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발사조사위 구성 첫 회의

압력 저하 원인 다각도로 조사중

 

지난달 21일 오후 5시 정각에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2발사장에서 누리호가 발사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달 21일 발사돼 위성의 최종 궤도 안착에는 실패한 누리호의 3단 조기 연소 원인은 산화제 탱크 압력 저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압력이 떨어진 원인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중이라고 밝혔다.

 

과기부와 항우연은 3일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어 “누리호 3단 엔진의 연소 시간이 애초 계획된 531초보다 46초 짧은 475초에 종료된 것은 산화제 탱크 압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항우연은 3개 추적소(나로우주센터, 제주, 팔라우)에서 계측한 2400여개의 비행 데이터를 분석해 가는 과정에 “누리호가 1단 및 2단 비행 때는 추진제 탱크 압력과 엔진이 정상 운용된 듯 하지만 3단 비행구간에서 산화제 탱크의 압력이 저하되면서 엔진 추력과 가속도가 낮아져 엔진의 연소가 정지된 것으로 추정할 만한 자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는 누리호 연구개발의 주축인 항우연 연구진을 중심으로 누리호 개발을 자문해온 전담평가 위원들과 외부의 새로운 시각을 반영하기 위한 민간 전문가들을 포함해 모두 12명으로 구성됐다.

 

발사조사위원회는 3단 산화제 탱크 압력이 저하된 원인으로 산화제 탱크 및 배관·밸브의 기밀이나, 산화제 탱크 압력을 제어하는 센서류 등에서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조사위 위원장을 맡은 최환석 항우연 부원장은 “이달 초 항우연 내부 검토회의를 열어 각 담당자들이 분석한 상세 비행 데이터 결과를 논의하면서 3단 산화제 탱크 압력을 낮아지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구체화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펑솨이, 웨이보에 글 올렸으나 몇 분 만에 삭제

 

                                        장가오리 중국 국무원 전 부총리.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전직 최고 지도부의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Me Too) 사건이 발생했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는 중국의 유명 테니스 선수여서, 사건의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3일 중국 테니스 선수 펑솨이(35)가 지난 2일 밤 자신의 웨이보 공식 계정에 장가오리(75) 중국 국무원 전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지속해서 관계를 가졌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펑솨이는 장 전 부총리가 톈진 지역에서 근무하던 2007년 부인과 함께 테니스를 치자고 집으로 초청한 뒤 성폭행을 했고, 이후 2012년까지 그런 관계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펑솨이는 구체적인 날짜와 정황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날 오후에 절대 동의하지 않았다. 계속 울었다”고 썼다.

 

2018년 은퇴한 장 전 부총리는 국무원 부총리로, 2013~2018년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냈다. 7인의 상무위원회는 9천만 중국 공산당의 맨 위에서 중국을 이끄는 최고 우두머리 조직으로, 시진핑 국가주석도 그 일원이다. 장 전 부총리는 2002~2007년 산둥성 당 위원회 부서기를 맡았고, 이번 의혹이 제기된 2007~2012년에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맡았다.

펑솨이의 게시글은 올라온 지 몇 분 만에 곧 삭제됐으나 게시글을 캡처한 사진 파일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의혹이 퍼지고 있다. 중국 온라인에서 펑솨이와 장가오리의 이름은 물론, ‘테니스’라는 단어도 검색이 제한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한겨레>가 확보한 펑솨이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은 1600자가 넘는 장문으로, 펑솨이와 장 전 부총리의 첫 만남부터 이후 관계, 둘 사이에 이뤄졌던 대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펑솨이는 장 전 부총리와 함께 철학과 역사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바둑과 노래 부르기 등을 했다는 내용 등도 담았다. 그는 “부총리쯤 되는 지위에 계신 분이라면, 두렵지 않다고 할 것을 안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되더라도, 화염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이 되더라도, 자멸을 재촉하는 길일지라도 진실을 알리겠다”고 썼다.

 

펑솨이는 한때 여자 테니스 복식 세계 1위에 오른 유명 선수로, 2013년 윔블던 대회에서 복식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현준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2일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는 이날 오후 2시30분께 권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권 회장이 도이치모터스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근무하며 주가를 높이기 위해 회사 내부 정보를 유출하고,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권 회장이 회사 내부 정보를 주변에 알려주면서 주식매매를 유도한 뒤,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계좌로 가짜 매수주문을 내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띄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권 회장 일가의 횡령 및 배임 정황을 파악했는데, 이날 조사에서 관련 혐의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권 회장이 2010~11년께 주가 조작꾼들과 공모해 회사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 왔다. 김건희씨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시세조종 과정에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하고, 2012년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을 헐값에 사들여 차익을 남기고 되팔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열린민주당 의원들의 고발로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최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업체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5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는 이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강재구 기자

홍준표, 박근혜 사촌 지지에 고무

윤석열과 ‘박심은 우리 쪽’ 공방전

 

유승민 “남성 잠재적 가해자 취급”

윤석열도 성범죄 무고죄 신설 주장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각 후보 캠프의 ‘퇴행적’ 행태가 비판을 받고 있다. 경쟁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경선판에 끌어들여 이른바 ‘박심 논란’을 일으키고, ‘20·30대 남성’을 겨냥한 성별 갈라치기를 통해 성평등 기조를 훼손하는 주장도 난무하고 있다.

 

홍준표 의원 캠프는 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촌형제인 박준홍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지지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박 전 협회장은 “홍 의원이 새마을운동을 되살리고 박정희 대통령의 민족중흥 정신을 계승해 발전시키고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를 회복시키며 김종필 총리님의 동서화합과 산업화의 열정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했다”며 “홍 의원의 약속을 완수하는 과업에 박정희 대통령 집안과 김종필 총리님의 집안도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협회의장은 고 김종필 전 총리의 처남으로, 지난 2010년 ‘친박연합’을 창당하고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이날 지지선언에는 ‘박근혜 가족’까지 총동원해서라도 영남권 지지층을 끌어와야 한다는 홍 의원 쪽의 절박한 속내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지난달 31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즉시 사면을 약속했고, 지난 1일 대구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거듭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로 대구·경북 시도민 마음을 아프게 한 데 대해 거듭 용서를 구한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홍 의원 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쪽의 ‘박심 구애’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달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단체 총연합회’가 홍 의원 지지 선언을 했다고 입장을 밝히자, 윤 전 총장 캠프는 지난달 31일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회장단’이 윤 전 총장을 지지했다는 입장문을 내며 맞불을 놨다. 홍 의원 캠프 소속인 이언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들을 향해 “짝퉁 박사모”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진짜 ‘박심’은 우리 쪽”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낮 충남 천안시 동남구 사직동 천안중앙시장을 찾아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2일 부산역에서 열린 부울경 기자회견을 마치고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 당에 유입된 20·30대 남성들을 의식한 ‘성별 갈라치기’ 모습도 감지된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여자친구의 ‘혼인빙자 및 낙태 요구’ 주장으로 논란이 됐던 배우 사건을 언급하며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생각은 사라져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유 전 의원은 그러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성범죄는 엄하게 처벌해야 하며, 똑같은 이유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무고죄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꺼내 들며 ‘남성 역차별’ 주장에 힘을 실었던 유 전 의원이 막판 ‘이대남’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전 총장도 청년 정책을 발표하며 ‘성폭력특별법’에 무고죄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성폭력에 대한 “거짓말 범죄를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두 후보가 나란히 성범죄에 대한 무고죄를 주장하고 나서자, 성폭력 피해에 대한 증명을 끊임없이 요구받으며 2차 피해에 놓이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현실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안티페미니즘 선동만 바라는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진흙탕 싸움을 넘어 퇴행적, 반동적 행태로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한겨레>에 “박 전 대통령 수사 책임을 지고 있는 윤 전 총장, 탈당 책임을 지고 있는 홍 의원이 막판 정통 보수층을 의식해 혹시 모를 앙금을 해소하려는 것”이라며 “사면론 경우엔 보수 진영 지지층에 확실히 먹힐 이슈라고 판단해 경쟁적인 입장을 내놓는 것으로 보이지만 중도층을 잡을만한 이슈는 아니다”라고 짚었다. 또 경선이 과열되면서 나타난 퇴행적 행보가 결과적으로 대선 본선 국면에서 국민의힘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탄핵의 강을 건넜다’고 수차례 강조해온 국민의힘에서 ‘박근혜 마케팅’이 다시 등장한 것은 퇴행적”이라며 “탈진영 탈이념 20·30세대를 잡았다고 환호하던 보수정당이 경선 과열 국면을 틈타 다시 경쟁적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