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정치의 교사와 반면교사

● 칼럼 2012. 10. 2. 17:4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안철수씨가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뉴스를 보니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저이가 다시 한번 삶의 길을 바꾸는구나, 저 결정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저이가 의사의 길을 버리고 컴퓨터백신 전문가가 되어 우리 사회에 기여한 게 얼마인가. 저이는 등장만으로도 우리를 즐겁게 하는데 과연 우리는 저이를 얼마나 도울 수 있을까.
문재인씨가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는 걸 보며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정도 일어납니다. 고마움과 안타까움입니다. 지금까지 보아오던 정치인들의 얼굴과 판이한 맑은 얼굴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고마움, 정치 아닌 길을 가려 했던 사람들을 정치판에 나서게 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입니다. 작년 가을 박원순씨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왔을 때 느꼈던 바로 그 감정이지요.
그러나 저는 역시 제 즐거움을 큰 안타까움에 우선시키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탁한 정치판에 등장한 맑은 얼굴들이 참 반갑습니다. 그들의 등장이 반가운 만큼 그들을 등장하게 한 현실을 초래한 정치인들,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감사합니다.

정치는 친구와 같습니다. 좋은 정치는 우리 안에 내재하는 선하고 고상한 점을 끌어내고, 나쁜 정치는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악하고 천박한 점을 드러냅니다. 요즘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성폭행 사건들과 ‘묻지마 살인’은 우리가 나쁜 친구들 속에서 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안철수 후보는 ‘국민이 스승’이라고, 자신이 해내야 할 ‘시대의 숙제’를 가르쳐주었다고 말합니다. 한용운 시인을 흉내 내자면 ‘스승은 스승만이 스승이 아니고 가르치는 이는 다 스승’입니다. 스승은 크게 ‘교사’와 ‘반면교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참 반면교사들을 보며 살아왔습니다. 반면교사는 알아보는 사람에겐 ‘교사’이지만,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에겐 ‘미워하며 닮게 되는 나쁜 본보기’입니다.
현실의 무게에 눌린 사람들이 반면교사를 알아보기는 힘이 듭니다. 그래서 이제는 ‘아, 저 사람처럼 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식의 우회적 깨달음을 주는 반면교사보다, ‘맞아, 저이처럼 사는 게 옳아!’ 하는 직접적 가르침을 주는 ‘교사’가 필요합니다. 정치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잘할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정치를 해본 사람들과 평생 정치만 해온 사람들이 지금, 잘하고 있습니까?’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박근혜씨에게선 과거가 보입니다.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그의 몰이해, 그의 측근들이 보여주는 비리, 너무도 익숙해서 놀랍지도 않습니다. 박 후보는 사업가에게 금품을 요구했던 송영선 전 의원을 제명하는 당의 정치쇄신특위와 윤리위 연석회의에서 “사실이 아닌 얘기들이 왜 이렇게 확산되는지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고 합니다. 송 전 의원이 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돈을 요구하는 내용이 녹취까지 되었는데,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왜 그를 제명했을까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지난 화요일, 박 후보가 성남의 가천대학교에서 연설을 할 때 학생들을 학점으로 위협하며 참석을 종용한 교수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교수들과 송영선·홍사덕씨 등의 행태가 박 후보 지지자들이 사는 법을 보여줍니다.
다행스럽게도 안철수씨와 문재인씨에게선 과거보다 미래가 보입니다. 그들의 얼굴이 그들이 지향하는 ‘새로움’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12월 대통령 선거는 과거와 미래의 싸움, 관성과 혁신의 싸움, 닮고 싶지 않은 ‘반면교사’들과 닮고 싶은 ‘교사’들의 싸움이 될 것입니다. 누구에게 투표하는지가 투표하는 이가 지향하는 세계를 보여주겠지요, 과거인지 미래인지.

< 김흥숙 시인 >

5가지 색 과일·채소 식탁에 매일 올리자

● 건강 Life 2012. 9. 30. 20:13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항산화·항균·항암작용, 영양결핍·만성질환 대처
「파이토 케미칼」‥ 색깔에 따라 각기 다른 종류 내포

‘파이브 어 데이’(5 a day)!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는 매일 5가지 색깔의 과일과 채소를 5접시 이상 먹자는 캠페인이 20여년 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육류를 너무 많이 먹어 생긴 비만과 암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 채식을 권장하는 것이다. 이는 저개발국가에서 흔한 영양결핍을 예방하고 심장질환, 암, 당뇨, 비만과 같은 만성질환을 줄이기 위해 하루에 최소한 400g 이상의 과일과 채소를 먹으라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권고안과도 일치한다.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라는 권고의 근거는 많다. 그동안 나온 수백편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 발생이 25% 이상 적었고, 심장 및 혈관질환도 20% 이상 예방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렇다면 과일과 채소는 왜 건강에 좋을까? 파이토케미칼(phytochemical)이라는 말이 있는데 파이토는 식물, 케미컬은 화학물질이라는 뜻으로, 과일과 채소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을 가리킨다. 이는 비타민, 무기질, 섬유소 등의 영양소와 더불어 우리 몸이 건강해지도록 돕는 구실을 한다. 주된 작용은 항산화·항균·항암 작용과 더불어 면역기능 증대 등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 파이토케미칼은 과일과 채소의 색깔에 따라 각각 다른 종류가 들어 있다. 
5가지 색깔은 빨강·초록·청보라·노랑·백색인데 우선 빨간색으로는 토마토, 수박, 딸기가 대표적이며, 여기에는 카로티노이드라는 항산화물질이 풍부하다. 라이코핀과 베타카로틴이 여기에 속하는데 항암효과와 심장 및 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록색에는 시금치, 상추, 브로콜리 등이 대표적인데 엽록소와 루테인 등이 있어 강력한 항산화작용을 한다. 청보라색에는 가지, 블루베리, 포도 등이 있는데 레스베라트롤, 안토시아닌, 페놀과 같은 물질이 들어 있다. 노란색에는 오렌지, 파인애플, 호박, 콩류 등이 있는데 비타민C뿐만 아니라 카로티노이드나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하다. 마지막으로 흰색은 무, 마늘, 양파 등이 있는데 여기에는 알릴황화합물이나 아이소티오시아네이트 등이 있어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처럼 과일과 채소에는 색깔에 따라 다른 종류의 항산화제 등이 들어 있기에 5가지 색깔 이상의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섭취하자는 것이다.
 
섭취해야 할 양은 대개 200㏄ 컵 반 정도의 채소가 1접시라고 보면 되고, 무게로 계산하면 하루에 대략 400~500g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런데 일일이 5가지 색깔 이상을 챙겨먹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간단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면, 채소 반찬은 가급적 알록달록 색상을 화려하게 다양한 재료를 쓰면 된다. 양파, 마늘, 파 등을 기본 양념으로 충분히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양파즙처럼 즙으로 내어 먹는 것은 추천되지 않는다. 간식으로 먹는 과일은 하루 밥상에서 부족했던 색을 골라 먹는 방법도 있다. 보라색이 눈에 띄지 않았다면 포도를, 빨간색이 부족했다면 딸기를 먹는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 명승권 국립암센터 발암성연구과장·가정의학과 전문의 >


월드스타 싸이의 너스레

● COREA 2012. 9. 30. 20:0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강남 스타일’열풍이 지구촌에 신드롬 수준의 기세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일약 월드스타가 된싸이(박재상:35)가 귀국, 서울 강남 삼성동 라마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백여 국내외 취재진과 만났다. 싸이는“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싶어요. 짐 캐리 주연의‘트루먼 쇼’를 보는 기분입니다. 매일 매일이 몰래카메라 같아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기자들 앞에서 말춤을 추어 박수도 받았다.


‘강남 스타일’은 28일 공개되는 10월 첫 주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톱10 안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튜브에선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25일 현재 2억6700만건을 넘어서 이번 주 많이 본 동영상 1위를 달리고 있다. 동영상 추천을 받은 횟수도 260만건을 넘기며 기네스북에까지 올랐다.


[1500자 칼럼] 가을비 내리던 날

● 칼럼 2012. 9. 24. 19:53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가을비가 내리더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 봄비에는 생장의 희망이 있어 온화하지만 가을비에는 소멸을 앞둔 종식의 아쉬움이 있어 냉랭할 수밖에 없나 보다. 따끈한 기억으로 달래보라는 듯 오래된 기억의 실타래가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풀어진다. 
남편이 아파트 건설 현장에 근무할 때였다. 밤이 늦어서야 귀가하던 남편이지만 비 오는 날에는 작업이 없어 일찍 퇴근할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아들에게 ‘비 오는 날’이란 일찍 퇴근하는 아빠와 ‘외식하는 날’과의 동의어가 되었고 내게는 저녁 준비에서 해방된다는 의미였다. 외식이래야 특별할 것도 없는 칼국수였지만 바지락칼국수, 사골칼국수, 버섯칼국수 등 여남은 종류 앞에서 한 가지만 택하는 일이 쉽지 않은지 어떤 국수집으로 갈까 하며 부자가 머리를 맞대고 쑥덕거리기 일쑤였다. 유난히 국수를 좋아하는 그들이 빚어낸 소박한 외식나들이는 그렇게 시작되곤 했다.
 
칼국수 집의 맛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비결은 김치였다. 남편은 매콤한 겉절이를 좋아했다. 무엇이든 아빠를 따라 하고 싶어하던 아들은 매워서 헉헉거리면서도 물에 씻은 김치 조각을 늘 곁들여 먹었다. 나는 매운 것을 좋아하지 않아 김치의 빨간 색만 보아도 지레 겁이 나서 먹을 엄두를 못 내었는데, 눈치껏 물에 씻어 먹는 버릇이 그때부터 생겼다. 붉은 물이 대접에 남아있어도 어린 아들에게 미룰 수 있는 기회를 살짝 활용했다고나 할까. 
물에 씻은 김치는 비록 붉은색은 버렸지만 제 본래의 맛과 냄새는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하얀 배추조각을 입에 넣고 조용조용 씹다 보면 매캐한 붉은 맛과 원재료의 고유한 맛들이 섬세하게 살아나며 혀가 아렸다. 각 양념이 지녔던 독특한 맛을 찾아내는 일은 마치 내 안에 숨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할 때처럼 의외였다. 아린 혀는 뜨거운 국숫발을 번번이 밀쳐내어 거친 숨을 두어 번 들이쉰 후에야 몇 가닥씩 맛을 볼 수 있었고 그럴 때마다 백김치 생각이 간절했다. 
백김치는 색깔은 하얘도 들어갈 것은 다 들어간다. 고춧가루를 쓰지 않았다 뿐이지 색이 하얗다고 해서 아무 맛도 없는 건 아니다. 침묵할 줄 아는 사람의 웅숭깊은 속은 쉽게 드러나지 않듯이, 백김치 또한 찬찬히 음미할 때라야 단순한 흰색 너머에 감추어진 깊은 맛을 인지할 수 있다. 김치가 되기까지의 고단한 과정을 빠짐없이 기억하려는 듯 무와 마늘, 생강 맛은 물론 달착지근한 배와 대추와 밤 맛까지 고스란히 품어 안고 있다. 김치 양념 중에 제일 큰 몫을 차지하는 고추의 강한 영향을 받지 않아 오히려 소소한 맛들이 주눅들거나 개성을 잃지 않는다. 고추가 풍기는 매큼한 가을 햇볕 냄새는 없어도 백김치 역시 온 우주의 도움을 받았음을 담백한 고유의 맛으로 증명하는 셈이다.
 
오묘한 맛을 상상하며 큰 맘 먹고 백김치를 담근 적이 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요란한 실패였다. 요리책을 펴놓고 수선을 떨며 머리로 담갔던 첫 백김치의 맛은 제 얼굴 색만큼이나 창백했다. 넣을 건 다 넣었는데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 많은 재료들의 맛은 온데간데 없고 배추와 소금 맛밖에 나지 않아 그 후로는 백김치를 담글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러나 짠 음식을 먹은 뒤에 찾아오는 갈증처럼, 한번 실패한 백김치로 인한 마음의 가뭄을 해갈시키지 못한 채 꿈으로 남았다. 
고국에서의 오래 묵은 기억들이 한바탕 휘젓고 가는 날은 비행기 몸체가 상공에서 기류변동을 만났을 때처럼 마구잡이로 흔들리다가도, 활주로에 안착할 때와 같은 안도감으로 마무리될 만큼 이국에서 살았다. 가을비로 연상된 칼국수, 그리고 혀를 따갑게 쏘던 김치에 대한 추억 덕분에 말린 나물처럼 바스락거리던 타국의 삶이 촉촉해진 느낌이다. 하얀 김치의 이미지에는, 그게 원래 백김치든 씻어서 하얗게 된 김치든 마모되지 않은 우리 식구의 빛나는 젊음과 사랑이 배어있다. 바람과 비가 한 차례씩 다녀가며, 잡다한 흔적과 지우지 못한 기억을 건드리는 가을이다.

< 김영수 -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협 회원 / 한국 문인협회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