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줄다리기 장면.

 

줄다리기가 때아닌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세계적 인기를 끄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줄다리기가 등장한 덕분이다. 사실 줄다리기는 〈오징어 게임〉에 나온 다른 놀이와 달리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다. 심지어 약 100년 전에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었다. 줄다리기는 1900 파리올림픽부터 1920 앤트워프올림픽까지 5회 연속 열렸는데, 대회를 대표하는 인기 종목이기도 했다.

 

줄다리기 경기 방식은 간단하다. 긴 밧줄을 두고 양쪽에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선다. 정해진 시간 동안 줄을 잡아당겨 많이 끌어온 팀이 이긴다. 줄과 넓은 공간만 있으면 할 수 있고 경기의 승패가 직관적으로 갈린다. 세계 곳곳에서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줄다리기를 즐겨온 이유다.

 

올림픽 줄다리기는 5∼8명이 한 팀을 이뤄 맞붙었다. 경기 시간은 5분. 시작 뒤 6피트(약 183cm)를 먼저 잡아당기면 승리했다. 만약 5분 이내에 승부가 나지 않으면, 종료 시점에서 우세했던 팀이 세트를 따냈다. 총 3판2선승제로 진행됐다. 서로 다른 나라 출신들이 한 팀을 이뤄 출전할 수 있었고, 개별 클럽팀의 참가도 허용됐다.

 

줄다리기는 1920년 대회 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규모를 대폭 축소하면서 다른 33개 종목과 함께 퇴출당했다. 당시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규칙 등이 퇴출 원인 중 하나였다. 실제 1908 런던올림픽에서 영국 리버풀 경찰관 팀이 스파이크가 달린 운동화를 신고 경기를 치렀다. 반면 맞상대였던 미국팀은 일반 운동화였다. 영국은 이 운동화가 경찰관 정복이라고 주장했고, 심판은 관련 규정이 없다며 영국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미국 쪽 참가 팀들이 항의 표시로 대회를 포기했다.

 

     1912 스톡홀롬올림픽에서 열린 영국과 스웨덴의 줄다리기 경기 모습. 올림픽 유튜브 갈무리

 

줄다리기를 올림픽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가능성은 있다. 국제줄다리기연맹(TWIF)이 줄다리기의 올림픽 재진입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0년 창설된 연맹은 줄다리기 경기 방식과 규정을 정비하고, 국제 대회도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1999년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승인도 받았다. 최근에는 2020 도쿄올림픽과 2024 파리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에도 도전했다. 연맹 관계자는 “올림픽 정식 종목 재진입은 우리의 궁극적 목표”라며 “재진입을 위해 젊은이와 여성의 참여 확대, 체급 다양화 등을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희 기자

미 정치판 휘젓는 트럼프, 3년 뒤 컴백할까

● WORLD 2021. 11. 3. 02:2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바이든 승리 미 대선 1년 지났지만 결과 부정하며 ‘재출마’ 띄워

공화당 지지층 78% “재출마를”…탈세 수사· 트위터 봉쇄도 변수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가운데)가 지난 30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4차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대 휴스턴 애스트로스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최근 미국 <뉴욕 타임스> 독자 의견란에 공화당의 리즈 체니 하원의원이 2024년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실렸다. 체니 의원은 지난 1월 아직 대통령이던 도널드 트럼프(75)의 두번째 탄핵안에 찬성했고, 현재는 1·6 의사당 난입사태 조사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다. 그가 제3당 후보로 출마하면,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공화당 지지층 가운데 반트럼프 표를 흡수해 ‘트럼프의 당선’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미국에서 트럼프의 2024년 재출마 시나리오는 유권자들이 이런 전략적 고민을 해야 할 정도로 ‘현실적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의 우려처럼 3년 뒤 트럼프의 컴백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3일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로 끝난 미 대선 1주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대선 패배 뒤 1년이 지나도록 트럼프는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백악관 재입성을 노리는 왕성한 현역 정치인으로 행보하고 있다. 그는 증거도 없이 ‘지난 대선은 사기였다’는 주장을 펴면서 집회를 열고,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는 지지, 탄핵 찬성 의원 10명 등 당내 반대 세력에는 저주를 보내며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제45대 미국 대통령’ 명의로 매일같이 바이든 대통령 비난 성명을 쏟아내고, ‘미국을 구하자’며 끊임없이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재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그들(민주당)을 세 번째 깨기로 결심할 수도 있다”거나, 자신이 출마하지 않을 유일한 이유는 “의사에게서 안 좋은 전화를 받았을 경우”라고 하는 등 출마 의사를 강력하게 내비치고 있다. 그의 오랜 참모인 제이슨 밀러는 지난 9월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재출마 가능성을 “99~100% 사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가 출마 선언을 하려는 것을 참모들이 좀더 기다리자며 말렸다고 최근 보도했다. 박홍민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한겨레>에 “트럼프는 ‘출마할 수도 있다’고 흘리는 것만으로도 여론의 관심과 영향력 등 원하는 결과를 얻고 있다. 공식적으로 캠프를 꾸려 사람 고용하고 당국에 자금을 신고하는 등의 불편을 겪는 것보다 출마 선언을 최대한 뒤로 미루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재출마를 노리는 트럼프의 가장 큰 밑천은 강력한 충성 지지층이다. 퀴니피액대학이 10월15~18일 성인 13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가 2024년에 다시 출마하는 걸 보고 싶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8%는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78%가 트럼프 재출마를 원한다고 응답했다. <폴리티코>·모닝컨설턴트가 10월27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35%,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60%가 지난 대선 결과가 뒤집혀야 한다고 답했다. 그리넬대학이 10월20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오늘이 2024년 대선이라면 누구를 찍겠냐’는 질문에 바이든과 트럼프가 40%씩 동률을 기록했다.

 

 

이런 인기 때문에 공화당에서 트럼프에 필적할 상대는 아직 안 보인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톰 코튼 상원의원 등 잠재적 주자들은 출마 의사를 숨긴 채 트럼프 눈치를 보고 있다. 의사당 난입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책임론을 제기했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마저 트럼프가 재출마하면 “절대적으로” 지지하겠다고 하는 등, 공화당 지도부 또한 트럼프의 자장 안에 머물고 있다.

 

물론 공고한 지지층만으로 당선이 보장되진 않는다. 기성 정치에 대한 대중의 반감과 ‘성공한 사업가’, ‘워싱턴 정치 파괴자’ 등의 이미지에 힘입어 당선됐던 2016년에 비해 트럼프의 2024년 재도전에는 장애물도 상당하다. 미 헌정사상 하원에서 두번 탄핵당했다는 불명예, 대선 결과 부정과 의회 폭동 추동, 무책임한 코로나19 대응 등의 전력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검찰 수사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뉴욕 검찰은 트럼프의 사업체인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의 탈세 등 비리를 수사 중이고, 조지아주에서는 그가 지난 대선 직후 주 장관에게 개표 결과 뒤집기를 압박한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민주당)은 “트럼프는 감옥에 안 가기 위해서 2024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1·6 의사당 난입사태 특위 조사나 8000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렸던 트위터 계정을 빼앗기는 등 예전처럼 대중에게 노출되기 어렵다는 점도 지난 대선보다 불리해진 점이다. 트럼프는 이에 맞서 자체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곧 출시해 대반격을 시도할 예정이다. 페이스북, 넷플릭스, <시엔엔>(CNN) 등에 맞먹는 ‘트럼프 미디어 앤 테크놀로지 그룹’을 출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냉정하게 따져볼 때 트럼프의 본선 경쟁력은 어떨까. 지난해 대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는 각각 8100만여표, 7400만여표를 득표했다. 트럼프가 재출마할 경우 민주당 지지층 결집도를 높일 가능성이 높은 반면, 트럼프가 중도표까지 확장해 7400만표를 훨씬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는 다음 대선 때 78살의 고령이 된다. 1984년 이래 2000년 한차례만 빼고 미 대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온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교수는 일찌감치 지난 3월 미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현직도 아니고 (성공한 사업가) 브랜드도 무너졌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다음 대선에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재 트럼프 재출마는 ‘상수’에 가깝다. 미국 정치를 가까이서 관찰해온 송원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사무국장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신봉하면서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트럼프의 ‘트루스 소셜’에 빠져들 것이다. 그런 사람이 미국에 30~40%는 있다”며 “트럼프 재등장이 외국에서 볼 때는 말이 안 되지만 냉정하게 미국 현실을 보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2024년 11월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어떤 확언도 위험하다. 하지만 내년 11월 중간선거가 트럼프의 미래를 가늠할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첫째 변수는 트럼프의 영향력이다. 래리 새버토 버지니아대학 교수가 운영하는 정치분석 뉴스레터 ‘새버토의 크리스털볼’의 존 마일스 콜먼 부편집장은 <한겨레>에 “트럼프가 지지한 후보들이 공화당 경선이나 본선에서 패배한다면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낡은 뉴스로 본다는 신호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변수는 중간선거를 계기로 공화당에 새 인물이 부상할지 여부다. 박홍민 교수는 “선거를 거치며 누군가 극적으로 공화당 안에서 붐을 일으키면서 대항마로 떠오른다면 트럼프 열기가 사그라들 것이다. 그런 인물이 안 나타난다면 트럼프가 본선까지 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결과조차 부정하는 트럼프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은 그 자체로 미국의 극심한 분열과 민주주의 위기를 웅변한다. 콜먼 부편집장은 “트럼프가 출마하지 않더라도 그의 우파 포퓰리즘은 여전히 공화당 안에서 상당한 유용성이 있다”며 “트럼프는 직접 출마하지 않을 경우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2024년 백악관 복귀에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출마할 듯 냄새를 풍기면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지지자들의 관심 속에 자신의 본능을 충족하며, 사업적인 야심까지 불려가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

 

부동산 정책 사과하며 현 정부와 차별화 시도

이낙연 · 정세균 · 추미애 등 경선 후보 모두 참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올림픽경기장 KSPO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쌓아온 토대 위에 잘못은 고치고, 부족한 건 채우고, 필요한 것은 더해 청출어람하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정부’를 7차례 언급하며 ‘부동산 대개혁’을 내세웠다. 민주정부 계승과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인 부동산 문제 해결 의지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경기장 케이스포(KSPO)서 열린 ‘대한민국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 후보는 “높은 집값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을 보면서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부동산 문제로 국민들께 너무 많은 고통과 좌절을 드렸다”며 “진심으로 사과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투기를 막지 못해 허탈감과 좌절을 안겨드렸고, 공직 개혁 부진으로 정책신뢰를 얻지 못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집값으로 결혼, 출산, 직장을 포기했다”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고,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이재명 정부의 명운을 걸고 확실하게 없애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민주정부와 민주당 잘한 것도 많지만, 민생에서 국민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철저한 책임의식으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문재인 정부의 빛과 그림자 역시 온전히 저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이런 태도는 문재인 정부 ‘민심 이반’의 가장 큰 원인인 부동산 문제에 선을 긋지 않고는 정권교체 여론을 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책 차별화와 ‘이재명 정부’를 거듭 강조하면서 현 정부와는 ‘다른 정부’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후보는 개발이익환수제 강화와 분양가상한제 도입 등의 제도 개혁과 무주택자 누구나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거주할 수 있는 고품질 기본주택 등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대적 공급대책”도 약속했다. 또 자영업자 손실 보상 등 코로나19 지원대책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실현해 ‘이재명표 민생개혁’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오른쪽 아홉째)와 송영길 대표(오른쪽 열째) 등 당 지도부, 선대위원 등이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한 추진력도 강조했다. 1호 공약으로 ‘성장의 회복’을 내세운 이 후보는 “사회적 대타협으로 모두가 상생하는 길을 열겠다”면서도 “진전없는 논의를 한없이 지속하지는 않겠다. 충분히 논의하고 과감한 대타협을 시도하되 결과가 나지 않으면 정부주도로 할 일을 해내겠다”고 말했다. 중도·외연 확장을 염두에 둔 듯 박정희 전 대통령도 언급했다. 이 후보는 “박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며 “이재명 정부는 탈탄소 시대를 질주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등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도 싸잡아 비판했다. 이 후보는 “광주를 폄훼하고 핵무장을 주장하고 남북합의 파기로 긴장과 대결을 불러오겠다는 퇴행세력에 대한민국을 맡길 수 없다. 철학도 역사인식도 준비도 없는 후보에게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 지역위원장 등 370여명이 참석한 이날 선대위 출범식에선 이 후보와 경쟁했던 경선 주자들이 모두 참석해 ‘이재명 지지’를 호소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지연설에서 “민주당은 경쟁할 때 경쟁해도 하나될 때는 하나됐다. 서로 다투더라도 울타리를 넘지 않고 서로 배려하고 존중했다. 우리는 그런 자랑스러운 문화를 지키고 가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동지다. 이 동지와 함께 민주당답게 승리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가자. 그 길에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원팀 선대위는 바로 이런 모습”이라며 호응했고 정세균 전 총리도 “이 후보가 바로 민주당이다. 저와 여러분 우리 모두는 이제 이재명”이라며 지지를 거듭 확인했다. 이날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선물한 넥타이를 매고 참석한 이 후보는 지지 연설을 끝낸 경선 주자들에게 일일이 ‘원팀 점퍼’를 직접 입혀주기도 했다. 서영지 기자

[1500칼럼] 까미노(Camino) 친구들에게

● 칼럼 2021. 11. 3. 02:1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1500자 칼럼]  까미노(Camino) 친구들에게.

 

임순숙 수필가

 

크리스마스를 불과 일주일 여 앞둔 오늘, 이곳엔 온종일 눈이 내렸답니다.

예전 같으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즐거워했겠지만 녹록하지 않은 현실 앞에 한없이 마음이 가라 앉는군요. 어느날 갑자기 밀어닥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온전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욕심내기보단 현 상태로 유지되기를 염원하며 자신을 다독였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나라 안팎 소식에 마음이 착잡합니다.

 

눈발이 옅어질 무렵 저녁산책에 나섰습니다. 차가운 눈바람에 간간이 휘청거리긴 했어도 폐부 깊숙이 박히는 상쾌함은 집안에서의 우울했던 기분을 전환시켜 주어 그런대로 좋았답니다. 집집마다 개성 껏 멋을 부린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과 소담하게 쌓인 눈과의 조화로움에 한동안 감탄하다 말고 그 마음조차 깊은 고요함에 함몰되었지요. 가가호호 현란한 불빛은 내걸었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난제에 빠져있을 이웃들의 고뇌가 눈바람 속에 실려오는 듯 했으니까요.

적적한 동네의 길모퉁이에서 홀로 눈을 치우고 있는 이웃 주민을 향해 다소 과한 목소리로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적막을 깨는 그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우리가 염원하는 2022년 4월의 그 길도 누군가 힘있게 열어주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명치끝까지 올라왔습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우리를 향해 손짓하는 공통의 길이 있지요. 쉼 없이 온몸으로 기도하게 하는 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말입니다.

우리들은 그 길 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우정을 쌓았지요. 나헤라 알베르게에서 미주네 가족과 모처럼 푸짐한 한식으로 석식을 함께했던 어느 저녁, 그리고 아껴두었던 누룽지를 서슴없이 꺼내어 아침 식사를 준비한 Mr. 우 부부의 지극한 배려로 인해 만시야에서의 강행군에 큰 힘이 되었지요. 그런 따뜻한 두 가족 옆에서 우리부부는 어떤 보탬이 되었는지, 돌아보니 늘 부족하여 미안함만 가득하군요.

비, 바람, 추위 등 자연의 온갖 심술을 길 위에서 겪어낸 후, 산티아고 대성당 광장에 우뚝 서던 그날의 감격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런지요.

 

우리 부부는 800 km 프랑스 길을 완주하고 돌아와서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병명도 모른 채 그쪽만을 바라보며 한동안 그리움을 키웠지요. 얼마 후에야 그곳을 다녀온 경험자들에 의해 우리 같은 대다수의 사람들을 일컬어 까미노 블루(Camino Blue) 환자라고 불리어진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밖에서 길들여진 길을 일상에 들여놓고 하나의 그리움으로 애닯아 하는 현상을 일컬음이라는군요.  

 

프랑스 길을 다녀 온 일년 후, 우리부부는 ‘까미노 블루’ 환자임을 핑계삼아 여러갈래 순례길 코스 중 가장 어렵다는 북쪽길(El Camino Norte de Santiago)을 택했지요. 더 멀고 더 긴 시간동안 비우고 다스리기를 거듭하며 고행을 자처한 끝에 드디어 까미노 블루에서 벗어나는 해답을 얻었습니다.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실행에 옮기자구요. 그래서 또 거룩한 계획을 세웠답니다. 2022년 4월엔 은의 길( Via de la Plata),  장장 1,000 km 넘는 길에 감히 도전장을 겁니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 르퓌에서 출발하기를 희망하는 Mr. 부부, 언제든 출발 날짜만 알려달라던 미주 아버지, 언젠가 그때처럼 위에서 만나지기를 간곡히 희망합니다.

 

우리모두 코로나 바이러스 라는 난적을 물리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부디 건강하소서.

 

-까미노: 까미노 데 산티아고( Camino de Santiago)는 산티아고 가는 길을 줄여서 까미노라 함.

-알베르게: 순례자 여권을 소지한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숙소.

 

[1500자 칼럼] 가을비와 감자탕

 

임순숙 수필가

 

곱게 물든 단풍을 제대로 품어보기도 전에 얄궂은 가을비가 연일 기승을 부린다. 기나 긴 겨울을 탈없이 지내려면 활화산 같은 풍경화 몇 점 정도는 가슴 속에 저장해야 하련만, 하루가 다르게 허물어지는 단풍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계절 막바지에서 야외 나들이를 계획했다가 일기관계로 접고 나니, 뜰 안 가득 내려앉은 물먹은 낙엽처럼 마음도 침울해진다. 이런 때 일수록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즐거운 일거리를 궁리하다가 예정에 없던 감자탕을 떠올리며 인근의 중국마켓으로 향했다. 매장엔 때이른 아침녘인데도 다른 날보다 더한 손님들로 북적였다. 나처럼 애궂은 날씨 때문에 일정을 우회한 이들이 아닐까 단언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으로 스며들었다. 순식간에 나의 쇼핑 카트가 그득해졌고, 침울했던 마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요리할 즐거움에 날개를 퍼득이고 있었다. 

 

두툼한 살고기가 붙은 돼지 등뼈는 핏물을 뺀 다음 스토브에 올리고, 제철에 손질하여 저장해둔 우거지와 고사리, 깻잎 등을 냉동고에서 꺼내어 해동시킨다. 대부분의 한식이 그렇지만 감자탕은 특히 시간과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어서 평소엔 이틀에 걸쳐 끓이기 일쑤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수고로움을 감내하며 기꺼이 끝을 보려 안간힘을 쓴다.

 

주먹만한 감자 여섯 개를 골라서 껍질을 벗긴다. 순간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의 감자가 따끈하게 폐부를 파고 드는 듯 하다. 감자탕에서 빠지면 섭섭한 노란 감자는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라도 되는 양 오묘한 맛으로 고기와 야채 틈새를 파고 들며 늘 존재감을 과시한다.

한때 감자탕의 ‘감자’는 돼지 등뼈 부위를 지칭한다고도 했고, 또는 고깃국에 감자가 들어가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했다. 애매모호한 돼지등뼈와 감자의 관계, ‘감자탕’이란 이름의 어원이 현재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갖가지 설만 난무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설은, 돼지뼈가 음식의 주재료로 쓰이기엔 미흡한 부분이 있어 이를 감추기 위해 감자를 내세웠다는 설과 고기가 귀하던 시절 고기뼈 우린 국물에 감자를 넣어 끓여 먹었다는 설이다.

또한 ‘감자탕’은 영어명에서도 혼돈을 초래한다. 영어로 직역을 하면 명칭과 실제요리가 매치가 되지 않아 해외 유튜브 등에서는 Pork Bone soup 으로, 국내에선 Pork back-bone stew 를 표준화된 명칭으로 표기한다.

평범한 하나의 음식에 엄청난 사례와 관심, 끊이지 않는 변화와 발전은 그만큼 대중의 사랑이 깊다는 의미이리라. 감자탕의 주인공이 돼지 등뼈면 어떻고 감자면 또 어떠하리.

 

누릇한 돼지기름을 말끔히 걷어낸 고기 솥에 잘 익은 된장을 넉넉히 풀고 주인공이라 자처하는 감자들을 제일 먼저 투척한다. 연이어 준비된 배추 우거지와 고사리, 버섯 등 각종 채소들을 차례대로 들이밀며 화력을 조금 높이면, 금방 모든 재료가 어우러지는 화합의 율동이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뭐니뭐니 해도 감자탕 최후의 화룡점정은 넉넉한 마늘과 들깨 가루 그리고 쭉쭉 찢어 넣은 대파가 아닐까.

 

투박한 질그릇에 김이 풀풀 나는 감자탕을 그득 담아 식탁을 차렸다. 국그릇을마주한 가족들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넉넉해 보인다. 가을비 질척이는 저녁,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으랴. 단풍이 지건, 기나긴 겨울이 문앞에서 서성이건 이젠 크게 마음 쓸 일이 아닌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