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헌재가 늦어도 다음주에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걸어나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재판 선고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늦어지자 정치권에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애초 온국민이 12·3 내란을 목격한 만큼 헌법재판소가 8대0의 만장일치 인용 결정을 내릴 거라고 자신했던 야당 안에서도 ‘기류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긴장이 감도는 분위기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재판 선고 기일이 지정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지금 상황에서 언제 선고를 한다 얘기하는 건 별 의미 없는 예측인 것 같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을 지정할 때도 매번 예측이 분분하다가 기일이 지정됐다”고 말했다. 애초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전례와 관행을 들어 늦어도 14일까지는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선고에 나설 거라고 봤지만, 이날 오후까지 헌재는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않았다. 헌재가 어떤 입장도 내지 않자 민주당은 빠른 파면을 촉구하며 적어도 16일까지는 당 차원의 도보 행진과 저녁 집회 등 ‘비상행동’을 매일 이어가기로 했다.

 

야당은 헌재가 늦어도 다음주에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에 앞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사 3인방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린 것도 먼저 탄핵소추된 이들에 대한 결론을 먼저 내려줌으로써 ‘선입선출’ 방식으로 논란의 여지를 차단한 게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우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2월25일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를 변론 종결하면서 헌재가 집중 심리를 하겠다며 다른 사건을 잡지 않았다. 오는 18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심판의) 변론 기일이 잡힌 것을 보면, 18일 전에 윤 대통령 심판의 결론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다섯가지 탄핵 소추 사유에 대해서 의견이 갈리는 것보단, 하나씩 총의를 모아 나가는 과정 아니겠느냐”며 ‘8대0 인용’에는 이변이 없을 거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또다른 핵심 당직자도 “헌재 재판 속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고 있는데, 요소요소마다 재판관들이 윤 대통령 쪽에 핵심적인 질문을 하며 논리를 깬다. 늦어도 다음주 후반에는 탄핵이 인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야당의 담담한 표정 관리에도 물밑에서는 불안이 감지된다. 헌재 선고가 늦어지는 것은 재판관들의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재판관들은 진보 성향 3명(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이미선·정계선 재판관), 중도 성향 3명(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 보수 성향 2명(정형식·조한창 재판관)으로 구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조국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탄핵은 확실하다. 다만 만약 5대3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면 (만장일치 결론을 위해) 상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놨다. 혁신당 역시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나올 때까지 삼보일배 등 여론전을 이어가기로 한 상태다.

 

민주당이 최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촉구하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한 탄핵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런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원외 인사는 “재판 초기도 아니고, 이미 변론이 종결된 상황에서 ‘8대0 인용’을 확신하고 있다면 왜 원내지도부가 마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는지 모르겠다. 헌재 쪽의 미묘한 기류 변화를 전해듣고, 진보 성향인 마 재판관을 임명해 안정적인 탄핵 인용을 기대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엄지원  김채운 기자 >

 

윤석열 석방 나비효과...‘탄핵 기각될라’ 결집한 보수, 불안한 중도·진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걸어가고 있다. 김영원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보수층이 윤 대통령 탄핵 반대로 더 결집하고 탄핵에 찬성하는 중도·진보층은 불안감을 드러내는 현상이 여론조사에서 포착되고 있다.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하고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한 채 윤 대통령을 풀어준 것이 헌재의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11~13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인터뷰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3.4%, 휴대전화 가상번호 방식)해 14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8%, ‘반대한다’는 응답은 37%였다. 여전히 윤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찬성은 지난주보다 2%포인트 줄었고, 반대는 2%포인트 늘었다. 소폭이나마 여론조사 수치가 움직인 건, 보수층의 윤 대통령 탄핵 찬성이 지난주보다 5%포인트 줄어든 24%로, 탄핵 반대가 3%포인트 늘어난 72%로 변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파면돼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51%)도,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답(41%)보다 여전히 많았다. 그러나 이 역시 정권 교체는 1%포인트 떨어진 반면 정권 유지는 4%포인트 올랐다. 중도·진보층의 응답은 지난주와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보수층의 정권 교체(16%)·유지(78%) 응답은 각각 7%포인트씩 빠지고 늘었다.

 

전날 나온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에선 ‘정권 교체’가 47%, ‘정권 재창출’이 42%로 조사돼, 두 응답 차이가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안으로 좁혀졌다. 정권 교체는 전주보다 1%포인트 떨어진 반면, 정권 재창출은 3%포인트 늘어난 결과다. 진보층의 응답은 지난주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중도층에선 정권 교체(61%)가 6% 오르고 정권 재창출(27%)이 4% 포인트 떨어졌는데도 이렇게 된 건 보수층의 응답 때문으로 보인다. 보수층 응답자 가운데 정권 교체를 원한다는 이는 15%로 전주보다 10%포인트 줄었고, 재창출을 원한다는 이는 6%포인트 늘어난 76%였다.

 

이런 여론의 흐름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와 석방 탓으로 풀이된다. 서강신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센터장은 “윤 대통령이 석방돼 대통령 관저로 들어가는 걸 보면서, 유권자들이 ‘어쩌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기각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가지 않을까 불안감을 느끼는 거고,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할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센터장은 “특히 보수층에서 자신들의 생각과 일치하는 쪽으로 긍정적인 전망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와 석방이 헌재 탄핵심판에서 ‘기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수층의 기대감과 중도·진보층의 불안감을 키우면서 특히 보수층의 결집을 불렀다는 것이다. 전날 전국지표조사에서 나온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전망’ 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해 파면할 것’이라는 응답은 53%,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킬 것’이라는 응답은 39%였는데, 지난주와 비교해 파면은 9%포인트 내려앉았고 복귀는 11%포인트 뛰어올랐다. 이 가운데 진보층(85%)과 중도층(61%)에선 파면될 것이란 전망이 전주보다 각각 1%포인트, 13%포인트 줄었고,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13%와 28%로 전주보다 각각 3%포인트, 10%포인트 늘었다. 지난주 조사에서 파면(42%)과 복귀(49%)가 7%포인트 차이였던 보수층은 이번 조사에서 복귀 전망이 14%포인트 치솟은 63%로, 파면 전망(30%)의 두배 이상 많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 석방에 또 한번 보수층 결집이 이뤄진 것”이라며 “석방의 나비효과”라고 말했다.    < 손현수 기자 >

 

소식 없던 ‘그날’…윤 탄핵심판 선고 다음주 후반에나

통상 2~3일 전 공지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오늘 공지돼도 빨라야 17일에나 선고 될 듯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야5당 공동 사전 집회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13일 저녁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14일까지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다음주로 넘어갔다. 탄핵소추부터 선고까지 90일을 훌쩍 넘기는 것이어서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 중 최장 심리기간을 기록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14일 오전까지도 윤 대통령 탄핵 선고 기일을 정하지 않았다. 선고 기일은 통상 2~3일 전에 공지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오늘 중 공지가 돼야 빨라도 17일에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월요일인 17일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 뒤 93일이 지난 날로 이날 선고가 돼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요일(91일)을 넘기게 된다. 오는 18일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번째 변론기일이어서 이날까지도 윤 대통령 탄핵 선고일이 공지되지 않으면 선고 일정은 다음주 후반으로 넘어가게 된다.

 

헌재 재판관들은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모두 마친 뒤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재판관 평의를 열고 있다. 평의에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논점을 정리한 뒤에는 각자 최종 의견을 내는 평결을 진행한다. 헌재가 만장일치 결론을 내놓기 위해 막판 논의에 들어가느라 심리가 오래 걸린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재판관들은 아직 평결에 돌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견을 모으기 전 사실관계와 논점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 재판에 출석한 몇몇 증인들의 수사기관 진술과 헌재에서의 증언이 다른 상황인데, 이런 부분을 꼼꼼히 짚고 넘어가느라 평의에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 및 기소 과정을 문제 삼아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한 지난 7일 이후 헌재도 심판 절차에 문제점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평의 중에도 재판관들끼리는 파면 여부에 대한 의견을 드러내는 데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재판과 다른 고위공직자들 탄핵 사건 심리를 병행해서 진행하고 있는 점도 선고가 늦어지는 원인이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사건 초반부터 이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달리 국회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쟁의심판과 다른 공직자 탄핵 사건을 함께 심리하면서 윤 대통령 사건에만 집중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다. 전날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 사건을 선고한 헌재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 사건이 남아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론 종결로부터 14일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파면 결정이 나왔다. 윤 대통령 탄핵 재판은 지난달 25일 변론이 종결됐고 다음주 월요일(17일)이면 20일째가 된다.   < 한겨레 오연서 기자 >

 

민감국가 분류시 원자력·인공지능(AI) 등 미국 첨단기술 분야와 교류·협력 엄격 제한

 

 
 
2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미국 워싱턴 의사당 중앙홀(로턴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마치자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축하의 말을 건네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

 

미국 정부가 한국이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포함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 1월 초 조 바이든 행정부가 결정한 조치로 파악됐다. 다음 달 15일 시행을 앞두고 양국 간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14일(현지시각) 연합뉴스의 확인 요청에 “에너지부는 광범위한 ‘에스씨엘(SCL)'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전 정부가 2025년 1월 초 한국을 에스씨엘 내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Other Designated Country)에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부 대변인은 “현재 한국과의 양자 간 과학·기술 협력에 새로운 제한은 없다”며 “에너지부는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증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목록에 포함됐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정국 가운데는 에너지, 과학, 기술, 테러방지, 비확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기적으로 협력하는 국가들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종료 직전 한국을 목록에 추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 에너지부 누리집을 보면, 국가 안보·핵 비확산·지역적 불안정성·경제안보 위협·테러지원 등의 이유로 민감국가를 지정할 수 있으며, 에너지부 산하의 정보기구인 정보방첩국(OICI)이 국가원자력안보국(NNSA) 등과 함께 이 리스트를 관리한다.

민감국가로 분류되면 원자력·인공지능(AI) 등 미국 첨단기술 분야와의 교류·협력이 엄격히 제한된다. 미 에너지부는 국가 안보나 핵 비확산, 지역적 불안정성, 경제안보 위협, 테러지원 등의 이유로 민감국가를 지정하고, 이들 국가의 연구기관이나 학자들과의 교류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에너지부 대변인은 “에스시엘에 포함됐다고 해서 미국인이나 에너지부 직원이 해당 국가를 방문하거나 협력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당 국가 국민이 에너지부를 방문하는 것도 제한되지 않으며, 이러한 방문과 협력은 사전 내부 검토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외교 소식통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을 목록에 포함한 것은 사실이며, 4월 15일 발효되기 전에 이를 시정하기 위해 한국 외교 당국이 미국과 협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 워싱턴 김원철 특파원 >

 

미국 워싱턴 디시(D.C.)에 위치한 에너지부 본부. 지난달 18일 촬영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한국 이미 ‘민감국가’ 분류한 미국 국립연구소…실태 파악도 못한 한국 정부

정부 “최종 확정 아닌 것 같다” “상황 파악중”
일부 정치인, 불이익 무시하고 핵무장 ‘표팔이’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참여한 국회 ‘무궁화포럼’이 지난달 12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도입 전략과 비전’ 토론회를 열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

 

미국 원자력 연구개발과 핵무기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에너지부(DOE) 산하 한 국립연구소 누리집에 한국이 ‘민감국가’로 분류돼 올라있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상황을 파악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17개 국립연구소 중 한 곳인 제퍼슨랩 누리집에 올라 있는 ‘민감국가 명단-사전 여행 승인 필요’에 한국이 북한과 함께 올라 있다. 제퍼슨랩 누리집 갈무리

 

미국 에너지부 산하 17개 국립연구소 가운데 하나인 ‘제퍼슨랩’(토머스 재퍼슨 국립 가속기 연구소) 누리집에는 연구소 방문 6주 전 반드시 승인을 받아야 하는 민감국가 명단에 한국이 북한 등과 나란히 올라있다. 한겨레는 앞서 다른 국립연구소에도 한국이 포함된 민감국가 명단이 ‘2025년 4월15일부터 적용된다’고 명시된 공문이 전달된 걸 확인한 바 있다.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명단이 공식적으로는 발표되지 않고, 내부 규정 등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수 연구소에서 비슷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상황을 파악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조태열 외교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아직 최종 확정은 아닌 것 같다”며 “미국도 배경과 경위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없고, 아마 내부적으로 상황이 파악된 다음에 저희에게 의논할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아직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날 주미대사관 관계자도 “아직 최종 확정은 아닌 것 같다”고만 했다.

 

외교 전문가인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 에너지부의 비확산 담당 부서에서 진행하는 일인데, 평소 우리 외교부가 협력하는 부서에서는 제대로 모를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의 설명만 기다리는 식으로 대처하며 시간만 흘려보내게 될 것을 우려했다.

 

위 의원은 “보통 외교 사안에선 미국이 우리에게 알리고 의견을 묻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사안은 해당국의 소명을 듣는 절차 없이 이미 진행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며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니 두고봐야 한다’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사안에는 외교부는 물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안보실 등이 모두 관련이 있지만, 현재 정부에선 이를 통합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철통 같은 동맹’을 강조해온 미국이 한국을 안보상 우려가 있는 민감국가로 분류하려는 이유를 두고서, 원자력 분야 전문 학자들은 국내 정치권에서 확산시키고 있는 핵무장론에 대한 미국의 경고 성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민감국가 지정 이유는 국가안보, 핵확산, 테러 지원인데, 이 가운데 한국에 해당될 수 있는 것은 핵확산 문제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부가 주도하는 첨단기술 분야 연구 현황. 에너지부 누리집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핵무장으로 나아갈 경우 제재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동안 정치권에서 핵무장론은 금기였지만 최근 일부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핵무장론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린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정치인들이 앞장선 핵무장론이 계속 확산될 수록 미국의 견제 수위는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미의 첨단기술 연구 협력은 당연히 제한될 것이고, 이대로 계속 가면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핵 연료도 심의를 받게 되고 핵연료 사용에 대해 아주 상세한 보고를 요구받는 등 대단히 심각한 제재 조치가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 의원은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핵무장론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불이익을 제대로 알리고 핵무장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정부가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외교에 나서야 현재의 상황을 되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박민희 기자, 워싱턴/김원철 기자 >

 

조태열 “미국 에너지부 한국 민감국가 분류 최종 확정 아닌 듯”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

 

미국 원자력 연구개발과 핵무기 프로그램 등을 담당하는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조태열 외교장관은 “아직 (민감국가 분류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에너지부에 직접 확인을 했는지에 대해선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11일 오후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그동안 ‘철통 같은 동맹’임을 강조해온 미국이 한국을 안보상 우려가 있는 ‘민감국가’로 분류하려는 초유의 움직임에 대해 의원들 질문이 집중됐다.

조태열 장관은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비공식 경로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을 (근거로) 우리가 문제 제기를 해서 미국 에너지부에서 다시 내부 상황을 자체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또 “미국도 배경과 경위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없고, 아마 내부적으로 상황이 파악된 다음에 저희에게 의논할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주미한국대사관이 미국 에너지부를 접촉 중이지만 이 안건을 담당하는 담당자가 공무상 이유로 부재중이어서 명확한 답변은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조 장관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하기는 했지만,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명단에 올리기로 검토 중인 것인지 이미 확정된 것인지도 불분명한 셈이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에는 관련된 17개 국립연구소가 있는데, 이 가운데 일부에는 이달 초에 ‘2025년 4월15일부터 적용된다’고 명시된 민감국가의 구체적 명단이 담긴 공문이 전달되었고, 그 가운데는 한국을 비롯한 5개국이 새로 민감국가로 추가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최근 한겨레가 확인했다.

정부가 외교 경로를 통해 4월15일 전까지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한국은 원자력 산업을 비롯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 전반에서 미국과의 협력에 큰 제약을 받게 된다.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감국가 명단) 확정까지의 절차가 어떻게 되는가? 우리가 소명을 하거나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조 장관은 “사실관계가 확인돼야 그다음에 절차 문제가 논의될 텐데, 지금 미국 에너지부 내부에서 경위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고 그다음에 우리한테 연락하겠다는 상황”이라고만 답했다. 한국이 민감국가 검토 대상에 오르게 된 이유가 최근 국내 핵무장론이 비등하는 상황과 관련이 높아 보인다는 위 의원의 지적에 대해 조 장관은 “여러 가지 추정되는 논리로서 그런 말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반드시 그것만이 이유인지는 좀더 봐야 한다”고 답했다.  < 박민희 기자  >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가운데)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핵무장론’ 확산에 미, 한국 ‘민감국가’ 분류…AI 등 첨단기술 협력 길 막힐라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에너지부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미국의 에너지 정책과 원자력 연구·개발 및 군 핵무기 프로그램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Sensitive Counrty)로 분류해 규제하는 조치에 착수한 것으로 9일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민감국가로 분류되면 원자력·인공지능(AI) 등 미국 첨단기술 분야와의 교류·협력이 엄격히 제한된다. 한국이 미국 정부에 의해 민감국가로 분류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를 두고선 최근 한국에서 대두되고 있는 ‘핵무장론’에 제동을 걸기 위해 미 정부가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국과 미국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4월15일부터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하기로 하고 산하 국립연구소들에 이를 사전 통보하는 등 행정적 준비를 시작했다고 한다. 미 에너지부는 국가 안보나 핵 비확산, 지역적 불안정성, 경제안보 위협, 테러지원 등의 이유로 민감국가를 지정하고, 이들 국가의 연구기관이나 학자들과의 교류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미국의 동맹인 한국은 그동안 항상 ‘비 민감국가’였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민감국가 명단로 분류된다는 공문이 에너지부 산하 연구기관들에 이달 초에 통보되었다고 한다. 공문에는 기존의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등에 더해 이번에 새로 한국을 비롯한 5개국을 4월15일부터 민감국가 명단에 추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민감국가 명단 안에서도 북한과 이란 등은 ‘테러지원국’, 중국과 러시아 등은 ‘위험국가’로 별도로 지정되어 있다.

 

미국 국책 연구소의 한 연구자는 “4월15일 (명단이) 발효되자마다 그에 따라 모든 행정처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하도록 3월 초에 공문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 연구자는 “정부가 이번 조치가 이뤄진 이유는 공유하지 않았는데, 연구소 내 연구자들 모두 한국이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됐다는 데 놀라고 난감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부 누리집을 보면, 국가 안보, 핵 비확산, 지역적 불안정성, 경제안보 위협, 테러지원 등의 이유로 민감국가를 지정할 수 있으며, 에너지부 산하의 정보기구인 정보방첩국(OICI)이 국가원자력안보국(NNSA) 등과 함께 이 리스트를 관리한다.

 

한국이 갑작스럽게 민감국가로 분류된 원인은 한국 정치권과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핵무장론일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원자력 분야 전문가인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미국 에너지부는 원자력 산업부터 핵무기에 들어가는 핵물질까지 모두 관리하는 부서이고, ‘민감국가’를 분류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핵확산 우려”라며 “한국에서 핵무장론이 확산된 것이 이번 조치의 가장 핵심적인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핵무장론이 계속 확산되는데, 한국 원전 가운데 월성원전의 원자로 4기(1기는 폐로중)는 플루토늄을 바로 추출할 수 있는 중수로여서 미국이 더욱 경계한다”며 “미국은 한국의 약점을 다 파악하고 있고, 한국이 실제로 핵 무장이나 핵 잠재력을 향해 움직일 경우에 더 강하게 제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계속 증강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무시 기조가 뚜렷해지자 국내 정치권에서는 자체 핵무장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나경원·윤상현·유용원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자체 핵무장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핵 잠재력’(핵무기는 만들지 않지만, 언제든 핵 무장이 가능한 능력을 갖추자는 주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하기로 하면서 정치권의 무책임한 핵무장론이 한국의 안보를 강화하기는커녕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에너지부의 규정을 보면, 민감국가로 분류될 경우 원자력 분야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양자과학, 첨단 컴퓨팅 등을 비롯한 첨단 과학기술 협력을 엄격하게 제한되기 때문이다. 민감국가 출신 연구자들은 미 에너지부 관련 시설이나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것은 물론, 관련 연구에 참여하는 데도 엄격한 신원조회와 승인 절차가 필요해진다. 미국 국립연구기관과 대학에서 원자력 관련 기술, 인공지능, 양자 과학 등과 관련한 연구 참여가 금지될 수도 있다.

 

국가안보실에서 기술·사이버안보 업무를 담당했던 장용석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은 “실제로 한국이 민감국가로 분류된다면, 미국과의 첨단기술 협력 전반이 매우 어려워지게 된다”며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터 등 새로운 과학기술 획득이 매우 중요해진 시기인데, 미국과 과학기술 협력이 어려워지면 한국은 대단히 엄중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민감국가 리스트는 에너지부가 다른 정보기구와 함께 관장하기 때문에 한국이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이런 움직임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외교부는 한겨레의 취재가 시작된 뒤 “관계 부처들과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 한겨레 박민희 장나래 기자 >

지구에선 개기월식, 달에선 개기일식

● 경제 & 과학 2025. 3. 15. 11:1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곽노필의 미래창
14일 개기월식 때 달 착륙선이 찍은 사진 공개

 

 
 
파이어플라이의 블루고스트 달 착륙선이 14일 오전 3시30분(현지시각) 개기일식이 끝나갈 무렵 포착한 다이아몬드반지의 순간.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지구에서 개기월식이 진행될 때 달에서는 어떤 천문 현상이 나타날까?

14일 새벽(한국시각 14일 오후) 아메리카대륙 전체에서 볼 수 있었던 개기월식을 달에서 본 사진이 공개됐다.

 

지구에서 월식이 발생하면 달에서는 일식이 발생한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들어갈 때, 지구에선 달이 가려지지만 달에서 보면 지구가 태양을 가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는 태양 광선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하고 지구 대기를 통과하는 빛이 지구 주변에 밝은 고리를 형성한다.

 

지난 2일 달에 착륙한 미국의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의 블루고스트 착륙선이 바로 이 장면을 찍었다. 촬영 장소는 착륙지인 달 앞면 북동쪽 충돌분지 ‘마레 크리시움’(위기의 바다)이다.

파이어플라이의 블루고스트 착륙선이 14일 달에서 일식이 시작될 때 촬영한 사진.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지구의 개기일식과 똑같은 ‘다이아몬드 반지’ 포착

 

파이어플라이는 블루고스트가 14일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동안 연속적으로 촬영한 몇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압권은 지구에서 개기월식이 막 끝나가는 시각인 오전 3시30분(현지시각)에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에 찍힌 모습은 지구의 개기일식 때 볼 수 있는 ‘다이아몬드 반지의 순간’과 똑닮았다. ‘다이아몬드 반지의 순간’은 태양 가장자리에서 빛이 새어나와 마치 반지에 다이아몬드가 박힌 듯한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을 말한다. 달(여기선 지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지 못하고 조금 남아 있을 때 울퉁불퉁한 달 가장자리 사이로 햇빛이 새어나오면서 이런 형상이 만들어진다. 태양을 완전히 가리기 직전 또는 직후에 잠깐 동안 나타나는 매우 특별한 현상이다.

 

달에서 일식이 진행되는 동안 햇빛이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 굴절돼 달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햇빛 사라지자 40도에서 영하 170도로

 

파이어플라이에 따르면 일식이 진행되는 동안 달 표면의 온도는 40도에서 영하 170도로 뚝 떨어졌다. 또 블루고스트는 태양전지를 충전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배터리에 의존해 사진을 촬영했다.

 

파이어플라이는 “사상 처음으로 민간 기업의 우주선이 달에서 지구가 태양을 가리고 달 표면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개기일식을 관찰한 순간”이라고 밝혔다.

 

14일 지구에서 본 월식(왼쪽)과 달에서 본 일식. 미 항공우주국, 파이어플라이 제공

 

달에서 일식 장면을 포착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67년 미국 항공우주국의 무인 달 착륙선 서베이어 3호가 달 표면에서 개기일식 사진을 처음으로 촬영했다. 이어 2009년 2월18일엔 일본의 달궤도선 가구야 위성이 달 상공에서 개기일식의 전 과정을 포착했다.

 

 

 

 

 

 

 

 

 

 

 

 

 

 

 

 

 

 

 

 

 

 

 

 

 

 

 

 

 

 

 

 

 

 

 

 

 

 

 

 

 

 

 

 

 

 

 

 

 

 

 

 

 

 

 

 

 

 

 

 

 

 

 

 

 

 

 

 

 

 

 

 

 

 

 

 

 

 

 

 

 

 

 

 

 

 

 

 

 

 

 

 

 

 

 

 

 

 

 

 

 

 

 

 

 

 

 

이번 개기월식 때 달과 지구에서 동시에 촬영한 두 장의 사진은 같은 현상(또는 사물)이라도 어떤 장소 또는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진다는 걸 극적으로 보여준다.  < 한겨레 곽노필 기자 >

 

박정희보다 못한 윤석열 계엄…“경고성? 위헌 자백한 것”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선고가 임박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의 핵심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 자체의 위헌·위법성이 꼽힌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이를 정당화하면서 ‘경고성’ 목적을 강조했지만 이는 계엄의 위헌성을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변론 종결 뒤 평의를 이어오고 있는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 77조 1항(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의 요건을 갖췄는지 살펴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애당초 저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과거 계엄과 달리 계엄의 형식을 빌려 작금의 위기 상황을 국민들께 알리고 호소하는 비상조치를 하자고 했다”며 “그 목적은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 재판 최후진술에서도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론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가지게 하려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야당과 반국가세력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차원”이었다며 “계몽령이었다”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갔다.

 

하지만 ‘경고성 비상계엄’이라는 개념은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으며, 이 자체가 ‘헌법을 위반했다’는 자백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경고의 목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법제처가 발간한 헌법 주석서에선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는) 국가의 존립 자체 또는 입헌 체제에 직접적 위해를 가져오는 정도의 교란 상태를 말하며 모든 반정부적 활동을 비상사태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이에 미치지 않은 긴급사태는 계엄 이외의 다른 수단에 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 선포 목적 자체가 모든 행정이 멈춰지고 법원도 작동이 안 될 때 할 수 없이 유일하게 군이 투입되는, 소극적 회복적 목적”이라며 “경고성·계몽 등은 말도 안 되는 표현일뿐 아니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모두 적극적 행위를 상정해 법을 위반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1972년 10월 유신으로 영구집권의 길을 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교해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비상사태라는 실체적 요건조차 갖추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정희는 ‘친위 쿠데타’였던 10월 유신보다 10개월 앞선 1971년 12월 “현재 대한민국 안보가 중대한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국가보위에관한특별조치법(국가보위법)을 제정했다. 기존 헌법의 대통령 긴급명령권이나 계엄선포권보다 훨씬 강력한 국가긴급권을 보장하는 법령이었다. 10개월 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유신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라는 외형을 갖춘 것이었다. 국가보위법은 1994년에 위헌 결정이 났다.

이국운 한동대 교수(법학)는 “윤 대통령은 비상사태라는 외관을 갖추려고 하지도 않았고, 하다 못해 과거 친위 쿠데타였던 유신 쿠데타를 참고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며 “계엄의 형식을 빌린 호소라느니 이런 표현들은 모두 당시 상황이 국가비상사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자백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한겨레 장현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