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권은 국민주권과는 동떨어져 있는 듯하니,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한인섭의 시민헌법 시대 _

 

한인섭 |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법학). ‘100년의 헌법’, ‘계엄과 내란을 넘어’, ‘가인 김병로’, ‘5·18재판과 사회정의’, ‘배심제와 시민의 사법참여’, ‘권위주의 형사법을 넘어서’ 등을 썼다. 한국 현대사와 민주화에 대한 심층 대담집으로 ‘이 땅에 정의를: 함세웅 신부의 시대 증언’, ‘그곳에 늘 그가 있었다: 민주화운동 40년 김정남의 진실 역정’, ‘인권변론 한 시대’ 등이 있다. 시민이 주권자로 만들어 가는 헌법과 나라 이야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응원봉을 들고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광장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다. 그 모습에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을 합성한 이미지. 한겨레 
 

7월10일, 윤석열은 다시 구속되었다. 석방된 지 124일 만이다. 올 3월8일 서울지법 형사합의 25부(지귀연 재판장)는 윤석열에 대해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다. 구속기간 산정에서 종전의 날짜 아닌 시분 계산법을 창안한 결과였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즉시항고를 않고 윤석열을 석방시키고는, 곧바로 그런 계산법은 다른 사건에는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도 법원, 검찰은 날짜 기준으로 구속기간을 산정한다. 이렇게 검찰은 검찰몸통정권의 우두머리 1인을 위한, 정권몸통검찰의 편파적 법 적용에 정점을 찍었다. 지귀연 재판부의 법 해석은 윤석열에게만 특전을 베푼 유일 해석으로 남았다. 그 재판부가 지금 내란 재판을 도맡아 하고 있다. 검찰에 대한 불신은 특검으로 대체되었는데, 재판부는 그대로다. 재판 진행을 주시하는 국민들은 불안하고 마뜩잖다.

 

올 5월1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재명의 항소심(무죄)판결에 대해 파기환송을 했다. 전례 없는 초신속 절차 진행에 대해 “도대체 왜” 하는 의문이 가득하다. 대통령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국민의 선택권을 아예 뭉개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 평소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했던 법원이건만, 대법원이 국민주권 행사의 앞마당에 칼춤 추며 난입한 격이다. 대통령의 불법계엄을 겨우 진압해 낸 국민들은 대법원 발령의 사법비상계엄에 또 경악했다.

 

두 재판은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그 재판에는 독립과 중립의 신중함이 아니라, 무언가의 조급함과 불순성만 느껴진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첨예한 갈등과 긴장을 풀어낸 명판결이었던 데 반해, 법원의 두 판결은 사법부에 엄청난 불신과 의혹을 초래했다. 이럴 때 정치인 같으면 해명, 유감, 사과 같은 표현으로 국민 앞에 나섰을 것이다. 그런데 사법부는 “법원은 판결로만 말한다”는 방패 뒤에 안주한다. 아무도 나서지도 않고, 아무 해명도 없다. 징계도 탄핵의 리스크도 강 건너 불이다.

 

헌법 제1조 2항, 민주 시민이면 누구나 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과연 그런가? 주권자의 가장 강력한 권력 행사 방법은 선거다. 선거는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심판의 기능을 담고 있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은 정치인과 정당을 심판한다. 의원, 대통령, 자치단체장은 국민 앞에 노출되고, 날선 비판을 받는다. 제일 힘 있다는 대통령도 근래에 3명이나 탄핵소추당하는 걸 보면, 주어진 임기도 보증 기간이 되지 못한다.

 

사법권도 그 “모든 권력”의 한 부분이지만, 이 조항이 뭔가 공허하다. 지귀연이든 조희대든 그저 건재하다. 심지어 그들의 건재성은 헌법상 보장되고 있다. 법관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국민보다는 선배 동료의 내부 평판에 더 신경 쓴다. 이렇게 사법권은 국민주권과는 동떨어져 있는 듯하니, 뭔가 민주헌법의 설계도에 미흡함이 있지 않나 생각이 미친다.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물론 무수한 공론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다만 공론화 과정이 법관집단, 법조집단의 기득 카르텔 내의 논의에 국한되어선 안 된다. 주권자 국민이 그 공론의 전 과정에 주인으로 관여하고 이끌어 가야 한다.

 

현행 제도상으로는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사무를 지휘·감독하고, 인사·정책·예산 등 모든 것을 사실상 좌우한다. 대법원장은 모든 대법관의 제청권을 갖고 있고, 헌법재판관 3인을 직접 지명한다. 그런 “제왕적” 대법원장을 선정하는 절차는 의외로 가장 비민주적이다. 그냥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한다. 국회 동의가 부결되어도 다음 후보의 임명권을 대통령이 갖고 있음은 변함이 없다.

 

그런 방식은 1972년 유신독재헌법의 산물인데, 1987년 헌법 개정 때도 별다른 논의 없이 지나쳤다. 그 이전은 어떤가? 4·19 민주혁명 직후 개정된 헌법(1960년)에서는,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법조인 중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이 선거하고, 대통령은 이를 확인한다고 되어 있다. ‘대법원장 및 대법관 선거법’도 만들었고, 선거인단은 법관 중에서 50명, 기타 법조인 중에서 50명으로 구성했다. 선거인단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일자가 1961년 5월18일이었으니, 5·16 군사내란이 없었다면 대법원장은 법조계의 중망을 압축한 선거인단의 선거로 뽑힐 뻔했다.

1963년 헌법에는 대법원장은 “법관추천회의의 제청에 의하여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고 하여, 사전절차로 법관추천회의를 넣었다. 그런데 유신헌법에서는 선거인단은 물론 법관추천회의마저 없애 버렸고, 거기다 대법관까지 국회 동의도 없이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했다. 1987년에는 대법관의 경우 국회 동의를 요한다는 정도의 개선만 한 것이다.

 

대법원장 지명을 대통령에게 일임하는 현행 방식은 시민주권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선거인단이든 추천위원회든 선행 추천절차가 있어야 한다. 현재 대법관의 경우, 법률로써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복수 추천하도록 되어 있지만, 그 위원회 구성에서 일반 국민의 참여 기회는 없다. 대법원장, 대법관 선정에서 국민적 공론화와 추천, 나아가 선거제적 원리가 포함되어야 한다. 예컨대 무작위 추첨된 시민들이 법조인과 함께 폭넓게 공론 절차에 참여케 하는 방안을 구상할 수 있다.

 

대법관의 증원과 다양성 확보가 현안이 되어 있다. 대법관 정수와 관련하여, 현행 유지론부터 총 48명 증원론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상고심에서 심각한 사건 적체와 심리불속행의 폐단이 있고, 대법관의 다양성이 부족하여 사회 내의 폭넓은 공감을 모아 갈 지혜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경청해야 한다. 그런데도 대법원 쪽은 대법관 증원론보다 현상 유지론에 힘을 싣는다. 소수로서의 특권성을 온존하자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쳐 낼 수 없다. 대법관 수를 최소한 20여명 이상은 늘려야 할 것으로 보는데, 단계적 증원을 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다양한 국민의 요구를 이해하고 반응하기 위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다변화 방안도 제도화해야 한다.

 

재판의 주체는 누구인가. 오직 전문법관만 재판한다는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다. 국민이 재판의 대상자로만 여겨질 게 아니고, 재판의 주역으로 관여해야 한다. 금세기 들어 일본은 시민들이 직업재판관과 함께 재판하는 재판원재판을, 한국은 국민참여재판을 거의 동시에 시행했다. 일본이 확고한 제도로 정착시킨 데 반해, 한국은 어정쩡하다. 최근 대만도 일본 모델에 가깝게 국민법관재판을 도입했다. 일본, 대만의 경우 중죄 사건 재판에서 시민이 재판부의 일원으로 필수적으로 참여하는 데 반해,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은 임의적이고 시민배심원의 판단(평결)에 구속력도 인정되지 않는다. 국민참여재판의 활성화 방안들이 논의되어 왔지만, 법원은 적극적이지 않고, 국회는 무심하다. 하지만 폐쇄적 관료사법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현시점에서, 국민의 사법 참여는 훨씬 강화된 형태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주인인 국민은 재판 진행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야 한다. 모르고서는 판단하고, 감시할 수 없다. 판결문의 전면 공개를 통해 사법부의 투명성도 훨씬 진전시키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여 국민들의 법 생활에 큰 도움을 주도록 해야 한다. 개인정보나 민감사항을 제외한, 판결문 전체가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판결문의 전면 공개는 국민주권의 최소한의 요구다.

 

재판의 진행 자체가 국민에게 깜깜이가 되어선 안된다. 현재 내란 재판이 민간 법정과 군사법원에서 동시 진행되고 있는데, 일반 국민들은 제한적인 언론 보도 이외에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국민들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감시도 해야 한다. 대립되는 증언과 주장을 보고 들음으로써 내란의 실체를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다. 탄핵 재판을 여과 없이 공개한 헌법재판소의 예도 있다. 왜 주권자인 국민이 판결문 나올 때까지 수동적으로 머물러야 할까. 재판의 구체적 과정을 알고 의견도 내고 비평도 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사법부의 구성, 재판의 결정, 절차 전반에 국민이 주체로 관여할 수 있는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 사법 영역에서도 국민은 언제나 주인된 자세로 당당하게 주장하고, 요구하고, 관여하고, 감시할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법관은 주권자를 섬기는 공직자일 뿐 그 자체 주권자가 아니다. 모든 사법권도 국민으로부터 나오도록 되어야 한다.

 

"어떻게든 부정하려 했던 고통스런 결론"

"이스라엘군 행위는 전쟁 아닌 학살"
대다수 홀로코스트 학자들의 '침묵'

"이스라엘 도덕적·역사적 신뢰 고갈"
"인종 분리 독재 국가 깊이 우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인민을 상대로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 피할 수 없는 내 결론이 됐다. 시온주의 가정에서 자라나 내 인생의 첫 절반을 이스라엘에서 보냈고, 이스라엘 국방군(IDF)에서 사병과 장교로 복무했으며, 경력 대부분을 전쟁 범죄와 홀로코스트 연구와 집필에 쏟아온 내게 이는 어떻게든 오랫동안 부정하려 했던 고통스러운 결론이었다. 그러나 사반세기 동안 난 제노사이드를 가르쳐 왔고 제노사이드를 보면 알 수 있다."

 

오메르 바르토프 미국 브라운대 교수. [출처. 브라운대 홈피]

 

유대인 제노사이드 학자 바르토프 "이스라엘, 가자에서 제노사이드"

 

미국 브라운대의 오메르 바르토프 교수(홀로코스트‧제노사이드학)는 '나는 제노사이드 학자다. 그것을 보면 나는 안다'란 15일 자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2023년 10.7 하마스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보복을 구실로 삼아 22개월째 가자지구 주민을 상대로 자행하는 무자비하고 무차별적 군사 공격과 살해, 강제 이주 행위와 관련해 이렇게 밝혔다.

 

바르토프의 관점은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었다. 10.7 공격 한 달 후엔 가자에서 이스라엘군이 벌인 행동은 전쟁 범죄이며 반인도적 범죄도 될 수 있다고 봤지만, 인류 최악의 범죄인 제노사이드까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노사이드로 생각이 바뀐 건 작년 5월경이었다.

 

바르토프는 "2024년 5월 IDF는 라파에 피란한 약 1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주거시설이 없는 해안 마을 마와시로 이동하라고 명령한 뒤 라파 대부분을 파괴하기 시작해 8월경 다 마쳤다"면서 "그때쯤엔 IDF 작전의 패턴들이 하마스 공격 이후 '제노사이드 의도'가 담긴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발언과 맞아떨어진다는 점을 더는 부인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스라엘군이 17일 봉쇄된 가자 지구를 폭격한 직후 파괴된 건물들 위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5. 07. 17 [AFP=연합]

 

"어떻게든 부정하려고 했었다,
유대인 학자론 고통스런 결론"

 

일례로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 지상 침공을 앞둔 2023년 10월 27일 "이제 가서 아말렉(가나안 남쪽 네게브 사막지대에 살던 고대 유목민족)을 공격하고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완전히 멸하고 남자와 여자와 어린이와 젖 먹는 아이, 소와 양과 낙타와 나귀를 모두 죽여라"(사무엘 상 15장 3절)라는 구약성서 구절을 인용해 충격을 주었고, 당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 고위 인사들은 "인간 짐승들" "절멸" "완전 봉쇄" 등의 극단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1948년 '유엔 제노사이드 범죄의 방지‧처벌 협약'에 따르면, '제노사이드'는 "통상 국민적,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집단을 전부 또는 일부 파괴할 의도"에 의해 규정된다. 따라서 제노사이드라고 판단하려면 '의도'를 확인하고 그 의도가 '실행'됐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에 바르토프는 "이스라엘의 경우 그 의도는 많은 관리와 지도자가 공개로 표명했지만, 이런 지상 작전 패턴들에서도 그 의도가 드러났다"며 "IDF가 가자 지구를 체계적으로 파괴할 때인 2024년 5월경에는 이런 패턴이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정권은 지금까지 제노사이드는 물론, 전쟁 범죄나 반인도적 범죄마저 철저히 부인하고 있다. IDF가 곧 폭격할 지역의 민간인을 소개할 때 미리 경고했고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활용한다고 주장하면서 적법하게 작전해왔고 강변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4일 예루살렘의 크네세트(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 07. 14 [로이터=연합]

 

바르토프 "이스라엘군 가자 공격,
전쟁 아니라 일방적 제노사이드"

 

가자에선 주거시설뿐 아니라 공공건물, 병원, 대학교, 초중고 학교, 모스크, 문화 유적지, 정수 시설, 농경지, 공원 등 다른 인프라들에 대한 체계적 파괴가 자행됐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조사에 따르면, 가자 건축물 전체의 최대 70%에 달하는 약 17만4000채의 건물이 파괴되거나 손상됐다. 가자 보건 당국에 따르면 5만8000명 넘게 살해됐고, 이 중 1만7000명 이상이 아동이고, 전체 사망자의 약 3분의 1에 이른다. 2000 가족 이상이 전멸했고, 5600 가족 이상이 생존자가 한 명뿐이었다. 또한 13만8000명 넘게 부상하거나 불구가 됐고, 최소 1만 명이 건물 잔해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로 가자 참상을 '전쟁'으로 부르지만, 잘못된 명칭이란 게 바르토프의 견해다. 지난해 IDF는 조직된 군사 조직과 싸운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 IDF는 뭣보다 먼저 (가자에서의) 파괴와 인종 청소 작업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18일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이 깨진 후 IDF는 전 가자 주민을 가자의 25%에 해당하는 가자시티, 중부 난민 캠프, 남서부 해안의 마와시에 몰아넣었다. 그동안 미국 제공의 수많은 불도저와 엄청난 양의 폭탄들을 활용해 다른 75% 지역의 모든 구조물을 파괴했다.

 

게다가 구호품 배급 지점을 최소한으로 지정해 식량을 구하고자 필사적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죽고 기아 위기는 깊어지고 있다. 지난 7일엔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이 IDF는 라파의 폐허 위에 "인도주의 도시"를 세우고 마와시 피란민 60만 명을 우선 거주시키면서 국제기구의 구호 제공은 허용하되 다른 지역 이동은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예드바브네 유대인 학살을 추모하는 폴란드 기념비 근처에 새로운 명판들이 보인다. 이 명판들은 "범죄는 현지 폴란드인이 아니라 독일 평정 부대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5. 07. 10 [AFP=연합]

 

대다수 홀로코스트 학자들의 '침묵'
"이스라엘 도덕적·역사적 신뢰 고갈"

 

이에 바르토프는 "일부에선 이런 작전을 '제노사이드'(genocide)가 아니라 '인종 청소'(ethnic cleansing)라고 묘사하지만 두 범죄 간에 연결 고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인종 집단이 갈 곳이 없고 끊임없이 소위 이 '안전지대'에서 저 안전지대로 쫓겨나고 집요하게 폭격과 굶김을 당하면 인종 청소는 제노사이드로 변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가 2차 대전 때의 홀로코스트(유대인 집단학살)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추방 시도에서 비롯됐지만, 유대인 집단학살로 끝났다는 것이다.

 

제노사이드가 전쟁 범죄, 반인도적 범죄 등 다른 국제법상 범죄와 구별되는 중요한 지점은 제노사이드는 '집단 차원'의 사람들을 살해함으로써 '그 집단'이 정치적, 사회적 또는 문화적 실체로서 재구성될 수 없도록 영구히 파괴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바르토프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전쟁 범죄, 반인도 범죄, 인종 청소 또는 제노사이드를 저질렀다고 보는 홀로코스트 학자는 몇 명에 불과한다"며 '다수의 침묵'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침묵은 '다시는 안 된다'(Never again)란 구호를 조롱하고, 그 의미를 어디서 자행되든 그것(홀로코스트)에 저항하겠다는 적극적 주장을 과거 자신들이 겪었던 희생을 들먹이며 타인을 파괴하는 것에 대한 변명, 사과, 나아가 백지위임장으로 변질시킨다"고 개탄했다.

 

바르토프는 "이스라엘은 문자 그대로 가자에서 팔레스타인 존재를 말살하려 하고, (요르단강) 서안에서 갈수록 더 많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력을 행사함에 따라 그 유대 국가가 여태껏 확보해왔던 도덕적이고 역사적인 신뢰는 이제 고갈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은 또다른 '홀로코스트'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는 이스라엘은 그동안 자신의 적들을 모두'나치'로 묘사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극우 유대 광신 성향의 네타냐후 정권 시각에선 하마스는 물론이고 모든 가자 주민, 앞으로 성장해 전사가 될 영아들까지 '나치' 범주에 들어간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16일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가자지구 내의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5. 07. 16 [AP=연합]

 

"네타냐후 이스라엘, 파괴의 길 고집
아파르트헤이트 독재 국가 깊이 우려"

 

바르토프는 이스라엘의 가자 제노사이드 비판을 "반유대주의적"(anti-semitic)란 비난은 제노사이드 연구의 토대를 훼손하고 부정주의와 면죄부 정치에 길을 열어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홀로코스트의 잿더미에서 파생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이스라엘의 도덕성이 불가피하게 붕괴됨에 따라 이스라엘의 미래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라고 묻고는 이스라엘 지도자와 시민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파괴의 길을 고집하고, 아마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권위주의적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국가로 나아갈까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바르토프는 "과거 수십 년간 홀로코스트 연구와 기념이 대변했던 건 모든 인간의 존엄과 법치 존중, 그리고 비인간성이 사람의 마음을 장악하고 안보, 국익, 단순 복수를 이유로 국가의 행동을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절박한 필요였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이 매우 어두운 터널 끝의 유일한 빛은 아마도 이스라엘의 새 세대가 홀로코스트의 그늘에 숨지 않고 미래를 직면할 가능성이다"라면서 "이스라엘은 비인도적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홀로코스트로 퇴보하지 않고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이유 기자 >

긴급 시국 성명…관세 폭탄·천문학적 방위비 규탄

"트럼프, 한국 주권 짓밟는 현실 충격"
한국의 대중국 전초기지화 "가장 우려"

함세웅 "차라리 미군 없이 우리가 지켜"
원칙 있고 결기 있는 대미 협상 촉구

 

"약육강식이 판치는 동물의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짓을, 동맹국이자 자주 독립국인 대한민국을 상대로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원로들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젊은 세대를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공정한 처사를 단호하게 거부할 것을 선언합니다."

 

시민사회 원로들은 제헌절인 1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클럽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부당한 행태를 비판하고 '빛의 혁명'을 통해 탄생한 이재명 대통령 정부에 원칙 있는 대미 협상을 촉구하는 내용의 시국 성명을 발표했다. 2025. 07. 17 [출처. 통일뉴스]

 

시민사회 원로 10인 긴급 시국성명

"미국, 진정한 동맹인지 되묻는다"

 

평생을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해온 시민사회 원로 10인이 고율의 관세를 무기로 동맹국을 협박하고 천문학적 방위비 인상, 막대한 주한미군 주둔비 증액을 통해 한국의 대중국 전초기지화 의도를 노골화하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행태를 두고 볼 수 없다면서 긴급 시국 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다.

 

시민사회 원로들은 제헌절인 1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클럽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부당한 행태를 비판하고 '빛의 혁명'을 통해 탄생한 이재명 대통령 정부에 원칙 있는 대미 협상을 촉구하는 내용의 시국 성명을 발표했다. 회견에는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김중배 전 문화방송 사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상근 목사, 함세웅 신부, 황석영 작가, 정세현 한국통일협회 이사장,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 이부영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행사에서 펜타닐 처벌 강화법안에 서명한 후 자리를 뜨고 있다. 2025. 07. 16 [UPI=연합]

 

"트럼프, 한국 주권 짓밟는 현실 충격"
관세 폭탄·천문학적 방위비 증액 규탄

 

먼저 오늘날 한국의 번영에 미국이 크게 공헌해온 점을 강조한 이들은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주권을 짓밟고 있는 현실에 직면하여 충격에 빠져 있다"면서 "대한민국의 존립 기반인 먹고사는 문제뿐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까지 '미국 우선주의를 위한 위협과 흥정' 대상으로 삼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원로들은 25%의 관세 폭탄을 앞세운 미국의 강압은 자동차, 반도체, 농축산물 등은 물론 검역과 수입 제한 조치 철폐까지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명백한 위반으로 "동맹국은 가난하게 만들고 자국 이익만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이런 요구가 관철되면 대한민국 경제는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핵심 산업은 주저앉고 식량 주권은 무용지물이 되며, 노동자·농민의 생존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올해의 9.7배인 100억 달러(약 13조 7천억 원)를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내고, 국방비는 GDP(국내총생산)의 5%로 올리라고 압박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위협을 하는 트럼프의 행태에 "한국에 필요하지 않은 미국의 무기를 더 사라는 강매 행위"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한국을 부유한 나라라고 언급하면서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한국은 미국에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9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차량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2025.7.9 연합

 

한국의 대중국 전초기지화 "가장 우려"
함세웅 "차라리 미군 없이 우리가 지켜"

 

특히 원로들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국방비의 천문학적 인상 요구에 대해 "한국의 의사는 무시하고 오로지 자국 이익을 위해 한국을 중국 견제 및 미·중 대립의 전초기지로 만들려는" 시도와 관련된 것으로 봤다.

 

이들은 "외세의 충돌로 인해 나라를 잃고 분단과 전쟁이라는 끔찍한 참화를 겪었던 한국 국민이 가장 우려할 만한 일"이라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방위비 분담금과 국방비 대폭 증액으로 초래될 고통과 비극을 감내하느니 차라리 미군 없이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키겠다'라는 열망이 커질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원로들은 "지금의 미국이 과연 이제까지의 미국인지 강하게 의심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주권을 존중하며 호혜 평등과 선린우호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진정한 동맹인지를 되묻고 있다"면서 "3.1 독립선언을 통해 우리나라가 독립국이고 우리는 자주민임을 선언한 바 있는 대한국민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는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7.15 연합
 

'원칙과 결기' 있는 대미 협상 촉구
"이재명 정부, 국민 믿고 당당하게"

 

끝으로 이들은 '빛의 민주주의 혁명'을 통해 탄생한 이재명 정부에게 △ 주권자인 국민을 믿고 경제와 안보 주권을 당당하게 지켜내라 △ 미국의 부당한 관세 협박에 굴하지 말고 원칙에 기초한 실용 외교 지침대로 결기 있게 나가라 △ 안보 분야의 대미 협상에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견지하라 △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제사회의 다른 국가들과 연대해 미국의 압박에 대처하라 △ 주권자인 국민에게 협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적 합의를 구축하여 협상에 임하라 등의 5가지 대미 협상 원칙을 촉구했다.

 

한편, 마지막 발언에 나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고문인 함세웅 신부는 "국민 모두가 단호하게 미국의 요구를 반대해야 한다"면서 "차라리 미군 없이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키겠다는 게 우리의 선언이다"라고 말했다.< 이유 기자 >

 

18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주한미군 순환배치 여단 임무교대식에서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놓여 있다. 미 4사단 1스트라이커여단(레이더 여단)은 한반도에서 임무를 수행했던 미 7사단 1스트라이커여단(고스트 여단)과 교대해 9개월 간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운용한다. 2026. 06. 18 연합
 

[한국 시민사회 원로 성명 전문]

"이재명 정부는 원칙 있는 대미 협상에 나서라"

우리 한국 국민은 미국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오랫동안 공헌해왔으며 유엔, 가트와 세계무역기구 등 미국이 구축해놓은 자유 국제주의 질서 덕분에 한국이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다는 것을 당연히 인정해왔습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주권을 짓밟고 있는 현실에 직면하여 충격에 빠져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존립 기반인 먹고사는 문제뿐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까지 '미국 우선주의를 위한 위협과 흥정' 대상으로 삼고 나섰습니다.

약육강식이 판치는 동물의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짓을, 동맹국이자 자주 독립국인 대한민국을 상대로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원로들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젊은 세대를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공정한 처사를 단호하게 거부할 것을 선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8월 1일부터 한국산 모든 제품에 25%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이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명백하게 위반한 행위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두 나라는 대부분의 시장을 개방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거의 모든 미국산 품목에 대해 0%대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유무역협정 미체결국과 비슷한 정도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트럼프의 관세 폭력이 단순한 무역 조치가 아니라 '동맹국가를 가난하게 만들면서 자국 이익만 챙기겠다는(Beggar Thy Neighbor policy)' 1930년대의 파행적 보호주의 행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관세 폭탄을 앞세운 미국의 강압은 자동차, 반도체, 농축산물 등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검역 및 수입 제한 조치의 철폐까지 강요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요구가 관철되면 대한민국 경제는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핵심 산업은 주저앉고 식량 주권은 무용지물이 될 것입니다. 노동자·농민의 생존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만 그치지 않고 안보 분야까지 흥정 대상으로 올려놓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100억 달러(약 13조 7천억 원)를 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무려 올해보다 9.7배나 인상된 액수입니다. 주한미군 주둔비용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처럼 이미 두 나라 간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통해 2026년부터 매년 1조 5,192억원을 부담하기로 합의한 상태입니다. 이는 2025년 대비 8.3% 증가한 금액입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걸 무시하고 한국을 무임승차국으로 오도하는 가짜 뉴스를 공공연히 퍼뜨리면서 돈을 내지 않으면 미군 감축이나 철수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입니다. 국방비 증액 요구도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심지어 한국의 방위비를 국내총생산의 5%로 올리라는 요구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자신의 국방비도 국내총생산의 5%에 미치지 않는 3.5%에 그치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국방비를 얼마 쓸 것인가 하는 문제는 주권국의 결정 사항일 뿐만 아니라,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국방비(국내총생산의 2.3%)를 지출하는 처지입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무리한 국방비 증액 요구는 한국에 필요하지 않은 미국의 무기를 더 사라는 강매 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구나 미국은 주한미군을 한국의 방어를 위해 주둔하는 병력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지키는 군대, 즉 중국 견제를 위한 전력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대만해협 위기가 발생할 때 주한미군의 직접 개입뿐 아니라 한국군의 연루 가능성까지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한국의 의사는 무시하고 오로지 자국 이익을 위해 한국을 중국 견제 및 미·중 대립의 전초기지로 만들려고 하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및 국방비의 폭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외세의 충돌로 인해 나라를 잃고 분단과 전쟁이라는 끔찍한 참화를 겪었던 한국 국민이 가장 우려할 만한 일입니다. 시민들 사이에서 "방위비 분담금과 국방비 대폭 증액으로 초래될 고통과 비극을 감내하느니 차라리 미군 없이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키겠다"라는 열망이 커질 게 분명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결정적으로 해치는 일을 자행하면서도, 한국의 주권과 자존심을 전혀 무시하고 있습니다. 주권국으로 이뤄진 국제사회는 크고 작은 국가는 있을지언정 높고 낮은 나라는 없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한국 국민은 트럼프의 변칙적인 행동을 지켜보면서, 지금의 미국이 과연 이제까지의 미국인지 강하게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주권을 존중하며 호혜 평등과 선린우호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진정한 동맹인지를 되묻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6년 전 3.1 독립선언을 통해 우리나라가 독립국이고 우리는 자주민임을 선언한 바 있는 대한국민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는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강하게 규탄합니다. 아울러 '빛의 민주주의 혁명'을 통해 탄생한 이재명 정부에게 다음 사항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 이재명 정부는 주권자인 국민을 믿고 경제와 안보 주권을 당당하게 지켜낼 것을 촉구한다.

- 미국의 부당한 관세 협박에 굴하지 말고 원칙에 기초한 실용 외교 지침대로 결기 있게 나 가야 한다.

- 안보 분야의 대미 협상에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견지하라.

-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제사회의 다른 국가들과 연대해 미국의 압박에 대처하라.

- 주권자인 국민에게 협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적 합의를 구축하여 협상에 임하라.

2025년 7월 17일

임동원(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전 통일부 장관)

김중배(전 문화방송 사장)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 창작과비평 명예편집인)

김상근(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시국회의 상임대표)

함세웅(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

황석영(작가)

정세현(한국통일협회 이사장, 전 통일부 장관)

신인령(전 이화여대 총장)

문정인(한겨레 통일문화재단 이사장, 연세대 명예교수)

이부영(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특검, 김건희 집사 적색수배…삼부토건 실세 도주

"특검 기간만큼은 피하자" 제3국으로 도피한 듯…
"평소 묻어놓은 돈 처리 위해 싱가포르 갔을 수도"

 

전직 대통령 윤석열(65) 부인 김건희(53) 씨가 21대 대통령 선거가 열린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제3투표소에서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5.6.3 [공동취재] 연합
 

윤석열 부인 김건희 씨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건희 '집사'로 지목된 김예성(48) 씨가 해외 도피 중이라며 인터폴 적색수배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특검 수사 기간이 최대 150일만인 만큼, 김 씨의 도주는 특검 기간 수사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검팀의 신속한 신병 확보가 요구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문홍주 특검보는 17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어제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즉시 지명수배했고, (이날) 외교부를 통한 여권 무효화와 경찰청을 통한 적색수배 절차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문 특검보는 "베트남에서 3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보이는 김 씨는 즉시 귀국해 수사에 협조하기 바란다"며 "출국금지 (조처) 때문에 지난 달 20일 베트남 호찌민으로의 출국에 실패하고 강남 모처에 잠적 중인 것으로 보이는 김 씨 처(妻) 역시 특검에 소재와 연락처를 밝히고 자진 출석해 조사받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뒤 종적을 감추고 특검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특검팀은 김씨가 이달 초 자녀들까지 베트남으로 출국시킨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사전에 도주를 치밀하게 준비한 흔적으로 읽힌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씨가 최근 베트남에서 태국 등 제3국으로 옮겨갔다는 설이 나온다. 최종 목적지가 싱가포르라는 소문도 있다. 특검팀은 김 씨의 신병을 파악해 국내로 송환하는데 2~3주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유튜브 채널 민들레TV <위클리 민들레>에 출연해 "(김 씨가) 도주하는 이유는 딱 하나"라면서 "특검은 시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한까지는 버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교수는 '1도 2부 3빽'(형사 사건에 연루되면 먼저 도망가고, 만약 잡히면 부인하고, 앞뒤 가라지 말고 연줄을 찾아서 '빽'을 써라)라는 법조계 은어를 인용하면서 "일단 목표는 이 특검 기간만큼은 피하자, 이게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 2025.7.17. 민들레tv 유튜브 화면 갈무리

 

아울러 신 전 교수는 "조세 회피처인 바하마, 버진아일랜드, 케이만군도 등도 있지만, 부자들이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 많이 갔던 나라가 싱가포르"라며 "애들 교육도 많이 보내고, 말레이시아랑 차로 많이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하니까 싱가포르 이런 데를 목표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신 전 교수는 "평소 갖다 묻어놓은 돈이 있다고 추정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싱가포르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육로나 밀항은 워낙 광범위하게 그동안 많이 써먹었던 수법들이라, (도주) 노하우가 다 있고 에이전트(대리인)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씨보다) 훨씬 큰 세력들은 아직까지도 안 돌아오고 안 잡히고 있다"면서 "이 사람들은 (도주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집사 게이트'는 김건희 씨와 친밀한 관계인 김예성 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까지 가진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옛 비마이카)가 2023년 카카오모빌리티 등으로부터 184억원을 투자받고, 이 가운데 차명회사를 통해 46억원어치의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이기훈 웰바이오텍 회장 겸 삼부토건 부회장. 연합
 

한편 문 특검보는 "오늘 오후 2시 10분에 이기훈 웰바이오텍 회장(겸 삼부토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됐었는데 출석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며 "심사에 변호인만 출석했는데 그도 이 회장의 소재를 모른다고 하는 것 같다. 사고 등 상황이 발생했다면 법원에 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삼부토건 전현직 임원들과 2023년 5~6월쯤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주가를 띄운 후 보유 주식을 매도해 수백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삼부토건 전현직 회장의 지분 승계 실무를 맡고 포럼 참석 과정을 주도한 '그림자 실세'로 지목됐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