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영성시대: 북미 기독교의 영성 동향
영성에 대한 뜨거운 관심 ‘영성 폭발시대’라 해야
북미 영성운동 특징은 “영적이지만, 종교적은 아니다”
<고영민 목사 - 해밀톤한인장로교회 담임목사>
들어가는 말
‘메가트렌드’(Megatrends)의 저자 존 나이스빗(John Naisbitt)은 21세기는 영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포스트모던 시대에 절대적인 가치관을 상실한 현대인들은 더욱 갈망을 가지고 영성을 찾을 것이라고 한다. 21세기에는 세계 곳곳에서 영적인 르네상스가 다시 찾아 올 것이라고 말한다. 바야흐로 우리는 영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는 영성시대’라는 단어가 우리 모두에게 낯설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영성이라는 단어가 이제 한국 교회와 한국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대중적인 단어가 되었다. 최근에 출판되는 기독교 서적들을 보면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영성 또는 기도에 관한 책이 항상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목회자를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를 보아도, 영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많은 목회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모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심지어 지금까지 교회에서 진행되었던 기존의 부흥회, 기도회, 집회에도 영성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으면, (예를 들면 영성 기도회, 영성 부흥회, 영성 세미나)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진다는 목회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지금은 영성 시대라는 말 보다는 ‘지금은 영성 폭발 시대’라고 말해야 정도로 영성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북미(North America)에서는 영성이라는 단어가 기독교권을 넘어서서 세속적인 세계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의학계에서도 영성과 기도에 관한 관심이 널리 번지고 있다. CNN의 간판 진행자중의 하나인 래리 킹(Larry King)이 쓴 ‘Powerful Prayer’ (Los Angeles: Renaissance Books, 1998, p111)라는 책을 보면, 1994년에 미국의 의과대학 중에서 영성에 대해서 코스를 개설한 학교가 3개뿐이었는데, 3년 후인 1997년에는 무려 30개의 의과대학에서 영성에 관한 코스를 개설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북미의 여러 대학에서 자신들의 MBA 코스에도 영성과 묵상 등에 관한 코스를 넣기 시작하였다. 북미의 최고의 MBA 과정중의 하나인 스탠포드 대학의 과정에는 명상, 요가, 선이 정식 코스로 들어 가 있다. 또한 북미의 대기업, 프록터앤 갬블, 포드자동차,AT&T, IBM과 같은 회사에서는 일종의 세속적인 영성 프로그램인 ‘의식고양’ 프로그램을 직원들의 교육에 사용하고 있다. 북미는 바야흐로 영성 시대가 활짝 펼쳐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복고적인 수도원 주의 운동에서부터 세속적인 뉴에이지 영성까지 온갖 유형의 영성의 강들이 북미에는 범람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서 나는 북미의 영성 동향을 미국과 캐나다에서 영성을 공부하고, 수련한 경험과 북미 교회와의 교류 속에서 이민 목회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독교와 교회를 중심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이글의 분량과 필자의 경험의 한계 때문에 많은 제한이 있음을 전제하면서, 관찰자와 참여자의 중간 위치인 영적 순례자(Spiritual pilgrim)의 입장에서 나누어 보고자 한다.
1. 북미 영성 운동의 역사
북미에서 묵상(meditation), 관상(contemplation), 신비주의(mysticism), 피정(retreat)과 같은 새로운 영성에 대한 관심이 일어난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라고 한다 (Philip Sheldrake, ‘Spirituality and History’-New York: Orbis Books, 1995, p 1). 이때부터 앤소니 불름(Anthony Bloom), 헨리 나우웬(Henri Nouwen)과 같은 현대적인 작가들이 새로운 영성과 기도에 대해서 소개하기 시작하였고, ‘무지의 구름’(The Cloud of Unknowing), 십자가의 성요한( St. John of the Cross), 아빌라의 테레사(St. Teresa of Avila)와 같은 영성 고전들이 일반 대중들을 위하여 보급판(paperback)으로 다시 출판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북미의 카톨릭 신학교를 중심으로 해서 영성(Spirituality)에 대한 전공분야가 생기기 시작하였으며, 이러한 경향은 계속해서 확대되어서 이제는 개신교 신학교까지 영성을 독립된 전공분야로 개설하여, 영성 신학과, 영성지도(spiritual direction)를 가르치고 있다. 내가 기독교 영성으로 목회학 박사과정과 영성 지도자 과정(the Art of Spiritual Direction)을 밟았던 샌프란시스코 신학교(San Francisco Theological Seminary)도 이미 1979년부터 장로교 신학교로서는 최고로 영성 센타를 개설하여 영성에 대해서 학문적, 훈련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영성과 지금까지 무관했던 복음주의 신학교(evangelical seminary)에서도 영성에 관한 과정을 개설하고 운영하고 있다. 토론토에 있는 대표적인 복음주의 신학교인 틴데일 신학교(Tyndale Seminary)도 영성 형성(Spiritual formation)과 영성 지도(Spiritual Direction)에 관한 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2. 북미의 영성운동의 중요한 특징: 영적이지만 종교적은 아니다.(“spiritual” but not “religious”)
교회 안 과 밖에서 영성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이 일어나고 있지만, 북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영적 갈증을 제도 종교(institutionalized religion)에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기존 교회가 자신들의 영적 요구를 채워주기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교회를 떠나서 교회 밖의 다른 곳, 예를 들면 명상 센타, 리트릿 센타등에서 자신들의 영성을 추구하려고 한다. 메리죠 톰슨(Marjorie J. Thompson)은 현대인의 이러한 경향을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한다. ‘영적이지만, 종교적은 아니다.(“spiritual” but not “religious”)
특히 젊은 세대들안에서 교회를 떠나서 불교의 선(Zen), 이슬람의 영성인 수피즘(Sufi mysticism) 그리고 뉴에이지 형태의 영성 운동(New Age movement)에서 자신들의 영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 뿐만 아니라 중년층, 노년층에게 까지 이러한 흐름이 영향을 주고 있다. 필자가 영성을 공부했던 샌프란시스코 교외에 위치한 마린 카운티 (Marin County, California)는 미국 안에서 경제적으로 부유한 타운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이곳의 교회 출석률이 20%이다. 이곳은 교회 출석률은 아주 낮은 반면에서 다른 형태의 영성 흐름, 예를 들면 불교의 선, 이슬람의 영성, 뉴에이지와 같은 흐름은 아주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대변하는 좋은 예가 존 린드(John Walker Lindh)라는 미국 청년이다. 그는 신학교가 있는 타운에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16세부터 그는 다른 영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먼저 불교에 심취하였고, 나중에는 이슬람 영성에 심취하였다. 그래서 급기야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아랍어를 배우고, 메카를 순례하고, 긴 수염을 기르고, 마침내 탈레반이 되어서,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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