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 소설가 칼럼] 촛불혁명과 대통령 선거

● 칼럼 2022. 2. 23. 02:2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정찬 소설가 칼럼]  촛불혁명과 대통령 선거

 

촛불혁명은 훼손된 유권자의 존엄성을 되찾는 역사적 행위였고, 그 행위를 통해 우리가 바라는 ‘사람다운 삶’은 훼손되지 않는 민주주의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20대 대선을 앞둔 한국 사회는 촛불혁명의 계승을 위한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정찬 | 소설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며, 미래를 보는 거울’이라는 역사학자 이 에이치(E. H.) 카의 명언이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면서 그 빛을 급속히 잃어갔다. 인터넷이 쏟아내는 정보의 홍수에 휩쓸리면서 과거를 돌아보는 힘을 빠르게 상실했기 때문이다. ‘속도가 돈’이라는 자본주의의 신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앞으로만 달려가게 한 것이다. 돌아보지 않으니 과거는 잊힐 수밖에 없다. 과거의 중요성은 현재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척도의 역할에 있다. 이 척도를 상실하면 현실에 매몰되어 나아가야 할 길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과거와 현재의 대화가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대선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한 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기에서 우리는 촛불혁명을 다시 돌아볼 가치가 있다. 2016년 10월29일 1차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2017년 4월29일 23차 촛불집회까지 183일 동안 1685만2천명의 시민이 참가해, 구속자와 사망자 한명 없이 민주주의의 질서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평화롭고 장엄한 혁명은 부패와 무능, 통치 권력의 비정상성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되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304명의 생명과 함께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이게 나라냐’라는 절망스러운 깨달음과, 국민이 뽑은 대통령 권력이 비선실세에 의해 행사되었다는 사실로부터 형성된 분노였다. 집회에서 한 시민이 치켜든 팻말의 문구 ‘모이자! 내 나라다’에 주권자의 분노와 간절한 열망이 집약되어 있다.

 

돌이켜보면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박정희 카리스마’였다. 그러한 후광에 감정이입 된 이들이 박근혜도 그러할 것이라고 믿음으로써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는 물론 박근혜도 불행에 빠뜨린 것이었다.

 

2016년의 마지막날 서울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 시민들. 촛불집회는 2017년 4월29일까지 이어졌다.

 

촛불혁명이 진행되던 2016년 겨울의 주말은 유독 추웠고 눈비가 많이 내렸다. 서울에 첫눈이 내린 11월26일, 광화문광장이 휑할까 걱정하며 나온 사람들이 150만명이었다. 영하 11도로 집회 이후 가장 추웠던 2017년 1월14일과, 한파에다 강풍까지 휘몰아친 2월18일에도 촛불의 열기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 열기로 집회장 안의 온도가 바깥보다 4도에서 6도까지 높았다.

 

촛불혁명이 그전의 혁명과 구분되는 것은 혁명의 주체가 ‘나’라는 사실 때문이다. 수많은 ‘나’가 저마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여 외치고, 노래 부르고, 퍼포먼스를 하고, 기도하는 동안 ‘우리’가 되었다. 자본주의의 무한경쟁 속에서 파편화되어버린 ‘나’가 ‘우리’로 변화하면서 한국 역사에서 최초로 피 흘림 없이 승리를 쟁취한 혁명을 이룬 것이었다.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함으로써 촛불혁명은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세계에 확인시켰다. 촛불혁명이 시작된 2016년의 세계는 인종주의, 쇼비니즘, 기독교 근본주의, 안티페미니즘 등으로 무장한 극우 포퓰리즘에 신음하고 있었다. 2007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심화되어가는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에 대한 분노가 극우 포퓰리즘이라는 악성의 형태로 분출되어 난민 약자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 테러와 전쟁이 난무하는 지구적 상황 속에서 한국의 촛불 시민들은 민주주의 원리를 평화적으로 구현하여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것이었다. 그들의 놀람은 “도시가 시위의 불빛으로 이렇게 빛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아름답다”라는 국외 네티즌의 말 속에 함축되어 있다.

 

한국 역사에서 민주주의는 피와 눈물이 배어 있다.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좌절의 절망과 고통을 견디며 조금씩, 느리게 민주주의를 쌓아나가 1987년 6월 항쟁에 이어 촛불혁명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인간이 불완전한 생명체이듯 민주주의도 불완전한 생명체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욕망과 공동체의 욕망 사이에서 늘 위태로웠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지금 여기에 있으면서 동시에 현실 너머 저쪽에 있었다. 촛불 시민들이 광장에서 꿈꾼 것은 잘못 선출된 권력에 의해 너덜너덜해진 민주주의 너머에 있는 저쪽의 민주주의였다.

 

다가오는 대선은 역사적 주체로서의 촛불 시민을 광장으로 다시 소환한다. 대선은 한국 사회가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역사의 광장이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의 결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촛불의 염원을 얼마나 구현해왔는가에 대한 평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터이지만,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비율이 높다는 사실에 통절한 성찰이 필요하다.

 

한국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촛불혁명은 우리에게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이다. 촛불의 빛은 지금도 우리 사이를 흘러가고 있으며,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밝히는 척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차기 정부가 갖추어야 할 것들 가운데 촛불혁명을 구현하는 의지와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깨닫게 된다.

 

촛불혁명이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기 전 한국을 ‘꼭두각시 대통령의 나라’라고 보도했던 외신 매체들이 대통령 탄핵이 이루어지자 한국인의 높은 민주주의 의식에 놀라움을 표현하는 기사들을 쏟아내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그동안 미국이 스스로를 민주주의의 전형으로 여겨왔고, 한국이 민주화를 이룬 지 불과 30년이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경이로운 진보다”라고 했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촛불혁명을 계기로 재벌이 주도하는 허약한 경제뿐 아니라 정치 문화는 물론 외교정책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개혁을 추진하는 동력을 얻었으며, 세계 신생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 모델이자 지정학적 핵심 플레이어가 되려는 순간과 마주 섰다”라고 썼다.

 

촛불 시민들이 희구한 것은 훼손되지 않는 민주주의였다. 민주주의가 훼손되었다는 것은 주권자의 존엄성이 훼손되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은 훼손된 유권자의 존엄성을 되찾는 역사적 행위였고, 그 행위를 통해 우리가 바라는 ‘사람다운 삶’은 훼손되지 않는 민주주의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이 깨달음을 소중히 지켜야 하는 것은 신냉전과 극우 포퓰리즘,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 등 갈수록 위험해지는 세계 속에서 민주주의의 역할이 그만큼 높아져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보다 더 민주주의적인 정부여야 한다는 당위성이 형성된다.

 

20대 대선을 앞둔 한국 사회는 촛불혁명의 계승을 위한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차기 정부를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의 손에 촛불혁명의 미래가 결정되는 것이다.

"윤석열 시력,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병역의혹 거듭 제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더불어민주당은 21일 대장동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이 현직 대법관으로 드러났다면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장동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고 역공했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회의에서 "야당이 주구장창 떠들던 대장동의 그분이 현직 대법관으로 드러났다"며 "공개된 녹취록을 종합하면 윤 후보는 대장동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장동은 특수검사 게이트임에도 윤 후보는 자신들의 썩은 내를 이 후보에게 뒤집어씌워 왔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일보는 2021년 2월 4일자 김만배·정영학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김씨가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처장이 재판부에 넣는 게 없거든,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습니다"라며 A 대법관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계기로 민주당은 '그분'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로 겨냥해온 국민의힘 측에 대한 반격 모드로 전환한 상태다.

 

최강욱 최고위원도 "윤 후보는 대장동 몸통이 이 후보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화천대유' 주인은 감옥행이라 큰소리쳤다"며 "그러나 대장동 사건 실체는 법조 카르텔이었고, 이 후보에 뒤집어씌우려던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선대위 강병원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김만배와 윤석열의 관계가 밝혀졌다"며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이재명 후보에 누명을 씌운 것인가"라고 밝혔다.

윤 후보의 부동시(不同視) 병역 면제 의혹도 부각했다.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 권지웅 공동위원장은 선대위 회의에서 "윤 후보 시력은 마치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며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는데 떳떳하면 병역면제 당시 시력 자료와 검사에 임용되며 낸 신체검사 자료, (검찰총장) 청문회 때 받은 진단서를 공개하라"고 했다.

 

제페토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38살 남성

온라인그루밍 처벌법 있지만, 사전단계엔 적용 어려워

한국과 캐나다 경찰 모두 신고했지만 대응 달라

제페토 운영하는 네이버는 즉각조치 하지 않아

 

 

‘김하은(가명·11)은 지금 이 시간 부로 ㄱ의 소유물이다.’ ‘김하은은 절대 다른 남자를 만나지 못하며 공부에만 전념한다.’ ‘김하은은 19세가 되면 ㄱ에게 시집을 간다.’

 

어머니와 캐나다에서 지내고 있는 초등학생 김하은양은 ㄱ씨의 강요로 통제적 유형의 폭력을 나열한 결혼서약서를 썼다. 30대 남성 ㄱ씨는 지난 1월 초부터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통해 김양에게 접근했다. 처음엔 ‘공주님·왕자님’ 놀이를 하자더니 시간이 지나 가상 연인관계를 유도했다. 입 벌린 사진, 뽀뽀 사진 등을 달라고 했고 집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차곡차곡 수집해갔다. 아이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제페토 아이템을 사주기도 했다. ㄱ씨가 피해 아동에게 보낸 메시지는 “숙녀로 보인다” “네가 존댓말 쓸 때면 흥분된다” “(사귀는 사이이니) 행동을 확실히 하라” 등이었다. 피해 아동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가스라이팅, 길들임에서 성 착취로 이어지는 온라인그루밍 성폭력 등의 전형적인 요소가 드러난다. ㄱ씨와의 대화를 놀이로 여겼던 김양은 뒤늦게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고, 불안해하고 있다고 부모는 전했다.

 

메타버스를 매개로 한 아동·청소년 성착취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겨레>는 김양의 부모가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뒤 겪은 일들을 통해 메타버스 성범죄 발생시 뒤따르는 문제들을 짚어 봤다.

 

■ 신고 : “현행법 적용이 어렵다”

 

김양의 아버지는 지난달 30일께 아이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돌아온 대답은 “현행법으로 적용하기엔 모호하다” 였다. 이달 4일에는 조서를 쓰러 경찰서까지 찾았지만 “비슷한 선례도 없을뿐더러 피의자가 외국에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지방청에 물어보겠다”며 김양의 아버지를 돌려보냈다. ㄱ씨는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채팅방에서 30대 남성 ㄱ씨가 초등학생 김하은(가명·11)양에게 결혼서약서를 쓰도록 요구하는 상황. 김양 아버지 제공

 

국내에는 온라인그루밍 처벌법이 있다. 지난해 9월24일부터 시행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의2는 19살 이상의 사람이 정보통신망을 통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그루밍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그러나 김양이 겪은 사건은 이 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2는 온라인그루밍을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하는 행위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한겨레>에 “본격적인 성착취가 일어나기 전인 사전단계에서는 이 법을 적용하기 힘들다. 성적인 대화를 하거나 그런 행동을 유도하는 등 더 직접적인 상황이 있어야 처벌하도록 돼 있다”고 했다.

 

ㄱ씨와 같은 행위가 심각한 아동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법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양의 아버지는 <한겨레>에 “사전단계에서 막아야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지 않나. 아동 대상 성범죄에서만큼은 더 엄격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외에서는 성적 그루밍 행위를 모두 범죄로 보고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성범죄법’(Sexual Offence Act) 등에 따라 노골적으로 성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적 만족감을 얻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그 대화 자체만으로 처벌할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후 성적 행위를 참여시킬 목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행위, 또는 선물이나 호의를 베푸는 행위 등도 범죄행위로 간주한다.

 

■ 수사 : 너무도 달랐던 한국·캐나다 경찰 대응

 

김양의 아버지는 수사기관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피해자 가족에게 피해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요구하고, 절차 검토로 수사가 지연됐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캐나다 경찰은 달랐다. “한국 경찰과 (아이가 체류 중인) 캐나다 경찰에 같은 날 신고했다. 캐나다 경찰은 신고 당일 한국말이 가능한 직원과 함께 아이 엄마와 아이가 거주 중인 집에 출동했다. 그날 바로 포렌식을 하겠다며 아이의 휴대전화를 회수했고, 아이가 다니는 학원 등에 ‘모르는 사람에게 아이를 인계하지 말아달라’고 안내를 했다고 하더라.” 캐나다 경찰은 현재 ㄱ씨가 미국에 있는 것으로 파악해 미국 경찰과의 공조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일산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피의자가 해외에 있어 관할 문제 등 검토할 문제가 있었다. 캐나다 경찰과 공조하기 위해 네이버 쪽에 압수수색 영장도 집행했다”고 해명했다.

 

김양과 연락이 닿지 않자 ㄱ씨가 보낸 채팅(왼쪽), 메타버스 공간에서 만난 김양과 ㄱ씨의 캐릭터. 사진 김양 아버지 제공

 

■ 플랫폼 대응 : 의무는 없으니 즉각 조치도 없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서도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페토의 운영사 네이버제트는 금칙어 설정, 사이버범죄 수사 의뢰 방법 공지 등을 통해 메타버스를 매개로 한 범죄에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김양의 아버지도 “피해 사실을 인지한 당일 제페토 쪽에 조처를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즉각적인 답은 없었다. 법적 의무가 없으니까 조치도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는 지난달 18일 메타버스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책임을 강화하는 ‘청소년성보호법 일부개정안’(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됐다. 이 발의안에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대화 등 관련 범죄를 인지한 경우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하는 신고의무조항이 담겼다.   박고은 기자

15살 때 후지코시 군수공장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 대법원 판결 기다리다

 

일제강점기 일본 노역현장에 강제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자 안희수 할머니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93.

 

고인은 경남 마산(현 창원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44년 일본으로 강제동원된 뒤 일본 중서부지역인 도야마현에 있는 후지코시 군수공장에 배치됐다. “그때 일본인 교사로부터 일‘본에 가면 상급학교에 다닐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건너갔지만, 포탄외피 등 무기부품 만드는 일을 해야만 했다. 상급학교 진학은커녕 급여조차 단 한푼도 받지 못했다”고 고인은 생전에 증언했다. 그처럼 후지코시에 끌려가 강제노동에 동원된 한국인은 여성 1090명, 남성 540명 등 1600여명에 이른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안희수 할머니. 태평양전쟁 피해자보상 추진협의회 제공.

 

안 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2003년 일본 현지 법원에서 후지코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2011년 최종 패소했다. 그러나 2013년 서울중앙지법에서 후지코시를 상대로 다시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승소했다. 그러나 안 할머니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기다리다 끝내 눈을 감았다. 소송을 제기할 때 원고는 피해당사자 13명과 유족 4명 등 17명이었으나, 안 할머니를 포함해 5명이 재판 도중 숨져, 현재 피해당사자는 8명만 남았다. 하지만 숨진 피해당사자의 유족들은 소송을 계속 진행할 각오다. 일본 등 국외로 강제동원됐던 여성 근로정신대 피해자는 대부분 숨지고, 생존자는 지난해 기준 131명에 불과하다.

 

빈소는 경남 창원 정다운요양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3일 아침 7시30분이다. 최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