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법원 “방통위 부과한 재승인 조건 적법” 판결

MBN노조 “불법자금 모집 책임, 류호길 대표 사퇴를”

 

 엠비엔 누리집 갈무리

 

종합편성채널(종편) (MBN)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재승인 조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엠비엔 쪽은 판결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는 엠비엔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방송채널 사용사업 재승인처분 부관(부가하는 약관) 취소청구’ 소송에서 17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방통위 처분이 적합하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엠비엔의 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17개 조건을 달아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당시 엠비엔은 기준 점수 650점에 미달한 640.50점을 받았다. 방통위는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하는 방안을 포함한 경영 투명성 방안 및 외주 상생 방안 등의 추가 개선계획을 제출하고, 이행 의지를 보인 점과 재승인 거부 때 시청자 등의 피해가 예상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엠비엔은 방통위가 재승인 조건으로 내건 17개 약관 가운데 3가지 약관을 두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유발할 수 있다’며 지난 2월 이들 조건을 취소해 달라는 본안 소송과 함께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엠비엔이 문제 삼은 약관은 △업무정지로 인한 피해를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책임지도록 하는 방안(10번) △공모제도를 시행해 방송전문경영인으로 대표이사 선임(13번) △2020년도 소각한 자기주식 금액 이상으로 자본금 증가시키는 방안을 제출하도록 하는 조건(15번) 등이었다.

 

법원은 지난 3월 엠비엔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엠비엔이 불복한 3가지 조건 가운데, 10번과 13번은 엠비엔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고, 15번은 그러한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본안 재판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회사 임원들이 최초 엠비엔 종편 인허가 과정에서 허위 재무재표를 만든 혐의 등으로 최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며 “원래대로 하면 (종편) 승인 처분이 날 수 없는데 승인이 됐고, 방통위가 승인 취소 대신 재승인을 하며 이런 조건을 단 것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했을 때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앞서 엠비엔이 2011년 종편 설립 과정에서 자본금을 불법 충당하고 회사 재무제표를 허위 작성한 사실은 2019년 8월 <한겨레> 보도로 드러난 바 있다. 이후 이 회사 임원들과 법인은 자본금을 불법 충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1·2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고 지난 6월 형이 확정됐다.

 

이날 판결 직후 전국언론노조 엠비엔지부는 입장문을 내어 류호길 엠비엔 대표의 퇴진과 사장공모제 실시를 촉구했다. 엠비엔지부는 “방통위 조처는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불법 자금모집과 같은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인데, 문제 당사자가 여전히 대표와 경영진으로 있으면서 관련 사항을 이행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사장공모제를 실시하라는 규정이었다. (패소 판단을 받아들이는 취지에서) 류호길 대표가 물러나는 것이 책임있는 경영진의 자세”라고 주장했다.

 

엠비엔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엠비엔 관계자는 “판결문 내용을 확인한 뒤, 항소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입장도 그 때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언론학자들은 이번 법원 판결을 두고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이번 판결은 방통위의 부관 부과 처분이 정당했다는 점은 물론, 자본금을 편법으로 충당한 엠비엔에 대한 최초 종편 승인처분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엠비엔에 대한 최초 승인처분은 이명박 정권 때 이뤄졌다. 최민영 오승훈 기자

윤 “시급한 사안 없고 코로나 확산 상황에 관광지서 셀카 찍어 올리나“

청 “총리관저 최초 초청받아…상대국 정상 호의 비난소재 활용은 ‘사악’“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 부부가 정상외교 친교행사를 하며 셀카를 찍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의 호주 방문을 놓고 “시급한 외교 사안도 없는 호주까지 가서 SNS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찍은 셀카를 올리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외교 폄훼”라고 반발했다.

 

윤 후보는 1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곧 1만명을 넘어설 태세고, 사망자가 속출하고 의료체계가 더이상 버틸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 SNS에는 관광지에서 찍은 셀카가 아니라 코로나와 맞서 싸우는 의료진과 꿋꿋하게 버티는 국민의 영웅적 이야기가 올라가야 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의 본질은 선전”이라며 “사물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과장된 것으로 만들고, 때로는 선전을 받아들이는 사람 뿐만 아니라 선전을 하는 사람들까지 속인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정면 겨냥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가장 잘 나가는 참모가 바로 ‘쇼’와 ‘자화자찬’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면서 “온통 지지율에만 신경 쓰는 대통령, 그런 대통령에게 아부하며 부추기는 참모들의 정부, 국민에게는 재앙이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전날 탁현민 비서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오스트레일리아 방문 기간 동안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셀카’를 찍은 것을 비판한 야당을 향해 “야당의 외교결례가 참 걱정이다. 상대국 정상의 호의와 친근함의 표현을, 대통령 비난의 소재로 활용하는 사악함”이라고 글을 올린 바 있다. 이날 탁 비서관은 윤 후보 글이 올라온 뒤 다시 페이스북에 “셀카를 찍은 장소는 관광지가 아니라 호주총리의 관저이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초청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총리가 정상회담에 앞서 찍은 기념사진. 청와대 제공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저녁 <카톨릭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임기말 호주 외유 주장’에 대해 “호주는 전기차나 2차 전지에 필수적인 리튬이나 희토류 같은 핵심광물 매장과 생산량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에 대해서 우방인 호주와 이런 것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며 “호주 총리가 마지막에 셀카를 찍자고 하는데 그러면 국민 고통 생각해서 싫다고 거부해야 합니까? 이런 것까지 폄훼를 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K-9 자주포 수출을 통해 국가경제 이익이 증진되었고, 광물 공급망 협력을 다진 것도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자원외교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외교통상 전문가는 “호주의 희토류를 확보하는 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생산에 희토류가 많이 필요한데, 이를 대부분 공급하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방한 우즈베크 대통령 “문 대통령은 존경하는 형님”

한국-우즈베키스탄 정상회담

희소금속 개발 등 협력 논의

문 대통령 “형제의 방문 환영”

 

문재인 대통령과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한국을 국빈 방문한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희소금속 개발과 노후발전소 현대화 등 양국관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회담에서 “형제 같은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우즈베크 대표단이 서울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면서 “올해 1월 첫 정상회담을 대통령과 화상으로 했고, 마지막 정상회담을 대면으로 하게 됐다. 올해 정상외교의 시작과 끝을 대통령과 하게 돼 대단히 뜻깊다”고 말했다.

 

이에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한국 친구 여러분과 함께 있으니 고향에 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문 대통령의 우즈베크 국빈 방문 때도 “제 소중한 친구이자 형님”이라고 부르며 각별히 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한국은 중요한 투자국이자 기술협력국이고, 양국은 사람 중심의 사회복지국가를 지향한다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며 수교 30주년인 내년을 ‘상호 방문의 해’로 지정하는 방안과 고려인 역사 박물관 건립을 제안했다. 또 지난 2019년 4월 문을 연 한·우즈베크 희소금속센터를 거점으로 희소금속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한편,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에너지효율 개선 등의 협력도 늘리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우즈베키스탄이 2023년 세계관광기구 총회를 유치한 것을 축하하는 한편,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적극적으로 지지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완 기자

 

가로세로연구소 상습도박 등으로 고발

경찰청, 17일 경기남부청에 사건 배당

도박횟수·판돈 따라 처벌 수위 달라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이 끝난 뒤 아들의 불법 도박 의혹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있다.

 

경찰이 불법 도박 의혹으로 고발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큰아들 이아무개(29)씨에 대한 수사를 17일 착수했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불법 도박의 종류, 횟수, 판돈에 따라 최소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씨가 상습도박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에 배당했다. 전날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이씨를 상습도박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은 이씨의 주소지 등을 고려해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에 배당했다.

 

앞서 언론 보도로 이씨가 상습적으로 불법 도박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씨는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미국에 서버를 둔 온라인 포커 커뮤니티 게시판에 약 200개의 게시글을 올리고 해외 포커 사이트의 칩(게임 머니)을 거래하자는 글 등 100여건을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경기도의 불법 도박장을 방문했다는 글도 게시했다. 이 후보는 입장문을 내어 “언론 보도에 나온 카드게임 사이트에 가입해 글을 올린 당사자는 제 아들이 맞다”며 “제 아들의 못난 행동에 대해 실망했을 분들에게 아비로서 아들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로 이씨의 혐의가 확인될 경우, 불법 도박의 종류나 판돈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 일시적인 오락 수준이 아닌 도박으로 인정되는 경우 형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형법 246조는 ‘도박을 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상습도박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이씨는 약 1년 7개월가량 커뮤니티에 도박 경험담을 올리는 등 장기간 도박을 한 정황이 있어 경찰 수사결과에 따라 상습도박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있다. 공소시효(5년)도 만료되지 않았다.

 

상습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경우 일반적으로 벌금형 선고가 많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도박장 개장이 아니라 단순히 도박에 참여했다면 보통 징역형은 어렵다. 가액이나 횟수가 많을수록 중형 가능성이 있다”며 “가액과 단순 도박 여부 등이 확인돼야 처벌수위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도박장을 개장한 사람이 더 크게 처벌받고, 행위자는 실형이 거의 없다. 벌금이 얼마나 나오는지가 달라지는 수준”이라며 “상습성은 도박 횟수 등을 기준으로 살펴본다”고 말했다.

 

도박 횟수가 많고 가액이 클 경우 처벌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법승)는 “도박 사이트에 여러 차례 접속해 자주 도박을 하고, 정기적으로 도박장에 갔다면 상습도박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며 “판돈의 규모가 처벌에 중요하게 반영돼 경우에 따라 징역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해외 사이트에서 칩(게임머니)을 거래했다면 거래 방식에 따라 외환거래법에 저촉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도박의 종류에 따라 국민체육진흥법이 적용될 수 있다. 불법 사이트에서 스포츠 경기의 승부 예측에 돈을 거는 방식의 도박을 했다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처벌된다. 국민체육진흥법은 이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한편, 이날 가로세로연구소는 이씨를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경찰청에 추가 고발했다. 이씨가 경기 성남시에 있는 마사지업소 이용 ‘후기’를 온라인 포커 커뮤니티에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을 수사해 달라는 취지다. 관련 의혹에 대해 이 후보 쪽 권혁기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16일 “성매매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김윤주 이주빈 장예지 기자

 

김남국 “윤석역 쪽이 김건희 의혹 덮으려 아들 도박의혹 터뜨렸다는 제보”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아들의 ‘도박·성매매 의혹’에 대해 “김건희씨 의혹을 덮기 위해서 저희 후보자 아들 문제를 갑자기 터뜨렸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유튜브 채널인 <열린공감 TV>에 제보가 들어왔다며 “택시기사가 강남에서 손님을 한 명 태웠는데, 그 손님이 윤석열 후보 캠프의 사람이었던 것으로 이야기를 하더라. 그러면서 ‘(윤 후보 쪽이) 사과를 오늘 하고, (이 후보의) 아들 문제를 터뜨려서 이 사건을 충분히 덮고 한방에 (이 후보를) 보내버릴 수 있다’는 전화통화를 (손님이)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불법도박 의혹이) 터진 시기나 이런 것이 김씨 사건이 일파만파 터지다 보니 황급히 막기 위해서 한 것이 아닌가”라며 “사과하는 대신에 여당 후보의 새로운 의혹으로 덮으려고 했던 의도가 야당에 있었던 것”이라고도 했다.

 

윤 후보 쪽이 김건희씨 논란을 막기 위해 이 후보 아들 의혹을 폭로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다.

‘공정과 정의’ 가치 훼손 지적에

‘팩트체크 뒤 사과’ 입장서 선회

김건희 씨 이력 논란은 언급 안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7일 “제 아내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 분들께 심려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아내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지난 14일 김씨가 수원여대 교수초빙 지원서에 허위 경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이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국민후원금’ 모금 캠페인 행사를 마친 뒤 어색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다 주변의 권고를 받고 안주머니에서 접은 종이를 꺼내 읽었다. 그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를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그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은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어 “과거 제가 가졌던 일관된 원칙과 잣대는 저와 제 가족, 제 주변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아내와 관련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겠다”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께 다가가겠다. 죄송하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그는 김씨의 허위 이력 수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엔 “이렇게 말씀드렸으니 사과로 여러분들이 받아들여 주시고, 그 나머지 부분들에 대해선 법과 원칙이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다”고만 말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오전까지만 해도 사과 여부를 밝히지 않았던 그는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후원금’ 모금 캠페인 행사를 마친 뒤 예고 없이 기자실을 찾았다. 그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한쪽짜리 사과문을 꺼내 읽은 뒤, 추가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이양수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오늘은 입장문 발표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까지 해도 ‘팩트 체크를 해서 제대로 사과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의 허위 이력 논란이 후보가 내세운 ‘공정과 상식’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악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여러 경로로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 안에선 ‘국민 감정상 일단 사과해서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사과는) 빠르면 빨리할수록 좋다”며 후보 본인의 ‘빠른 수습’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어차피 사과를 하게 될텐데, 군더더기 없이 빨리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집중적으로 후보에게 보고됐고, 결국 점심 즈음에 후보가 수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나온 한국갤럽 여론 조사에서 윤 후보는 3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36% 지지율을 기록했다. 당 내에선 이 추세가 이어지면 이 후보에게 밀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강하다고 한다. 지지율 ‘데드 크로스’ 추세에 관해 이준석 대표는 이날 <에스비에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대표자로서는 지금 환장하겠다”고 말했다.

 

당 내에선 윤 후보의 ‘뒤늦은’ 사과에 안도감을 나타내면서도 ‘전두환 망언’때와 마찬가지로 마지못해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는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고 언급했을 때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이틀 만에 사과했고, 이번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사흘 만에 고개를 숙였지만 여론에 밀려 억지사과를 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이 때문에 대선후보로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인정하는데 인색해 되레 일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후보는 또 이날 사과는 했지만, 김씨의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해선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가 사실관계를 파악해보겠다고 했는데, 언제쯤 공개할것인가’라는 질문에 “오늘 사과를 드린 것은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난 허위 이력이라든지, 지금의 상황을 다 포함해 사과 말씀을 올린 것”이라고만 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지금 전 선대위가 달라붙어 김건희씨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을 들여다보는 중”이라며 “그런데 이게 수년이 지난 일이라 기억이 선명하지 않고, 관계자마다 말이 달라서 단기간에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재우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