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돈을 버는 방법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일을 해서 버는 거고, 둘째는 남의 것을 훔치는 거고, 셋째는 남이 내 것을 훔쳐가지 못하게 지키는 거다. 항상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우리 인간들은 이 세 가지 방법 중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선택한다. 일을 더 많이 하면 더 많이 벌 수 있다. 그러나 남의 것을 훔쳐서 더 많이 벌 수 있으면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남의 것을 훔치려고 한다. 속된 말로 도둑질의 벌이가 괜찮으면 일하는 것보다 도둑질하는 게 낫다는 거다. 그리고 남이 내 것을 자꾸 훔쳐가면 일을 더 하는 것보다 남이 내 것을 훔쳐가지 못하게 지키는 게 더 남는 일이 되고, 그러면 일하는 시간을 줄여 지키는 데 쓴다.
독자분들께는 좀 황당하게 들렸을지 모르지만,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한계생산성 균등의 법칙’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제한된 시간과 에너지를 여러 가지 생산활동에 어떻게 배분하는 게 최선인가를 설명한다.
이 이론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인간의 경제적 본성을 잘 설명한다. 현명한 부산저축은행의 대주주와 경영진들은 이 원리를 잘 터득하고 있었던 게 틀림없지만, 이는 비단 여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며, 특히 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우리 사회에 더욱 심해진 현상이다. 다만, 우리가 이런 일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건 그럴듯한 경제이론을 앞세우고 미사여구로 포장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뿐이다.
자기가 가져야 할 정당한 몫 이상으로 가져간다면 그건 남의 것을 훔치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자기가 부담해야 할 정당한 몫을 남에게 떠넘긴다면 그건 남의 것을 훔치는 거와 무엇이 다른가. 열심히 일해도 자식 대학 등록금 만들기 어려운 서민들이 어찌 제 몫을 도둑맞지 않았다고 하겠는가. 부자가 더 가져가야 성장이 되고 밑으로 떨어지는 국물도 생긴다는 1970년대 사상으로 중무장한 ‘747정책’ 아래 행해진 부자감세, 친재벌, 4대강 건설과 부동산투기 조장, 서민복지 축소, 대기업의 중소기업 약탈 행위 등을 생각해보라. 재벌이나 부동산 부자들한테는 이렇게 버는 것이 정당하게 일해서 버는 것보다 벌이가 훨씬 더 좋으니 현명하신 그분들께서 정부를 부추겨 그렇게 하신 건 당연하다.
대통령께서 친히 금융감독원까지 방문하셔서 “국민들보다 내가 더 분노한다”고 하시면서 “저축은행 불공정 문제를 엄중히 조사해서 조치하라”고 엄명을 내리셨다고 한다. 필자가 감히 그 말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는 없지만, 어째 공허하게만 들린다. 대통령께서 저축은행 사건을 감독비리 문제만으로 보셨다면 아직 문제의 본질을 모르시는 거다. 감독개혁을 해도, 아무리 엄중한 조사와 처벌을 주문해도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그때 뿐이다.
도둑질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둑질의 수익성을 낮추는 거다. 법을 엄정히 집행해서 남의 돈을 훔치기 어렵게 만들고, 잡히면 벌금이나 처벌을 무겁게 해서 도둑질의 대가로 치르는 비용을 높이면 된다.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남의 몫을 탐내지 못하게 하면 된다. 해법은 간단하다.
문제는 이 사회가 도둑질의 수익성을 높였다는 거다. 별을 서너개는 달아야 장관이 되는 정부, 두달 만에 3억5000만원을 받았다는 장관 후보자의 남편, 1년에 수억원을 버는 대통령 주변의 낙하산들, ‘경제를 위해’ 항상 용서받는 재벌 총수들, 남의 몫을 뺏는 데 열심인 재벌과 부자들…. 이렇게 부정과 비리, 편법과 사취가 난무하고 용인되는 사회에서 도둑질의 수익성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이 사회가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법은 오직 하나다. 법치다. 국민의 권리를 짓밟는 삿된 법치 말고 국민의 인권과 복리를 지켜주는 공정하고 진정한 법치 말이다. 그래서 뺏고 뺏기지 않으려고 낭비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 모두 일하는 데 써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잘사는 선진사회가 된다. 대통령께서는 국민들이 대통령보다 ‘더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한다.
<이동걸 -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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