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자 25명 중 16명 확진

유럽 총 확진자 1억명 돌파

미 뉴욕도 최다 감염 기록

 

남극에 설치된 벨기에의 프린세스 엘리자베스 과학기지. 출처: 프린세스 엘리자베스 과학기지 누리집

 

전세계를 휩쓰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남극도 안전지대로 남겨놓지 않고 있다.

 

(BBC)는 벨기에가 설치한 남극의 프린세스 엘리자베스 과학기지에서 근무자 25명 중 16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1일 보도했다.

 

이 기지에서는 지난달 14일 첫 확진자가 확인됐으며, 현재까지 위중증 환자는 없는 상태다. 첫 확진자는 감염 확인 일주일 전에 도착한 근무자였다. 기지 근무자는 백신 접종이 의무이지만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는 못했다. 2009년 설치된 이 기지에는 의사 2명이 배치돼 있다.

 

기지 관계자는 “감염된 근무자를 격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기지의 전반적 활동에는 심각한 영향이 없다”며 “기지에서 생활하는 사람 모두에게 1월12일 비행편으로 퇴거하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모두 업무를 계속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극에서 코로나 감염 사례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칠레가 설치한 기지에서 근무하던 군인들이 보급을 위해 들른 선원들에 의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런 가운데 해가 바뀌어서도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 탓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전히 무서운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 변이가 크게 확산하는 유럽에서 전체 코로나 누적 감염자 수가 1억명을 돌파했다고 1일 보도했다. 러시아 등을 포함한 유럽 지역 52개국 확진자 총수는 1억7만4753명으로, 세계 전체 확진자의 약 3분의 1 이상이 유럽에서 발생했다. 지난 1주일만 해도 이 지역에서 490만명이 신규 감염자로 집계됐다. 프랑스의 24시간 신규 확진자는 이날 21만9126명으로 나흘 연속 20만명을 웃돌았다. 영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31일 18만9846명으로 다시 최다 기록을 갈았다.

 

미국에서도 지난 31일 뉴욕주의 신규 확진자가 8만5476명으로 최다 기록을 갈았다. 항공사 직원 감염자 증가와 악천후의 영향으로 1일 미국에서는 항공편 2604편이 결항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무렵 본격화된 항공편 결항이 최다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이본영 기자

애초 2024년께 철수에서 당분간 더 이용하기로

장기적으로는 달 개발 등에 집중하고 민간에 맡길 듯

 

지구 상공 400㎞ 지점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모습. 나사 제공

 

미 항공우주국(나사)이 애초 2024년까지 운용할 예정이었던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수명을 2030년까지 늘리기로 했다.

 

빌 넬슨 미 항공우주국 국장은 지난달 31일 누리집에 공개한 자료에서 “국제우주정거장은 평화로운 국제적인 과학 협력의 신호였고, 지난 20년 넘는 시간 동안 인류에게 엄청난 과학적, 교육적, 기술적 발전이란 혜택을 줬다. 나는 바이든-해리슨 행정부가 2030년까지 정거장을 운영하기로 결정한데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은 국제우주정거장에 계속 참석할 것이고, 혁신과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또 나사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따라 첫 여성과 첫 유색 인종 남성을 달에 보내는데 필요한 연구와 기술을 진척시키고, 화성에 첫 인류를 보내는 길을 닦을 것”이라고 이번 결정의 의의를 설명했다. 빌 국장은 나아가 “더 많은 국가들이 우주에서 활동하게 됨에 따라 과거 어느 때보다 미국이 평화적이고 책임 있는 우주 이용을 위해 국제적 연대를 육성하고, 규칙·규범을 만드는데 있어 세계를 이끄는데 중요해졌다”면서 미국이 우주 개발의 주도권을 계속해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국이 이날 발표처럼 국제우주정거장의 수명을 연장하려면, 참여 중인 일본, 러시아, 캐나다, 유럽 국가 등의 동의가 필요하다.

 

나사는 그동안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이 맡아 온 역할을 2020년대 후반 ‘블루오리진’ 등 민간 우주개발 업체가 쏘아 올리는 민간 우주정거장에 맡기고, 좀 더 먼 곳의 우주시설, 즉 달 궤도 정거장과 기지 구축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이를 위해 지난달 2일 민간 상업 우주정거장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블루오리진, 록히드마틴, 나노랙스 등 3개 기업을 선정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2030년까지는 현재 운용 중인 국제우주정거장을 유지하게 됐다.

 

거대 유인 우주실험장인 국제우주정거장은 지상 400㎞ 지점에서 90분에 한번씩 지구를 한바퀴씩 돌고 있으며, 1998년 건설이 시작돼 2011년 완성됐다. 중국은 이에 맞서 자체 우주정거장인 ‘톈궁’의 건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길윤형 기자

미 <월스트리트 저널> 심층 보도

군납업체 전쟁으로 4.6~7조달러 매출

군인보다 더 많은 직원들이 전쟁 참가

불철저한 신원조회로 사고 일으키기도

 

 아프간 사람들이 1일 새해 첫날 카불 거리를 북적이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미군이 20년 동안 이어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알려지지 않은 ‘최후의 승자’가 사실상 민간 군수·군납업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31일 지적했다.

 

신문이 이날 내놓은 심층 보도를 보면,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군이 이라크에 이어 아프간까지 침공하며 미군의 군수 지원을 위한 외주가 급격히 늘었다. 국방부가 외주 사업에 지출한 비용은 14조달러(1경6644조원)였고 그 중에 3분의 1에서 절반에 이르는 금액이 군수·군납업체에 돌아갔다.

 

가장 많은 돈을 번 업체는 록히드 마틴, 보잉, 제너럴 다이내믹스, 레이시온 테크놀로지, 노스럽 그루먼 등 이른바 미국 5대 군수업체였다. 브라운대학의 ‘전쟁비용 프로젝트’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무려 2조1천억달러(2496조원)을 쓸어 담았다. 그보다 작은 업체들은 아프간 경찰병력 훈련, 도로와 학교 건설, 서구 외교관의 경호·보안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큰 돈을 벌었다.

 

아프간 전쟁 20년 동안 미국 정부는 민주당과 공화당을 오갔지만,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이들 군수·군납업체를 활용하면서 ‘주둔 병력과 전사자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변호했다. 지난 20년 동안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미군 병력 7000명 이상이 숨지는 동안 군수·군납업체 소속의 민간인도 3500명 넘게 숨졌다.

 

아프간엔 언제나 직접 전투를 수행하는 미군 병력보다 군수·군납업체 직원이 더 많았다.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이 가장 많았던 2008년 미군은 18만7900명, 군수·군납업체 직원은 20만3660명이었다. 전쟁이 길어질 수록 이 비율은 더 올라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말인 2016년 병력 감축을 지시했을 때, 아프간 주둔 미군은 9800명이었지만 군수·군납업체 직원은 2만6천명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1년 1월 임기를 마쳤을 때 아프간에 남은 미군 병력은 2500명이었지만, 군수·군납업체 민간인은 1만8천명으로 무려 7배가 넘었다.

 

헤이디 펠티어 브라운대학 ‘전쟁비용 프로젝트’ 책임자는 “민간의 군수·군납업은 백악관에 공화당원이 있건 민주당원이 있건 상관없이 ‘증가’라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 같다”며 정부가 군수·군납업에 의존함으로써 진짜 전쟁 비용을 대중으로부터 감추고 사실상 분식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출신 더그 에델만은 1998년 키르기스스탄에서 연료거래 사업을 시작했다가 4년 뒤 아프간에서 전쟁이 나자 군납 사업에 뛰어들어 큰돈을 만진 대표적인 인물이다. 전쟁으로 아프간 옆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는 미군 병력과 군수물자가 거쳐가는 허브로 탈바꿈했다.

 

에델만은 키르기스스탄 파트너와 새 회사를 세운 뒤 비슈케크 주둔 미 공군 C-135 공중급유기 편대의 연료를 독점 공급하는 권한을 따냈다. 또 아프간에서는 바그람 공군기지에 연료 파이프를 설치하는 공사도 맡았다. 이를 통해 엄청난 돈을 번 그는 한때 런던의 미디어 재벌 콘래드 블랙의 소유였던 맨션을 구입한 사실이 최근 동료들과 법정 소송 과정에서 드러났다.

 

2003년 오하이오에 설립된 ‘미션 이센셜 그룹’은 아프간 주둔 미군에 현지 통역을 제공하며 사세를 키웠다. 이 회사는 2007년 미군에 아프간 언어 통역과 문화 자문가를 제공하는 3억달러(3566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2010년 말 현재 아프간에서 미군과 일하는 통역을 7000명 정도 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엔 미 국방부로부터 8억6천만달러(1조224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공동 설립자 중 한 사람인 채드 모닌은 골프장 옆의 130만달러(15억원) 호화 저택을 샀으며, 1970년식 페라리 스포츠카도 구매했다.

 

2010년 1월 카불 근처 미군 기지에서 미션 이센셜 그룹이 고용한 현지인 통역이 미군 병사 두 명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을 일으켰다. 유족들은 이 회사가 통역의 신원조회에 실패하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유족들은 성명에서 “이 회사가 맺고 있는 계약의 수익이 지나치게 많고,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받은 돈에 미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2015년 유족들과 비공개 화해를 했다. 2005년 아프간 전쟁에 참전했고 트럼프 행정부 말기 국방장관 대행을 했던 크리스토퍼 밀러는 적은 숫자의 직업 군인으로 전쟁을 치르게 되면 그만큼 더 많은 ‘아웃 소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신문의 여러 지적에 로브 로드위크 국방부 대변인(중령)은 “아프간에서 미군 작전에 기여한 많은 군수·군납업체 민간인들이 군 병력을 핵심적인 전쟁 수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고 해명했다.        박병수 기자

유럽연합 택소노미 초안 공개

프랑스 · 동유럽 주장에 원전 포함

“에너지 전환에 제 역할 기대” 이유

 원전 부흥 기대 속 좌초자산 우려도

“수익 안 나는 원전 투자 제한적일 것”

 

2021년 10월11일 벨기에 도엘의 전력선 옆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을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으로 분류하는 ‘그린 택소노미’ 초안을 공개했다.

 

그린 택소노미는 어떤 경제활동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환경 개선 등에 기여하는지 명시해 이런 활동에 더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가게 하려는 것을 취지로 한다. 따라서 EU 택소노미가 초안대로 확정되면 원자력계의 원전 건설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자금 유치가 지금보다 쉬워지게 된다.

 

유럽연합 택소노미 초안보니

 

<로이터>와 <유랙티브>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행정부 격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원자력 발전 투자사업에 대해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탄소중립을 위한 과도기적 녹색 투자로 분류하는 택소노미 초안을 마련해 지난 31일 회원국들에게 보냈다.

 

이 초안은 27개 회원국과 전문가 패널의 검토를 거쳐 이달 중 집행위원회 안으로 공식 발표된다. 이 검토 과정에서 일부 수정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이달 중순 유럽연합 집행위 최종안으로 확정되면 회원국 다수와 유럽의회가 거부하지 않는 한 그대로 시행된다.

 

공개된 초안은 원자력 발전소 프로젝트에 대해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 자금과 부지가 있는 경우 녹색 투자로 분류하도록 했다. 초안을 보면, 신규 원자력 발전소 투자가 녹색으로 분류되려면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발전소의 수명 연장도 친환경으로 간주된다. 다만 달성 가능한 가장 높은 수준의 안전 기준을 달성할 수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천연가스 발전소에 대한 투자도 킬로와트시(㎾h)당 온실가스를 270g 미만 배출하고, 오염을 더 많이 일으키는 화석연료 발전소를 교체하고, 2030년말까지 건설 허가를 받는 등의 조건을 충족할 경우 친환경으로 간주된다.

 

유럽연합 집행위가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녹색 투자에 포함시킨 이유는, 이들 에너지원을 두고 충분히 지속가능하지는 않지만 유럽연합이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과도기적 활동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집행위는 “과학적 조언과 현재의 기술 진보, 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회원국 전반의 다양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미래로 전환하는데 천연가스와 원자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된 이유

 

유럽연합은 지난 1년 간 원자력의 녹색 분류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원전 발전 비중이 70%에 이르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폴란드, 체코, 핀란드 등은 원자력을 녹색 에너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탈원전을 내건 독일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등은 방사성 폐기물 처리 등의 안전 문제를 들어 이에 반대했다. 특히 오스트리아는 유럽연합 집행위가 원자력을 녹색으로 분류할 경우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찬반 그룹 사이에 팽팽하던 갈등은 지난해 10월 천연가스 수급 불안으로 유럽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우리는 안정적 에너지 자원인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새로 구성된 독일 정부의 올라프 슐츠 총리가 지난달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만난 뒤 그린 택소노미를 둘러싼 논란을 “사소한 문제”라고 표현해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원전의 르네상스 열리나’ 기대있지만…

 

원자력 산업계에서는 유럽연합이 그린 택소노미에서 원자력 투자를 녹색 투자로 분류할 경우 원전 건설에 대한 투자 유치와 금융 조달이 쉬워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급격히 쇠퇴한 원전 산업이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원전의 르네상스’를 열어줄 것이란 기대다.

 

실제 그린 택소노미에 원자력이 포함되면, 1조 유로(약 1333조원)에 이르는 유럽연합 기후변화 대응 투자 예산(그린딜)이 원전에도 투입될 수 있게 된다. 원전 투자를 위한 녹색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된다. 하지만 원전의 낮은 경제성과 그린 택소노미에 대한 대형투자기관들의 불신 등이 겹쳐 원자력의 택소노미 포함이 원전의 르네상스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핵폐기물 처분과 부지 확보 어떻게 할 것인가’ 과제

 

원전에 대한 녹색 분류는 핵폐기물 처분장과 부지를 먼저 확보해야 할 것과 강화된 안전기준을 충족할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런 조건은 충족하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원전의 경제성을 더욱 떨어뜨리게 된다. 많은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이미 원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원전의 녹색 분류에 반대해온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원전 르네상스가 오기 위해선 경제성을 갖춰야 하는데, 투자비가 이미 해상풍력 대비 두 배 이상 높아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원전에 대한 민간금융 업체들의 파이낸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원전의 경제성은 각 나라가 처해 있는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에 추월당한 상태로 평가된다.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라자드가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제외한 기준으로 전체 발전기간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을 평가했을 때 원자력 전기는 이미 2011년부터 재생에너지(풍력) 전기보다 비싼 에너지가 됐다. 지난해에는 원전이 1메가와트시(MWh)당 163달러로, 평균 37달러인 재생에너지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올해 1일 반핵 운동가들이 독일 니더작센주 에머탈 그론데 원전 폐쇄를 축하하고 있다. DPA/연합뉴스

 

한 위원은 “원전의 활용도가 과거 대비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지만 민간 영역의 투자로 전성기를 누릴수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고, 국영업체가 전력시장을 관장하고 정부가 건설비용을 보장하는 체계가 갖추어진 국가들에서만 원전의 신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전을 포함한 그린 택소노미가 채택되더라도 유명무실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오스트리아는 집행위원회가 원자력을 포함한 택소노미를 공식 채택할 경우 유럽사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는데, 소송이 시작되면 최소 수 년의 시간이 소요돼 택소노미가 유명무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EU 택소노미 초안에 원전 포함되자 한국 원전업계 기대하지만…

유럽연합 택소노미 초안, 원전·천연가스 포함

원전업계 “새 정부의 재평가 기대”

반대쪽 “부지 확보 등 투자 조건 엄격

한국 원전 밀집도 높아 적용 어려워”

 

지난 1일 독일 바이에른 군드레밍겐 주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탑 앞에는 원자력 로고가 새겨진 도시 문장이 표시되어 있다. DPA/연합뉴스

 

2일 공개된 유럽연합(EU)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 초안에 원자력 발전이 포함되자 원전업계와 학계 등은 ‘국제동향과 국내상황을 보고 추후 결정하겠다’며 한국형 택소노미에서 원전을 제외했던 정부가 입장을 바꿀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 안이 투자·처분 조건을 엄밀히 정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케이-택소노미) 최종안에 원자력이 빠진 것을 두고 원전업계와 학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결정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 기조대로 원전을 제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이달 중으로 예정돼있는 유럽연합 택소노미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2일 유럽연합안이 공개되자 원전업계에서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2일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택소노미에 대한 논의도 새로 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의 결정이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며 원전이 포함될 가능성을 짚었다. 발표 당시 환경부가 “국제 동향과 국내 상황을 감안해” 변경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유럽연합이 원전을 포함시킨 것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전에 대한 입장이 다소 다르지만, 결국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다른 입장을 내걸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원전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반면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는 민주당 관계자는 “택소노미에 원전이 들어간다고 해도 이미 한국의 원전밀집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유럽과 상황이 같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 택소노미 초안도 원전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자본 확보와 폐기물 처분 장소와 방법 등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원전 확대 정책으로 흐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연합 안에 천연가스(LNG)가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유럽에서는 한국(1킬로와트시(㎾h)당 340gCO2eq·이산화탄소 환산톤)보다 강화된 온실가스 배출량(270gCO2eq) 기준의 가스 발전소를 녹색 산업으로 분류했다. 이 경우 일반적인 가스발전소는 녹색으로 분류되기 어렵고 탄소포집저장기술을 갖췄거나 열병합발전소만 인정될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 기준과 차이가 있다. 최우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