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국가산단 발표 5개월 전, 선정 전반 개입 증언 나와
“김영선 사무실에 부시장·담당국장 찾아와 명씨에 보고”
윤 대통령·김건희 친분 영향 의혹... 수사로 범법 밝혀야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자이던 2022년 4월2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원전 가스터빈 부품업체인 진영티비엑스(TBX)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한 경남 창원 국가 첨단산업단지(창원국가산단) 선정 몇달 전부터 창원시 공무원들로부터 산단 추진 계획 및 진행 상황 등을 담은 대외비 문서를 보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산단 입지 선정을 위해 현장 조사를 하러 창원에 온 국토교통부 실사단을 명씨가 직접 안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아무런 공식 직함이나 권한이 없었던 명씨가 국책사업 대상지 선정에 개입한 양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이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된다.

24일 한겨레21이 입수한 문건과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명씨는 2022년 10월 김영선 당시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창원시 공무원들을 면담하고 산단 관련 문건을 보고받았다. 한겨레21이 확보한 4건의 문서는 △‘창원 방위 원자력 산업 특화 국가산업단지 제안서’(대외비 자료) △‘창원국가산업단지 구조고도화사업 추진현황’ ‘국가산업단지 개발 관련 업무현황 보고’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 현장점검 대응계획’(창원시 내부 자료)이다. 이 중엔 입지별 현황 비교, 거점 개발 계획, 유치 시설 목록 등 외부에 유출해서는 안 되는 민감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보고 받은 경남 창원 신규 국가 첨단산업단지(창원국가산단) 사업 관련 창원시 내부 문건들.
 

명씨의 지시로 각종 선거 여론조사를 벌였던 미래한국연구소의 직원이자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로 일했던 강혜경씨는 한겨레에 “당시 명씨는 김영선 의원의 세비를 ‘반띵’해갈 뿐 아무런 공식 직함도 없었는데 공무원들이 명씨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갔다”며 “창원시 부시장 ㅈ씨와 담당 국장 ㄹ씨가 자주 김 의원의 사무실로 찾아와 명씨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고, 사무실 밖에서도 명씨와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강씨는 “산단 추진 인력과 산단 부지 구역”에 명씨가 주로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창원시 ㄹ국장은 “김영선 의원에게 보고할 때 명씨가 있었고, 4~5차례였던 걸로 기억한다. 시 직원들은 명씨가 총괄본부장이라 하니 김 의원 보좌관으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민간인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명씨가 창원산단 유치를 위해 창원시뿐 아니라 국토부, 국회 등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했다는 복수의 진술도 나왔다.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을 지냈던 김태열씨는 “2022년 연말 국토부 공무원들이 산단 입지에 대한 현장 조사를 할 때 명씨가 현장을 다 안내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지목한 현장 조사는 2022년 11월23일 국토부 산업입지정책과와 국토연구원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에서 진행한 실사단 방문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창원시 공무원들이 명씨에게 전달한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 현장점검 대응계획’엔 이 현장점검에 대한 상세 내용이 담겨 있다. 강씨 역시 “명씨가 여러 차례 창원시 공무원, 국토부 공무원들에게 입지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산업입지정책과 관계자는 “(2022년 11월엔) 국토부 직원이 아니라 입지 선정 평가위원들이 현장 실사를 간 것이고, 만약 (명씨가) 동행했다고 해도 당시에는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실사 동행은 창원시 직원들이 하지 민간인은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구 숙원사업인 창원산단 사업을 따내기 위해 김 전 의원은 2022년 12월28일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국회의원 51명이 연서명한 ‘창원국가산단2.0 신규 지정을 위한 서명 건의문’을 전달했는데, 강씨는 이 과정에도 명씨가 관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명 건의문을 명씨 지시로 만들었다”며 “명씨가 누구누구에게 서명을 받아오라며 의원을 찍어줬다. 51명 전부는 아니지만 핵심적인 인물들은 명씨가 지목하고 섭외했다”고 했다.

 

명태균씨가 미래한국연구소 집기를 옮겨놓은 창원 신규 국가산업단지의 한 건물. 이 건물 소유주는 명씨와 사업적 동반자였던 강아무개씨다. 강씨는 이 건물에 부동산 개발업을 하는 사업체를 신고했다. 사진 곽진산 기자
 

명씨는 창원산단 선정에 개입하면서 산단 예정 부지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도모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명씨는 ‘10년지기’이자 ‘동업자’인 강아무개씨와 2022년 하반기 무렵부터 산단 예정 부지에 있는 땅과 건물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강혜경씨는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명씨가) 주변에 창원산단 땅을 사라고 했고, 본인에게도 사라고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실제로 동업자 강씨는 창원산단 지정 두달 전에 공단 예정 부지의 땅과 건물을 샀다. 한겨레21이 확인한 등기부등본을 보면 강씨는 2023년 1월24일 창원 의창구 동읍 화양리에 72㎡ 규모의 건물을 매입했고, 명씨는 같은 해 7월께 미래한국연구소 집기를 이 건물로 옮겼다. 강씨는 이 밖에도 공단 예정지에 있는 다른 땅도 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건물 일부를 임차해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ㄱ씨는 한겨레21과 만나 “강씨가 인근에 임야도 샀다. 하지만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등은 개인정보라서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강씨는 지난 7월 해당 건물에 ‘매○○디엔씨’라는 이름의 부동산 개발 업체를 차렸으나 현재 해당 사무실은 비어 있는 상태다. 이달 초 창원지검 수사가 시작된 이후 미래한국연구소의 짐도 어디론가 치워졌다.

동업자 강씨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회사 부지와 사무용 부지를 위한 사업용 땅을 산 것일 뿐, 창원국가산단과는 상관없다”며 “명씨와는 2015년 동문회 사업으로 알게 된 사이여서 짐을 맡아 주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명씨는 한겨레에 “(창원)부시장을 만나든 말든 내가 땅 한평을 샀느냐. 소설 쓰는 것”이라며 “(국토부 공무원) 안내한 바 없고, 차 타고 쫓아다녔다. 난 공무원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

창원시도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명씨가 산단 지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본구상안 마련부터 제안서 제출과 현지 실사, 제안서 발표 및 마지막 후보지 선정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홍남표 창원시장이 직접 챙기며 강력한 유치 의지를 피력한 끝에 경남 유일의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해명했다.     < 창원=김완, 곽진산 채윤태 서영지 기자 >

 “전쟁 위기를 한반도까지 끌고 오려는 것이냐” 정부 여당에 사과 촉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의 ‘북괴군 폭격’ 문자 파문을 두고 “전쟁 위기를 한반도까지 끌고 오려는 것이냐”며 정부·여당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25일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북한군을 공격해 대북 심리전으로 활용하자’는 문자를 보낸 게 드러났다”며 “위험천만한 일을 (벌이려 하고) 왜 이러는지 이해하기 참 어렵다. 정신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24일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한 의원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을 공격해 피해를 발생시키고 이를 대북 심리전에 활용하자고 신원식 실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이 대표는 “젊은 해병대원과 이태원의 수많은 젊은이도 지키지 못한 정부가 이역만리에서 벌어지는 전쟁 위기를 한반도까지 끌고 오려는 거냐”며 “정부·여당은 가뜩이나 불안한 안보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잠재우기는커녕 장기판에 말 옮기듯이 가벼운 말로 위기를 부추긴 데 대해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는 신 실장을 문책하라고 촉구했고 여당엔 “한 의원 제명이라는 강력한 조처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윤석열 정권의 전쟁 조장’과 ‘신 북풍몰이’를 비판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아래 유튜브 참조)        < 엄지원 기자 >

https://youtu.be/7tS5B5qjqJU

 

한기호 “우크라와 협조해 북괴군 폭격” 문자에 안보실장 “넵”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신원식 대통령실 안보실장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데일리 제공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을 공격해 피해를 발생시키고 이를 대북 심리전에 활용하자고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게 제안하는 문자메시지가 24일 공개됐다.

국방부는 두 사람간 사적인 대화라고 주장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일촉즉발 위기 상태인 한반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기호 의원은 육군사관학교 31기(1971년 입교)로 육군 중장 출신이고, 신원식 안보실장은 육군사관학교 37기(1977년 입교)로 육군 중장으로 전역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국방장관을 지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2일 육군 제2작전사령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
 

이데일리가 사진을 찍어 이날 보도한 한기호 의원의 휴대전화 화면을 보면, 한 의원은 신 실장과의 텔레그램 대화에서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는 글을 보냈다. 이에 신 실장은 “넵 잘 챙기겠다. 오늘 긴급 대책회의를 했다”고 답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북한군이 러시아에 현재까지 약 3천명 파병됐고 오는 12월까지 총 파병규모가 1만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의원은 “파병이 아니라 연락관(파견)도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했고, 신 실장은 “그렇게 될 겁니다”라고 답했다. 해당 대화는 한 의원 전화기에 날짜가 10월21일로 찍힌 것으로 미뤄, 지난 21일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국방장관은 두 사람이 주고 받은 문자에 대해 “사적인 대화다. 두 분 대화는 정부 정책방향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한반도를 전쟁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을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텔레그램 대화를) 북한이 자국 병사에 대한 선전포고로 문제 삼는다면, 한반도에서 상호보복, 남북전투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안보실장과 여당 국방위 위원간 문자 대화를 개인간 대화로 보기 어렵다”며 “북한, 러시아가 이를 알고 어떻게 나오겠나. 심각한 안보 위기 상황 갈 수 있고 전쟁 소용돌이 속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부 의원은 “외국에서 심리전 수행을 언급했는데 헌법 5조는 ‘국군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명시해, (이런 발상은) 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안보사령탑인 안보실장이 은밀히 심리전을 논의했다. 윤석열판 신 북풍이다”라고 비판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국감을 정회하고 대화의 진상을 조사하고 제명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기호 의원은 논란이 되자 신상발언을 통해 “함부로 이야기하지마라. 텔레그램은 개인 생각을 전달한 것이지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는 한마디도 못하는 의원들이 국회의원 개인의 텔레그램 대화를 악마화하는데 제가 봐서는 가소롭다”고 맞받았다.

한 의원은 “북한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안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을 좀 하라”고도 말했다. 그는 “심리전을 전쟁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심리전을 이해 못한 무지, 무식의 소치”라거나 “군대도 갔다오지 않은 분들이, 군사용어도 모르는 분들이 심리전이라고 하니까 ‘전쟁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박선원·김민석 의원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으로 수형으로 군복무를 하지 않았다.

박선원 의원은 이에 대해 “제가 (문재인 정부 때 해외 및 대북정보를 담당하는) 국정원 1차장을 하며 심리전단을 지휘했는데, 심리전을 이해 못하는 무식의 소치라고 하느냐”고 항의했다.   < 한겨레 권혁철 기자 >

 

일본신문 "공격을 받아 집단적 자위권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정당화할 가능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새벽 북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포옹하고 있다. 스푸트니크 연합
 

북한이 러시아에 자국군 3천명을 파병했다는 각국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또 다른 국가들이 집단 자위권을 주장하며 무력행사에 나서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5일 타이라 간사이대 교수(국제학) 말을 인용해 “북한의 파병과 관련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부터 공격을 받아 집단적 자위권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정당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타이라 교수는 신문에 “유엔 헌장은 회원국의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자위권 행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인정하는 경우를 예외로 하고 있다”며 “21세기 이후 미국 역시 대테러 전쟁을 벌이면서 자위권을 무력행사의 정당화 논리로 써왔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미국이 외국을 상대로 무력행사를 벌이는 과정에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에 부딪히면 이런 논리를 이용해왔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자위권을 근거로 2001년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비호하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과 일전을 벌였고, 2014년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를 공격했다.

이런 논리를 미국이나 러시아 등 세력뿐 아니라 일본 쪽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타이라 교수는 “국제 사회에 특정 국가의 무력행사 금지 원칙이 느슨해져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러 군사 협력도 이런 배경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자위권 인정 요건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이전 사례들과 비슷한 이유로 손쉽게 무력에 의존하는 국가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도쿄=홍석재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