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의원이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원’ 논란과 관련해 10월2일 오전 국회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참여한 대장동 개발 컨소시엄이 깨지는 것을 막아주는 대가로 화천대유로부터 25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 김만배(구속기소)씨가 대주주로 있는 시행사 화천대유 부탁을 받고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을 막기 위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쪽에 힘을 써줬다고 보고 있다. 당시 경쟁 컨소시엄에 자회사가 참여한 ㅎ건설이 김정태 회장 쪽에 함께 할 것을 제안하자,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어렵게 구성한 김만배씨가 당시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있던 곽 전 의원을 통해 컨소시엄 무산을 막았다는 것이다. 김정태·곽상도·김만배 세 사람은 성균관대 동문이다.
알선수재죄는 금품 등 대가를 받고 중간에서 금융회사 임직원 직무에 속하는 사항을 잘 처리해달라고 주선한 경우 성립한다. 검찰은 화천대유 1호 사원으로 입사한 곽 전 의원 아들이 지난 3월 퇴사하며 퇴직금 및 산재 위로금 등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세금 공제 뒤 28억원) 가운데 25억원을 알선 대가로 구속영장에 적었다. 실수령액 기준으로 통상의 상여금과 퇴직금 등을 고려해 추산한 금액으로 보인다. 아들 계좌에 있는 28억원은 쓰지 못하도록 추징보전된 상태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 17일 곽 전 의원 주거지와 하나은행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27일 그를 처음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곽 전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국회의원으로 화천대유와 관련된 어떠한 일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장동 개발사업에도 관여된 바 없다고 누차 설명했다”며 “이번 구속영장 범죄사실에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탁을 받고 누구에게 어떤 청탁을 했는지 드러나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의 무고함을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김정태 회장도 곽 전 의원과의 친분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하나은행 쪽은 “김 회장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 검찰로부터 연락온 것도 없다”고 했다.
곽 전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는 12월1일 오전 10시30분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강재구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출현을 알리는 신문 판매대 옆에 서 있다. 프리토리아/AP 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급격한 변이를 일으킨 오미크론 변이가 주말 사이 5개 대륙 13개국에서 확인되며 개별 국가 차원에서 코로나19를 막는 건 역부족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전세계가 공조해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내지 않는 한, 언제든지 또 다른 변이가 나타나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공식 확인하고 이튿날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미크론’으로 이름 붙인 새 변이는 불과 사흘 만인 28일 남아프리카에서 1만㎞ 이상 떨어진 캐나다에서 확인됐다. 변이 감염이 확인된 여행객 2명은 오미크론이 널리 퍼진 남아프리카 지역이 아닌 나이지리아를 최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각국이 앞다퉈 남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한 입국 금지 조처를 쏟아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새 변이를 막기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이미 ‘국제적’ 성격을 띠고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에서도 확인된다. 남아공 정부가 공개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연구자들은 이 변이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변이의 특성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웰컴생어연구소의 제프리 배럿 코로나19 유전학 연구소장은 오미크론이 “유례가 없는 변이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 자료를 보면, 알파 변이는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처음 검출돼 12월 ‘우려 변이’로 지정됐다. 베타는 지난해 5월 남아공에서 처음 확인돼 알파 변이와 동시에 우려 변이로 지정됐다. 감마는 지난해 11월 브라질에서 처음 확인돼 올해 1월에 우려 변이가 됐으며, 델타는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처음 확인됐지만 지난 4월에야 ‘관심 변이’로 지정됐다가 5월에 우려 변이로 격상됐다. 이를 볼 때 오미크론은 4개 대륙에서 처음 확인된 변이들이 어디선가 섞이며 진화한 변이일 가능성이 높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축구장 앞에서 28일 축구팬들이 경기 전 백신을 맞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프랑크푸르트/EPA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변이가 주로 보건 상황이 나쁘고 백신 접종이 부진한 지역에서 나타나기 쉽다고 지적한다. 우려 변이보다 한 단계 낮은 관심 변이 중 다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1월 이전에 브라질(제타), 필리핀(세타), 인도(카파), 페루(람다), 콜롬비아(뮤) 등에서 확인됐다. 특히 우려되는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크게 떨어지는 아프리카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의 27일 현재 대륙별 백신 접종 완료율을 보면, 아프리카는 7.15%에 그쳤다. 유럽(57.8%), 남아메리카(56.4%), 오세아니아(54.6%), 북아메리카(54.5%), 아시아(47.8%)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낮은 수치다.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발견된 보츠와나의 백신 접종 완료율 역시 20%에 미치지 못했다. 코로나19 감염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지역에서 새 변이가 발생해,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개별 국가가 백신을 독점하면서 국경을 통제한다고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은 국제 여행객 규모를 봐도 알 수 있다. 세계관광기구(UNWTO) 통계를 보면, 국제 이동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던 지난해 4월에도 국제 여행객은 389만명에 이르렀다.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았던 지난 4월엔 국제 여행객이 1667만명으로 늘었고, 지난 7월 여행객은 5508만명에 달했다. 이런 규모의 이동 인구를 공항 등에서 검사해 바이러스 유입을 통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전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해법은 아프리카 등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 빠르게 백신을 공급하고 보건 체계 강화를 지원하는 길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아프리카연합의 ‘백신 공급 동맹’ 공동의장인 아요아데 알라키자 박사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백신 제공과 (아프리카) 자체 백신 생산을 부자 나라들에 간청하고 애원했지만 거부당했다”며 “답은 여행 금지가 아니라 전세계에 대한 시급한 백신 접종”이라고 밝혔다. 알라키자 박사는 캐나다 맥길대학의 마두카르 파이 교수와 함께 지난 2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기고한 글에서 “현재 아프리카 등에서는 결핵, 말라리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대응할 보건 서비스도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코로나19 대유행은 세계가 인류 개념에 입각해 생각하고 행동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시금석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기자
‘백신 · 치료약 공평 분배’ 틀 만들자…WHO, ‘팬데믹 조약’ 논의
29일부터 내달 1일까지 특별 총회서 논의
코로나19 초기대응 실패…다음 팬데믹 대비 필요
제네바/AP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29일 제네바에서 특별 총회를 열어 코로나19의 뒤를 잇는 다음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팬데믹 조약’에 대해 논의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날 누리집에 올린 공지를 통해 “이날부터 12월1일까지 특별 총회를 위해 모인다. 이번 회기에 회원국들은 세계적 규모의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세계보건기구의 조약이나 다른 국제적인 기구를 만드는 것에 따른 장점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팬데믹 조약’엔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발생할 경우 백신이나 치료약의 공평한 분배 등을 명문화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뒤 각국은 입국을 금지하고 백신 확보를 위해 쟁탈을 벌이는 데 몰두하면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에 실패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중심이 돼 팬데믹 조약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주도해 왔고, 한국·남아프리카공화국·타이 등이 이 구상을 지지하고 있다. 이 조약이 만들어지면 백신 등의 공평한 분배와 팬데믹에 대한 신속한 정보 공유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는 총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한 미국·러시아·중국 등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11월 특별 총회 때 논의를 이어가기로 결론을 내렸다. 길윤형 기자
모더나 CEO “오미크론 변이 백신 대량공급에 여러 달 걸려”
방셀 CEO “현 백신의 효과 검증에 적어도 2주 걸려
부스터샷 1·2차 용량 절반인데 고용량 돼야 할 수도”
세계 많은 나라가 새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이 확산 중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해 항공편 중단 등 사실상 봉쇄를 가하는 가운데 27일 남아공 현지 신문 토요판에 실린 기사 모습. ''세계가 남아공에 문을 닫고 있다''라는 제목과 함께 텅 빈 홍콩 공항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토리아/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CEO)는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용 백신을 개발해 대량 공급하는 데 여러 달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방셀은 이날 <CNBC> 방송에 출연해 “오미크론이라는 특정 변이에 대한 백신을 대량으로 만들어 공급할 준비를 하기 전까지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모더나의 최고의학책임자(CMO)인 폴 버튼은 <BBC> 방송 인터뷰에서 “새로운 백신을 만들 필요가 있다면 대량 생산에 앞서 내년 초에는 백신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방셀은 오미크론 변이의 전염력이 아주 강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이 변이가 현재 나와있는 백신의 예방효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려면 최소 2주 이상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용량 부스터샷(100㎍)은 곧바로 준비될 수 있다”면서 “예방효과가 얼마나 많이 떨어지느냐에 따라 우리는 전 세계에서 현재보다 많은 용량을 접종하기로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현재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으로 1∼2회차 백신 용량의 절반인 50㎍을 투여하고 있으나, 오미크론 변이의 전염성을 고려해 이를 원래대로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방셀은 “아마도 고위험, 면역체계가 손상된 사람, 고령층은 4번째 접종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백신 제조사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백신에 대한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을 연구 중이라면서 “백신이 (변이로부터) 인체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생각에 백신의 보호 능력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올 수는 있다”라고 예상했다. 불라는 화이자가 필요할 경우 새 백신 개발을 위한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면서 지난 26일 첫 디엔에이(DNA) 주형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백신 개발을위한 첫 단계라고 <시엔비시>는 전했다. 그는 “우리는 100일 안에 백신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여러 번 밝혔다”면서 베타와 델타 변이에 대해서도 백신을 신속히 개발했으나 기존 백신이 충분히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방셀은 이날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이미 세계 각국에 퍼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우리는 그 변이가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미 존재한다고 믿는다”면서 “지난7∼10일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직항편을 운행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아직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이미 감염자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오미크론, 더 ‘센 변이’인지 방역 전문가 4명에게 물어봤다
알파-베타-델타-감마 품은 ‘오미크론 변이’ 분석
전파력은 델타보다 빠르지만 치명률은 ‘글쎄’ 한목소리
“백신 접종으로 치사율·치명률 다소 낮출 수 있을 것”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과 감염자 그래프 표시 앞에 주사기 바늘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미크론(Omicron) 변이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지금까지 발견된
주요 변이 중 가장 심각한 변이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26일(현지시각)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에서 발견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확산 중인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위험 분석보고서’를 냈다. 유럽질병센터는 “오미크론 변이는 지난 11일 보츠와나에서 처음 발견되고 14일 남아프리카에서, 26일 벨기에, 홍콩, 이스라엘에서 잇따라 확인됐다”며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에 비해 전파력이 더 강하고, 면역회피(항체가 형성된 사람의 면역공격을 피해 감염시키는 것) 우려로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를 낮추고 재감염의 우려도 있어 우려 변이(VOC)로 분류됐다”고 설명했다.
델타 변이 이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5차 대유행이 가시화된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까지 등장하면서 국제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다. 객관적으로 정리된 역학 자료가 없어 오미크론 변이의 위험성을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미국·한국 등 각국이 앞다퉈 국경 통제에 나서고 있다. 28일 오후 10시 현재 오미크론 감염이 확인된 국가는 처음 바이러스가 확인된 보츠와나를 포함해 남아공·홍콩·벨기에·체코·이스라엘·영국·이탈리아·네덜란드·독일·호주·네덜란드 등 12개 국가에 이른다.
‘가장 이질적 변이’ 오미크론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한겨레>가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알려진 내용을 토대로 국내 전문가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 △김태형 테라젠바이오 상무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 등 네 명을 인터뷰해 정리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델타 변이 확진이 감소하고 오미크론 변이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벨기에 생물학자 톰 벤셀리스(Tom Wenseleers) 트위터 갈무리.
높은 전파력, 치명률은 글쎄…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에 견줘 더욱 높은 전파력을 가졌을 것이란 전망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남아공 현지에서 우세종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델타 변이를 뚫고 빠르게 확산했기 때문이다.
남아공은 최근 겨울철(한국의 여름) 델타 변이가 크게 유행한 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확진자 수가 줄고 있었다. 그런데 11월 중순께부터 하우텡주의 주도인 요하네스버그에서 젊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남아공 국립감염병 연구소는 확진자들의 바이러스 검체를 채취해 유전체 분석을 실시했는데 코로나19 유행 이후 지배종이 되었던 주요 변이 바이러스 계통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이질적인 변이였다.
이재갑 교수는 “정보가 아직 많지 않아서 조심스러운 단계이지만 남아공에서 분석되는 변이 중 거의 100%가 오미크론 변이로 나온다. 미뤄 짐작하면 델타 변이 보다 전파력이 빠르고, 델타 변이보다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를 낮출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6으로 잡으면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은 10정도 된다. 지금까지 나온 내용들을 종합하면 오미크론의 전파력을 제일 낮게 잡아도 델타 변이에 비해 30% 정도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되는데 확산속도를 기준으로 하면 거의 2∼3배까지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유럽질병청도 보고를 통해 “남아공에서의 집단 감염은 슈퍼전파자에 의한 전파이거나, 면역 회피에 의한 돌파감염 증가일 수 있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현재까지 전파속도만 놓고 보면 델타 변이보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파력이 높은 반면 치명률은 그리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러스가 숙주를 죽이는 치명률이 높아지면 전파되기가 어려워지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치명률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자료는 없지만 언론 보도에선 주로 경증 환자들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오미크론 변이를 남아공 보건 당국에 처음 알린 안젤리크 쿠체 박사는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감염자들의 증상이 다른 코로나19 확진자와 아주 다르지만 증상은 가벼웠다”며 “한 젊은이는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했고, 열이 나고 맥박이 빨리 뛰던 6살 어린이는 이틀 뒤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상무는 “꼭 전파력이 강해진다고 해서 치명률이 낮아진다고 할 수는 없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치명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고, 과거와 달리 지금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마친 상황이라 치사율·치명률은 다소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치명률과 관련해선 섣불리 결론내려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남아공에서 감염된 인구집단이 주로 젊은층이었기 때문에 아직 고령층에서 얼마나 위중증으로 발전하는지 분석된 바 없기 때문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사진의 붉은색 돌출 부분)에서 32가지의 변이가 나타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종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확인돼, 각국 방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AFP 연합뉴스
백신 · 항체치료제 효과 낮출 가능성 커
이처럼 강한 전파력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치명률과 더불어 많은 전문가들을 긴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오미크론 변이의 ‘면역 회피’ 가능성이다.
남아공 국립감염병연구소는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32개에 이르는 돌연변이가 생긴 오미크론 변이는 양상이 매우 이례적이고 전파력이 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항체가 결합하는 부위인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은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처럼 돌출된 부분으로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손잡이 역할을 한다. 이 부분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전파력이 더 커지거나 백신접종·감염 등으로 이미 항체가 형성된 사람의 면역 체계를 피해 감염(돌파감염·재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면역을 회피해 돌파감염과 재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형 상무는 이러한 현상을 오미크론 변이의 진화로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바이러스 변이를 연구할 때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 유무를 유심히 관찰하는데 오미크론은 기존의 주요 변이(알파·베타·델타·감마)를 모두 갖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재감염을 거듭하면서 기존에 있던 변이를 모두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변이가 지난해 6월께 독립적으로 분리됐다가 최근에야 갑자기 나왔는데 여러 변이의 특성을 공유한다는 것은,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감염 통제가 안돼 재감염에 의해 진화될 동안 유전자 분석으로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상무는 최근 나온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의 백신에 대해 내성을 갖고 감염예방효과를 낮추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빨간색으로 분류된 오미크론 변이가 주요 변이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 아니라, 지난해 6월께 발생했던 변이에서 파생돼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넥스트 스트레인 갈무리
엄중식 교수는 “기존 백신의 감염예방효과 감소는 이미 델타 변이에서도 광범위하게 확인됐고 오미크론 변이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델타 변이 이전에 백신은 화이자 백신이 90%이 넘는 감염예방효과가 있었는데 델타 변이 등장 이후 70%대로 감소했고, 80% 정도 감염예방효과가 있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도 효과가 크게 감소했다. 델타 변이 보다 더 큰 변이가 있다면 결국 백신의 보호효과도 떨어지고 돌파감염이 늘어나 기존 백신이 무력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백신의 감염예방효과가 감소하면, 항체치료제의 치료효과도 함께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갑 교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대상(타켓)으로 작용하는 항체치료제 계열은 효과가 낮아질 수 있으나,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가 낮아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스파이크 단백질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도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직 모른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상무도 “경구용 치료제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작용하지 않고, 바이러스 복제 과정에 관여하기 때문에 경구용 치료제의 효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최근 머크사가 몰누피라비르의 치료 효과가 50%라고 했다가 30%로 수정해 경구용 치료제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임상에서 써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면역 회피 정도와 재감염·돌파감염에 관한 분석은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요하네스버그 비트바테르스트란트 대학의 바이러스 학자 무어 페니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2주 안에 관련 첫 연구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입 차단 어렵지만…‘뮤’ 변이처럼 사그라들 수도
코로나19 관련 국내 전문가들은 방역 당국의 선제적인 남아프리카발 입국 통제에도 불구하고 결국 오미크론 변이는 국내로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입국 차단 조처는 국내 유입 시기를 늦출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국내에 유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재갑 교수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퍼질 것이기 때문에 앞선 델타 변이와 똑같은 양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 막는다고 했지만 지난 여름 델타 변이가 한국에 들어와서 주요 변이로 자리잡는데 한달이 채 안걸렸다”며 “국민들의 해외이동이 델타 변이 당시보다 몇배는 늘어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하면 한국은 바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 교수도 “앞서 델타 변이가 유입되는 과정을 들여다 보면 입국자들의 자가격리 기간 중에 확산했는데 여기에 대한 보완책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미크론 변이가 들어오면 결국 비슷하게 퍼질 수 밖에 없다”며 “한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확인되는 시점엔 이미 국내에서 상당히 퍼져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럽질병청은 오미크론 변이를 차단하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확진자의 바이러스를 검사해 변이 유전자의 확산을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윤 교수는 한국의 바이러스 변이감시 체계가 오미크론 변이를 추적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과정에 질병관리청의 변이 감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질병청은 3∼4일이면 바이러스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검사 결과가 지방자치단체에 보고되기까지는 1주일 안팎의 시간이 소요돼 지역감염을 차단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변이 바이러스 유전체 분석을 모든 확진자에 대해 실시할 수 없고 검사 결과를 얻기도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질병청은 28일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 분석은 최근 4주를 기준으로 15.1%”라고 설명했다. 전체 확진자의 85%는 실제로 어떤 변이에 감염되는지 확인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변이분석율이 5∼10%”라며 한국의 변이분석률이 낮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부의 설명은 사실이다.
김태형 상무는 “10% 이상 변이분석률이면 괜찮다고 판단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에선 오미크론 변이를 1년 6개월 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늦어도 한달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바이러스 게놈 분석은 검사를 실시하는 시료(바이러스 샘플)가 바이러스의 양이 부족해 판독이 안되는 경우가 절반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감염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적은 양의 바이러스로도 가능하지만, 유전체 분석을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바이러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질병청은 이러한 이유로 “최근 5주 사이에 아프리카에서 입국한 확진자 22명 가운데 8명에 대해선 유전체 분석을 할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결국, 우리는 모든 확진자의 바이러스를 채취해 검사할 수 없고 남아프리카발 입국을 차단하더라도 유럽·미국을 통한 유입, 그리고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남아메리카에서 유행하다 한국에 들어왔으나 전파되지 않았던 ‘뮤’(Mu)변이처럼 국내에 유입된 후 확산하지 못하고 사그라들 가능성도 있다. 방역 당국은 지난 9월 초 브리핑에서 “국내에서는 3건의 뮤 변이 국외유입 사례가 확인됐으며, 국내 지역 발생 건수는 없다”고 발표했다. 뮤 변이 감염자는 멕시코와 미국, 콜롬비아에서 각각 5, 6, 7월에 한국으로 들어왔는데 지역사회로 전파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8월 말 코로나19 주간 보고서에서 콜롬비아에서 처음 보고된 ‘B.1.621’ 변이 바이러스를 뮤 변이로 명명하고 ‘관심 변이’로 지정했었다. 콜롬비아에선 뮤 변이 감염비율이 한때 확진자의 39%까지 치솟았으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김태형 상무는 “당시 델타 변이가 한국에서 우세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뮤 변이가 확산하지 못했고, 남아프리카에서 시작된 베타 변이도 델타 변이 때문에 크게 확산하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가 한차례 유행하고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남아공과는 달리 연일 4천명 안팎의 델타 변이 감염환자가 나오고 있는 한국에선 오미크론 변이가 유입되더라도 크게 확산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백신·마스크·여행자제…기본에 충실해야
“오미크론 감염이 확인된 지역으로의 이동을 자제하고, 감염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더욱 철저히 해야한다. 현재 진행중인 델타 변이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백신접종률 제고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 국가들은 40대 이상 인구와 18살 이상 성인 중 감염취약계층에 대한 추가접종을 계속해야 한다.”
유럽질병청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돌파감염·재감염률 등 분석에는 2주 안팎의 시간이 걸리지만 정부는 백신접종률 제고, 마스크 착용, 여행 자제 등의 비약물적인 중재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백신의 감염예방효과를 낮출 가능성도 있으나, 델타 변이에서 보듯 중증화율과 사망률을 크게 낮추기 때문에 백신 접종은 기본적으로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형 상무는 “오미크론 변이가 유입되면 돌파감염이 일부 되겠지만 백신이 중증 진행을 막아주는 효과는 확실히 보여주는게 있다. 기본접종 대상을 미국과 이스라엘처럼 8살 이상 어린이까지 확대하고, 추가접종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권지담 기자
O의 공포, 아시아 증시 동반 하락
코스피 개장 초 2900선 내줘
정부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로
오미크론 위험수준 파악까지
수주간 금융시장 불안 지속될 듯
2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92%(27.12) 내린 2909.32로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의 공습으로 한국 등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정부는 변이 바이러스와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29일 코스피는 0.92%(27.12) 하락한 2909.32로 장을 마쳤다. 장 초반에는 2900선이 무너지며 2890.78까지 밀리기도 했다. 개인이 7610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는데, 기관투자자가 이를 받아내며 지수를 방어했다. 여행(-3.97%)과 영화·드라마 제작업체(-3.67%)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반면 코로나진단키트 업체들이 3.16% 오르는 등 의약·제약업종이 강세를 보였고 은행주도 2% 가까이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1.35%(13.55) 떨어져 하락폭이 더 깊었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1.63% 떨어지고 홍콩 항셍지수도 0.95% 하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에서 0.3원 하락(원화 가치 상승)한 1193원으로 마감했다. 글로벌 달러의 강세폭이 크지 않은 가운데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시장 불안은 수주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오미크론의 위험수준을 검증하고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백신 제조업체들은 기존 백신의 효과 확인에 2주, 새 백신 개발에는 2~3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월 ‘우려 변이’로 지정한 델타 변이 당시 코스피는 고점 대비 4% 가량 하락했다. 조정 기간은 한달 안팎 걸렸다. 코스피는 27일만에, 코스닥은 34일만에 고점을 회복했다. 다만 이번에는 변동성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가상승률이 크게 높아져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오미크론이 단기적으로 경제와 시장에 ‘게임체인저’가 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예전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사들은 코스피 지지선을 2800선 안팎으로 보고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새 변이가 확산되면 경제활동 재개 지연으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코스피는 장부가치(주가순자산비율 1배) 수준인 2790이 바닥”이라고 판단했다.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200원 안팎에서 머물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효진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재확산은 달러 강세 요인이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와 통화 스와프(맞교환) 계약이 지속되고 있어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획재정부는 오미크론으로 인한 불확실성 요인을 인정하면서도 우리 금융시장의 복원력과 경제주체들의 적응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점검회의를 열고 “금융시장별·상황별 시장안정 조치수단을 보다 꼼꼼히 점검하고, 필요하면 관계기관과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정보부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오미크론이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우리 금융시장의 복원력과 방역·의료 체계의 개선, 경제활동 측면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충격 완충능력이 높아진 점 등을 종합적이고 차분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광덕 이지혜 기자
<SBS>가 의뢰해 넥스트리서치가 27∼28일 1007명을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선 윤석열 후보가 34.4%, 이재명 후보가 32.7%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상정 후보(4.2%)와 안철수 후보(2.8%)가 뒤를 이었다.
<문화방송>(MBC)이 의뢰해 코리아리서치가 27∼28일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선 윤석열 후보가 35.7%, 이재명 후보가 32.7%의 지지율을 보였다. 심상정 후보는 4.1%, 안철수 후보는 6%였다.
이번 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방송, 문화방송, 에스비에스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이완 기자
‘D-100 지지율 조사’ 왜 달랐나?
안심-임의번호 등과 표본 추출 방식따라 차이
내년 3월 대선을 100일 앞두고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흐름이 나타난 가운데, 일부 조사에서 두 후보의 격차가 크게 나오면서 전혀 다른 흐름을 보였다. 기존 여론조사가 전화면접이냐 자동응답이냐에 따라 결과가 엇갈렸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표본 추출 방식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8~29일 발표된 대선 여론조사 대부분은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경합하는 결과가 나왔다. 케이스탯리서치가 <한겨레> 의뢰로 지난 25~26일 조사한 결과는 윤 후보 36.1%, 이 후보 34.4%로 격차는 1.7%포인트에 불과했다. 한국리서치가 <한국방송>(KBS) 의뢰로 지난 26∼28일 한 조사에서 두 후보는 모두 35.5%로 동률을 기록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중앙일보> 의뢰로 26~27일 조사한 결과에서도 윤 후보 38.9%, 이 후보 36.1%로 격차는 2.8%포인트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같은 날 조사한 결과도 윤 후보 41.8%, 이 후보가 39%였다. 넥스트리서치(SBS 의뢰)와 코리아리서치(MBC 의뢰)가 27∼28일 진행한 조사에서도 두 후보의 격차는 각각 1.7%포인트(윤석열 34.4%·이재명 32.7%)와 3%포인트(윤석열 35.7%·이재명 32.7%)로 경합세였다.
그러나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6~27일 벌인 조사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43.7%로, 이 후보(35.1%)를 8.6%포인트 앞섰다. 또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2~26일 한 조사에서도 윤 후보 46.3%, 이 후보 36.9%로 격차가 더 컸다.
그동안 자동응답 방식(ARS) 여론조사는 정권교체 열망이 큰 정치 고관여층의 참여가 많아 윤 후보 선호도가 더 높게 나온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표본 추출 방식의 차이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티비에스가 의뢰하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안심번호)와 와이티엔 등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임의걸기) 모두 자동응답 방식이었지만 결과는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 기관이 일주일 간격을 두고 수행한 조사에서도 표본 추출 방식에 따라 지지율이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지난 22~23일 벌인 조사에서 이 후보는 37.1%, 윤 후보는 38.4%를 얻으며 박빙이었만, 지난 16∼18일 한국갤럽 자체 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42%, 이 후보가 31%로 11%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두 조사 모두 전화면접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표본 추출 방식에서 안심번호와 임의걸기로 차이가 있었다.
최근 알뜰폰 가입자가 늘면서 통신 3사에서 제공하는 안심번호를 통해서는 잡을 수 없는 여론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알뜰폰 가입자가 늘고 있어 60대 이상이나 20대가 여론조사 대상에서 아예 누락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상(안심)번호를 성·연령별로 몇 배수를 신청하는지에 따라 통계에 바이어스가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리얼미터 쪽은 표본추출 방식이 여론조사 결과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를 제외하고는 기존 조사처럼 전화면접 방식이 접전으로, 자동응답 방식이 윤 후보가 유리하게 나온 것으로 보는 게 맞는다”며 “안심번호와 임의걸기가 유의미한 결과의 차이를 보인다고 결론 내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배 수석전문위원은 또 “같은 방식으로 꾸준히 진행된 조사의 패턴과 상관관계를 봐야 한다. 단면적으로 나열해놓고 비교하는 것은 적절한 비교 분석 방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여러 기관에서 비슷한 시기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 차이를 말하지 말고, 같은 기관이 같은 방식으로 한 여론조사의 추이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장나래 송채경화 기자
임박한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국가의 명운과 흥망성쇠, 나아가 국제질서와 국내외 동포들 삶에도 크고작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의 소신과 품성, 이력과 역량 등을 검증하는 이유도 다름 아니다.
한국의 커진 위상을 보여주듯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는 세계 각국과 언론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세계 유수의 신문과 방송에는 한국 대통령 후보 윤석열 씨와 그 부인 김건희 씨의 무속논란을 비롯해, “(비판 언론을) 손 봐주겠다.” “(의혹 제기자들을) 청와대에 가면 감옥에 집어 넣겠다,” “미투는 돈을 안 준 때문”이라는 등의 발언 내용이 보도돼 국내외 한인들의 낯을 뜨겁게 했다.
세계 10위권의 국력과 상당 수준의 민주주의를 자랑하는 ‘선진국’에서, 더구나 21세기 IT 최첨단을 달리는 나라의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 부부가, 원시적인 주술신앙과 샤머니즘에 빠져있다는 사실, 여성을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다는 천박한 인식, 거기에 비판을 수용할 줄 모르는 독선·독재적 성향과 보복심리를 은연중 드러냈다는 사실이 실로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런데도 이해되지 않는 현상은 그런 후보자가 국내에서 지지율 1위를 다투고 있고, 다수 언론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별 일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권력의 독선과 보복도 괜찮다는 것인지. 자신과 후손의 삶에 영향을 미칠 국정운영과 국가의 운명마저 역술가나 점쟁이 무당에게 의지하는 것도 상관없다는 의식수준들인 것일까.
민주 공화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과 그 부인이 반 인권적이며 언론자유를 무시하는 듯한 사고방식을 드러낸 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지만, 일상의 길흉과 처신을 이른바 ‘도사’나 ‘법사’의 말에 의지해 판단하고 결정하는 습벽이 몸에 배어 있다면, 정말 불안하고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려 말의 요승 신돈, 제정 러시아를 몰락시킨 라스푸틴의 사례를 들 것도 없다. 바로 ‘최순실’의 전횡과 박근혜 탄핵만으로도 그 위험성은 증명되고도 남는다.
윤 후보는 손바닥에 王자를 쓰고 나와 조롱과 의심을 사더니, 신천지 압수수색 거부와 라이벌의 대권도전 여부, 공직 사퇴결정 등은 물론 토론날짜 택일까지 그들 주변의 여러 점술가들에게 의존했다는 소문이 무성히 나돌며 ‘무당정권’을 경고하는 소리가 심각하다. 더구나 김건희 씨는 자기가 후보인 것처럼 말하며 “내가 정권을 잡으면~”을 장담했다니, 그런 ‘부부정권’이 국가 최고권력을 쥐고 흔든다고 할 때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며, 나라는 어디로 갈 것인가. 그런 주술부부가 과연 정교분리(政敎分離)의 원칙과 의미를 알기나 할까. 만에 하나 청와대에 들어간다면 ‘무속과 국정의 분리’를 기대할 수가 있겠는가. 이미 그들 일가는 검찰권력을 해결사로 삼아 갖가지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 왔다는 이른바 ‘본(인) 부(인) 장(모)’ 의혹도 따라다니고 있는 상태다.
한국의 다수 메이저 신문과 방송은 이런 불길하고 엄청난 걱정거리를 덮어버리고 오히려 인물 포장과 미화에 급급하다. 거의 무제한인 언론자유에 비례하지는 못할망정 거꾸로 신뢰도 세계 최하위권인 자신들 처지를 증명하려는 듯, 언론의 사명과 본분은 저버린 채 경쟁적으로 사익추구와 수구 카르텔 정파의 도구로 전락한 보도행태가 탄식을 자아낼 뿐이다.
거기에 더더욱 불가사의인 것은, 무속신앙 논란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한국의 기독교계다. 일부 교단과 NCCK, YMCA 등 단체, 정의구현사제단과 신학자들의 메아리 없는 경고의 외침이 들릴 뿐, 소위 대형교회와 교계 지도급 인사들은 무반응이거나 되레 그런 후보를 감싸고 영합하는 기상천외한 모습들을 보여 아연실색이다.
십계명부터 떠올린 교인이 한 두명 일까?.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는 첫째 계명부터, 어떤 형상의 우상도 만들거나 절하거나 섬기지 말고,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는 제삼 계명까지, 유일신이신 하나님만을 경외하라는 준엄한 신앙지침은 헛구호란 말인가?.
교회는 조상에게 절하는 제사조차도 금기시 한다. 단군상을 훼손하고 불교사찰을 찾아가 땅밟기 하는 극성 신도들도 있다. 그렇게 극진한 신앙심들은 다 어디에 묻어둔 것일까. 주일마다 강단에서는 하나님의 명령을 어겨 에덴을 쫓겨난 원죄부터, 우상을 섬김으로 징벌이 반복된 불신앙의 어리석음을 깨우친다. 광야에서 마귀에게 시험을 당한 예수님은 “사탄아 물러가라”며 다만 하나님만을 섬기라고 가르쳤다. 귀신들린 아이를 어쩌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믿음이 없고 패역한 세대여”라고 질타하며 “내가 얼마나 너희와 함께 있으며 너희에게 참으리요”라고 탄식했다.
의인이 한 사람만 있어도 예루살렘을 용서하겠다는 성경말씀도 있다. 비록 세상이 혼탁해도 기독인들이 투철한 영적 분별력으로 빛과 소금의 사명을 다한다면, 어찌 그 사회가 ‘지옥을 향한 묻지마 질주’를 하겠는가.
‘사이비 주술 정치 노름에 나라가 위태롭다’는 성명을 발표한 신학자들의 꾸짖음은 맘몬주의와 세속에 물들어 손가락질 당하는 한국교회와 ‘삯꾼’들을 향한 매서운 회초리로도 들린다.
“교회와 종교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묵과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지와 연대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으니 그들의 신앙은 얼빠진 것이고, 그들의 신은 사실상 우상임에 틀림없다.…그들은 성경을 헛 읽었고, 기독교 신앙을 크게 오해했으며, 기독교 신앙을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로 만들어버리고, 반기독교적인 세력으로 행동하고 있다” < 김종천 편집인 >
"내로남불 먼저 시인하고 사죄하라"
[한마당] 공정과 정의의 이중 잣대
오스카상을 거머 쥔 ‘기생충’에 쏠린 찬사와 ‘오징어 게임’ 열풍, 그리고 ‘BTS’(방탄소년단)의 폭발적 인기 등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다. 근래 세계인의 한국에 대한 관심 급등과 선망은 “우리가 언제 이렇게 덩치가 커졌지?“하는 상전벽해의 뿌듯함을 자아낸다.
그런데 왠지 어색함이 뒤따른다. 국력이 커진 만큼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는 게 당연할 테고, 국제사회에 우리의 자랑과 대단한 것들만 내보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여전히 미숙하고 모자라 남의 눈을 피하고 싶은 결함도 한 둘이 아니어서 어설픈 선진국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끄러움이 앞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민주주의 쟁취의 민권승리를 일궈냈음에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판의 풍경들은 한국의 아킬레스건이요 지극히 후진적인 모습의 대표격이다.
전례없이 세계적 화젯거리로 등장한 대통령선거가 그걸 말해준다. 쿠데타가 사라진 민주적 선거와 평화적 정권교체 정착, 대선 결과가 국제사회에 미칠 영향 분석 등에 쏠린 눈길이라면 감지덕지일 텐데, 속사정은 그런 게 아니라 가십(gossip)과 낯뜨거운 조롱이니 씁쓸하기 그지없다. 후보자로 나선 여야 유력 인물들의 독특하고 비정상적인 이력과 캐릭터, 거기에 배우자를 둘러싼 온갖 추문과 풍설이 대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연유다.
화제의 주역 이재명과 윤석열은 벌써 글로벌 인물로 부상했다. 정책경쟁과 국정능력에는 눈감은 치열한 네거티브도 난무하는 중이다. 그 와중에 극적으로 대비되는 두 후보의 상반되는 면모와 대처에서 우리는 한국사회의 명암과 취약한 정치현실을 읽는다. 소위 보수와 진보를 대하는 국민들의 선입견과 현실의 괴리도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있음을 본다
이재명 후보는 ‘개천에서 용’이 된 변방 출신이다. 그는 이른바 ‘형수 욕설’과 ‘여배우 염문’ 등에 ‘대장동’ 의혹과 ‘아들 리스크’가 이어지며 고전한다. 여전히 불신의 눈으로 보는 이들도 많지만 적극적인 해명과 사과, 그리고 법원 무죄판결에 헛다리만 짚는 검찰수사까지 이어지면서 상당히 희석된 듯하다. 화전민 출신의 불우한 가정사와 역경 속의 삶에 몸부림치며 변호사와 정치인으로 입지전적 성공신화를 일군 의지와 저력이 뒤늦게 알려진 측면도 있다. 그런데 이번엔 아는 건 많은데 말이 많다 바꾸기를 잘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부유한 집안이 배경인 검사출신이다. 흔히 ‘칼잡이’라는 특수부 검사로 잔뼈가 굵어 총장까지 됐지만, 자신을 발탁한 정권과 상관에 대한 우직한 배신과 항명으로 뜻하지 않게 대선후보 반열까지 올랐다. 문제는 이른바 본인·부인·장모를 뜻하는 ‘본부장’ 리스크의 심각성이다. 본인은 검찰의 정치중립 파괴에다, 재임 중의 숱한 선택적 수사와 내 사람 봐주기에 ‘고발사주’, 법원의 ‘징계 판결’ 등 부적격 논란이 거세다, 현재 재판 중인 장모 관련 비리 의혹들에 특히 부인 김건희 문제는 양파껍질 같아서 더 심각하다. 결혼 전후의 사생활 논란과 주가 조작 연루설, 스폰서 특혜 등 이권 의혹에다, 무려 18건에 달한다는 학경력 위변조는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혐의도 나온다. 어쩌면 투표 날까지 사상 처음 부인없이 혼자만 뛰는 후보로 두고두고 회자될 지도 모르게 생겼다.
그런데도 “대부분은 기획이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사과에 인색하다. 이들 일가의 수많은 추한 행태에도 어떻게 대선 후보로 살아남는지가 불가사의일 정도인 한국 정치와 민도(民度)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낸다.
윤석열 후보의 경우 슬로건이 ‘공정과 상식, 정의’란다. 불공정과 불의한 세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솔깃한 말이지만, 스스로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사람의 외침은 공허한 말잔치요 속임수에 불과할 뿐이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속담도 들먹여진다. 그가 특수통 검사로 독하게 수사했던 사건들 가운데 대표적으로 호출된 2007년의 ‘신정아 사건’은 그의 처 ‘김건희 의혹’의 도플갱어이고 빼박이다. 조국 사건의 ‘표창장’문제도 들먹여진다. “정경심이 4년 징역이면 김건희는 몇 년이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내로남불’ 부메랑이라는 비아냥도 강하다.
어느 후보든 설령 당사자에게 흠결이 있고 배우자의 심각한 치부가 드러난다 해서 대통령이든 영부인이든 못할 것이야 없다. 하지만 자기 눈의 들보는 감싸안고 남의 눈의 티끌만 호되게 매질하는 허울좋은 공정과 정의라면 선량한 국민을 개 돼지 취급하고 국가권력 조차 사유물로 여길 것은 역사가 말해준다.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만, 혹여라도 비리와 의혹 투성이 후보가 우매한 군중들로 인해 대통령이 된다한들 어쩌랴!. 판단과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혜택을 누리는 것도, 피해를 입고 눈물을 삼키는 것도 결국은 다수 국민이다.
그래도 하나만 강권한다. 열심히 뛰어 대통령이 되라. 다만 전제가 있다. 대권을 그렇게 쥐고 싶거든, 제발 ‘내로남불’을 시인하고 사죄하라. 가족 누구든 비리와 범죄 혐의라면 인정하고 스스로 징벌을 요구하라. 그러면 그저 나리들의 하는 꼴을 지켜보며 먹고살기에 바쁜 범생이들은 잘난 놈들 세상만사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지도 모른다. < 김종천 시사 한겨레 편집인 >
[한마당] 업보는 비켜가지 않는다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것들 중 하나는 선하고 의로운 사람들이 오히려 불행하고 고통당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 때문이다. 흔히 말들 하듯이 대개 선하고 착한 사람들 가운데는 부자가 드물다. 처세에 능하지 못해 높은 자리나, 이른바 ‘황금보직’에 가기가 어렵다. 무슨 이유인지 빨리 죽는 사람들도 많다. 거꾸로 악행과 술수에 능하고 위선으로 포장한 자들이 승승장구 출세하고, 돈 잘 벌어 부귀영화와 장수까지 누리니, 복 받은 인생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성경에도 선한 자의 불행과 악한 자의 형통에 대해 거론하는 부분이 여럿 있다. 가령 시편(73)을 보면 악인들이 잘되는 모습이 이렇게 그려진다.
“죽는 때에도 고통이 없고 그 힘이 건강하며 타인과 같은 고난이 없고 재앙도 없나니 그러므로 교만이 저희 목걸이요 강포가 입는 옷이며…능욕하며 악하게 압제하여 말하며 거만히 말하며…”
이런 부조리를 접한 시편기자는 “나는 거의 실족할 뻔하였고 내 걸음이 미끄러질 뻔하였으니 이는 내가 악인의 형통함을 보고 오만한 자를 질시하였음이로다” 라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헛되고 헛된 악인의 형통을 부러워하지 말 것을 깨우쳐 준다.
사람들은 죽음 앞에 옷깃을 여미고 고인을 추모하는 게 상례지만, 엊그제 90수를 누리고 세상을 떠난 전두환은 사후에도 온갖 욕설과 수모를 당하고 있다. 바로 ‘악인의 형통’을 누린 자로 기억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최고 권력의 자리에 올라 무소불위의 권세를 휘두를 때까지는 그야말로 영광스런 삶을 만끽했다. 하지만 그 이후 인생의 내리막 길에는 고통과 저주가 밀려들었다. 어쩌면 그의 잘못된 인생행로로 인해 후손들마저 얼굴을 들고 다니기가 부끄러운 불행한 가문으로 전락해 버린 건 아닐까.
우리는 그의 경원당하는 쓸쓸한 죽음을 목도하며 한낱 ‘권불십년(權不十年)’에만 그치지 않는 많은 삶의 교훈들을 떠올리게 된다. 본분(本分)을 망각하면 쓴물을 들이켜야 한다는 것,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 원한과 갈등을 만들면 복수의 저주가 따른다는 것, 자신의 악행을 분별하거나 참회할 줄도 모르는 철면피야말로 어리석은 최악(最惡)이라는 것, 죄악(罪惡)의 업보는 틀림없이 져야한다는 것, 악인의 형통은 신기루와 같다는 것….
그가 평생 군인의 길을 걸었으면 말년도 편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순간의 탐욕과 오판의 유혹에, 가서는 안될 길, 해서는 안될 권력도박의 불판으로 내달렸다. 군인의 기개와 오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도도한 역사의 흐름과 민주주의 시민정신을 총칼 압제로 찍어 누르려다 역사에 상흔을 남기고 수많은 사람들 피눈물을 쏟게 했다. 그렇게 역사와 민족 앞에 저지른 죄와 남긴 상처는 심히 위중하고 오래 갈 것이다.
자고로 사람들에게 한을 남긴 자들, 세상에 갈등과 대립을 불러일으킨 자들의 말로가 행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해악이 깊고 오래가기 때문이다. 설령 죽는 날까지 영화를 누린다 해도, 그들의 죄과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3~4대 자손까지 이른다는 성경의 경고는 그래서 두렵다.
한반도를 짓밟고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도 뻔뻔한 일본이 갈수록 쇠락하는 것은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그들이 조선 땅에 남긴 깊은 상처는 오늘까지 분열과 갈등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니, 그 원한과 저주가 영혼과 심장을 옥죄지 않겠는가.
우리 역사만 보아도 수많은 사례가 있다.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창업한 이성계는 나중 함흥차사의 수모를 겪었고, 5백년 왕조라 하나 분란이 끊이지 않다 망했다. 세조의 경우 동생 안평·금성대군과 조카 단종, 김종서 등 충신을 죽이고 셀프 등극했다가 원혼의 저주와 질병으로 고통 중에 단명했다. 가까이는 부하의 총탄에 죽은 박정희의 비극에, 권력 앞잡이로 생사람을 잡았던 검찰주의자의 외아들이 비명횡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장사치의 길을 벗어나 나라를 통째로 밑천 삼으려던 이명박의 거짓과 위선은 철창으로 귀결됐다. 아버지 후광과 아첨 친위 카르텔의 위장술 덕에 권좌에 오른 박근혜의 말로 역시 불행하기 그지없다.
전두환의 죽음을 보며 이 시대를 사는 모두가 되새길 일이다.
본분을 저버린 탐욕, 민심과 천심을 거스르는 자는 불행하다는 것. 원한과 갈등을 만들고 남기는 자, 분별과 참회를 모르는 어리석은 자에게는 복수와 저주가 뒤따르며 악행의 업보는 결코 비켜가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할 일이다. 무엇보다 거짓과 위선이 진실을 이길 수 없고, 악이 선을 이길 수 없으며, 악인의 형통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