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종편 동시 개국…신문과점 이어 방송도 소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보수신문이 만든 종합편성채널(종편) 4곳이 1일 일제히 개했한다. 2009년 7월 한나라당이 신문과 방송 겸영을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언론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시킨 이후 28개월여 만이다. 현 정부의 전폭 지원을 업고 태어난 조중동 종편은 한국 사회의 여론 다양성 및 방송의 공공성을 질식시키고 민주주의 기반을 심각히 훼손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디어 연구기관인 미디어경영연구소의 지난 10월 자료를 보면, 종편을 소유한 조중동 3개 신문의 지난해 발행부수는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 전체의 72.8%를 차지했다. 신문시장을 과점해온 보수신문이 보도 기능을 갖는 종편까지 소유하면 곧바로 여론시장에서 다양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TV조선>(조선일보사)과 <채널A>(동아일보사) 등 일부 종편은 신문사 편집국과 종편 보도국의 통합 뉴스룸을 꾸리면서 종편 보도와 신문 보도를 긴밀히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은 “조중동이 방송까지 한다는 건 종이매체에 갇혀 있던 그들의 보수·수구 의제를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시청자의 감각에 직접 호소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신·방 겸영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미국조차도 ‘동일 시장’에서 신문과 방송을 함께 가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07년 동일 시장 내 신방 겸영 일부 허용을 추진했지만 의회가 이를 부결시켰다. 특정 언론기업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키워 여론 다양성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정체되어 있는 방송광고 시장에서 종편 4곳의 출현은 여론 다양성의 토대가 되는 작은 매체의 생존에 치명적 위협으로 작용한다. 박원기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종편 출범과 광고시장 변화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종편 4사 및 새 보도전문채널 한 곳을 합한 내년 전체 광고비를 6038억원으로 전망했다. 대신 신문에서는 469억원, 라디오에서 110억원, 잡지에서 30억원의 광고비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거대 신문을 등에 업은 종편이 신문광고에 이어 방송광고까지 빨아들인다면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중소 매체는 말라죽는 수밖에 없다. 정부가 종편 특혜로 여론 다양성을 후퇴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언론단체의 강한 반대에도 종편한테 주어진 광고 직접영업 특혜는 방송 보도와 영업의 칸막이를 허물면서 방송 공공성의 토대를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광고시장에서는 직접영업에 따른 폐해가 이미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사가 대주주로 있는 종편 <채널A>는 지난달 주요 광고주에게 제공한 ‘프로그램 가이드’ 책자에서 뉴스 등 보도프로그램 광고 상품을 소개하며 “보도상품 패키지(광고)를 진행할 경우, 30분짜리 국내 제작 ‘광고주 맞춤형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사 보도 프로그램의 앞뒤 및 중간광고를 묶어서 구매하면 해당 기업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겠다는 뜻이다. 광고와 프로그램의 맞교환인 셈이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광고 대가성 프로그램 제작을 약속하는 행태는 편성·제작과 광고의 경계를 스스로 지우겠다는 것”이라며 “시민사회가 종편의 직접영업에 반대했던 이유가 바로 이런 행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상업방송인 종편 4곳이 과도한 시청률 경쟁에 몰입하면서 방송 콘텐츠의 저질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승수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방송시장에서 새로 등장하는 4개의 종편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드라마와 연예·오락 등 방송 콘텐츠의 선정성 경쟁, 상업주의 경쟁으로 방송의 공공성이 크게 위축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근조」…종편 특혜 규탄
▶개국쇼가 열린 세종회관 앞 언론노조와 시민단체 등의 집회를 봉쇄한 경찰.
「근조」…종편 특혜 규탄
언론계·야권·시민단체 “99%반대” 외쳐
‘근조 민주주의, 근조 조·중·동 방송.’
1일 오후 종합편성채널(종편) 4개사 합동 개국 축하행사가 열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는 ‘근조’ 꽃다발이 자리잡았다. 종편채널 4개사는 이명박 정부의 특혜 지원을 등에 업고 이날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2009년 7월 한나라당이 앞장서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언론관계법을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해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신문이 방송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날치 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 등에는 일제히 종편 규탄 백지광고가 실렸으며,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하루 총파업에 나섰다.
■ “종편 방송 즉각 중단하라”
전국에서 모인 언론노조 조합원 1000여명은 종편 개국 축하쇼가 열린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조중동 방송 특혜 반대, 미디어렙법 제정 촉구, MB정권 언론장악 심판’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종편에 불법적인 특혜를 쏟아붓고 있다며 ‘종편 사업권 회수’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종편이 막을 올리면서 우리 사회의 건강한 언론 구조가 끝났다. 한국 언론의 죽음이다”라며 “종편 방송 중단을 위해 전면적으로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모인 언론노조 조합원 1000여명은 종편 개국 축하쇼가 열린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조중동 방송 특혜 반대, 미디어렙법 제정 촉구, MB정권 언론장악 심판’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종편에 불법적인 특혜를 쏟아붓고 있다며 ‘종편 사업권 회수’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종편이 막을 올리면서 우리 사회의 건강한 언론 구조가 끝났다. 한국 언론의 죽음이다”라며 “종편 방송 중단을 위해 전면적으로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언론노조 조합원 외에도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심상정 새진보통합연대 공동대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참여해 종편 방송 중단 촉구에 힘을 보탰다.
이정희 대표는 “종편 4개사로부터 집요하게 축하쇼 참석 초청을 받았다”며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종편 의무송신이 계속될 경우 종편이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시민 대표도 “대기업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조중동에 광고를 준 만큼 광고비가 상품가격에 반영돼 서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방송을 위해 종편을 허용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종편의 취재 요청을 거부하고, 80만 조합원 가정에서 종편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광고시장에서 매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언론의 대기업 종속이 심화되고, 종편사업자의 정치적 편향성으로 인해 국민의 알권리가 막힐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표세호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장은 “신문시장에서 독과점을 형성하는 조중동이 방송까지 장악해 언론의 정상적인 역할을 제대로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방송사의 광고판매를 대행하는 구실을 할 ‘미디어렙’을 설치하는 법안 제정이 늦어지면서, 종편이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안동MBC PD인 강병규 지역방송협의회 정책위원은 “종편 몇 군데는 지역에서 직접영업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종편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거두는 수익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역 수익 사업이나 광고 시장에도 손을 뻗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들은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언론관계법 날치기 통과에 앞장선 한나라당 해체도 촉구했다.
■ “1% 위한 방송, 99%가 반대”
민주당 등 야5당, 언론 관련 시민단체, 누리꾼 등이 모여 결성한 ‘조중동 방송 퇴출 무한행동’도 이날 오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종편 개국에 대해 “1%를 위한 방송, 국민 99%가 반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등 야5당, 언론 관련 시민단체, 누리꾼 등이 모여 결성한 ‘조중동 방송 퇴출 무한행동’도 이날 오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종편 개국에 대해 “1%를 위한 방송, 국민 99%가 반대한다”고 밝혔다.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결의문을 통해 “위법으로 태어난 조중동 종편이 케이블 방송에 똬리를 틀더니 전문채널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를 무시한 채 의무전송 특혜를 받아 전국방송이 됐다”며 “여론 다양성을 위해 종편을 도입한다더니, 4개사 자체 제작 프로그램은 10개도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윤 소장은 “종편의 등장으로 방송 상업화는 가속화될 것이고, 이는 곧 공공성 훼손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는 “국민들이 사익을 추구하는 몰상식한 방송에 맞서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수호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은 종편 거부 운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박영선 언론개혁시민연대 대외협력국장은 “조중동 방송 출연을 거부하는 지식인 선언과, 조중동 방송에 출연하지 않기로 한 연예인들을 홍보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중동 방송 퇴출 무한행동과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등은 종편 4개사에 투자한 KT에 대한 계약 해지 운동을 지난 30일부터 벌이고 있다.
종편4곳 ‘박비어천가’ 합창, 시청률 0%대
편향- 선정- 부실 ‘역시나‥’
종합편성채널(종편) 4곳이 개국 하루 만인 2일 친여·보수 편향 보도와 선정적 뉴스 등으로 여론 다양성 및 방송의 공공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에 맞닥뜨렸다. 언론학계와 언론단체에서는 종편이 개국 초기부터 공정성 결여·부실 보도 등 애초 우려했던 문제점들을 노출시키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개국 첫날이었던 1일 종편 4사는 나란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인터뷰를 크게 내보냈다. 4사 모두 인터뷰는 1시간 안팎 분량의 특집 프로그램으로 따로 편성했고, 여기서 나오는 주요 내용은 메인뉴스 등을 통해 다시 전했다. 인터뷰 내용 또한 박 전 대표의 정치적 계획을 듣는 수준이었다. 올 한 해 정치권의 쟁점이었던 무상급식 등 복지 담론에 대한 그의 구체적 생각이나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약점을 캐묻는 날 선 질문은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TV조선은 박 전 대표의 화면과 함께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내용의 낯간지러운 자막을 내보냈다. 매일방송은 그의 인터뷰를 마치며 “미소가 아름다운 당신, 당신의 미소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게 비추게 되길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화면에 띄웠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개국 첫날 4개 채널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같은 인물에 대한 획일적 형식과 내용의 인터뷰를 내보낸 것은 종편 4사가 채널명만 다를 뿐 보수신문이라는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보여준 장면”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획일적 편성과 획일적 논조를 보이는 보수 성향 채널의 무더기 출현으로 여론 지형이 더욱 획일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수 편향성은 뉴스 보도에서도 드러났다. TV조선은 1일 9시 메인뉴스 <날>에서 ‘공짜의 역습’이라는 제목으로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를 다루며 그 원인을 포퓰리즘 탓으로 돌렸다. 무상급식 등 진보 진영의 복지 담론에 ‘포퓰리즘’ 덧씌우기를 해왔던 <조선일보>의 논조와 다르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대주주인 채널A도 다르지 않았다. 이 채널 메인뉴스 <뉴스 830>이 최근 정국을 다룬 보도를 보면, 지난달 국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 처리 당시 본회의장 몸싸움,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 시위 현장에서 벌어진 종로서장 폭행 논란 등은 강조된 반면, 한나라당 날치기에 대한 지적은 빠뜨렸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 보도를 두고 “사실상 야당을 비난하며 여론을 호도하는 보도”라고 꼬집었다.
채널A는 개국 첫날부터 선정적 보도로 논란을 일으켰다. <뉴스 830>은 단독 보도라며 “강호동, 23년 전 야쿠자 모임 참석”을 두 꼭지에 걸쳐 크게 다뤘다. 1988년 11월 당시 고교 3학년이었던 강씨가 당시 씨름계의 유명인사였던 김학용씨와 함께 일본 오사카의 한 일식집에서 열린 폭력조직 모임에 참석했다는 내용이었다. 채널A는 당시 모임 현장을 담은 영상을 내보내며 “강씨는 서열이 낮은 듯 여전히 긴장된 표정이었다”며 그가 마치 폭력조직원인 것처럼 묘사했다.
이 보도를 보면, 강씨를 뺀 나머지 모임 참석자 등에 대한 인터뷰 등은 없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연예인에 대해 부정적 보도를 하면서도 채널A는 저널리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사실관계 확인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방송을 보면서 ‘이게 과연 새로운 방송의 개국 뉴스에 보도할 수 있는 아이템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종편 채널이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 선정적 보도에 매달릴 것이라는 우려가 개국 첫날 현실화했다”고 덧붙였다.
개국 첫날 종편 4사별 평균시청률(에이지비닐슨 집계)은 JTBC가 0.66%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는 TV조선이 0.49%, 채널에이 0.37%, 매일방송 0.31% 수준이었다. AGB닐슨 쪽은 “종편 4사의 첫날 시청률은 기존 케이블 채널에 견주면 그다지 낮다고 볼 수 없는 수치이지만, 지상파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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