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월호와 에밀레종

● 칼럼 2014. 5. 10. 16:19 Posted by SisaHan
권력 서열로 치자면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사람이 주인공인 이야기다. 석달 전쯤 신문을 보다 속에서 열불이 났다고 한다. 현대제철에서 사고로 1년 반 사이 노동자 13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를 본 것이다. 마침 현대자동차 임원이 안부전화를 걸어왔길래, 마구 퍼부어댔다.
“아니, 현대제철은 지금 에밀레종을 만드는 겁니까? 종소리를 내려고 아이를 끓는 쇳물에 넣었다고 하던데, 현대자동차에 쓸 고급 강판을 만들려고 근로자를 용광로 안에서 죽게 만드는 거예요? 정몽구 회장한테 꼭 좀 전해주세요. 한번만 더 사고가 나면 구속될 수도 있다고요.”
눈 하나 깜짝 않던 정 회장이 급히 서울 양재동 본사 옥상에서 헬기를 탔다. 당진제철소에 도착한 건 20분 만이었다. “사고가 재발하면 엄중문책하겠다”고 불호령을 내렸다. 안전 관련 예산도 5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뒤 ‘죽음의 공장’이 안전지대로 바뀌었다. 누구 하나 무릎 까졌다는 소식조차 없다. “모든 임원들이 조를 짜서 휴일, 야간 가리지 않고 순찰을 돌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나서니 다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거죠.” 현대제철 관계자가 밝힌 이유다. 돈 많은 재벌에게는 감옥이 제일 무서운 법이다.
 
형제라서인가. 요즘은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이 난리다. 불에 타고 철판에 깔리고 바다에 떨어져 8명이 숨졌다. 두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니, 형의 회사보다 훨씬 심각하다. 시기도 민감하다. 세월호 침몰로 배의 안전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여객선은 안 만든다지만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의 조선회사다. 비정규직 선원이 비극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 현대중공업의 비정규직 비율은 50%를 훌쩍 넘는다. 군산공장의 경우 직원 3700여명 가운데 499명만 정규직이다.
그런데도 정 의원은 둔하기 그지없다. 토론회에 나와 태연하게 “서울 시정의 최우선 순위를 시민의 안전에 두겠다”고 한다. 상대방이 기업인의 탐욕을 문제 삼자 “전체 기업인을 두들겨 잡는 것은 실망”이라고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현대 가문만 탓할 건 아니다. 삼성도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상영될 때만 해도 보상을 해줄 것 같더니, 다시 고개가 뻣뻣해진 느낌이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사고로 숨지는 노동자는 2000명가량이다. 부동의 세계 1위다. 세월호로 따지면 매년 7대 정도가 침몰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기업인들은 꿈쩍도 않는다. 안전에 돈을 들이느니 차라리 처벌받는 게 훨씬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어도 구속되는 법은 없다. 대부분 몇백만원 정도의 벌금으로 끝난다.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기업인이 되면 사람 목숨을 가볍게 여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몽구 회장이 화들짝 놀라 ‘생돈’ 5000억원을 내놓은 건 권력자가 잔뜩 겁을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다. 법으로 만들고 제도화해야 한다. 당장 산업안전보건법부터 강화할 일이다. 안전기준을 어긴 기업인은 구속하고, 기업이 휘청거릴 정도로 손해배상금을 물려야 한다. 그러지 않았기에 세월호의 실소유주 유병언은 슬그머니 선실을 증축하고 화물을 과적하고 평형수를 빼버렸다. 싸구려 선장을 고용한 건 낙타의 등뼈를 부러뜨린 마지막 지푸라기였다. 그리고 아이들은 깊은 물속에 잠겨버렸다.
세월호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에밀레종이다. 우리는 그 종을 심장에 달고 살아야 한다. 반칙과 편법을 저지르고 싶을 때마다, ‘에밀레 에밀레’(엄마 엄마)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절규를 들어야 한다. 그게 아이들에게 지은 죄를 천분의 일, 만분의 일이라도 갚는 길이다. ※써야 하기에 썼지만, 다 쓸데없는 짓이다.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미안하고 미안할 뿐이다.
< 김의겸 -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


도올 김용옥 교수의 <한겨레> 기고문이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그의 글이 게시된 지난 주말 이후 주요 포털에선 수만건씩 댓글이 달리고, 페이스북·트위터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이 일었다. 세월호 사태의 무책임을 질타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 김 교수의 발언에 수많은 누리꾼들이 ‘이 시대 지식인으로서 해야 할 말을 용기 있게 해줬다’며 호응했다. 민심의 동요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박 대통령과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박 대통령의 사태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난망해 보인다. 4월29일 국무회의 사과 발언 이후 여론이 오히려 나빠지자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앞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고 추가 사과를 예고했다. 도대체 사과 예고부터 하는 건 어디에 있는 법도인가. 국무회의 ‘착석 사과’로 비난이 거세지자 ‘그건 사과가 아니었고 진짜 사과는 따로 하겠다’고 스스로 부정하고 나선 꼴이다. 이런 식으로는 사과를 되풀이해도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민심의 동요를 걱정한 탓인지 박 대통령은 4일 두 번째로 진도 세월호 참사 현장을 찾았다. 그는 “사고 발생부터 수습까지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처음으로 자기 책임을 거론했지만, 이번에도 유가족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들과의 30분 비공개 면담에서 쏟아져나온 것은 울음소리와 항의의 외침이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가 보여준 무능과 무책임은 도대체 국가는 뭣 때문에 있나 하는 회의감이 들게 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정부는 사태의 잘못이 유언비어 때문이라는 듯 틈만 나면 ‘유언비어 엄단’을 외친다.
 
청소년과 아기 엄마들까지 시위에 참여하는 것도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역에 유모차를 끌고 나왔던 엄마들은 어린이날인 5일에도 서울 홍대입구역에서 ‘엄마니까 말할 수 있다’ 2차 행진을 벌였다. 엄마들은 물속에서 차갑게 식어간 생명들을 두고 내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앞서 3일에는 중고등학생 수백명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참가 학생들은 “정부의 대처에 의혹을 제기하면 종북으로 몰리는 게 옳은가” “잘못 말했다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까봐 무섭다”고 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어디까지 이르렀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나섰던 한 인사는 “학생들이 일당 6만원을 받고 동원됐다”는 막말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엄청난 항의를 받고 사과하는 추태를 보였다. 이 정부와 집권세력의 인식 수준을 보는 것 같다. 이래서는 민심이 더욱 험악해질 수밖에 없다.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수색작업을 하던 민간인 잠수사 한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민간구난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에 임시 고용된 이광욱씨가 6일 작업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헬기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충격에 빠진 온 국민에게 실종자 구조 소식 대신 수색대원의 사망이라는 슬픈 소식이 날아든 것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가 더 이뤄져야 알 수 있겠지만, 수색작업에서도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임이 여러 정황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씨는 언딘에 임시 고용된 뒤 첫 입수 작업, 그것도 잠수한 지 불과 10분 만에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그는 현장 적응 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사고 해역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2명이 한 조를 이뤄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는 해경의 발표와는 달리 2인1조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공기공급선이 다른 줄과 얽힌 것을 이씨가 직접 수습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해경의 설명을 고려할 때, 파트너만 있었더라도 사망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게다가 구조팀 본부가 있는 바지선에는 응급구조사 외에는 의료진마저 없었다고 하니 혀를 찰 노릇이다.
 
민간잠수사 운용 방식이 완전히 주먹구구식이라는 사실도 이번 사고를 통해 극명히 드러났다. 숨진 이씨의 ‘소속’이 정확히 어딘지 불분명한 것부터가 그렇다. 해경 관계자는 이씨에 대해 “언딘이 임시 채용한 민간잠수사”라며 “정식 계약을 한 것이 아니라 구두계약을 한 상태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과 독점 계약한 언딘 쪽은 정규직원은 극소수이고 나머지 인원은 대부분 숨진 이씨처럼 임시로 채용된 사람들로 알려졌다. 하지만 언딘 쪽은 “해경의 민간잠수사 동원령에 따라 팽목항에 와서 언딘 쪽에 배속된 잠수사”라고 다른 말을 했다. 아무리 재난 수습으로 경황이 없다고는 하지만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특히 수색·구조 작업을 총괄 지휘하는 해경은 언딘 쪽에 잠수인력 관리를 맡긴 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가 사고가 나자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
문제는 잠수사가 숨지는 비극이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후진국형 참사의 전형인 세월호 침몰 사고의 수습 과정마저도 후진국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핵무기 13번 터질 뻔했다

● WORLD 2014. 5. 10. 15:23 Posted by SisaHan

실수·고장·오판·암호 분실도… 보유 늘어 더 위험

1961년 1월2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상공을 비행하던 B-52 폭격기가 고장을 일으켜 탑재하고 있던 마크39라는 핵폭탄 2발을 골드스보로 마을에 떨어뜨렸다. 이 폭탄 중 한발에서 기폭장치가 작동됐다. 미국 동부 전체를 초토화시킬 대재앙 직전, 다행히 6개의 안전장치 중 마지막 저압스위치가 폭발을 막았다.
1980년 9월18일 미국 아칸소주 다마스커스에 있는 트라이던트2 핵미사일 사일로(지하 저장고)에서 기술자의 실수로 소켓렌치(볼트를 죄는 공구)가 떨어졌다. 핵미사일 연료에 불이 붙어 폭발이 일어났고 핵탄두가 밖으로 날아갔다. 핵탄두는 인근 도로에 떨어졌는데 천만다행으로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1962년 이후 이처럼 실수로 핵무기가 발사 또는 폭발 일보직전까지 간 적이 13차례나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채텀하우스가 최근 발간한 <안심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핵무기 사용 임박 사건들과 정책 대안들>이라는 보고서는 기술적 오작동과 통신두절 등으로 이런 위기들이 계속되어 왔다고 지적했다고 <가디언>이 최근 보도했다.
이 보고서가 밝힌 대표적 사례들을 보면 우연한 실수나 오판으로 언제든 핵무기가 발사될 수 있는 위험 속에서 인류가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쿠바 미사일 위기가 절정이던 1962년 10월 핵무장을 한 소련 잠수함 4대가 배치된 북대서양 바하마 제도의 앞바다에서 미군 전함들이 폭뢰 훈련을 했다. 미군은 소련 쪽에 이 훈련을 통보했으나 통신 두절로 전달되지 않았다. 소련 잠수함의 한 함장은 공격받았다고 판단해 핵탄두 발사를 명령했다. 이 명령은 부함장의 설득으로 겨우 취소됐다.
 
1983년 9월25일 소련의 조기경보위성 기지에서 5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소련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경보음이 울렸다. 소련이 핵 미사일 반격에 나설 수 있는 순간이었으나, 소련의 담당 장교인 스타니슬라프 예브그라포비치 중령이 이 경보가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해 보고하지 않았다. 나중에 이는 미국 영토에서 반사되는 햇빛이 위성을 오작동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핵무기 버튼을 누를 권한을 가진 국가 지도자들의 정신 상태도 중요한 요인이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은 심한 음주벽으로 우려를 자아냈다. 1981년 5월에는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자신의 상의 주머니에 핵무기 발사암호를 넣고 집에 놔두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1970년대에 핵무기 발사 암호가 든 상의를 그대로 세탁소에 맡기는 실수를 저질렀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저격당했던 1981년 3월30일에도 핵무기 암호가 든 그의 피묻은 하의를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이 가져갔다.
 
채텀하우스는 최근 들어 핵무기 발사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핵무기 보유국이 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가 여전히 1800기의 핵탄두를 명령 뒤 5~15분 안에 발사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경계 상태로 놓고 있다는 게 이런 판단의 이유다.
< 정의길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