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러시아 대사관 앞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집회

“가족들은 위험한데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대구서 올라와”

“절박한 마음으로 지원 호소”…정부에 ‘독자 제재’ 촉구도

 

27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집회를 열어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무력침공을 규탄한 뒤 러시아 대사관 앞으로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도와주세요” “푸틴은 우리 가족 우리 친구 죽이고 있다”.

 

한국에 사는 우크라이나인들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근처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과 연대 목소리를 낸 한국인들과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한국의 지원을 호소했다.

 

300여명이 참여한 집회에서 ‘재한 우크라이나 공동체 발언문’을 대표로 읽은 올레나 쉐겔(Olena Shchegel) 한국외대 교수(우크라이나어과)는 “1941년 나치 독일이 공격한 이래 키예프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만행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러시아는 더욱 더 대담해지고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줄 것을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한다. 러시아에 대한 대한민국의 적극적인 경제 제재를 신속하게 부과해준다면 우크라이나에 많은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기를 몸에 두르거나, 마스크에 국기 색깔인 노란색과 파란색을 칠한 집회 참석자들은 러시아 침공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든 채 1시간여 동안 평화적으로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러시아는 침공을 멈춰라”(Stop Russian aggression) “우리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We want to live in peace) “푸틴 전쟁을 멈춰라” “우리 국민 살인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한국어, 우크라이나어, 영어로 번갈아 외쳤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집회를 열어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무력침공을 규탄한 뒤 러시아대사관 방향으로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고국에 남은 가족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걱정하며, 한국 정부에 적극적인 러시아 제재 참여를 촉구했다. 고려인 김마리나(22)는 “친구랑 가족들이 사는 니콜라예프에서도 폭탄이 터지는 등 아주 위험한 상태라는 소식을 들었다. 가족들은 위험한데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대구에서 오늘 아침에 올라왔다”고 말했다. 유학생 아나 이반셴코(25)는 “한국 정부가 대러 수출 제재에 참여하기로 한 것을 알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 한국 정부가 독자적인 제재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할 때까지 매주 주말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날 집회에는 우크라이나인뿐 아니라 한국에 체류 중인 다른 나라 외국인과 한국인도 참여했다. 익명을 요구한 벨라루스인(25)은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도움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벨라루스인들은 전쟁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를 통해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로 진격했다. 이달 대학을 졸업한 김보경(25)씨는 “학교에서 친해진 우크라이나 친구에게 소식을 전해 듣고,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니 집회라도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도 따로 집회를 열어 전쟁 반대와 우크라이나와 연대 뜻을 밝혔다. 이날 오후 4시께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 모인 재한 러시아인 등 40여명은 “우리는 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러시아 군대는 멈춰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 손에는 “푸틴은 전쟁을 멈춰라” “우크라이나와 함께 하겠다” “푸틴은 암덩어리” 등의 팻말이 들렸다. 이 집회에는 몇몇 우크라이나인들도 참여해 ‘반전쟁·반푸틴 연대’를 보여줬다.

 

한편, 국제민주연대, 공익법센터 어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회진보연대,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는 28일 오전 11시 주한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고,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 단체는 온라인을 통해 참여한 시민들의 이름을 적은 성명서를 러시아대사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서혜미 기자

 

러 시민들 수천명 체포에도…모스크바 등 도심서 ‘반전’ 시위

 

러, 우크라 침공뒤 반전시위로 3천여명 체포…각계각층 동조 성명

러 유명 미술관 “비극에 전시 중단”…미·유럽·일 등 세계곳곳 반전시위

 

러시아 경찰이 지난 2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전쟁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던 여성을 연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전쟁을 중단해야 합니다. 제발!”

 

24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전쟁을 즉각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러시아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 시민들은 거리 시위로 수천여 명이 체포됐지만 ‘전쟁 중단’을 요구하며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영국·스위스·브라질·일본·이란 등 세계 곳곳에서도 러시아를 비난하는 집회, 서명 등 ‘반러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러시아 비정부기구(NGO) ‘OVD-인포’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 동안 ‘전쟁 반대’ 집회에 나섰다가 체포된 사람이 3039명에 달했다. 러시아 시민들은 아랑곳없이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도시에서 ‘전쟁 반대’ 피켓, 평화를 상징하는 꽃을 드는 방식으로 반전 시위를 이어갔다. 미국 <에이피>(AP) 통신은 “정부의 탄압에도 러시아에서 반전여론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각계 성명도 쏟아지고 있다. 6천여명이 넘는 의료계 종사자들이 26일 성명을 냈고, 건축가·엔지니어 3400여명, 교사 500명도 동참했다. 언론인, 지방의회 의원, 문화계 인사들도 전쟁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모스크바에 있는 유명 현대 미술관인 ‘개러지’는 이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전시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술관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이 중단될까지 전시회를 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분열과 고립을 만드는 모든 행동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는 서명에 현재 78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러시아 정부의 언론 통제가 강화되는 속에서 <노바야 가제타> 등 러시아 독립언론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과 러시아 반전 집회 등을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노바야 가제타> 누리집 갈무리

 

러시아 정부의 언론 통제가 강화되는 속에서 <노바야 가제타> 등 러시아 독립언론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과 러시아 반전 집회 등을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드미트리 무라토프 편집장은 “전쟁 관련 소식을 정부 발표대로만 전하라는 준칙은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은 26일 <노바야 가제타> 등 일부 언론이 “군사 작전을 ‘공격’, ‘침공’,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등 사실과 다르게 보도하고 있다”며 삭제를 요구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누리집 접근 제한, 벌금 등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러시아에 대한 비난은 세계 곳곳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프랑스·독일·그리스·스위스·이란·멕시코·일본·한국 등에서 러시아의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는 26일 주최측 추산으로 2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도쿄 신주쿠에서는 일본에 사는 러시아 사람들 100여명 모여 “우리는 러시아인이지만 전쟁에 반대한다. 우크라이나에 평화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했다. 전 세계 집회 참가자들은 ‘#stop War’(전쟁 중단) 등의 해시태그를 달며 온라인에 시위 상황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미 · 유럽, 스위프트 제재 발표.. 유럽도 피해 커 전면 차단에 부정적

기업·개인 결제거래 등 모두 막혀 ‘금융 핵무기’ 불릴만큼 고강도지만

전부 아닌 ‘선별한 일부 은행’ 언급 ‘특정한 타깃’ 지목할 가능성 높아

 

러-중 ‘별도 결제망’ 강화 나설 땐 달러 패권 약화·물가 상승 가능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뒤 반전 시위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사는 우크라이나인 마리나 셰프추크(32)와 그의 딸 탈리야(4)는 26일(현지시각) 시위에서 전쟁을 멈추라고 외쳤다. 탈리야의 손에 담긴 구호는 “러시아를 (국제금융결제망)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몰아내라”는 뜻이다. 바르셀로나/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이란과 북한에 적용한 매우 강력한 경제 제재 수단을 꺼내들면서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다만 이번 ‘스위프트 제재’가 국내외 경제에 미칠 파장은 ‘제한 범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미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캐나다 정상들은 26일(현지시각)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 은행들을 스위프트망에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스위프트는 전 세계 200개국의 1만1천개 금융기관(중앙은행 포함)이 국제 거래 결제 때 쓰는 전산망이다. 여기서 배제된다는 것은 러시아 기업 및 개인의 수출입 대금 결제, 해외 대출·투자가 모두 막힌다는 뜻이다. 최악의 경우 러시아와 거래를 하려면 현금을 직접 싸 들고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국제사회에서는 그동안 스위프트 제재를 ‘금융 핵무기’라고 부르며 이란과 북한에만 적용해왔다.

 

다만 러시아에 대한 이번 스위프트 제재는 향후 ‘제한 범위’가 어떻게 구체화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서가 스위프트 제재 범위에 대해 ‘러시아 은행 전부’가 아니라 ‘선별한 일부 러시아 은행’(selected Russian banks)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스위프트 제재가 결정됐지만, 아직 범위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스위프트 제재가 전면 시행된다면 러시아 금융기관 300여 곳이 결제망에서 쫓겨난다. 이 경우 러시아 경제가 입는 충격이 상당할 수 있으며, 러시아와 거래선이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국가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유럽의 피해가 가장 클 수 있다. 유럽은 전체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서 조달하고 있는데, 스위프트 제재로 원자재 거래 결제가 막히면 각국 경제 활동에 차질이 생기고 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

 

이에 유럽은 스위프트 제재에 동의하면서도 전면 차단에는 부정적인 모습이다. 27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과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공동 성명에서 “러시아를 스위프트에서 배제할 경우 부수적인 피해를 피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특정 타깃을 목표로 하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을 보면 스위프트 제재가 전면적 시행보다는 특정 러시아 은행들을 지목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이 범위를 협상한 후 추후 구체적인 사항을 다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스위프트는 벨기에에 본부가 존재하면서 유럽 관할 아래에 있다. 지난 2012년 이란을 스위프트에서 배제할 때도 유럽연합(EU)의 별도 공식 선언이 나온 후 제재가 시작됐다.

 

 

우리 정부도 일단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 제재의 ‘범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가 받는 영향도 달라져서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이 스위프트 제재를 발표했으나 전면적인지, 은행 몇 곳을 지정해서 배제한다는 것인지 등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재 방식에 따라 국내 경제에 주는 파급 효과가 달라지므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프트 제재가 실행되면 국내 경제는 직접적으로 러시아와 거래선이 있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피해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간접적으로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와 원자재 중심의 물가 상승 및 달러 패권 전쟁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러시아유라시아팀 부연구위원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국제 금융 거래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기업마다 부정적 영향이 다를 수 있는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취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스위프트에서 배제된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별도의 국제 결제망을 강화하려고 나설 수 있는데, 이는 중장기적으로 달러 패권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또한 스위프트 제재로 원자재 교역에 애로 사항이 발생하면 전 세계 물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전슬기 김영배 이지혜 기자

 

정부, 대러시아 수출통제 참여…3월 초 미국과 협의 착수

우리 기업 결제 애로 시 대체계좌 개설 등 지원

 

 27일(현지시각) 포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키예프주 바실키프 군사기지 주변의 저유소가 불타고 있다. 바실키프/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미국과 동맹국들이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 우리 정부는 수출통제 참여와 관련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3월 초부터 신속한 대미 협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정부는 “사태의 불확실성이 크고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실물경제·금융시장 등 분야별로 일일점검체계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7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제7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티에프(TF) 회의를 열고 러시아 제재에 따른 부문별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조치 계획을 논의했다. 지난 24일 미국 정부가 발표한 대러시아 수출통제 강화 조처로 우리 기업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우리 정부는 3월 초부터 신속하게 대미 협의에 착수하고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정부의 대러시아 금융제재에 대한 대응방안도 논의됐다. 정부는 “금융제재 대상이 되는 러시아 은행·기관과 거래 중인 국내 금융회사·기업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대러시아 결제 애로가 발생할 경우 우리 기업의 대체계좌 개설 등을 통해 무역대금 결제에 지장이 없도록 관계 외교당국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감독원 내에 ‘비상금융애로상담센터’를 설치에 기업, 현지 주재원 및 유학생 등의 금융 애로 사항을 접수받아 지원에 나섰다.

 

정부는 주력산업 공정에 활용되는 네온·크립톤·크세논 등 핵심품목의 단기적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주력산업 핵심품목은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재고 보유량을 미리 확대조치 해둔 상황이라 단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사태 장기화 등으로 수입이 장기적으로 중단될 경우 수급 우려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기업과 핫라인을 즉시 구축해 수급현황을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제3국 수입, 재고 확대, 대체재 확보 등을 통한 수급 안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전원 대피했고 러시아 현장에 남은 108명 역시 안전에 이상 없이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금융제재 및 향후 추가제재 여하에 따른 기존 사업 중단 및 신규사업 수주가 곤란해질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며 “오는 3월2일 긴급상황반 회의를 통해 제재 세부내용 판단, 기업영향 등을 검토하고 기업애로 상황을 청취해 대응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사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부는 범부처 비상대응 티에프(TF)뿐만 아니라 실물경제·금융시장 등 분야별로 일일점검체계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러시아의 무력침공 상황과 서방의 추가제재 가능성 등 향후 사태 전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경로, 범위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향후 경제·산업·금융의 각 분야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필요한 조처는 선제적으로 실시하고 사태가 장기화되어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 국면이 고착화되는 경우까지 가정해 대응 조처를 보강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핵무기 다루는 억지력 부대에 ‘경계 태세 강화’ 명령

러시아-우크라는 개전 나흘만에 첫 회담 나서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7일 서구의 강력한 제재 조처에 불만을 터뜨리며 핵무기를 다루는 ‘억지력 부대’에 경계 태세 강화를 명령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째인 27일(현지시각) 핵무기를 다루는 억지력 부대의 경계 태세 강화를 명령하며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결제망에서 배제하는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초강수 경제 제재를 꺼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한편으로 대화 개시에 합의하는 등 전쟁이 강온 양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개한 영상을 통해 “나는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에게 육군의 억지력 부대를 특수 경계 태세로 둘 것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억지력 부대’는 핵 무기를 운용하는 부대다. 푸틴 대통령은 “서구 국가들은 우리나라에 불법적 제재라는 경제적 차원의 비우호적 조처를 취했을 뿐 아니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주요국의 최고 관리들은 우리나라에 관한 공격적 발언을 했다”고 이번 조처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린다-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시비에스>(CBS)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으로 이 전쟁을 계속 확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표에 앞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를 규탄하면서 핵심 제재 수단으로 꼽혀온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의 러시아 주요 은행의 퇴출을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 개인과 러시아의 주요 은행, 귀족층 등의 자산 동결 등 조처에 이은 것이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도 강화했다. 분쟁 지역에 무기 수출을 금지해온 독일이 대전차 무기 1천정과 군용기 격추를 위한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500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또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에 미사일 두 발을 발사하고,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에 진입해 시가전을 벌이는 등 공세를 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인종학살(제노사이드)을 벌이고 있다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평화 협상을 위한 대화를 위해 만나기로 합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궁은 이날 성명을 내어 “우리는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러시아 대표단과 전제조건 없이 우크라이나~벨라루스 접경의 프라피야티 강 인근에서 만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양쪽이 협상 장소 등을 놓고 티격태격한 끝에 결정된 것이다. 앞서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러시아 대표단이 벨라루스 남동부 호멜에 도착했고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벨라루스가 러시아군의 침공 거점이라는 점을 들어 벨라루스가 아닌 곳에서 하자고 요구했다.

 

한편, 미국은 26일 현재까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필사적 저항에 의외로 고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저항이 러시아가 예상했던 것보다 크다. 러시아가 지난 24시간 동안 점점 더 좌절하고 있다는 신호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키예프를 사수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26일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성공적으로 적의 공격을 저지하고 있다”며 항전을 독려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총을 지급받고 화염병을 만드는 등 저항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황준범 정의길 기자

 

‘침공 나흘째’ 러시아, 제2도시 하르키우 진입…우크라 “결사항전”

 

러, 키예프에 미사일 쏘는 등 공세 강화

우크라 제노사이드 이유로 러 ICJ 제소

젤렌스키, 러 “유럽·민주주의 겨냥 전쟁”

미국·유럽 “국제 결제망서 러 은행 배제”

 

 우크라이나의 한 병사가 26일 수도 키예프에서 불타는 군용 트럭 옆을 걸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해 키예프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는 등 우크라이나 동·남·북부에서 진격을 이어가고 있다. 키예프/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침공 나흘째인 27일(현지시각) 수도 키예프에 이어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에 진입하는 등 공세를 강화했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초강수 경제 제재를 꺼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에 결사항전하겠다는 태도를 꺾지 않으며, 전쟁의 초반 전개 양상이 러시아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27일 새벽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 인근에 미사일 두 발을 발사하며 나흘째 공세를 이어갔다. 공세는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이뤄져 러시아군은 동북부의 하르키우에 진입해 시가전을 벌였다.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러시아군 차량이 하르키우 도심까지 들어왔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적을 부수고 있다. 민간인은 외출하지 마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인종학살(제노사이드)을 벌이고 있다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두 나라는 사태 수습을 위한 협상 개최 여부를 놓고도 티격태격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27일 “러시아 대표단이 벨라루스 남동부 호멜에 도착했고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동영상 연설에서 “러시아와 평화 협상은 기꺼이 하겠다”면서도 이곳이 러시아군의 침공 거점이라는 점을 들어 “벨라루스(에서의 대화)는 거부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한 보좌관은 러시아가 협상 대표단을 보낸 것은 “선전전”이라고 말했다.

 

개전 나흘째인 27일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수도 키예프에서 러시아군에 대항하기 위해 화염병을 만들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결사 항전할 뜻을 꺾지 않으면서, 시민들도 똘똘 뭉쳐 러시아의 침공에 대항하는 모습이다. 키예프/AP 연합뉴스

 

26일 현재까지,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필사적 저항에 의외로 고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저항이 러시아가 예상했던 것보다 크다. 러시아가 지난 24시간 동안 점점 더 좌절하고 있다는 신호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키예프를 사수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26일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성공적으로 적의 공격을 저지하고 있다”며 항전을 독려했고, 27일엔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과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평화적 공존을 상대로 한 전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총을 지급받고 화염병을 만드는 등 저항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키예프의 전황이 고착될수록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와 국제사회의 반전 열기가 커지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점점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그 때문에 러시아군이 키예프 상황을 속히 마무리하는 가차 없는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압박 수위는 올라갔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은 26일 러시아 숨통을 조일 핵심 제재로 꼽혀온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의 러시아 주요 은행의 퇴출을 발표했다. 분쟁 지역에 무기 수출을 금지해온 독일도 대전차 무기 1천정과 군용기 격추를 위한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500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동맹들의 결집을 재차 강조했다. 전세계 주요 도시에선 나흘째 전쟁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황준범 박병수 기자

 

키예프 총성 들으며 태어난 아기…“대피소에서만 80명 출산”

 

우크라이나인들 곳곳서 필사적 저항 의지

23살 여성, 대피 중에 지하철역서 출산해

도로설비 회사는 표지판 떼내 러시아군 교란

러시아군용 차량 수십대 막아선 ‘탱크맨’도

 

우크라이나 의원 한나 홉코가 대피소에서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다며 트위터에 올린 사진. 트위터 갈무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압도적인 전력을 앞세워 전방위적인 침공을 개시했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이 이에 꺾이지 않는 결연한 저항 의지를 보이며 전 세계인에게 묘한 공명을 일으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인 <에이치비>(HB)가 25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30초짜리 동영상을 보면, ‘우크라이나 탱크맨’의 모습이 등장한다. 빠르게 돌진하는 러시아 군용차로 보이는 차량 수십대 행렬 앞으로 한 남성이 돌진하듯 뛰어든다. 차량 행렬을 막으려는 듯 손으로 제지하는 모습을 보이자, 당황한 군용차는 비틀거리며 옆으로 방향을 틀었다. 1989년 6월 천안문 민주항쟁 때 시위 진압에 나선 인민해방군 탱크를 막아서며 민주주의에 대한 중국인들의 뜨거운 열망을 전했던 원조 ‘탱크맨’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에이치비>는 이 영상과 함께 “우크라이나인이 점령군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적의 장비로 돌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영상이 찍힌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한 설비회사는 러시아군이 길을 잃게 하기 위해 도로 방향 표지판을 떼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도로 및 빌딩 유지 보수 업체인 우크라프토도로는 25일 페이스북에 “적들은 통신 상태가 좋지 못하다. 그들을 지옥으로 직행하게 돕자”는 글을 올렸다. 그와 함께 “꺼져라” “또 꺼져라” “러시아로 꺼져라”고 쓴 표지판 합성사진도 첨부했다.

 

우크라이나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러시아 군용차 앞을 막아서고 제지하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인 <에이치비>(HB)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중 한 장면.

 

세계복싱평의회(WBC)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우크라이나의 복싱 영웅이자 수도 키예프 시장인 비탈리 클리치코는 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24일 영국 <아이티브이>(ITV)와 한 인터뷰에서 “다른 선택지는 없다. 나는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6일 키예프에 저녁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리는 등 키예프 상황 통제를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립하며 국외를 떠돌다 지난달 귀국한 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키예프에서 총을 들었다. 그는 25일 미국 <시엔엔>(CNN)과 키예프 거리에서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들고 인터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영원히”라고 답했다. 그는 이튿날인 26일 영국 <스카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선 방탄조끼를 입고 인터뷰하며 “우리는 키예프 한복판에 있다.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평범한 우크라이나 시민들도 공습이 이어질 때마다 지하철역 같은 임시 대피시설로 이동하며 항전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침공이 우크라이나를 하나의 국민국가로 통합시키는 듯한 모습이다.

 

전쟁의 와중에도 새 생명은 태어난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러시아군의 공격이 계속된 26일 키예프 지하철역에서 대피 중이었던 23살 여성이 ‘미아’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를 출산했다고 전했다. 출산 이후 이 여성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우크라이나 의원 한나 홉코는 신생아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미아가 태어났다. 우리는 생명과 인간성을 수호한다. 키예프시에 따르면 이 아이는 지난 이틀 동안 대피소에서 태어난 아이 80명 이상 중 한 명”이라고 적었다. 26일 러시아 접경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루한스크)의 병원 지하실에서도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아이가 태어나는 시간에도 러시아군은 밖에서 포격을 하는 상황이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인근에 있는 즈미니섬 국경 수비대원들이 러시아 군함의 항복 권유를 거부했다가 몰살된 것으로 알려진 사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들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경수비대가 지난 24일 러시아 군함의 항복 요구를 받자 욕설과 함께 “러시아 군함, 꺼져라”고 답했다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들 13명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는데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정정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즈미니섬의 우크라이나군 82명이 모두 항복했다고 발표했다. 조기원 기자

키예프 인근 바실키우에 로켓 공격

“동부에선 가스관 공격” 미확인 보도

 미국, “저항 강해 러시아 군 고전 중”

 러시아, 남부 해안 지역도 집중 공격

 

러시아 군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대한 집중 공세가 재개된 27일 새벽(현지시각) 키예프 인근 바실키우의 유류 창고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화염에 휩싸였다. 바실키우/EPA 연합뉴스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째로 접어든 27일 새벽(현지시각) 수도 키예프 인근에 두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야간 총공세에 다시 나섰다. 러시아는 전날 새벽에도 일부 병력을 키예프 시내로 투입해 교전을 벌이고 키예프 공항 주변을 집중 공격했으며, 우크라이나 군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해 낮 동안은 시내 진입 작전을 늦췄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이날 새벽 1시께 키예프에서 30㎞ 정도 떨어진 남서부 바실키우 지역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에는 대규모 군 비행장과 유류 저장 시설이 있으며 26일에도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고 방송은 전했다. <비비시>(BBC) 방송은 현지 언론을 인용해 바실키우의 유류 저장소가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유류 저장소에서 거대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유류 저장소 폭격 이후 키예브 시 당국은 폭격 현장에서 유독 물질이 퍼질 수 있다며 창문을 굳게 닫는 등 철저히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앞서 이날 자정 즈음부터 공습 경고 사이렌이 키예프 전역에 울렸다고 <비비시>가 전했다. 야당인 ‘홀로스당’의 레시아 바실렌코 의원은 26일 밤 11시께 트위터를 통해 “앞으로 30~60분 사이에 키예프가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대규모 공격을 당할 것”이라며 “러시아 군이 가진 무기를 총동원해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키예프 시 당국은 이날부터 오후 5시~아침 8시 야간 통행 금지를 실시해 한밤 공습이 재개될 때까지 거리는 고요했다.

 

북동부 지역 주요 도시인 하르키우에서는 가스관이 공격을 당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러시아가 군 기지를 첫번째 공격 대상으로 삼은 뒤 가스와 석유 시설을 두번째 목표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군의 키예프 점령 시도가 강력한 저항에 부닥치는 등 러시아 군이 예상보다 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26일 브리핑에서 “우리가 관찰한 정보에 근거하면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러시아가 예상했던 것보다 크다. 우린 러시아가 특히 (수도 키예프를 노리는)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모멘텀을 얻지 못해 점점 더 좌절하고 있다는 신호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국방부도 짧은 성명을 내어 러시아 군이 “계획한 대로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며 “군수 물자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군의 저항도 거세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군은 키예프 외에 경제적으로 중요한 남부 해안 지역에서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러시아의 공격이 키예프와 함께 흑해 연안의 항구 도시 오데사, 남동부 마리우폴에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리우폴에서는 우크라이나 방위군이 바다를 통한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교량을 통제하고 있다.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두쪽은 격렬한 전투를 이어갔다.

 

 미국 ‘전쟁학 연구소’(ISW)가 분석한 26일 오후 8시 현재 러시아 군 점령 지역(붉은색). 전쟁학 연구소 트위터 갈무리

 

미국의 ‘전쟁학 연구소’(ISW)는 26일 오후 8시 현재 러시아군이 수도 키예프 북쪽 외곽부터 벨라루스 국경까지를 점령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또, 하르키우 주변 등 북동부 러시아 국경 지역, 남부 크림반도 인근인 헤르손과 마리우폴 주변, 동부 돈바스 분쟁 지역도 러시아 군의 통제 아래 놓였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금까지 교전 과정에서 약 3500명의 러시아 군인이 죽거나 다쳤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또 우크라이나 민간인 198명이 사망하고 1천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시엔엔>은 26일 밤 서부 키예프에서 벌어진 교전 중 6살짜리 소년이 숨졌다고 현지 병원 관계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년은 러시아 침공 이후 희생된 이들 가운데 가장 어릴 것이라고 <비비시>가 지적했다.

 

한편, 해커 집단 ‘어너니머스’는 27일 오전 러시아 내 체첸 자치공화국이 우크라이나 파병을 선언한 이후 공화국 정부 사이트를 공격해 마비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집단은 25일 러시아에 대한 ‘사이버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 공식 사이트도 26일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에 맞설 ‘정보기술(IT) 군대’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의 해커들에게 중요한 기간시설 방어와 러시아 군에 대한 정보 수집에 협조해줄 것을 촉구했다. 신기섭 기자

 

미 국방부 “러시아, 예상보다 강한 우크라 저항에 좌절”

 

  지난 24시간 동안 전황 교착 상황인 듯

“러시아 장악한 도시 있다는 신호 없어”

 독일, 대전차·지대공 미사일 공급

 미국 “동맹과 함께 우크라 지원 이어갈 것”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26일(현지시각) 수도 키예프 외곽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키예프/EPA 연합뉴스

 

개전 나흘째를 맞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강한 저항으로 인해 예상 외로 고전 중이라는 미 국방부의 평가가 나왔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26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우리가 관찰한 정보에 근거하면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러시아가 예상했던 것보다 크다. 우린 러시아가 특히 (수도 키예프를 노리는)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모멘텀을 얻지 못해 점점 더 좌절하고 있다는 신호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이 계속 작동하고 있으며, 자국 영공에 러시아 항공기가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가 개전 직전 우크라이나 주변에 배치했던 병력 15만명 가운데 가운데 절반 가량이 우크라이나로 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격전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는 키예프의 전황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지만, “오늘 상황으로 볼 때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어떤 도시도 장악했다는 신호가 없다”, “(하지만) 일부 러시아 정찰부대가 키예프에 진입해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러시아군이 이 브리핑이 있기 전 지난 24시간 동안 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구성된 250발의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전역에 쏟아 부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당국자는 “미사일 타격으로 인해 민간 시설과 주택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24일 새벽 개전 직후부터 수도 키예프를 직접 노리는 북부 전선, 무력 분쟁이 이어졌던 동부 전선, 2014년 3월 합병한 크림 반도에서 국경을 넘는 남부 전선에서 동시에 전격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수도 키예프를 포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의 저항 의지가 예상보다 강해 고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은 개전 초기부터 키예프에 전력을 집중하는 러시아의 움직임을 볼 때 이번 전쟁의 목표가 친 서방 정책을 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을 참수(전복)하고 친러 정권을 수립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항전을 거듭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26일 자신들이 3000여명의 러시아군을 사살했다고 밝혔지만, 진위를 판단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미국은 앞으로 동맹과 동반국들과 함께 서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위 지원을 신속히 해 나갈 예정”이라는 뜻을 재차 강조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앞선 25일 오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고 3억5000만달러(4200억원)의 방위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독일이 26일 분쟁지역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대전차 무기 1천정과 군용기 격추를 위한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500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기로 했다.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은 군용 헬멧 5000개뿐이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트위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환점으로 전 세계의 전후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에 맞서 방어하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적었다. 길윤형 기자

 

러 “우크라이나, 협상 거부”…우크라 “비현실적 조건 안돼” 맞서

 러 “25일 진격중지했다가 협상거부로 26일 재개” 주장

 우크라 “최후통첩식 수용못해”…미 “총구 들이댄 채 외교 안돼”

 

우크라이나 군인이 26일(현지시각) 키예프 바실키프 공군기지에서 임무를 하고 있다. 키예프/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협상 추진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거부했다”며 군사작전 재개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협상 조건이 비현실적”이라고 맞받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거부해 전쟁을 장기화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아에프페>(AFP)가 보도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어제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이 열리길 기대하면서 러시아군에 진격 중지를 명령했다”며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거부했기 때문에 오늘 오후 러시아군의 진격이 재개됐다”고 말했다.

 

전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협상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세르기 니키포로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협상 시간과 장소를 놓고 논의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정전과 평화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양쪽은 협상 장소를 둘러싸고 입장이 엇갈려 논의가 더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서 하자고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는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고 있다”며 거부하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거부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이날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우크라이나는 협상을 준비했지만, 러시아군이 공격 수위를 높이는 등 협상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행동은 우크라이나를 파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강요하려는 것일 뿐”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최후통첩이나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고문 올렉시 아레스토비치도 협상이 무산된 것은 러시아의 조건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중재자를 통해 전달한 조건은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우리를 항복시키려는 시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제안한 조건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의 협상 제안이 “총구로 위협하며” 외교를 하려는 시도라며 푸틴 대통령이 협상에 진지하다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군사행동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

 

“내가 필요한 건 피신이 아니라 탄약”…재평가 받는 젤렌스키

  수도 키예프에서 동영상 올리며 항전 의지, 국민 독려

  정치 경험 없는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비판 잠재워

 “살아있는 모습 마지막일 수도”…유럽에 도움 호소

 “우크라의 조지 워싱턴으로 역사에 남을 것” 평가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수도 키예프 시내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국민들에게 단합을 호소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트위터 화면 갈무리.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의 조지 워싱턴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미국 럿거스 대학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문가인 알렉산더 모틸 교수는 지난 26일 <엘에이 타임스>에 실은 기고에서 이렇게 적었다. 자신을 포함해 많은 전문가들이 정치 경험 전무한 코미디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4)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재앙일 것이라고 비판해왔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보여주는 모습이 기존의 평가를 뒤집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4일 전쟁이 시작된 뒤 수도 키예프에 남아 지속적으로 동영상과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건재를 확인시키면서 자국민에게 항전을 독려하고 전세계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면도도 하지 못한 초췌한 얼굴에 티셔츠 등 평상복 차림이다.

 

그는 지난 25일 밤(현지시각) 키예프 밤 거리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30여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데니스 슈미갈 총리 등 지도부 인사들과 함께 서서 “우리 모두는 여기에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켜내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키예프를 버리고 도망갔다는 허위정보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항전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는 26일 낮에도 키예프 시내에서 촬영한 동영상에서 “우리는 성공적으로 적의 공격을 저지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 수도에 꼭두각시를 세우길 원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우리의 영토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고 있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국민들 포함한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우크라이나로 돌아올 수 있는 이들은 모두 돌아와달라.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모두가 영웅이다”라고 호소했다.

 

미 정보 당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침공을 통해 우크라니아 정권 교체를 하려 하고 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제거 대상 1호로 꼽고 있다고 분석한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을 개시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비나치화’를 하나의 명분으로 내걸었는데,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 제거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치의 탄압을 받은 유대계 후손이며, 언어도 러시아어를 쓴다.

 

생명의 위협에 놓인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미국 정부는 피신을 권하면서 대피를 지원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그는 거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은 여기서 벌어지고 있다. 내가 필요한 것은 피신 차량(ride)이 아니라 탄약”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이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4일 밤 연설에서도 “적이 나를 첫번째 목표로, 내 가족을 두번째 목표로 삼고 있다”며 “그러나 나는 키예프에 있을 것이고, 가족도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와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이같은 태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전까지 보여온 혼선과 무기력과 대조된다. 그는 지난해 후반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에 병력을 증강하고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고 경고할 때, 위협이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러시아가 반대하는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합류 관련해서도 가입 의지를 강하게 밝히면서도 한편으로는 “꿈 같은 얘기일 것”이라고 하는 등 혼재된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하자 수도를 지키며 단단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면서 ‘재평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독립 언론의 편집장 올가 루덴코는 트위터에 “젤렌스키가 그동안 정말로 많은 나쁜 실수를 저질렀지만, 점점 자신이 국가를 이끌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적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저항 의사를 밝히는 한편 전세계에 ‘반러 연합’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그는 26일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국, 인도, 이탈리아, 폴란드, 터키, 조지아, 체코 등 외국 정상들과 통화하고 지지를 약속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개전 첫날인 지난 24일 유럽연합(EU) 정상들과 전화 회의에서 “이게 당신들이 내가 살아있는 모습을 보는 마지막일 수 있다”면서 서방의 적극적인 대응과 지원을 촉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는 러시아 시민들에게도 전쟁 반대 목소리를 통해 푸틴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5년 방영된 텔레비전 드라마 <국민의 종>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역사 교사에서 대중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돼 개혁 정치를 펴는 역할을 맡았다. 개혁적 이미지와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그는 2019년 대선에 출마해 70% 넘는 지지율로 당선됐다. 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계속되는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세력의 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했으나, 이제는 러시아의 대군을 서방의 간접 지원에만 의존한 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극한의 상황에 놓였다. 황준범 기자

 

유럽 각국 우크라 난민 수용…“15만명 국경 넘어”

 폴란드 11만명 이상, 몰도바·루마니아 2만6천명 이상

 유엔난민기구 “400만명 난민 발생할수도”

 

26일 우크라이나 난민 임시 쉼터로 제공된 루마니아 북동부 시레트에 있는 호텔에서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이 국경을 열어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다. 유엔(UN)은 우크라이나 인구 4400여만명 중 400만명이 난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폴란드 내무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각)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인 최소한 11만명이 폴란드로 들어왔다고 26일 밝혔다. 폴란드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오는 이는 여권을 소지하지 않은 경우에도 입국을 허가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폴란드 남동부 국경 마을인 메디카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서부 출신 헬레나(49)는 국경을 넘는 데 24시간이 걸렸다며 “지옥이었다”고 말했다고 <알자지라>는 27일 전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인 100만명 이상이 살고 있는 나라이며, 전쟁 발발 뒤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가장 많이 향하는 국가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전쟁 발발 뒤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15만명가량으로 추정하는데 3분의 2 이상이 폴란드로 간 셈이다. 유엔난민기구는 상황이 악화되면 400만명이 난민이 되어 우크라이나를 떠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난민 대부분은 여성과 아이들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가총동원령을 내리고 18~60살 남성은 출국을 금지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프랑스 일간지 <웨스트 프랑스>에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인들 수만명 아니 수십만명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26일 말했다. 폴란드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출신 난민의 급격한 유입을 막기 위해 장벽을 건설 중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럽 다른 국가들도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에 나섰다. 유럽에서 가장 난민에 대해 부정적인 지도자로 꼽히는 빅토로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우크라이나 시민과 합법적 우크라이나 거주민은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26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우크라이나 서부와 국경을 접한 헝가리로 들어온 우크라이나인은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서부에는 헝가리계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고, 이들이 주로 헝가리로 가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남쪽과 국경을 맞댄 몰도바와 루마니아로 각각 1만6000여명과 1만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들어갔다고 <라디오 프리 유럽>이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지 않은 독일에도 폴란드 등을 경유해 온 우크라이나 난민 일부가 도착했다. 독일 정부는 독일로 온 우크라이나 난민 숫자가 아직 소수이지만 앞으로 숫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대비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