

옛 미국 육군성 장관 윌리엄 벨크냅.

벨크냅의 경우는 탄핵소추도 이뤄지기 전에 사임했기 때문에 탄핵 절차가 개시되는 시점에서부터 아예 민간인 신분이었습니다. 이 점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점인데요. 트럼프는 적어도 탄핵소추가 이뤄지는 시점에는 현직 신분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1조: 탄핵은 사임이나 임기만료에 영향받지 않는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이런 다양한 법리와 선례를 조사해, 퇴임한 공직자도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탄핵의 의미는 한 개인의 공직을 박탈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직자가 어떤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헌법적 가치의 선언이라는 한 법학자의 지적도 보고서에 소개가 돼 있습니다. “탄핵당한 개인의 운명보다 선언되는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미국 사례 이야기가 길어졌는데요. 독일의 경우에는 연방헌법재판소법에 명문 규정을 둬 이 문제를 간명하게 해결했습니다. 대통령 탄핵에 관한 규정(제51조)에서 “탄핵 절차의 개시와 진행은 대통령의 사임이나 임기만료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처럼 퇴임한 공직자의 탄핵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지만, 국회법(제134조 제2항)을 보면 탄핵소추가 된 공직자는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사직하거나 해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리 공직을 그만둠으로써 탄핵결정을 피하는 꼼수를 차단한 것인데요, 이런 규정에 비춰 보더라도 탄핵소추가 된 뒤 임기가 종료된 공직자도 탄핵 대상이 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하면 해당 공직자는 ‘파면’됩니다. 파면된 공직자는 5년간 다른 공직에 취임할 수 없습니다.(헌법재판소법 제54조) 법관의 경우 파면되면 변호사 개업도 5년간 제한됩니다.(변호사법 제5조 제4호) 미국 사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공직 박탈뿐 아니라 추가적인 공직 취임 제한을 통해 ‘나쁜 목동’에게 양떼를 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게 탄핵 제도의 취지인 것입니다. 임기가 종료했다는 이유로 이런 추가 제재를 피해갈 수 있게 한다면, 공직자가 임기 막바지에 반헌법적인 행위를 하는 경우 속수무책이 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이 쟁점에 대해 탄핵 제도의 본질에 걸맞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길 바랍니다.

임성근 부장판사가 임기 종료 뒤에도 탄핵 대상이 된다고 하면, 다음 쟁점은 그의 행위가 탄핵 사유에 해당하느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법관 탄핵 전례가 없으니, 외국에서는 어떤 사유로 법관 탄핵이 이뤄졌는지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7명의 법관이 탄핵됐는데, 탄핵 사유에는 열차에서 불법촬영을 한 행위, 법원 직원을 스토킹한 행위, 골프채와 양복 등을 뇌물로 받은 행위 등 재판 이외의 일탈행위와 함께 영장발부와 관련한 부정, 조정절차에서 선처 요청 등 재판과 관련된 사안도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연방 차원에서 모두 8명의 법관이 탄핵됐습니다. 부적절한 선물 수령, 부패, 조세포탈, 재산 허위신고, 위증, 음주 재판 등의 사유들이었습니다.

임성근 판사 직권남용혐의 판결문.

임성근 부장판사가 탄핵소추된 혐의는 ‘세월호 7시간’ 관련 명예훼손 재판에 개입해 판결 내용을 바꾸도록 하고 재판장에게 법정에서 피고인을 질책하라고 지시한 행위,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들의 형사사건에서 선고가 끝난 판결문 중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수정하도록 한 행위, 유명 야구선수 원정도박 사건에서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유도한 행위 등입니다. 이런 재판 개입 행위는 재판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제103조에 위배되는 중대한 비리입니다. 미국에서 1994년 탄핵당한 펜실베니아주 대법관 롤프 라센의 혐의 중에는 재판과 관련해 담당 판사와 부적절한 대화를 나눈 행위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임성근 부장판사는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견책이라는 가벼운 징계를 받는 데 그쳤고, 형사재판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위헌적 행위는 맞지만 현행 법상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 남은 단죄 수단은 탄핵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얼마 전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좌담회에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지적을 했습니다. “무죄 판결을 내린 법원, 오랜 기간 지체하다가 임기 만료 직전에 탄핵소추한 국회, 다소 아쉬운 속도감을 보인 헌법재판소까지 모든 국가기관이 중대한 위헌적 행위가 발생했음에도 면책용으로 최소한의 행동만 할 뿐 해당 문제를 회피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국가기관도 책임지지 않고 결국 위법한 행위를 한 법관은 전관 변호사가 되어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상황, 헌법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 대해 누가 책임져야 할지 질문해야 한다”는 질타입니다.

여기에 답할 수 있는 주체는 이제 헌법재판소밖에 없습니다.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은 사법 독립과 공정한 재판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마지노선인 셈입니다.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용현 기자

 

임성근, 결국 임기 채우고 떠나…탄핵심판 2가지 시나리오

          ‘각하 vs 본안판단’ 헌재에 쏠린 눈
기피 신청 재판 지연 노림수? “헌법적 중요 사안 판단할 수도 있어”

 

‘사법농단’에 연루돼 법관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탄핵 심판대에 오른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28일 법관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법복을 벗고 재판을 받게 됐다. 임 부장판사가 이 사건 주심인 이석태 헌법재판관을 기피신청한 영향으로 애초 지난 26일로 계획된 탄핵심판 변론 준비기일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임 부장판사가 법관이 아닌 신분으로 탄핵심판을 받으려고 재판관 기피신청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임 부장판사는 퇴임을 앞둔 지난 26일 법관 전용 내부 통신망에 인사를 남겼다. 그는 “법원가족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너무도 송구스럽다”며 “저로 인해 고통이나 불편을 입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청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 개입’ 의혹과 법관으로서 최초로 탄핵 소추된 점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애초 이날은 그의 탄핵심판을 위한 첫 변론준비기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23일 탄핵심판 주심인 이석태 재판관을 기피 신청하면서 기일이 미뤄졌다. 헌재는 재판관 기피신청이 들어오면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 기피신청에 대한 결론을 낼 때까지 소송 절차를 중지하는 것이다. 헌재가 기일을 미룬 것은 26일 전에 관련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피신청은 탄핵심판 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퇴임 전 헌재 결정이 나올 것을 우려해 퇴임 뒤 재판을 받으려고 재판관 기피신청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헌재에서는 기피신청을 해도 인용된 경우가 거의 없고, 이석태 재판관을 기피한 사유와 임 부장판사의 탄핵 사유는 연관성이 크지 않다”고 짚었다. 앞서 임 부장판사 쪽 대리인단이 기피신청을 하며 든 이유는 이 재판관의 경력이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 등을 지냈기 때문에 이 재판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고 임 부장판사 쪽은 주장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임 부장판사의 세월호 7시간 행적 관련 명예훼손 사건과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재판 개입 행위와 관련해 이 재판관이 직접적으로 연루되거나, 사건과 관련해 특정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헌재도 일반 민·형사 소송보다 더욱 엄격하게 기피사유를 판단한다. 탄핵심판은 전원 재판부에서만 심리해 특정 재판관을 배제해도 다른 재판관과 교체가 불가능하고, 위헌 판단을 할 때도 정족수를 맞추는 재판관 개개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헌재는 실무 지침서인 ‘헌법재판 실무제요’에서 “현행 심판정족수 제도에서는 (기피 등으로) 재판관이 배제되면 위헌이나 인용 판단의 확률이 낮아질 수 있어 일반재판보다 엄격하게 기피사유를 해석해야 한다”며 “기피사유는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만을 의미하며 당사자의 주관적인 의혹은 기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이 재판관을 뺀 나머지 8명의 헌재 재판관이 모두 판사 출신이어서, 이들 재판관과 임 부장판사의 인연이 공정한 심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이영진 재판관을 뺀 7명의 재판관은 모두 임 부장판사와 같은 서울대 법학과 출신이다. 더욱이 유남석, 이영진, 이종석, 문형배, 김기영 재판관 모두 임 부장판사와 서울중앙지법이나 부산지법 등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문형배 재판관의 경우, 임 부장판사와 같은 시기에 대학을 다니며 1992∼1996년 부산지법 등에서 함께 일하기도 했다.

탄핵소추 청구서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임 부장판사가 보인 태도도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냐는 의심을 부채질한다. 지난 4일 국회의 탄핵 의결 직후 청구서는 곧바로 부산고등법원으로 송달됐지만, 임 부장판사는 받지 않았다. 이에 헌재가 그의 집 주소를 확인해 직원을 직접 보내, 본인에게 청구서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임 부장판사가 퇴임한 뒤 재판을 받게 되면서, 헌재가 탄핵심판을 각하할 것이란 전망에도 더욱 힘이 실렸다. 탄핵의 목적이 해당 공무원을 파면하는 것인데, 이미 퇴직한 상태이기 때문에 재판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임 부장판사도 이 점을 노리고 재판관 기피신청을 낸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헌재가 본안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 부장판사 개인을 파면시키는 목적을 넘어 법관 독립 침해 행위의 위헌 여부를 헌재가 확인한다는 헌법수호기능 실현 차원에서 심판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헌법연구관이었던 또 다른 법조인은 “헌재는 과거에 종료된 행위라도 헌법적으로 중요한 사안은 판단을 한다는 태도를 취해왔다”며 “탄핵 소송은 전례 자체가 없지만 일반적인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각하 사유가 있어도 본안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헌재는 2013년 긴급조치 1·2호의 위헌 여부를 가릴 때, 긴급조치 사건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아 각하 요건에 든 청구인이 있었지만 “긴급조치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필요하다. 예외적으로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해 심판 필요성을 인정한다”며 위헌 여부를 판단한 바 있다.

헌법재판 실무제요에도 “헌법소원의 본질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도 겸하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 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헌법질서를 위해 중요한 사항이라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닐 경우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한다”고 돼 있다. 탄핵심판을 청구한 국회 쪽 대리인단도 이 점을 강조해 헌재가 본안판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장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