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광화문 탄핵 촉구 집회 연단에 올라 "전두환의 계엄 공포 엄습"

 

 
 
윤명화 학교법인 충암학원 이사장. 윤명화 페이스북
 

충암고등학교 윤명화 이사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윤석열이 대한민국을 유린하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외쳤다. 충암고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모교다.

 

윤 이사장은 14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연단에 올라 “저는 내란수괴 윤석열, 이상민, 김용현, 여인형의 모교 충암학원 이사장 윤명화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1979년 저는 전두환의 계엄을 겪었다. 그 공포가 그날도 저에게는 엄습해 있었다. 그래서 (12·3 비상계엄 당일) 광장으로 여의도로 못 갔다. 정말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이어 “그러나 국회를 침탈하는 군인들과 그것을 막아서는 용감한 국민의 저항을 보고 반성했다”라며 “다음날 에스엔에스(SNS)에 ‘윤석열을 그 일당과 함께 충암의 부끄러운 졸업생으로 100만번 선정하고 싶다’고 적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예비후보 시절이던 2021년 9월8일 모교인 서울 충암고를 찾아 시구를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윤석열’ 채널 영상 갈무리

 

윤 이사장은 “(비상계엄 이후) 충암의 재학생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라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처참하게 짓밟히고 헌법이 유린당하고 국민의 주권이 부정당하는 이 참담한 현실을 두고 가만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은 국민을 배신하고 국가를 사유화하고 민주주의 무너뜨리는 반헌법적 폭정 저지르고 있다”며 “윤석열은 (자신을) 대통령이 아닌 독재자로 착각하고 법치를 가장한 정치 보복, 정적 탄압, 검찰 독재, 언론 장악, 노동 탄압, 민생 파괴, 외교 참사 등 대한민국을 나락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외쳤다.

 

윤 이사장은 “윤석열이 대한민국을 유린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라며 “헌재는 반드시 윤석열을 파면해야 한다”고 외쳤다.

 

15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

 

윤 이사장은 2022년부터 충암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충암고에서 급식비리, 교직원 채용비리 등이 발생하자 서울시교육청에서 그를 파견했다.  < 한겨레 송경화 기자 >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할 수밖에 없는 다섯 가지 이유

 

 
 
윤석열 대통령이 3월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걸어 나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2017년 3월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이정미 재판관을 비롯한 재판관 8명이 들어섰습니다. 이정미 대행은 미리 준비한 결정문을 20분 정도 차분하게 낭독했습니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 탄핵이 이루어진 순간이었습니다. 재판관들이 대심판정을 빠져나간 뒤 청구인단을 대표해서 국회 법사위원장 권성동 의원이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이번 사건의 승리자도 없고 패배자도 없다.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권성동 의원의 표정은 담담했습니다. 이날 낮 태극기 부대의 격렬한 시위로 사람이 숨지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권성동 의원의 당부대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였습니다.

 

 

정국은 조기 대선 국면으로 넘어갔습니다.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다섯 후보의 토론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됐습니다. 선거는 5월 9일 화요일에 치러졌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대통령이 취임한 다음 주에 한국갤럽이 “문재인 대통령 향후 5년 직무 수행 전망”을 물었습니다. ‘잘할 것’이라는 응답이 87%, ‘잘못할 것’이라는 응답이 7%였습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같은 조사에서는 ‘잘할 것’이라는 응답이 79%였습니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은 71%였습니다. 궐위에 의한 대통령 선거였지만, 정상적인 대통령 선거보다 선거 이후 민심이 훨씬 더 안정적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궐위 대선은 대한민국 국민의 성숙한 정치의식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탄핵심판 결정 선고 이전부터 분위기가 좋았던 것은 전혀 아닙니다. 선고 이전에는 온 나라가 뒤숭숭했습니다.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가 연일 벌어졌습니다. 탄핵 심판 결과를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017년 3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문을 읽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선고를 이틀 앞두고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는 ‘지라시’가 돌았습니다. “의견이 다른 재판관 몇 사람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찬성 5, 반대 3’으로 갈려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정미 재판관의 남편이 해산된 통합진보당 당원이라는 가짜뉴스가 돌았습니다. 조선일보가 창간 97주년 여론조사 결과를 3월6일 치 신문에 실었습니다. ‘헌재 결정을 무조건 인정하고 승복해야 한다’가 50.6%,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반대 의사를 밝혀야 한다’ 44.6%였습니다.

 

어떻습니까? 지금 상황을 2017년과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재판관 평의에서 고성이 오갔고 몇몇 재판관이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는 가짜뉴스가 최근 나돌았습니다. 재판관들의 이념 성향에 따라 ‘찬성 5, 반대 3’으로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2월 13일 인터넷에서 조작된 사진을 보고 문형배 재판관이 동문 온라인 카페에서 미성년자 음란물 게시글에 댓글을 달았다고 주장했다가 다음 날 사과했습니다. 3월 13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에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이) 내 생각과 달라도 수용하겠다”는 응답은 54%,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42%였습니다. 2017년 수치와 비슷합니다.

 

그래서입니다. 이번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정국이 급속히 안정되고 조기 대선 국면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60일 이내 궐위 대선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될 것입니다. 전 세계는 이번에도 대한민국 국민의 성숙한 정치의식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에 찬사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전제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섯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압도적 여론입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사퇴를 선언하면서 정치적 타협을 모색했다면 상황이 지금에 이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버텼습니다. 이제 어쩔 수 없습니다. 탄핵이냐 기각이냐 둘 중 하나라면 다수 의견을 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갤럽이 3월14일 발표한 정례조사에서 탄핵 찬성은 58%, 탄핵 반대는 37%였습니다. 1월 중순 이후 큰 변화가 없습니다. 정치 양극화가 극심한 환경에서 이 정도면 압도적 격차입니다. 특히 중도층은 탄핵 찬성이 69%, 탄핵 반대가 26%입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헌법 수호를 위해 설치된 헌법재판소가 국민 다수의 여론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둘째, 재판관들은 판사들입니다.

판사를 오래 한 법조인에게 탄핵 심판이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판사는 결국 판결문으로 말한다. 그런데 논리에 맞지 않으면 판결문을 쓸 수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재판관들은 법조인들입니다. 이념 성향보다는 법조인이나 판사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12월 3일 밤 군인들이 국회의사당 창문을 깨고 들어가는 장면을 온 국민이 목격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한동훈, 우원식 등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국회의원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했습니다.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는 포고령을 발표했습니다. 논리적으로 탄핵 기각은 불가능합니다.

 

셋째, 계엄 면허증을 줄 수는 없습니다.

만약 탄핵이 기각되고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앞으로 언제든 비상계엄을 또 선포할 수 있습니다. 2차 계엄, 3차 계엄을 남발하며 계엄을 통치의 수단으로 활용할 것입니다. 비상계엄의 일상화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져도 될까요? 절대로 안 됩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

 

넷째, 내란 재판입니다.

내란 또는 외환의 죄는 대통령 불소추특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만약 탄핵이 기각돼도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로 하는 내란 재판은 계속 진행해야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재판이 중단될 것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재판에 윤석열 피고인을 출석시킬 수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재판에 참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은 검사 인사권을 갖고 있습니다. 검찰청법 34조 1항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 재판을 방해하기 위해 검찰에 설치된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를 해체할 것입니다.

 

검찰을 시켜서 아예 자신을 포함해 내란죄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를 모두 취소할 수도 있습니다. 공소 취소는 검사가 1심 선고 전에 공소를 철회하는 것입니다. 1심 선고 이후에는 항소 포기로 형을 확정한 뒤 대통령의 권한으로 사면할 수도 있습니다. 공소 취소나 사면으로 12·3 친위 쿠데타에 참여한 모든 사람을 윤석열 대통령이 풀어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하면 이런 일이 현실로 벌어질 수 있습니다. 가능할까요? 불가능합니다.

 

다섯째, 민란입니다.

만약 탄핵을 기각하면 민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민란은 “포악한 정치 따위에 반대하여 백성들이 일으킨 폭동이나 소요”입니다.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강삼재 사무총장이 ‘김대중 비자금 사건’을 터뜨렸습니다. 김대중 후보가 670억원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관계 기관을 통해 죽은 계좌를 모두 수집해서 열거한 허위의 폭로였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잘못하면 민란이 일어나고 대통령 선거 자체를 치를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자신이 김태정 검찰총장에게 수사 유보를 지시했다고 회고록에 남겼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은 김대중 비자금 사건 수사에 비할 수 없는 폭발력을 갖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할 수 없는 마지막 이유입니다.    < 한겨레 성한용 기자 >

윤 대통령 헌재 선고 앞둔 주말… "탄핵 각하하라" 구호, '한덕수 우선 판결' 피켓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전국 주일 연합예배에 참석해 설교하고 있다. ⓒ 연합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5일 서울 광화문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에서 "다음주에 윤석열 대통령이 100% 돌아오겠지만, (혹 아니라도) 절대로 실망하지 말라"라며 "국민저항권은 헌법 위의 권위가 있다"고 말했다.

내주께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뤄질 거란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전 목사가 또 다시 불복 폭력 선동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 목사는 앞서 지난 1월 19일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직후 일어난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전에도 '국민저항권'을 수 차례 언급해 극우 세력의 폭력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 목사는 자신이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가 주최한 이날 오후 광화문 탄핵 반대 집회에서 "헌법재판소도 없애버려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전 목사는 "결국 여러분과 제가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첫번째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해산해야 한다"라며 "부정선거를 한 중앙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해체도 헌법 위의 권위인 국민저항권이 해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목사는 "국회의원 300명 해산하길 원하나"라며 "이 모든 것은 국민저항권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전 목사는 "광화문 국민 저항위원회를 조직하려고 한다. 300명 가까이 하려 한다"라며 "지망하시는 분들은 언제든 우리에게 전화하라"고도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 목사는 이미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유도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전 목사는 서부지법 폭동 사태 전날인 지난 1월 18일 "서부지법 주소를 띄워달라. 우리는 빨리 그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1월 19일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부지법 앞에 모인 수십여 명은 법원 문을 부수고 난입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으러 다니는 초유의 폭동 사태를 일으켰다. 서부지법 폭동에 가담한 60여 명은 현재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전 목사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두 달이 다 되도록 전 목사를 한 번도 소환하지 않는 등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 "한덕수 우선 판결" 피켓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 김성욱관련사진보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 김성욱관련사진보기


이날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는 광화문광장 일부와 동화면세점부터 시청 앞까지 이르는 8차선 도로에 가득 들어찼다. 이들은 대부분 70대 이상 노년층으로 보였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전세버스는 시청역 주변 곳곳에 섰다 떠났다를 반복했다.

이날 이들이 단체로 든 손 팻말은 '한덕수 우선 판결', '국회 해산', '윤석열 즉각 복귀', '이재명 즉각 구속', '종북 좌파 OUT, CCP OUT, 거짓속임 OUT'이었다. 최근 보수 진영 일각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가 먼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그대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어떻게든 늦추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8대 0 탄핵 각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각하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집회는 보수 성향 기독교와 군대의 합체였다. 인파 위로 펄럭인 수많은 대형 깃발들은 '성령님', '예슈야', '야훼'처럼 기독교와 관련된 것 아니면 '육사 OO기 구국동지회', '해병대 자유통일 추진본부', '멸공 육군기술행정사관 구국동지회' 같이 군대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전직 장군 800여명으로 이뤄진 대한민국예비역장성단(대수장)도 부스를 차리고 집회를 독려하는 모습이었다. 대수장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해온 단체다.

중국 혐오도 난무했다. 집회가 치러진 광화문 길가에는 유독 '중공침략! 부정선거 반역 더불어공산당! 대한민국 대통령, 불법체포, 감금!', '6등급인데 중국국적이라고? 의대 전액 장학금?', '차이나 아웃' 등 중국이 들어간 현수막이 많이 걸려있었다. 땅 바닥에는 '중공세력 = 부정선거 = 5.18세력'라고 1면에 쓰인 정체불명의 신문지가 굴러 다녔다. 반면 태극기를 든 손에는 어김없이 성조기가 함께 있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MAKE AMERICA GREAT AGAIN'이 적힌 빨간색 모자를 착용한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집회 주최 측은 이날도 여기저기서 헌금을 안내했다. 무대에 올라선 목사들은 '할레루야'와 '아멘'을 외치며 전광훈TV 구독을 홍보하기도 했다.   < 오마이 김성욱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 김성욱

2017년 박근혜 탄핵 국면 이어 조중동 비판하는 대통령 지지층
“조중동, 자유 우파 유튜브를 언론으로 보지 않아” 대결 양상도
윤 대통령이 유튜브에서 보수신문 비판한다면 조중동의 선택은?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앞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모습. ⓒ연합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 이어 2025년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윤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조중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난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어”라는 김건희 여사의 음성까지 등장하며 조선일보를 향한 지지층의 적개심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2017년에 비해 신문의 영향력은 하락하고 유튜브의 영향력은 높아진 상황에서 10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주도권’ 대결 양상까지 보인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튜버들은 조중동 절독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신혜식씨는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유죄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씌워진 혐의는 조작된 정치 탄압이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한 것을 두고 개선장군 같다며 민주당의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썼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짜 보수 친민주당적 행태를 보이는 조선일보,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이제는 조선일보 같은 가짜 보수언론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조선일보가 국민을 속이고 좌파 프레임에 동조한다면 국민이 나서서 절독운동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또 다른 유튜브 채널 ‘배승희 변호사’ 배승희씨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자중하라는 조중동, 이준석 띄우고 한동훈 띄우고 윤석열 끌어 내리기 앞장섰던 사람들 바로 조중동이다. 레거시 언론 전부가 윤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희가 벌였던 조선일보 절독 운동, 결과가 나오고 있다. 구독자들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열차는 떠났다. 절독 운동은 계속된다”면서 “조중동은 우리가 보수의 리더다, 이러면서 따라오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사 이기주의에 빠졌던 것이다. 권력이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에 윤 대통령을 끌어 내리려 했다. 보수의 탈을 쓰고, 사실 보수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유튜브 채널 ‘고성국TV’ 고성국씨는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의 칼럼을 언급하며 “중국 간첩 99명 체포가 괴담이라고 한다. 사실 보도 언론은 백안시되고 사실로 위장한 거짓들은 대박을 터뜨린다고 한다. 조선이나 조중동은 자유 우파 유튜브들을 돈벌이 코인팔이 집단으로 본다. 언론으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수신문은) 자유 우파 유튜브를 경쟁사로 보고 해코지한다. 상권 침해 세력으로 본다”며 조선일보를 향해 “토요일 날 회사 앞에서 50m만 걸어 나와라. 광화문에 모인 자유 우파 눈에 보이는 대로 써라. 그게 팩트야. 그러면 가만있어도 구독해 줄게. 좌파한테 눈치 안 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조선일보 절독이 이뤄지고 있을까. 수도권의 한 신문지국장은 “양상훈 칼럼이 나오면 평소보다 지국에 전화가 더 온다”며 “절독 전화를 받아보면 조선일보를 배신자라 부르고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해서 보도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열불이 터진다고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해당 신문지국장은 “12월 탄핵 이후 조선일보 유료 독자는 1만5000명에서 2만명 정도 빠졌을 것”이라고 귀띔한 뒤 “유튜버들 입장에선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이 되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그게 조선일보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가 지금보다 절독이 심했다”고 덧붙였다.

 

▲2017년 초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모습. ⓒ연합 

 

“이렇게 모여도 제대로 보도되는 곳 못 봤죠? 태극기집회 인원은 축소되고 촛불집회 인원은 부풀려질 겁니다. 우리에겐 신문도 지상파도 종편도 없습니다. … 우리가 모두 언론이 되면 됩니다. 스마트폰으로 애국 혁명을 일으킵시다!”(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현장 발언) 보수신문을 향한 적대감은 2017년 초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박 대통령 지지자들에게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태극기집회에서 등장했던 구호나 발언의 공통점은 언론에 대한 불신이었다. 조갑제닷컴은 “조선일보는 촛불시위 주도단체의 위험성을 덮어 미화 해주고 언론에 대한 상호비판과 검찰에 대한 견제를 포기했다”며 “적개심보다 더 강한 건 배신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무렵 언론의 조작·왜곡보도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주장은 ‘신의한수’, ‘정규재TV’, ‘참깨방송’, ‘최대집의 지하통신’ 등 유튜브채널을 통해 확산되었다. 2017년 초 조갑제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조중동과 한겨레가 한목소리로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쏟아내자 화가 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태극기집회는 언론에 대한 저항운동 성격도 있다”고 했으며 “기성 언론은 조작과 선동의 공범집단”, “조중동은 한 번도 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뉴데일리 주필은 ‘탄핵 폭동의 주인공’으로 아예 홍석현, 방상훈, 김재호 등 조중동 사주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2017년에서 2025년 사이 8년간 보수신문의 영향력은 하락했고 유튜브의 영향력은 증가했다. 2017년 초 국회 탄핵으로 직무 정지된 박 대통령의 정규재TV 단독 인터뷰는 신문에서 유튜브로, 보수의 주요 플랫폼 변화를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체포 직전 여권 인사들에게 “요즘 레거시 미디어는 너무 편향돼 있으니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만약 석방된 윤 대통령이 유튜브에 출연해 보수신문을 비판한다면 조중동은 2017년과 비교하기 어려운 혼란에 놓일 수 있다. 보수신문이 수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대통령이 극우화되고 제1 보수정당까지 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면 보수신문은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8년 전에 비해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이 높은 점도 고민을 깊게 한다. 현 상황을 두고 한 방송사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역설적으로 조중동의 시대를 끝내고 있다”고 촌평했다.  <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