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성경 요나서에는 박넝쿨의 이야기가 있다. 요나 선지자는 하나님께서 니느웨 성에 가서 복음을 전하라고 하였으나 그는 민족 선지자로 차마 갈 수가 없었다. 그는 적진 나라가 잘되는 것이 자신의 나라에 불리하다는 편협한 생각에 다시스로 도망을 간다. 가는 도중 풍랑을 만나게 되며 제비를 뽑아 결국 바다에 던짐을 받았으나 하나님은 큰 고기를 준비하여 그로 하여금 회개하고 다시금 니느웨에 가서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복음을 들은 왕은 온 백성과 짐승으로 하여금 베웃을 입고 회개하므로 요나는 기뻐하기 보다는 자신의 나라의 불이익을 생각하며 나라가 망하기를 박넝쿨 아래에서 기다린다. 그러나 햇빛으로 인하여 박넝쿨이 시들게 되므로 뜨거운 태양 아래서 불평을 할 때에 하나님은 네가 심지않은 박넝쿨도 사랑하는데 하물며 온 백성을 아끼는 것이 합당치 않느냐고 반문하신다.


나는 지난해 뒷마당에 호박 씨앗을 심고 물을 주어 잘 자란 아름다운 토종 호박 몇 덩어리를 추수 감사절에 하나님의 전에 감사 예물로 드렸다. 열매가 얼마나 큰지 모두가 호박 농사를 잘 지었다고 칭찬을 들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은 호박 넝쿨이 담을 타고 열매가 열렸을 때에 잘 크도록 받침대를 놓아두었더니 얼마나 더 크게 잘 자라는지…. 올해는 그냥 담 주변에 줄을 쳐 주었는데 호박 넝쿨은 신기하게도 줄을 따라 나날이 뻗어가며 주렁주렁 열렸다. 그런데 호박이 작년만큼 크지는 않는 것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더 클 수 있는 받침대가 없었던 것이다. 미물인 채소도 자신의 넝쿨에 비례해 어느 정도 계산을 해서 열매인 호박을 키운다는 사실이다, 호박이 넝쿨에 비해 너무 크면 모든 줄기가 다 끊어지지 않겠는가. 하찮은 호박도 열매를 계산하여 그 크기를 조절하는 것 같아 신비로움을 새삼 느꼈다. 그렇다고 거름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이 했다고 생각하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가 보았다. 하지만 올해는 호박 크기가 작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엣 선조들이 지붕에 올라간 호박이나 박에 받침대를 해준 이유를 그제야 알아채고 놀란다. 더 크게 결실하도록 손을 쓴, 식물인 호박의 습성을 잘 아는 참 지혜였음을 깨닫게 해준다. 농부가 식물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소출이 좌우되므로 생각과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이런 말이 생각난다. ‘밭에 있는 곡식은 농부의 발자국을 들으면서 자란다’ 는.


요사이 목축을 하는 분들은 소나 젖소의 우사에 음악을 들려주면 더 잘 자라고 젖도 더 많이 생산된다고 한다. 말 못하는 식물도 동물도 주인이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현저히 달라짐을 새삼 느끼게 된다.
식물의 세계를 바라보면서도 하나님의 무한한 지혜와 능력을 깨닫게 되고 또 나 자신에게 주는 말없는 언어를 읽게 된다. 그렇다. 무어라는 신학자는 “자연은 하나님의 상형문자”라고 했다. 사물을 바라보면서 주는 의미를 깨닫는 것이다. 마치 솔로몬 왕이 하나님이 숨겨준 보물을 인간이 찾아내는 보물찾기와 같다고 한 것처럼 말이다. 초등학교 시절 봄과 가을 소풍에 빠지지 않는 놀이가 있다면 보물찾기다. 찾는 자의 기쁨은 말 할 수 없이 즐겁고 기쁜 일이 아닌가?


호박아, 너도 주인에게 사랑받는 더 큰 호박으로 거듭나고 싶다고, 볼 때마다 느끼게 하는구나, 자신을 땅에 심어준 농부의 마음을 헤아려 주렁주렁 열린 큰 열매로, 심어준 자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는 너의 간절한 소원을 읽게 하는구나. 오늘도 호박을 바라보면서 그래, 내년엔 꼭 더 클 수 있도록 거름도 많이 주고 꼭 받침대를 해주겠다고, 네가 주는 아름다운 모습과 지혜에 새삼 약속을 다져본다.

< 안상호 목사 - 동산장로교회 담임목사 >



[1500자 칼럼] 소나기

● 칼럼 2015. 8. 28. 13:08 Posted by SisaHan

오늘 아침 신문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끈다. <지구촌, ‘보트 피플’로 몸살>, 이 기사 제목은 오래 전에 잊혀진 무덥던 여름 한 자락으로 나를 이끈다. 돌이켜보니 겁이 없었던 젊은 날에 남긴 에피소드의 하나이지 싶다.
 
그날 우리는 피서 겸 지인을 만날 계획을 했었다. 개학을 앞둔 내 아이들과 가까운 친구 가족이 함께 어울려 심코 호수 쪽으로 향했다.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지인의 가게는 휴가철인만큼 정신 없이 바빴다. 먼 길을 달려왔지만 우리를 위해 그의 생업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대신 모터 보트를 빌려 시원한 뱃놀이에 나섰다.
호수 물빛을 닮은 푸른 하늘은 티 없이 맑은 얼굴이었다. 힘차게 밀려왔다 하얗게 부서지는 짙푸른 파도는 무더위에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달래줬다. 온갖 걱정과 근심이 물거품과 함께 저절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호숫가에 즐비한 커티지들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요정의 집처럼 신비로웠다. 같은 나이 또래의 아이들 넷은 오랜만에 보트를 탄 즐거움으로 신바람이 나서 재잘거렸다. 문득 잠시 올려다 본 하늘빛이 전과 같지 않은 느낌이었고, 그 위로 간간이 회색 구름이 몰려들고 있는 듯도 하였다. 그러나 마냥 즐거웠던 우리는 무작정 호수 한가운데를 향하여 계속 모터 보트의 속력을 냈다.


어쩌다 보니 호수 위에 나뭇잎 하나가 떠있듯 우리의 보트가 호수 중앙에 오롯이 떠있는 게 아닌가. 와락 두려움이 일기 시작했다. 호숫가에서 바라볼 때보다 그 크기가 엄청나게 컸던 것이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우리 인간은 지극히 미약한 존재임을 절실하게 느끼는 순간, 시나브로 주위가 어두워지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졌다. 뱃놀이에 팔린 우리는 순식간에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아차 하는 순간에 소나기가 세차게 퍼붓기 시작했다. 사전에 아무 준비없이 무작정 보트를 탔던 우리는 몹시 당황했다. 수영도 못하는 어른들과 구명 조끼조차 입지 않은 아이들로 안전수칙 제로였으니 말이다. 별 수 없이 최대한 빠른 속도로 호숫가로 돌아나가야 했다. 허나 세찬 빗줄기로 인해 속도가 붙지 않았다. 짧은 여름 옷차림의 아이들은 추위에 웅크린 채 겁에 질려 떨고만 있었다. 무엇보다도 시간을 오래 끌수록 보트 안으로 물이 차올라 가라앉을 것만 같았다. 놀란 두 가장(家長)은 필사적으로 보트를 운전하고, 나는 아이들이 동요하지 않게 보살폈다. 얼마 후, 그렇게 멀어 보이기만 하던 호숫가의 커티지 근처로 무사히 접근할 수 있었다.


멀리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노부부가 손짓을 했다. 막상 보트를 어디에 대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우리에게 자기집 보트가 매어 있는 덕(dock)으로 오라는 표시였다. 갈수록 더욱 거세진 빗줄기에 온 몸을 적시며 겨우 보트를 안전하게 정착시켰을 때는 모두 기진맥진하고 말았다. 흠뻑 젖은 우리를 집안으로 끌어들이며 마른 수건을 건네준 친절한 노부부는 구식 스토브에 물을 끓였다. 아이들에게는 핫 초컬릿을, 어른들에게는 향이 은은한 커피를 대접했다. 어느 정도 긴장과 추위에서 벗어난 우리에게 그들은 상냥하게 물었다.
“당신들은 어디에서 왔나요?”
“우리는 토론토에서 왔습니다. 잠시 이곳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보트를 빌려 탔지요. ” 그 대답을 들은 노부부는 활짝 웃었다.
“우리는 당신들을 ‘보트 피플’로 생각했어요.” 하는 게 아닌가.
당시는 베트남 전으로 발생한 ‘보트 피플’이 세계적 이슈가 되었던 때이니 당연한 상상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날 우리들의 비에 젖은 몰골이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노 부부의 집을 나서니 어느 새 강한 햇살이 뜨겁게 내려 쬐고 있었다. 거짓말처럼 온 세상이 소나기 퍼붓기 전 그대로였다. 그토록 풍랑이 일고 파도가 치던 호수도 잔잔하기 그지 없었다. 인생 여정에서 맞닥뜨리는 삶의 소나기도 그렇게 후딱 지나가 버리고 만다. 갑작스레 만날 땐 버겁고 괴로워 죽을 것만 같다가도 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님을 깨닫게 된다. 비록 작은 상처와 흔적을 남긴다 해도 돌아보면 한결 영롱한 빛으로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성장의 기회였지 싶다.
그 여름의 억센 소나기가 홀연히 떠오른 날이다.

< 원옥재 -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원, 전 회장 >



TFSA와 유산계획

지난 2009년에 도입된 TFSA(면세저축계좌)는 그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제는 캐나다의 가장 대표적인 절세 및 저축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투자 가능한 금액도 최근까지 3차례나 변경되어 도입 후 4년간 5천 달러에서 2013년부터는 5,500달러로 늘어났고, 다시 금년부터는 1만 달러로 증액되어 1인당 최대 4만1천 달러, 부부 8만2천 달러까지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이 면세저축계좌는 명칭의 오류로 인해 한동안 은행저축으로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여 올바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먼저 고려하는 저축투자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이 TFSA(Tax Free Savings Account)가 절세수단이라는 본연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수시로 필요할 때 찾아 쓰는 단기예금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많아 올바로 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TFSA의 저축이나 인출규칙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은 정보가 알려져 있지만 TFSA와 관련한 중요한 사항의 하나인 유산상속 등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여기서는 사망 시에 어떻게 하면 경제적으로 TFSA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우리가 TFSA투자자산을 갖고 있다면 사망 시 세금을 줄이고 자산을 이전하기 위해 유산상속관련 규칙들과 사례들을 살펴보고 현재의 TFSA투자나 저축이 적절하게 되어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유산상속과 관련하여 초기 TFSA계약서들은 올바른 양식을 갖고있지 않은 경우도 있고, 지방에 따라서도 TFSA에 관한 법이 다르기 때문이다.먼저, TFSA자산을 사망 시 지정된 사람에게 주려고 할 때 퀘벡지역을 제외하면 2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TFSA자산 이전 방법으로 소유권 상속자(Successor holder)를 지정하여 할 수 있는데 배우자만이 이러한 상속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상속자로 지정된 경우 사망 시 모든 TFSA자산이나 소득은 세금보고 할 필요가 없다. 사망시 생존 상속자는 즉시 TFSA자산의 소유권자가 되고, 금융기관이 모든 행정적인 절차를 처리한다. 상속자는 모든 TFSA자산과 소득을 세금의 영향없이 받을 수 있다. 또한 유산으로 받은 TFSA자산은 본인의 TFSA 기여가능금액에 영향을 받지 않고 본인의 TFSA계좌로 이전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유산상속비용이 없고, TFSA에 있는 자산을 해약할 필요가 없이 이전하여 사용하며, 세금문제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사망 시 TFSA자산을 이전하는 다른 방법은 일반 RRSP와 같이 수혜자(Beneficiary)를 통해 이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사망시 본인의 세금보고를 할 필요가 없지만 사후에는 수혜자가 세금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한 수혜자는 모든 TFSA자산을 본인의 계좌로 이전할 수 없다. 단 소유권 상속자로 지정이 안된 생존 배우자는 사망한 날 TFSA자산금액만큼은 이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다음해까지 이전하고 이전한 후 30일내에 본인이 직접 이전관련서류를 완성하여 정부(CRA)에 제출해야 한다. 또한 사후에 발생한 자산증식분은 이전할 수 없고, 생존 배우자의 소득으로 처리된다.


셋째, 상속자나 수혜자를 지정하지 않는다면 TFSA에 있는 자산은 유산 일부로 취급되고, 유산은 유언장이나 관련 법에 따라 처리된다. 상속자나 수혜자로 지정하지 않고 유산으로 처리되면 상속절차를 거쳐야만 자금을 사용할 수 있고, 상속관련 비용은 물론 사후 발생한 소득에 대한 세금혜택도 받지 못하게 된다.

< 김경태 - 은퇴투자 상담사, Maxfin 증권·보험 >
투자상담 및 문의: 416-512-9018



군은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에 의도적으로 목함지뢰를 매설한 행위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경기도 파주 인근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김정은 약점’ 등 체제비판 담겨
남쪽 생활상·날씨 등 곁들여
방송효과 놓고 의견 엇갈려

북한이 지난 20일 경기도 연천군 비무장지대 포격의 빌미로 삼은 대북 확성기 방송은 이른바 ‘최고존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약점 등 체제비판성 내용과 함께 남쪽의 생활상이나 날씨 등의 내용을 내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의 효과에 대해선 군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크게 갈린다.

군은 지난 4일 비무장지대에서 지뢰 폭발로 장병 2명이 큰 부상을 입자, 10일부터 연천과 파주 등 2곳에서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심리전 방송을 시작했다. 현재는 전방 지역 11개 사단에서 1곳씩 모두 11개의 대북 심리전 방송을 하고 있다. 군에선 확성기를 소리가 잘 퍼져나가는 높은 곳에 설치해놓아, 북에서 타격을 하기는 어렵지 않다. 군 관계자는 21일 “전날 북한이 쏜 고사포가 확성기에서 870m 정도 떨어져 지나갔다. 조준사격은 아니었지만 위협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이 운용중인 대북 확성기는 디지털방송 방식의 가로 4m, 세로 3m 크기인 500와트 고출력 스피커 40여개로 구성돼 있다. 낮에는 방송이 10㎞ 이상 퍼져나가 개성공단까지, 밤에는 24㎞까지 소리가 들린다. 현재는 비정기적으로 방송을 하고 있다. 북쪽에서도 지난 17일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지만, 아날로그 방식의 구형이라 남쪽에선 내용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군이 운용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대체로 김정은 제1비서를 포함한 권력층에 대한 비판과 함께 남북한 소식, 세계정세, 북한 날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에서 제작한 ‘자유의 소리’ 방송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담은 내용도 들어 있다. 여성 탈북자 1명도 방송에 참여해 탈북 경험담과 남쪽에서 생활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북쪽 날씨 정보를 방송하는 것은 남쪽의 정확한 일기예보를 토대로 북쪽 군인이나 주민들이 빨래를 걷는 등 실생활에 도움을 받음으로써 남쪽 과학기술의 우월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서다.

군이나 보수단체 등에선 북쪽이 대북 방송 열흘 만에 포격을 해오는 등 도발하는 것 자체가 대북 방송이 북한군의 전투 의지를 꺾고 체제 이완을 강화하는 등 대북 심리전의 효과가 크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본다. 반면, 대북 전문가들은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실제 효과를 고려할 때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포격 이유는 대북 심리전 효과 때문이 아니라 체제 모독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대북 심리전으로 북한 주민·병사들이 조직적으로 탈북한 사례가 없고 오히려 사상교육을 강화하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