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승리한다면, 미 역사상 처음으로 후보 엄청난 거짓말 기반해 승리"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환경미화원 복장을 한 채 쓰레기 트럭에 앉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
 

5일(현지시각) 본투표를 하는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현 부통령)가 승리하더라도 언론들은 ‘트럼프가 졌다’고 보도할 것이다. 이번 선거가 ‘트럼프의 귀환’에 대한 찬반 투표로 흘러가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캠프는 한껏 고양됐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10월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이 전달에 견줘 1만2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10만∼11만명 수준일 것이라는 시장 예상치에 크게 미달했다. 캐럴라인 레빗 캠프 대변인은 “해리스가 우리 경제를 얼마나 심하게 망가뜨렸는지 확실하게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부는 “허리케인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지만, 해리스 후보 처지에선 불운이었다.

앞서 트럼프 후보는 ‘현재의 미국 경제 상황이 사상 최악’이라며 물가고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의 반발심을 자극해왔다. 갤럽 조사(9월16~28일)를 보면 미국 유권자들은 미국 경제 상태를 좋지 않게 보고 있으며(나쁨 46%, 좋음 25%), 해리스(45%)보다 트럼프(54%)가 경제 문제를 더 잘 처리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의 판단은 이와 딴판이다. 트럼프의 처방은 ‘미국과 세계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최악’이라는 트럼프 쪽 주장을 반박하려는 듯 10월17일치 ‘세계가 부러워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더 좋다”고 썼다. 센추리재단 수석연구원 스티븐 그린하우스는 10월30일치 영국 가디언에 쓴 글에서 “2022년에 인플레이션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높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훨씬 낮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우리 경제가 강력하다는 데 동의한다”며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후보가 엄청난 거짓말에 기반해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미국 경제의 해법으로 수입품에 대한 전면적인 관세 부과, 이주 노동자 추방, 연방준비제도(Fed)를 통한 금리 인하 등을 공약했다. 특히 관세와 관련해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수입품에 60∼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달 22일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무역 전쟁이 재발할 것이라며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공동 서한을 통해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의 국제 지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국내 경제도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트럼프는 법인세와 소득세의 영구 감세, 팁에 대한 면세 등도 공약했다. 미국의 분석가들은 공약이 이행되면 향후 10년간 최소 7조5천억달러의 국가 부채가 추가될 것이라고 본다. 이는 장기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고, 미국 달러를 강세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 실제 10월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에 베팅하는 투자(트럼프 트레이드)가 크게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학자와 보수 성향의 자문가조차도 트럼프가 지지하는 아이디어가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더 키울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승리하면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보복할 뜻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올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지난달 31일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엄청난 불확실성이 생기고 경제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가 선호하는 회사가 특별 거래를 기대할 수 있고 다른 회사가 경쟁할 수 없다면 그것은 (경제가 후퇴하는) 미끄러운 경사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후보에 대해 “미국과 전세계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1기 때에 비해 트럼프의 정책은 더 나빠지고 세계는 더 위험해졌다”며 “이코노미스트가 투표권이 있다면 해리스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사실상 ‘반트럼프’ 선언을 했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트럼프 경제 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가 약화됐음을 시사하는 조사 결과가 나온다.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가 함께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경제 문제를 더 잘 해결할 것이라는 응답은 9월엔 해리스에 비해 13%포인트 많았으나 10월 하순 조사에서는 6%포인트 우위로 격차가 줄었다.    < 한겨레 정남구 기자 >

해리스 통합 메시지, 반면 트럼프는 더 거칠고 폭력적인 말들로 유세

 

 
 
                    AFP 연합
 

대선 투표일을 단 이틀 앞둔 일요일인 3일(현지시각),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자의 전통적 지지 기반이지만 노란불이 들어온 유권자층에게 집중적으로 매달렸다. 해리스는 북부 러스트벨트 경합주 미시간의 흑인과 아랍계, 트럼프는 남부 선벨트 경합주들인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서 지지층 표 단속에 나선 것이다.

해리스는 미시간의 디트로이트에 있는 흑인 교회에서 한 연설에서 하나님은 미국의 분열 치유를 위한 “신성한 계획”을 갖고 있다며 투표를 통해 “혼란, 두려움, 혐오”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시간의 이스트랜싱에 있는 미시간주립대에서 한 연설에서는 “우리는 동료 미국인들을 적이 아니라 이웃으로 본다”, “우리는 이번 선거를 10여년간 정치를 이끌어온 공포와 분열을 마침내 끝마칠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다시 통합을 강조했다. 최근 트럼프를 “독재자”라고 부르며 공세를 가하던 것과는 다소 달라진 모습이었다.

특히 해리스는 최근 표심이 멀어졌다는 말이 나오는 흑인과 아랍계의 지지를 되찾으려고 애썼다. 해리스는 이번에 4주 연속으로 일요일에 흑인 교회를 찾았다. 또 젊은 유권자들을 노리고 찾은 미시간주립대에서는 연설 첫머리에 가자지구 전쟁을 얘기하면서 아랍계를 달래려고 노력했다. 그는 “가자의 죽음과 파괴”를 얘기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힘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미시간에 사는 아랍계 24만명은 박빙 상태의 승부를 좌우할 수 있는 규모로, 해리스는 가자 전쟁 탓에 이들의 지지가 약해져 고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리스에 대한 흑인층 지지가 최근 회복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 조사에서 이 지역 흑인들의 해리스 지지도는 8월보다 18%포인트 올랐다. 흑인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려고 팔을 걷어붙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러스트벨트의 다른 경합주 위스콘신에서 지원 유세를 했다.

해리스가 통합의 메시지를 내놓은 반면 트럼프는 더 거칠고 폭력적인 말들로 유세를 채웠다. 그는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 민주당원들(democrats)은 “악마적”(demonic)이라고 했다. ‘1·6 의사당 난동’ 사건으로 자신이 기소된 것에 불만을 나타내던 중 백악관을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기자들이 총을 맞아도 상관없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 앞에 있는 방탄 유리를 거론한 뒤 “여기엔 가짜 뉴스들만 잔뜩 있다”며 유세를 취재하는 기자들을 가리켰다. 이어 “나를 맞추려면 가짜 뉴스들을 통과하게 쏴야 한다”며 “난 그것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지난주에도 해리스를 돕는 리즈 체니 전 공화당 하원의원을 전쟁광으로 부르면서 “얼굴을 총을 겨누면 그가 어떻게 느끼는지 보자”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이날 펜실베이니아 유세 뒤에는 선벨트 경합주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주를 찾았다. 전날에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두 곳을 돈 유세한 트럼프가 선벨트를 다시 찾은 것은 러스트벨트와 달리 비교적 안심하고 있던 이곳에서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막판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은 해리스가 노스캐롤라이나는 2%포인트, 조지아는 1%포인트 앞섰다는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 한겨레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을 하는 것이 국회에 대한 예의”

 

 
 
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이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대통령이 불참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 거부를 두고 “불가피한 사유 없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다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시정연설 불참은) 국민에 대한 권리 침해”라고 비판했다.

우 의장은 이날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통령 시정연설 대독에 앞서 “시정연설은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며 예산 기조와 정책 방향을 국민께 직접 보고하고 설명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을 하는 것이 국회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우 의장은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에 참여해) 총체적인 국정 난맥을 어떻게 극복할지 밝혀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우 의장은 그러자 “어느 당을 대표해서가 아니라,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에 대해 말한 것이다. 행정부 대표가 입법부를 존중하고, 늘 입법부와 상의하면서 국정을 운영해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며 “국회의 대표인 입법부 수장으로서 행정부 수반에게 서로 협력하자고 촉구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 말했다”고 했다.

이날 대통령 시정연설은 한 총리의 대독으로 이뤄졌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지 않는 것은 11년 만이다.  < 한겨레  고경주 기자 >

“집권여당 대표로 죄송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무한한 책임감 느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기조 전환, 쇄신 개각,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을 촉구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과 지지자들께서 정치 브로커 명모씨의 현재 상황에 대해 실망하고 걱정하는 걸 잘 안다”며 “집권여당 대표로서 죄송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한 대표는 “국민의힘은 정치 브로커 관련 사안에 대한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당 차원에서 당당하고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이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2년 5월9일 취임식 전날 윤 대통령이 명씨와 한 통화에서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명씨를 둘러싼 의혹이 계속 커지는 만큼, 이를 윤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소명하라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명태균씨. 
 

한 대표는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대통령실을 겨냥해 “적어도 지금은 국민께 법리를 앞세울 때가 아니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전혀 다르다”며 “(윤 대통령은) 참모진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심기 일전을 위한 과감한 쇄신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는 즉시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한 대표는 “국정기조 전환이 더 늦지 않게 필요하다”며 “민심이 매섭게 돌아서고 있다.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반감이 커졌다는 점을 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기조 내용과 방식이 독단적으로 보일 부분이 있었는지 점검하고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서영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