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또는 2월3일 개최…여야 4당, 전략짜기 분주

 

    대선 후보들.

 

대선 후보 간 첫 텔레비전(TV)토론이 이재명(더불어민주당)·윤석열(국민의힘)·안철수(국민의당)·심상정(정의당) 대선 후보 간 4자 토론 방식으로 오는 31일이나 설 연휴 직후인 2월3일에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법원 결정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간 양자 티브이 토론이 무산된 직후, 여야 4당은 즉각 ‘4자토론’ 준비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방송 3사가 여야 4당에 보낸 공문을 공개하며, 방송 3사가 오는 31일 오후 7~9시(120분간) 또는 2월3일(시간 미정)에 4자 토론 방식의 대선 후보 합동초청회를 열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방송3사는 이를 논의하기 위한 룰미팅 일자로 28일을 제시하며, 오는 27일까지 토론 출연 여부와 대체 가능한 날짜를 알려 달라고 각 당에 요청했다.

 

민주 · 정의 · 국민의당 “31일에 하자”…국힘 “논의 중”

 

각 정당들은 대체로 빠를수록 좋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방송토론콘텐츠단은 이날 오후 “이재명 후보는 방송3사 4자 토론 초청을 수락한다”며 “두 일정 모두 참여가 가능하나, 가장 빠른 31일에 성사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도 “두 일정 언제든 좋지만 하루라도 빨리하는게 좋다”며 31일을 선택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 역시 “심상정 후보는 제안해준 일정 모두 가능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이라며 “가급적 설 연휴기간인 31일에 토론회가 열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 당은 오는 28일로 예정된 룰미팅에도 참여해 토론회 세부 실무에 관한 논의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날 저녁까지 “내부 논의 중”이라며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이미 양자토론 논의 당시 31일을 가능한 날짜로 밝힌 데다, 법원이 지상파 방송 3사를 상대로 낸 양자 티브이 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직후 4자토론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이르면 31일 4자토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힘, 양자토론 무산에 내심 안도…집중 공격에 대비

 

양자에서 4자로 토론 구도가 달라지며, 토론회를 통해 ‘반등’과 ‘굳히기’를 노리던 후보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토론 역량에 있어 우위에 있기 때문에 다자토론으로 변경된 데 따른 특별한 유불리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선대위 관계자는 “토론을 하느냐 마느냐가 가장 큰 문제”라며 “이재명 후보는 보이는데 윤석열 후보는 보이지 않아 판단을 못 하는 상황을 빨리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자 대결’만큼 이 후보가 두각을 나타낼 환경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아쉬움도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가 있다. 윤 후보가 토론에 능한 이 후보와의 일대 일 토론이라는 위험 요소를 줄였다는 것이다. 아울러 윤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다자토론을 10여차례 치른 바 있어 양자토론에 비해 부담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윤 후보는 다자토론 경험이 오히려 많은데다 윤 후보 개인으로만 놓고 봤을 때는 (발언할 수 있는) 분량이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에선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시간이 줄어든데다, 최근 지지율 상승 흐름으로 윤 후보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공격이 집중될 수 있다고 보고 대비책 연구에 들어갔다.

국민의당은 안 후보가 토론회에 나서 다소 주춤한 지지율을 다시 상승세로 바꿀 것이라고 기대한다. 당 관계자는 “당연히 인용될 것으로 생각하고 토론회 준비에 임해왔다”며 “설 전에 반드시 안 후보만이 대안이라는 것을 티브이 토론을 통해 보여주겠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는 네거티브전에 가담하지 않고 정책 역량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낮은 지지율을 고려해 토론 능력을 과시하기보단 후보 자신과 정의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진정성 있게 전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정의당 관계자는 “심 후보가 중심이 돼 정책 선거와 대한민국의 비전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는 토론이 될 수 있도록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삼 장나래 김영희 기자

비례 위성정당 창당 거듭 사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5일 경기도 하남시 신장시장을 방문,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여권 자성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수도권 표심 공략에 나섰다. 당내 쇄신 움직임과 맞물려 여권에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과감하게 털어내 지지율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경기도 매타버스(매주타는 민생버스) 3일째인 이날 포천·가평·남양주·하남·구리·의정부 등 6개 시군을 훑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하남 신장 공설시장에서 진행한 현장 연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쁜 승리보다는 당당한 패배를 선택하자. 그래야 이길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가 그 길을 잠깐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더 나쁜 짓을 많이 했는데, 윤석열 검찰이 문제가 있었는데 우리의 문제가 더 큰 문제는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한다는 느낌을 국민들에게 갖게 했다”며 “이런 걸 고치겠다”고 했다. 그간 당의 약한 고리로 꼽혀온 ‘내로남불’ 태도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꼼수로 창당한 것을 최대 실책으로 꼽기도 했다. 이 후보는 “정도를 갔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다고 따라 하는 바람에 제도의 본질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 후보는 뒤이은 의정부 시민광장 연설에서도 “집권 여당이 우리 국민들에게 환호받지 못하는 것 같다. 인재 등용, 공정성 측면에서 국민 의심 받을 만한 일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거듭 자세를 낮췄다. 이날 진행한 현장 연설의 상당 부분을 민주당의 과오를 열거하며 사과하는데 할애한 셈이다. 이날 의정부 일정에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동행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엔 경기 포천시 농업기술센터에서 ‘5대 농업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농어촌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지자체별 여건에 따라 60만원에서 100만원 이내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도농 간 소득 격차를 줄여 지역균형발전을 이룬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식량 안보 문제 대응을 위해 국가의 식량 자급 목표를 60%로 정하고 ‘식량안보직불제’를 도입해 밀·콩과 같은 주요 식량곡물 자급을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농지 투기 방지를 위한 농지실태 전수조사, 음식물의 유전자 변형원료 포함 여부를 고지하는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제도 도입도 공약으로 제시됐다. 심우삼 기자

“이재명 정부 탄생에 마중물 되겠다”

 ‘586 용퇴론’ 수용…인적쇄신에 물꼬

 종로·안성·청주 상당 보궐선거 “무공천”

“윤미향·이상직·박덕흠 제명안 신속 처리”

“윤석열, 민주당 정부 어두운 유산” 반성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정치교체를 위해 저부터 내려놓겠다”며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송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새로운 역사적 소명은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라며 “저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재명 정부’ 탄생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이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30% 박스권에 묶여 옴쭉달싹하지 않고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지난 23일 김종민 의원이 ‘이대로는 안 된다’며 ‘586(50대, 19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용퇴론’을 제기하고, 전날 정성호 의원 등 이재명 후보의 핵심 참모그룹 ‘7인회’ 인사들이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직을 일절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통해 본격적인 인적 쇄신에 물꼬를 튼 셈이다. 송 대표는 “586 세대가 기득권이 됐다는 당 내외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며 “선배가 된 우리는 이제 다시 광야로 나설 때다. 자기 지역구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젊은 청년 정치인들이 도전하고 전진할 수 있도록 양보하고 공간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날 불출마 선언과 함께 “당 정치개혁특위와 열린민주당 통합과정에서 합의된 동일지역구 국회의원 연속 3선 초과 금지 조항의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도 말했다. 이를 통해 “‘고인 물’ 정치가 아니라 ‘새로운 물’이 계속 흘러들어오는 정치, 그래서 늘 혁신하고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 정치문화가 자리 잡도록 굳건한 토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오는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전체 광역, 기초의원의 30% 이상 청년을 공천해 “민주당이 2030당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또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 서울 종로와 경기 안성, 청주 상당구 등 세 지역에는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전직 민주당 의원의 귀책사유로 재보궐선거가 생긴 경기 안성과 청주 상당구뿐 아니라, 이낙연 전 대표의 대선 출마로 공석이 된 서울 종로까지 무공천한 것은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국민의 상식과 원칙에 따르는 것이 공당의 책임”이라며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국민의 뜻을 받아 책임정치라는 정도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에서 제명 건의를 의결한 윤미향·이상직 무소속 의원,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의 제명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의 잘못에도 우리 국회가 적당히 뭉개고 시간 지나면 없던 일처럼 구는 게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라며 “이런 잘못된 정치문화부터 일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반성’으로 시작했다. 송 대표는 “지난해 5월2일, ‘민주당 이름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 약속드리며 당 대표에 취임한 이래, 단 하루도 절박하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그러나 국민의 분노와 실망, 상처를 덜어드리기에 민주당의 반성과 변화, 쇄신이 많이 미흡했다”며 “지금도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저희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것을 깊이 통감한다”고 말했다. “심화하는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결하는데 유능하지 못했고, 뼈아픈 부동산 정책 실패와 인사 검증 실패에도 국민께 제때, 제대로 사죄드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에 대해 “우리 민주당 정부의 어두운 유산”이자 “우리의 오만과 내로남불의 반사효과”라며 “반성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민주당 ‘정치 1번지’ 무공천…국힘은 대구 등 ‘텃밭 공천’ 혈투

안철수 “국힘도 대구 등에 후보내지 말아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를 포함해 3곳의 보궐선거 지역에 대해 전격 ‘무공천’ 결정을 발표하면서, 정치권이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3·9보궐선거 논의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민주당이 ‘굳이 귀책사유가 없는 종로까지 포함했어야 하느냐’는 불만을 눌러둔 채 무공천 방침을 수용한 것과는 달리, 국민의힘에선 텃밭 공천을 따내기 위한 쟁투가 거세지고 있다.

 

송 대표가 이날 서울 종로와 경기 안성, 청주 상당 3곳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결단한 뒤 민주당은 크게 술렁였다. 서울 종로 공천을 놓고 뚜렷한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사퇴한 이 곳은 선거법(경기 안성), 정치자금법 위반(청주 상당)으로 재보선을 치르게 된 다른 지역구와 성격이 다르다는 이견이 존재했다. 대선일인 3월9일에 함께 치르는 재보선에서 ‘정치 1번지’에 당연히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고 이 전 대표도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일괄 무공천으로 홀로 ‘결단’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기자회견 직전까지도 종로 등에 대한 무공천 방침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한다. 대표 비서실장인 김영호 의원도 이날 오전 8시30분께야 송 대표의 의중을 파악하고 최고위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다고 한다.

 

송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선 일부 최고위원들이 불만을 나타냈지만 종로 무공천 방침은 최종 추인됐다. 고용진 수석 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송 대표가 결정의 배경을 얘기하며 양해를 구했고, 최고위원들이 더 이상 이 문제를 논의, 얘기하지 않고 받아들여 주셨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귀책 사유라고 할 순 없지만, 이낙연 전 대표가 스스로 의원직을 던진 만큼, 당헌당규의 무공천 사유에 국한되지 않고 정당 책임정치 차원에서 공천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송 대표의 뜻을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누가 봐도 우리가 불리한 서울 서초·대구 공천을 안 한다고 하면 웃을 거 아니냐”며 “종로는 그래도 싸워볼 만한 곳인데 이곳을 포기한 건 그만큼 책임지고 절실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공천 문제를 놓고 후끈 달아오른 상황이다. 당 지도부가 ‘대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지만 대구 중·남, 서울 서초갑 등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 중·남의 경우 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곽상도 전 의원이 사퇴한 곳으로 일종의 ‘귀책 사유’에 따른 보궐선거 지역이지만 김재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박성민 선거대책본부 청년보좌역 등 이날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국민의힘 소속 예비후보자만 11명이다. 게다가 홍준표 의원이 지난 19일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자신의 측근인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을 전략 공천해줄 것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당이 들끓기도 했다.

 

윤희숙 전 의원이 아버지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자진 사퇴하며 공석이 된 서울 서초갑도 경쟁이 치열하다. 당협위원장인 전희경 전 의원을 비롯해 정미경 최고위원, 이혜훈 전 의원,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이 보수세가 강한 이 지역을 노리고 있어 혈전이 예상된다.

 

민주당의 무공천 방침으로 무주공산이 된 서울 종로는 핵심 관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 안에서는 윤 후보와 경선에서 맞붙었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경선 이후 ‘원팀’의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국민의당은 각 당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보궐선거 지역구에는 공천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새해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무공천 방침에 대해 “공천을 안 하겠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며 “마찬가지로 국민의힘도 본인들의 잘못으로 생긴 재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김해정 기자

2011년 골프 향응 접대 이어

명절 때마다 지속적 선물리스트 관계지속

2012년 결혼 직후 김건희 전시회 후원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기는 맑게, 쓰레기는 적게, 농촌은 잘살게'를 주제로 한 환경·농업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김건희씨와 결혼한 2012년 3월 이후에도 건설업체 삼부토건으로부터 명절 선물 접대 등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 7월 <한겨레>가 2011년 삼부토건에서 골프접대·향응·선물을 받았다고 의심할 만한 기록을 보도하자 윤 후보는 “최근 10년 사이 교류가 없었다”고 해명했는데, 이와는 배치된다. 최근 공개된 ‘7시간 통화’에서 김씨는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을 “우린 다 그런 가족 사이”라고 말한 바 있다.

 

25일 <한겨레>가 삼부토건 조 회장의 일정이 기록된 달력, 휴대용 일정표, 전화번호부, 명절 선물 명단 등을 추가로 입수·취재한 결과, 조 회장 쪽은 윤 후보에게 2012년 설부터 2013년 추석까지는 ‘정육’, 2014년 설 이후에는 수산물과 과일 등을 명절 때마다 보낸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2002년 처음 선물이 기록된 때부터 시작하면, 2015년까지 17차례 정도가 윤 후보의 선물로 표기돼 있다.

 

삼부토건 매출전표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정육은 30만~40만원대 선물인데, 선물을 차등해 보냈던 조 회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 국무총리 등에게 선별해 보냈던 품목이다. 윤 후보는 2008~13년 지청장, 대검찰청 중앙수사과장 등의 직함과 함께 “윤석열 (직함) 정육”이라고 적혀 있었다. 윤 후보 외 다른 검사들은 검사장급 인사라도 이보다 낮은 등급의 선물을 보낸 걸로 돼 있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윤석열이 부장급 검사 시절부터, 삼부 관련 수사 등에 관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경영진이 전직 대통령, 총리 등과 같은 급의 선물을 보내다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인해) 좌천된 이후에는 선물의 급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08년 이명박 비비케이(BBK) 사건 파견검사 이후인 2009년부터 특수부 부장검사, 대검 중수과장, 중앙지검 특수부장 등을 역임하던 2013년까지 정육을 보내다, 2015년 대구고검 시절엔 설과 추석에 멜론 내지 김으로 선물 품목을 바꾼 걸로 돼 있다.

 

삼부토건이 “윤석열” 대상으로 기입한 선물 목록.

 

윤 후보와 결혼 직후인 2012년 5월 김씨가 개최했던 <마크 리부 사진전―에펠탑의 페인트공> 전시에 삼부토건은 후원사 가운데 하나로 참여한 사실도 더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당시 삼부토건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었고, 윤 후보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검사였다. 삼부토건에 근무했던 한 직원은 “단순히 후원만 한 게 아니라 부서마다 (전시회) 입장권이 할당돼 뿌려졌다”고 말했다.

 

김건희씨는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7시간 통화’(21년 7월12일)에서 2010년 열었던 ‘샤갈전’을 두고도 “협찬은 한군데밖에 없고, 협찬이 아니라 거기 전시를 크게 보이려고 협찬이라고 이름만 올려준 것”이라며 “대기업한테 받은 건 없다”고 말했다. 샤갈전의 협찬사는 7곳이었다. 김씨의 말대로라면 2012년 삼부토건의 후원, 티켓 구매 지원 자체가 특별해 보인다.

 

<한겨레>가 입수한 삼부토건의 ‘검찰 및 정치인 명절 선물 목록’ 중 일부.

 

앞서 지난해 7월19일 <한겨레>는 조 회장의 달력 일정 등을 2012년 초반치까지 입수해 윤 후보가 검사이던 시절 조 회장으로부터 선물·향응 접대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윤 후보는 “(조 회장은) 2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지인과 함께 통상적인 식사와 골프를 몇 차례 했었다. 최근 10년간 조 회장과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번에 <한겨레>가 조 회장 일가가 법정관리로 경영권을 잃은 직후인 2016년 1월까지의 기록을 추가로 입수해 보니 윤 후보와 삼부토건의 더 길고 돈독한 ‘인연’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씨는 ‘7시간 통화’(7월20일)에서 실제 “삼부회장님하고 되게 오랫동안 우리 가족같이 친하게 지냈고, 우리 다 그런 가족 사이”라고 말했다.

 

과거 삼부토건과 관련한 굵직한 수사가 있을 때도 윤 후보는 조 회장의 일정표 등에 등장하곤 했다. 2005년 고양지청은 삼부토건이 연루된 파주 운정지구 택지개발예정지구 수사를 진행했다. 이때 주임검사가 윤 후보였는데 동업한 시행사만 기소되고 삼부토건은 무혐의 처분됐다. 수사 전인 1월 조 회장 일정표엔 윤 후보와의 골프 기록이 있다. 윤 후보의 ‘30년 멘토’ 무정스님과 지인인 황아무개 사장 등도 함께였다. 조 회장이 적은 “만찬 심무정(무정스님), 윤검사, 황사장”이란 기록도 나오는데, 이들이 만난 때는 2011년 8월13일로 명시돼 있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삼부토건 경영진 상대의 횡령 배임 혐의 수사를 하던 시기와 겹친다. 당시 윤 후보는 대검 중수부 중수과장이었고, 다음해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검사가 됐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조) 회장님 일정에서 만찬은 별도의 장소가 표기돼 있지 않으면 보통 멤버십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었던 르네상스호텔 23층 호라이즌클럽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폐쇄적으로 운영됐던 호라이즌클럽은 로즈, 튤립 등으로 불린 6개의 소연회실로 이뤄져 있는데 특별회원만 출입 가능했다고 한다.

 

<한겨레>는 2012년 3월 이후에도 삼부토건이 명절 선물했다는 정황과 관련해 윤 후보의 입장을 듣기 위해 국민의힘 쪽에 연락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앞서 지난해 7월 보도 당시에도 윤 후보 쪽은 반론 요청에 답이 없다가 보도 뒤 “출처 불명의 일정표에 적힌 단순 일정을 부풀려 악의적 오명을 씌우려 한다”고 반박한 바 있다. 김완, 장필수 기자

 

술사 · 법사 · 도사, 윤석열 ‘왕’자의 진실은?

 

 

무속이나 주술, 역술 등에 능한 이를 부르는 말로 술사·법사·도사 등이 있다.

 

술사는 “음양, 복서, 점술에 정통한 사람”이다. 주술사의 준말이기도 하다. 법사는 “불법에 통달한 승려”가 원뜻이다. 무속과 관련해선 굿을 할 때 염불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한다. 도사는 “도를 갈고닦는 사람”, “도교를 믿고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른바 이쪽 ‘업계’에선 “신기가 되었든 신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든지 간에 직관력이 뛰어나서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발달한 사람”(<조선일보> ‘조용헌 살롱’)을 뜻한다.

 

윤석열 후보와 부인 김건희씨가 ‘무속 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윤 후보는 부인하고 있지만, 윤 후보와 김씨가 술사·법사·도사 등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는 증언들이 꼬리를 물고 쏟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조선일보의 칼럼 ‘조용헌 살롱’ 1330회 ‘둔갑술과 검법’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윤석열 캠프에도 도사들이 포진되어 있다. 그중의 하나가 J(제이) 도사. 승려로 있다가 환속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손바닥의 ‘王’(왕) 자도 이 도사 작품이다. J는 가끔 면접도 본다. 네모진 얼굴을 지닌 어떤 참모를 발탁할 때에도 면접을 보면서 남긴 코멘트. ‘당신은 의리가 있는 관상이니까 윤 후보를 도와도 되겠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J 도사가 (건진법사) 전아무개씨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그것도 아니라고 (윤 캠프에선) 주장하던데”라고 답했다. 건진법사가 윤 후보 캠프에서 참모 발탁에 관여했고, 심지어 손바닥 ‘왕’ 자도 써줬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맞는다면 “같은 아파트 주민 할머니가 써준 것”이라고 한 윤 후보는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건진법사와의 관계에 대해 “(부인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당 관계자에게 소개받아 인사한 정도”라고 한 윤 후보의 해명도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는 이 칼럼을 네이버 등 포털에서 삭제했다. 윤 후보 쪽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알려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조선일보 사이트에는 이 칼럼이 올라 있다.

 

25일 <오마이뉴스>엔 주역 전문가인 서대원 초아주역연구원 원장의 인터뷰가 실렸다. 그는 2018년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후보와 김씨 부부를 만나 “당신은 검찰총장이 될 것”이라며 윤 후보에게 ‘율산’이라는 아호까지 지어줬다고 말했다. 또 윤 후보 부부의 무속 논란을 두고는 “윤 후보가 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라, 사도다. 법사는 굿을 하는 데서 염불하는 사람 아닌가, 솔직히 그것이 올바른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21세기에 복잡한 국정 현안을 무속과 주술에 기대어 헤쳐갈 수는 없다. 또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를 꿈꾸는 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손원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