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부정하려 했던 고통스런 결론"

"이스라엘군 행위는 전쟁 아닌 학살"
대다수 홀로코스트 학자들의 '침묵'

"이스라엘 도덕적·역사적 신뢰 고갈"
"인종 분리 독재 국가 깊이 우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인민을 상대로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 피할 수 없는 내 결론이 됐다. 시온주의 가정에서 자라나 내 인생의 첫 절반을 이스라엘에서 보냈고, 이스라엘 국방군(IDF)에서 사병과 장교로 복무했으며, 경력 대부분을 전쟁 범죄와 홀로코스트 연구와 집필에 쏟아온 내게 이는 어떻게든 오랫동안 부정하려 했던 고통스러운 결론이었다. 그러나 사반세기 동안 난 제노사이드를 가르쳐 왔고 제노사이드를 보면 알 수 있다."

 

오메르 바르토프 미국 브라운대 교수. [출처. 브라운대 홈피]

 

유대인 제노사이드 학자 바르토프 "이스라엘, 가자에서 제노사이드"

 

미국 브라운대의 오메르 바르토프 교수(홀로코스트‧제노사이드학)는 '나는 제노사이드 학자다. 그것을 보면 나는 안다'란 15일 자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2023년 10.7 하마스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보복을 구실로 삼아 22개월째 가자지구 주민을 상대로 자행하는 무자비하고 무차별적 군사 공격과 살해, 강제 이주 행위와 관련해 이렇게 밝혔다.

 

바르토프의 관점은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었다. 10.7 공격 한 달 후엔 가자에서 이스라엘군이 벌인 행동은 전쟁 범죄이며 반인도적 범죄도 될 수 있다고 봤지만, 인류 최악의 범죄인 제노사이드까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노사이드로 생각이 바뀐 건 작년 5월경이었다.

 

바르토프는 "2024년 5월 IDF는 라파에 피란한 약 1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주거시설이 없는 해안 마을 마와시로 이동하라고 명령한 뒤 라파 대부분을 파괴하기 시작해 8월경 다 마쳤다"면서 "그때쯤엔 IDF 작전의 패턴들이 하마스 공격 이후 '제노사이드 의도'가 담긴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발언과 맞아떨어진다는 점을 더는 부인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스라엘군이 17일 봉쇄된 가자 지구를 폭격한 직후 파괴된 건물들 위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5. 07. 17 [AFP=연합]

 

"어떻게든 부정하려고 했었다,
유대인 학자론 고통스런 결론"

 

일례로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 지상 침공을 앞둔 2023년 10월 27일 "이제 가서 아말렉(가나안 남쪽 네게브 사막지대에 살던 고대 유목민족)을 공격하고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완전히 멸하고 남자와 여자와 어린이와 젖 먹는 아이, 소와 양과 낙타와 나귀를 모두 죽여라"(사무엘 상 15장 3절)라는 구약성서 구절을 인용해 충격을 주었고, 당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 고위 인사들은 "인간 짐승들" "절멸" "완전 봉쇄" 등의 극단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1948년 '유엔 제노사이드 범죄의 방지‧처벌 협약'에 따르면, '제노사이드'는 "통상 국민적,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집단을 전부 또는 일부 파괴할 의도"에 의해 규정된다. 따라서 제노사이드라고 판단하려면 '의도'를 확인하고 그 의도가 '실행'됐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에 바르토프는 "이스라엘의 경우 그 의도는 많은 관리와 지도자가 공개로 표명했지만, 이런 지상 작전 패턴들에서도 그 의도가 드러났다"며 "IDF가 가자 지구를 체계적으로 파괴할 때인 2024년 5월경에는 이런 패턴이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정권은 지금까지 제노사이드는 물론, 전쟁 범죄나 반인도적 범죄마저 철저히 부인하고 있다. IDF가 곧 폭격할 지역의 민간인을 소개할 때 미리 경고했고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활용한다고 주장하면서 적법하게 작전해왔고 강변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4일 예루살렘의 크네세트(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 07. 14 [로이터=연합]

 

바르토프 "이스라엘군 가자 공격,
전쟁 아니라 일방적 제노사이드"

 

가자에선 주거시설뿐 아니라 공공건물, 병원, 대학교, 초중고 학교, 모스크, 문화 유적지, 정수 시설, 농경지, 공원 등 다른 인프라들에 대한 체계적 파괴가 자행됐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조사에 따르면, 가자 건축물 전체의 최대 70%에 달하는 약 17만4000채의 건물이 파괴되거나 손상됐다. 가자 보건 당국에 따르면 5만8000명 넘게 살해됐고, 이 중 1만7000명 이상이 아동이고, 전체 사망자의 약 3분의 1에 이른다. 2000 가족 이상이 전멸했고, 5600 가족 이상이 생존자가 한 명뿐이었다. 또한 13만8000명 넘게 부상하거나 불구가 됐고, 최소 1만 명이 건물 잔해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로 가자 참상을 '전쟁'으로 부르지만, 잘못된 명칭이란 게 바르토프의 견해다. 지난해 IDF는 조직된 군사 조직과 싸운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 IDF는 뭣보다 먼저 (가자에서의) 파괴와 인종 청소 작업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18일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이 깨진 후 IDF는 전 가자 주민을 가자의 25%에 해당하는 가자시티, 중부 난민 캠프, 남서부 해안의 마와시에 몰아넣었다. 그동안 미국 제공의 수많은 불도저와 엄청난 양의 폭탄들을 활용해 다른 75% 지역의 모든 구조물을 파괴했다.

 

게다가 구호품 배급 지점을 최소한으로 지정해 식량을 구하고자 필사적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죽고 기아 위기는 깊어지고 있다. 지난 7일엔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이 IDF는 라파의 폐허 위에 "인도주의 도시"를 세우고 마와시 피란민 60만 명을 우선 거주시키면서 국제기구의 구호 제공은 허용하되 다른 지역 이동은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예드바브네 유대인 학살을 추모하는 폴란드 기념비 근처에 새로운 명판들이 보인다. 이 명판들은 "범죄는 현지 폴란드인이 아니라 독일 평정 부대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5. 07. 10 [AFP=연합]

 

대다수 홀로코스트 학자들의 '침묵'
"이스라엘 도덕적·역사적 신뢰 고갈"

 

이에 바르토프는 "일부에선 이런 작전을 '제노사이드'(genocide)가 아니라 '인종 청소'(ethnic cleansing)라고 묘사하지만 두 범죄 간에 연결 고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인종 집단이 갈 곳이 없고 끊임없이 소위 이 '안전지대'에서 저 안전지대로 쫓겨나고 집요하게 폭격과 굶김을 당하면 인종 청소는 제노사이드로 변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가 2차 대전 때의 홀로코스트(유대인 집단학살)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추방 시도에서 비롯됐지만, 유대인 집단학살로 끝났다는 것이다.

 

제노사이드가 전쟁 범죄, 반인도적 범죄 등 다른 국제법상 범죄와 구별되는 중요한 지점은 제노사이드는 '집단 차원'의 사람들을 살해함으로써 '그 집단'이 정치적, 사회적 또는 문화적 실체로서 재구성될 수 없도록 영구히 파괴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바르토프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전쟁 범죄, 반인도 범죄, 인종 청소 또는 제노사이드를 저질렀다고 보는 홀로코스트 학자는 몇 명에 불과한다"며 '다수의 침묵'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침묵은 '다시는 안 된다'(Never again)란 구호를 조롱하고, 그 의미를 어디서 자행되든 그것(홀로코스트)에 저항하겠다는 적극적 주장을 과거 자신들이 겪었던 희생을 들먹이며 타인을 파괴하는 것에 대한 변명, 사과, 나아가 백지위임장으로 변질시킨다"고 개탄했다.

 

바르토프는 "이스라엘은 문자 그대로 가자에서 팔레스타인 존재를 말살하려 하고, (요르단강) 서안에서 갈수록 더 많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력을 행사함에 따라 그 유대 국가가 여태껏 확보해왔던 도덕적이고 역사적인 신뢰는 이제 고갈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은 또다른 '홀로코스트'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는 이스라엘은 그동안 자신의 적들을 모두'나치'로 묘사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극우 유대 광신 성향의 네타냐후 정권 시각에선 하마스는 물론이고 모든 가자 주민, 앞으로 성장해 전사가 될 영아들까지 '나치' 범주에 들어간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16일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가자지구 내의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5. 07. 16 [AP=연합]

 

"네타냐후 이스라엘, 파괴의 길 고집
아파르트헤이트 독재 국가 깊이 우려"

 

바르토프는 이스라엘의 가자 제노사이드 비판을 "반유대주의적"(anti-semitic)란 비난은 제노사이드 연구의 토대를 훼손하고 부정주의와 면죄부 정치에 길을 열어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홀로코스트의 잿더미에서 파생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이스라엘의 도덕성이 불가피하게 붕괴됨에 따라 이스라엘의 미래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라고 묻고는 이스라엘 지도자와 시민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파괴의 길을 고집하고, 아마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권위주의적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국가로 나아갈까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바르토프는 "과거 수십 년간 홀로코스트 연구와 기념이 대변했던 건 모든 인간의 존엄과 법치 존중, 그리고 비인간성이 사람의 마음을 장악하고 안보, 국익, 단순 복수를 이유로 국가의 행동을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절박한 필요였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이 매우 어두운 터널 끝의 유일한 빛은 아마도 이스라엘의 새 세대가 홀로코스트의 그늘에 숨지 않고 미래를 직면할 가능성이다"라면서 "이스라엘은 비인도적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홀로코스트로 퇴보하지 않고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이유 기자 >

긴급 시국 성명…관세 폭탄·천문학적 방위비 규탄

"트럼프, 한국 주권 짓밟는 현실 충격"
한국의 대중국 전초기지화 "가장 우려"

함세웅 "차라리 미군 없이 우리가 지켜"
원칙 있고 결기 있는 대미 협상 촉구

 

"약육강식이 판치는 동물의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짓을, 동맹국이자 자주 독립국인 대한민국을 상대로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원로들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젊은 세대를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공정한 처사를 단호하게 거부할 것을 선언합니다."

 

시민사회 원로들은 제헌절인 1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클럽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부당한 행태를 비판하고 '빛의 혁명'을 통해 탄생한 이재명 대통령 정부에 원칙 있는 대미 협상을 촉구하는 내용의 시국 성명을 발표했다. 2025. 07. 17 [출처. 통일뉴스]

 

시민사회 원로 10인 긴급 시국성명

"미국, 진정한 동맹인지 되묻는다"

 

평생을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해온 시민사회 원로 10인이 고율의 관세를 무기로 동맹국을 협박하고 천문학적 방위비 인상, 막대한 주한미군 주둔비 증액을 통해 한국의 대중국 전초기지화 의도를 노골화하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행태를 두고 볼 수 없다면서 긴급 시국 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다.

 

시민사회 원로들은 제헌절인 1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클럽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부당한 행태를 비판하고 '빛의 혁명'을 통해 탄생한 이재명 대통령 정부에 원칙 있는 대미 협상을 촉구하는 내용의 시국 성명을 발표했다. 회견에는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김중배 전 문화방송 사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상근 목사, 함세웅 신부, 황석영 작가, 정세현 한국통일협회 이사장,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 이부영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행사에서 펜타닐 처벌 강화법안에 서명한 후 자리를 뜨고 있다. 2025. 07. 16 [UPI=연합]

 

"트럼프, 한국 주권 짓밟는 현실 충격"
관세 폭탄·천문학적 방위비 증액 규탄

 

먼저 오늘날 한국의 번영에 미국이 크게 공헌해온 점을 강조한 이들은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주권을 짓밟고 있는 현실에 직면하여 충격에 빠져 있다"면서 "대한민국의 존립 기반인 먹고사는 문제뿐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까지 '미국 우선주의를 위한 위협과 흥정' 대상으로 삼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원로들은 25%의 관세 폭탄을 앞세운 미국의 강압은 자동차, 반도체, 농축산물 등은 물론 검역과 수입 제한 조치 철폐까지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명백한 위반으로 "동맹국은 가난하게 만들고 자국 이익만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이런 요구가 관철되면 대한민국 경제는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핵심 산업은 주저앉고 식량 주권은 무용지물이 되며, 노동자·농민의 생존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올해의 9.7배인 100억 달러(약 13조 7천억 원)를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내고, 국방비는 GDP(국내총생산)의 5%로 올리라고 압박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위협을 하는 트럼프의 행태에 "한국에 필요하지 않은 미국의 무기를 더 사라는 강매 행위"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한국을 부유한 나라라고 언급하면서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한국은 미국에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9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차량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2025.7.9 연합

 

한국의 대중국 전초기지화 "가장 우려"
함세웅 "차라리 미군 없이 우리가 지켜"

 

특히 원로들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국방비의 천문학적 인상 요구에 대해 "한국의 의사는 무시하고 오로지 자국 이익을 위해 한국을 중국 견제 및 미·중 대립의 전초기지로 만들려는" 시도와 관련된 것으로 봤다.

 

이들은 "외세의 충돌로 인해 나라를 잃고 분단과 전쟁이라는 끔찍한 참화를 겪었던 한국 국민이 가장 우려할 만한 일"이라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방위비 분담금과 국방비 대폭 증액으로 초래될 고통과 비극을 감내하느니 차라리 미군 없이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키겠다'라는 열망이 커질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원로들은 "지금의 미국이 과연 이제까지의 미국인지 강하게 의심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주권을 존중하며 호혜 평등과 선린우호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진정한 동맹인지를 되묻고 있다"면서 "3.1 독립선언을 통해 우리나라가 독립국이고 우리는 자주민임을 선언한 바 있는 대한국민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는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7.15 연합
 

'원칙과 결기' 있는 대미 협상 촉구
"이재명 정부, 국민 믿고 당당하게"

 

끝으로 이들은 '빛의 민주주의 혁명'을 통해 탄생한 이재명 정부에게 △ 주권자인 국민을 믿고 경제와 안보 주권을 당당하게 지켜내라 △ 미국의 부당한 관세 협박에 굴하지 말고 원칙에 기초한 실용 외교 지침대로 결기 있게 나가라 △ 안보 분야의 대미 협상에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견지하라 △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제사회의 다른 국가들과 연대해 미국의 압박에 대처하라 △ 주권자인 국민에게 협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적 합의를 구축하여 협상에 임하라 등의 5가지 대미 협상 원칙을 촉구했다.

 

한편, 마지막 발언에 나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고문인 함세웅 신부는 "국민 모두가 단호하게 미국의 요구를 반대해야 한다"면서 "차라리 미군 없이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키겠다는 게 우리의 선언이다"라고 말했다.< 이유 기자 >

 

18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주한미군 순환배치 여단 임무교대식에서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놓여 있다. 미 4사단 1스트라이커여단(레이더 여단)은 한반도에서 임무를 수행했던 미 7사단 1스트라이커여단(고스트 여단)과 교대해 9개월 간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운용한다. 2026. 06. 18 연합
 

[한국 시민사회 원로 성명 전문]

"이재명 정부는 원칙 있는 대미 협상에 나서라"

우리 한국 국민은 미국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오랫동안 공헌해왔으며 유엔, 가트와 세계무역기구 등 미국이 구축해놓은 자유 국제주의 질서 덕분에 한국이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다는 것을 당연히 인정해왔습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주권을 짓밟고 있는 현실에 직면하여 충격에 빠져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존립 기반인 먹고사는 문제뿐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까지 '미국 우선주의를 위한 위협과 흥정' 대상으로 삼고 나섰습니다.

약육강식이 판치는 동물의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짓을, 동맹국이자 자주 독립국인 대한민국을 상대로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원로들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젊은 세대를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공정한 처사를 단호하게 거부할 것을 선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8월 1일부터 한국산 모든 제품에 25%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이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명백하게 위반한 행위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두 나라는 대부분의 시장을 개방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거의 모든 미국산 품목에 대해 0%대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유무역협정 미체결국과 비슷한 정도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트럼프의 관세 폭력이 단순한 무역 조치가 아니라 '동맹국가를 가난하게 만들면서 자국 이익만 챙기겠다는(Beggar Thy Neighbor policy)' 1930년대의 파행적 보호주의 행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관세 폭탄을 앞세운 미국의 강압은 자동차, 반도체, 농축산물 등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검역 및 수입 제한 조치의 철폐까지 강요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요구가 관철되면 대한민국 경제는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핵심 산업은 주저앉고 식량 주권은 무용지물이 될 것입니다. 노동자·농민의 생존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만 그치지 않고 안보 분야까지 흥정 대상으로 올려놓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100억 달러(약 13조 7천억 원)를 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무려 올해보다 9.7배나 인상된 액수입니다. 주한미군 주둔비용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처럼 이미 두 나라 간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통해 2026년부터 매년 1조 5,192억원을 부담하기로 합의한 상태입니다. 이는 2025년 대비 8.3% 증가한 금액입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걸 무시하고 한국을 무임승차국으로 오도하는 가짜 뉴스를 공공연히 퍼뜨리면서 돈을 내지 않으면 미군 감축이나 철수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입니다. 국방비 증액 요구도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심지어 한국의 방위비를 국내총생산의 5%로 올리라는 요구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자신의 국방비도 국내총생산의 5%에 미치지 않는 3.5%에 그치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국방비를 얼마 쓸 것인가 하는 문제는 주권국의 결정 사항일 뿐만 아니라,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국방비(국내총생산의 2.3%)를 지출하는 처지입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무리한 국방비 증액 요구는 한국에 필요하지 않은 미국의 무기를 더 사라는 강매 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구나 미국은 주한미군을 한국의 방어를 위해 주둔하는 병력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지키는 군대, 즉 중국 견제를 위한 전력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대만해협 위기가 발생할 때 주한미군의 직접 개입뿐 아니라 한국군의 연루 가능성까지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한국의 의사는 무시하고 오로지 자국 이익을 위해 한국을 중국 견제 및 미·중 대립의 전초기지로 만들려고 하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및 국방비의 폭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외세의 충돌로 인해 나라를 잃고 분단과 전쟁이라는 끔찍한 참화를 겪었던 한국 국민이 가장 우려할 만한 일입니다. 시민들 사이에서 "방위비 분담금과 국방비 대폭 증액으로 초래될 고통과 비극을 감내하느니 차라리 미군 없이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키겠다"라는 열망이 커질 게 분명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결정적으로 해치는 일을 자행하면서도, 한국의 주권과 자존심을 전혀 무시하고 있습니다. 주권국으로 이뤄진 국제사회는 크고 작은 국가는 있을지언정 높고 낮은 나라는 없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한국 국민은 트럼프의 변칙적인 행동을 지켜보면서, 지금의 미국이 과연 이제까지의 미국인지 강하게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주권을 존중하며 호혜 평등과 선린우호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진정한 동맹인지를 되묻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6년 전 3.1 독립선언을 통해 우리나라가 독립국이고 우리는 자주민임을 선언한 바 있는 대한국민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는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강하게 규탄합니다. 아울러 '빛의 민주주의 혁명'을 통해 탄생한 이재명 정부에게 다음 사항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 이재명 정부는 주권자인 국민을 믿고 경제와 안보 주권을 당당하게 지켜낼 것을 촉구한다.

- 미국의 부당한 관세 협박에 굴하지 말고 원칙에 기초한 실용 외교 지침대로 결기 있게 나 가야 한다.

- 안보 분야의 대미 협상에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견지하라.

-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제사회의 다른 국가들과 연대해 미국의 압박에 대처하라.

- 주권자인 국민에게 협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적 합의를 구축하여 협상에 임하라.

2025년 7월 17일

임동원(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전 통일부 장관)

김중배(전 문화방송 사장)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 창작과비평 명예편집인)

김상근(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시국회의 상임대표)

함세웅(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

황석영(작가)

정세현(한국통일협회 이사장, 전 통일부 장관)

신인령(전 이화여대 총장)

문정인(한겨레 통일문화재단 이사장, 연세대 명예교수)

이부영(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특검, 김건희 집사 적색수배…삼부토건 실세 도주

"특검 기간만큼은 피하자" 제3국으로 도피한 듯…
"평소 묻어놓은 돈 처리 위해 싱가포르 갔을 수도"

 

전직 대통령 윤석열(65) 부인 김건희(53) 씨가 21대 대통령 선거가 열린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제3투표소에서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5.6.3 [공동취재] 연합
 

윤석열 부인 김건희 씨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건희 '집사'로 지목된 김예성(48) 씨가 해외 도피 중이라며 인터폴 적색수배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특검 수사 기간이 최대 150일만인 만큼, 김 씨의 도주는 특검 기간 수사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검팀의 신속한 신병 확보가 요구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문홍주 특검보는 17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어제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즉시 지명수배했고, (이날) 외교부를 통한 여권 무효화와 경찰청을 통한 적색수배 절차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문 특검보는 "베트남에서 3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보이는 김 씨는 즉시 귀국해 수사에 협조하기 바란다"며 "출국금지 (조처) 때문에 지난 달 20일 베트남 호찌민으로의 출국에 실패하고 강남 모처에 잠적 중인 것으로 보이는 김 씨 처(妻) 역시 특검에 소재와 연락처를 밝히고 자진 출석해 조사받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뒤 종적을 감추고 특검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특검팀은 김씨가 이달 초 자녀들까지 베트남으로 출국시킨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사전에 도주를 치밀하게 준비한 흔적으로 읽힌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씨가 최근 베트남에서 태국 등 제3국으로 옮겨갔다는 설이 나온다. 최종 목적지가 싱가포르라는 소문도 있다. 특검팀은 김 씨의 신병을 파악해 국내로 송환하는데 2~3주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유튜브 채널 민들레TV <위클리 민들레>에 출연해 "(김 씨가) 도주하는 이유는 딱 하나"라면서 "특검은 시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한까지는 버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교수는 '1도 2부 3빽'(형사 사건에 연루되면 먼저 도망가고, 만약 잡히면 부인하고, 앞뒤 가라지 말고 연줄을 찾아서 '빽'을 써라)라는 법조계 은어를 인용하면서 "일단 목표는 이 특검 기간만큼은 피하자, 이게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 2025.7.17. 민들레tv 유튜브 화면 갈무리

 

아울러 신 전 교수는 "조세 회피처인 바하마, 버진아일랜드, 케이만군도 등도 있지만, 부자들이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 많이 갔던 나라가 싱가포르"라며 "애들 교육도 많이 보내고, 말레이시아랑 차로 많이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하니까 싱가포르 이런 데를 목표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신 전 교수는 "평소 갖다 묻어놓은 돈이 있다고 추정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싱가포르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육로나 밀항은 워낙 광범위하게 그동안 많이 써먹었던 수법들이라, (도주) 노하우가 다 있고 에이전트(대리인)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씨보다) 훨씬 큰 세력들은 아직까지도 안 돌아오고 안 잡히고 있다"면서 "이 사람들은 (도주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집사 게이트'는 김건희 씨와 친밀한 관계인 김예성 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까지 가진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옛 비마이카)가 2023년 카카오모빌리티 등으로부터 184억원을 투자받고, 이 가운데 차명회사를 통해 46억원어치의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이기훈 웰바이오텍 회장 겸 삼부토건 부회장. 연합
 

한편 문 특검보는 "오늘 오후 2시 10분에 이기훈 웰바이오텍 회장(겸 삼부토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됐었는데 출석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며 "심사에 변호인만 출석했는데 그도 이 회장의 소재를 모른다고 하는 것 같다. 사고 등 상황이 발생했다면 법원에 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삼부토건 전현직 임원들과 2023년 5~6월쯤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주가를 띄운 후 보유 주식을 매도해 수백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삼부토건 전현직 회장의 지분 승계 실무를 맡고 포럼 참석 과정을 주도한 '그림자 실세'로 지목됐다.    < 김성진 기자 >

부정선거 음모론자 모스 탄 접견 금지
처음 특검 공개비판 하며 강하게 반발

 
(왼쪽)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7월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오른쪽)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 일부.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페이스북 갈무리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론자인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 미국 리버티대 교수와의 접견을 내란 특검팀이 불허한 것을 두고 “악의적이고 어리석다”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은 16일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대독한 옥중 편지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편지는 앞서 탄 교수가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 차원으로 윤 전 대통령의 육성을 변호인단이 대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특검 수사를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은 편지에서 “갑작스러운 내란 특검의 접견 금지 결정으로 만나지 못해 아쉽다”며 “어제 교정 당국과 이미 접견 약속을 잡았는데도 저와 탄 교수의 만남을 막으려고 전격적인 접견금지명령을 내린 것은 악의적이고 어리석은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기소 시점까지 가족과 변호인을 제외한 이들의 접견을 금지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학 교수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 전한길 뉴스 유튜브 갈무리,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탄 교수가 부정선거론자라는 점에서 오히려 윤 전 대통령의 접견 결정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크다. 탄 교수는 미국 민간단체 ‘국제선거감시단’ 활동을 하며 최근 한국 선거는 부정선거였고, 중국 공산당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반복해 온 인물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삼았던 윤 전 대통령이 특검 수사는 거부하면서 부정선거론자는 만나며 반성 없는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편지에서 “최근 재구속돼 하루하루의 일상과 상황이 힘들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의 3평(9.9㎡)에 조금 못 미치는 2평대 독방에서 생활 중이다. 에어컨은 없고 선풍기는 있다.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재구속된 뒤 보인 행보와 관련해 “반성하거나 책임지는 모습이 없다. 늘 보면 왜곡된 시선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거나 남 탓을 한다”며 “법적으로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왜곡하고 선전하고, 다시 극우적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방법을 취해왔는데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심우삼 기자 >

 

                             윤석열의 옥중 편지 일부.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페이스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