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막말 보도로 지탄을 받아온 종합편성채널(종편) 3사가 재승인 심사를 사실상 통과했다.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회가 <TV조선> <채널A> <JTBC> 등 종편 3사와 보도채널 <뉴스Y>에 대해 재승인 심사를 한 결과를 보면, 모든 사업자가 재승인 통과 기준점인 650점 이상을 얻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종편 사업자들이 재승인 심사 때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뒤 조건을 달 수 있다며 의결을 이틀 뒤로 미뤘으나, 형식 절차에 불과해 결과가 바뀌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결국 ‘반칙 종편’에 정치적 심사를 통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종편 심사위원회는 전체 15명 가운데 친여 성향이 아닌 심사위원은 3명뿐일 정도로 보수 편향으로 구성돼 처음부터 불공정 심사 우려를 낳았다. 아니나 다를까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다.
종편 중에서도 특히 채널A와 TV조선은 ‘5.18 북한군 침입설’ 등 몰상식한 보도로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또 채널A는 2011년 출범을 앞두고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방송 허가를 받았다며 지난해 검찰에 고발당했고, 3년간 주요 주주 변경을 금지한 승인 조건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위반 사항이 재승인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종편들이 보도 편성 비율을 대폭 올린 것을 묵인해준 사실이다. TV조선은 애초 25%였던 보도 편성 비율을 향후 5년간 40%대에서 시작해 점차로 줄이겠다고 사업계획서에서 밝혔다. 종편들은 사업 계획 약속을 지키지 않고 지나치게 많은 보도 편성을 해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는데, 이번에 사업계획서를 통해 아예 종편이 아니라 편파 보도채널을 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다양한 편성을 통해 시청자를 위하겠다는 종편 출범의 본래 취지를 깔아뭉개는 행위다. 그런데도 이런 사실에 눈을 감았다.
 
지난 3년 동안 종편이 보여온 반언론적 행태는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최근에도 채널A 등 일부 종편은 안철수 의원과 야당을 근거 없이 비판하는 극심한 편파보도를 쏟아냈다. 종편을 둘러싼 상황이 이러한데도 방통위가 종편 재승인을 강행한다면 선동적 언어로 여론몰이를 하는 막말·편파 방송을 계속 허용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 판사 출신 방통위원장 내정에 이어 방통위의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설] 한-미-일 정상회담과 한국 외교

● 칼럼 2014. 3. 23. 15:38 Posted by SisaHan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참의원에서 역사인식과 관련해,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본군 군대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직간접적인 관여를 인정한 고노 담화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필설로 다 하기 어려운 고통을 당한 분들을 생각하면 매우 마음이 아프다. 이 점에 대한 생각은 나도 역대 총리와 다르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역사 수정주의 입장에서 이전에 이뤄진 일본의 각종 과거사 반성 담화 등을 부정하는 언행을 해온 점에서 보면, 커다란 표변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받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중국의 견제와 북핵 문제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위해 한-일 관계의 개선을 주문해온 미국 정부도 아베 총리의 발언을 “긍정적 진전으로 생각한다”면서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로써 24~25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핵안전보장 정상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제안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그러나 한·일 두 나라가 현안에 대해 주체적으로 문제를 풀지 못하고, 미국의 압박에 억지로 협력 모양새를 취하는 듯한 모습은 개운하지 않다. 양국 모두 4월 중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을 앞두고 뭔가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현안을 미봉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일본이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담화의 수정 의지를 담은 담화 검증 작업은 계속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나, 우리나라도 행동이 따르지 않은 말에 짜고 치듯이 즉각 환영을 표시한 것에서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이뤄진다고 해도 한-일 간 역사인식의 골을 쉽게 매울 수 없다. 우리 정부는 3자 회담에서 역사 인식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성급한 생각을 할 필요도 없다. 역사 인식 이외의 안보·경제 현안 등에 대해선 협의하는 자세를 취하되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해서는 양자 차원에서 원칙을 고수하며 집요하게 해결해 나가겠다는 결의를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북한과 중국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자칫 3국 간 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과 북한 압박이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 지역 평화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협력이 절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한-미-일 정상회담을 계기 삼아 우리 정부가 나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추동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우리가 주도하는 한반도 외교를 할 수 있다.


[칼럼] 대안은 ‘브로큰 잉글리시’

● 칼럼 2014. 3. 23. 15:37 Posted by SisaHan
영어 때문에 마음고생 했던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 1박2일 동안 얘기할 자신 있다. 나만 그렇지 않을 거다. 대부분 한국인들에게 영어는 ‘업’이다.
그 똑똑하다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국회 17대 때 초선 의원으로 정무위원회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사석에선 “노선은 달라도 정말 능력 있다”며 심 의원을 칭찬했다. 그러나 그도 상임위 동료 의원들과 외국에 갔다가 마음 상한 적 있다. 대학 졸업 뒤 바로 노동운동을 했던 그는 영어로는 도저히 유학파 한나라당 의원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심 의원의 보좌관은 “우리 의원, 그때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영어 피커폰’ 신청했었어”라고 귀띔했다.
 
영어는 사람 기죽이는 데 한방이다. 올해 초 포스코 회장을 뽑을 때도 영어가 후보들의 당락을 갈랐다고 한다. 면접 때 한 외국인 사외이사가 갑자기 “포스코는 글로벌 기업이니 통역 없이 영어로 면접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영어권에서 학위를 딴 후보는 막힘 없이 술술 답변한 반면, 국내파였던 다른 후보는 급당황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영어 못하면 서럽다. 지난 8일 실종된 말레이시아 비행기엔 전체 탑승자 239명 중 중국인이 153명이었다. 중국 정부는 발을 동동 구르는 탑승자 가족들을 말레이시아로 데려가 수색 현장을 지켜보도록 하려고 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우리 대부분은 영어를 못한다. 가봤자 중국에서 수사 상황을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그냥 중국에서 애태우고 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소치 겨울올림픽을 현장 취재하기로 돼 있던 <한겨레> 스포츠부의 한 기자는 몇 달 전부터 아침마다 영어학원에 다녔다. 지난해 국제적십자사의 구호 활동을 취재하러 아프가니스탄에 갈 예정이었던 한 후배도 캐나다 원어민과 매주 두 차례씩 일대일 회화를 했다. 결국 아프간 출장이 무산되자, 그는 “그래도 영어는 남겠죠”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과연 우리는 정녕 영어의 ‘업’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이성훈 한국인권재단 상임이사에게 물어봤다. 이 이사는 1988년 홍콩에서 ‘아시아가톨릭학생운동’(IMCS) 사무국장을 지낸 이후로 타이와 스위스 제네바 등 외국에서 주로 활동해왔다. 이번달부터는 국제시민운동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평화·인권·개발(PHD) 글로컬 리더십 학교’를 열어 영어로 강의하고 있다. 그가 성공적으로 시민운동을 해온 데는 영어 실력이 많이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를 아는 사람들 모두 그가 영어를 잘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그가 영어로 말하는 장면을 목격한 한 국제엔지오 활동가는 냉정하게 말했다. “정말 잘하지. 그런데 발음은 꽝이야. 신기한 건 발음이 그런데도 외국인들이 다 알아듣는다는 거야.”
이젠 영미권의 영어 인구보다 개발도상국에서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역전 상황도 벌어진다. 요즘 미국 대학의 이공계 분야에서 인도계 교수가 많이 늘자,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들이 인도 교수의 발음에 익숙해지기 위해 일부러 인도 출신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려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이성훈 이사는 말한다. “세상엔 ‘인도영어’, ‘타이영어’, ‘방글라데시영어’ 등 갖가지 영어가 많다. 주눅들지 말자. 어차피 영미권에서 커오지 않았다면 콩글리시 하면 된다. 콩글리시도 어려우면 그냥 ‘브로큰 잉글리시’ 하자. 발음, 문법, 정확하지 않아도 다 알아듣는다.”

< 이유주현 - 한겨레신문 국제부 기자 >


13일은 세계 콩팥의 날이었다. 콩팥은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탈이 나거나 병이 생겨도 초기에는 대개 아무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자각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콩팥병이 꽤 많이 진행됐거나, 만성화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콩팥병은 한번 걸리면 잘 낫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빠져 평생 투석을 하며 고생해야 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의료 발전으로 정기검진과 규칙적 생활습관을 지키며 관리를 잘하면 콩팥병 환자도 자연수명이 다할 때까지 거의 문제없이 지낼 수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과거 콩팥병 환자는 35~45세의 콩팥 기능을 100으로 할 때, 매년 평균 3%씩 기능이 줄어들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함께 있으면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콩팥 기능이 감소한다. 콩팥병이 없는 사람은 매년 0.3~0.5%씩 콩팥 기능이 쇠잔해진다.
흔히 콩팥 기능이 15%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말기 신부전이라 한다. 이때부터 투석이나 콩팥 이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콩팥 건강의 핵심은 콩팥 기능이 감소하는 기울기를 어떻게 하면 더 완만하게 만드느냐에 달렸다.
 
매년 콩팥 기능 감소율을 3%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나이가 60대에 이르면 콩팥 기능이 15% 이하로 추락해 자연수명을 다하는 80대까지 20년 가까이 투석이나 콩팥 이식을 받는 등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하지만 감소율이 1.5%로 줄어든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러면 콩팥병 환자라도 80대에 이를 때까지 투석이나 콩팥 이식을 할 필요가 거의 없다. 다행히 의학 발전 덕에 최근에는 콩팥병 환자의 연간 콩팥 기능 감소폭이 1.5%에 접근하고 있다.
이런 콩팥병 환자는 자연사할 때까지 아프거나 생활에 불편을 겪지 않아 ‘치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문의들은 “이처럼 콩팥 기능 감소폭을 줄이려면 당뇨병과 고혈압, 비만을 적극적으로 예방·치료하고, 금연과 절주를 하며, 적절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콩팥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도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한 의사들은 “특히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 콩팥병이 있더라도 자연수명을 다할 때까지 투석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콩팥-혈압, 함께 간다”
소금 조심·정기검진…

혈압이 높으면 콩팥 건강에 유의해야 하며, 콩팥이 나쁘면 고혈압에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콩팥과 혈압이 상호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콩팥은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뒤 온몸을 순환한 혈액을 걸러 그 안에 든 노폐물을 소변으로 내보내는 기관이다. 이 콩팥에 문제가 생기면 거품이 나거나 색깔이 탁한 소변을 볼 수 있으며, 쉽게 피로해지거나 입맛이 없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 혈압 높은 사람 21%가 콩팥 이상: 만성콩팥병은 혈압이 정상보다 높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는 대한신장학회가 전국 280개 병원에서 투석 또는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 4만67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고혈압성 만성콩팥병 실태조사’에서 나왔다. 이를 보면 정상 범위의 혈압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는 만성콩팥병이 9.3%에 불과한 반면 고혈압이 있으면 21.6%가 콩팥에 이상이 있었다. 특히 치료가 힘든 만성콩팥병 3기 이상 환자는 정상 혈압을 가진 사람들보다 고혈압 환자에게서 3배 이상 많았다.
또 정상 범위의 혈압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에는 고혈압이 있는 사람이 32%가량이었지만, 만성콩팥병이 있는 사람들에서는 60%로 거의 2배가량 높았다. 특히 중증일수록 고혈압을 가진 환자들이 많아졌는데, 초기 만성콩팥병인 1~2기에는 54% 정도에서 고혈압이 있었지만 3기에는 60%, 4~5기에는 80%에서 고혈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압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콩팥과 혈압이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전문의들은 “높은 혈압으로 손상을 받는 대표적인 기관이 콩팥이고 반대로 콩팥이 망가져도 혈압을 정상보다 높인다”며 “심장병 못지않게 콩팥병 역시 고혈압과 관련이 많다”고 말했다.
 
■ 절반 망가져도 특별한 증상 없어: 혈액 또는 복막 투석을 받게 되는 주된 이유는 당뇨 등에 의한 콩팥 합병증이다. 하지만 고혈압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다. 신장학회는 혈액 또는 복막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들의 15% 이상은 적절히 관리되지 않는 고혈압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문의들은 “고혈압이 있어도 아무런 증상이 없을 때가 많아 이를 조절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또 이런 고혈압 때문에 콩팥 기능이 망가진다 해도 절반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해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조기에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간단한 소변 및 혈액 검사로도 만성콩팥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평소 고혈압 치료를 하는 의사와 상담해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혈압 높다면 소금 섭취 줄여야: 고혈압이 있다면 혈압을 관리할 때 무엇보다도 주의할 것이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다. 몸속으로 흡수된 소금은 몸속의 물을 혈관으로 끌어들여 혈액량이 많아지게 하고 또 혈관의 근육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리기 때문이다. 
신장내과 전문의들은 “일반 고혈압은 관리 목표가 높은 쪽이 140, 낮은 쪽이 90 미만이지만 만성콩팥병이 있다면 이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혈압을 130/80 미만이 되도록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적정한 몸무게를 유지하고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관리법으로 권장했다.
<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