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존 벗어나야…EU-캐나다 안보협정 체결

● WORLD 2025. 6. 24. 12:5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유럽과 캐나다가 군사 부문의 협력을 강화

카니 총리,“협정이 협력의 새 시대 열었다”

 
 
23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럽연합-캐나다 정상회담을 열었다. EPA연합
 

유럽연합(EU)과 캐나다가 23일(현지시각)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공식 체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들이 미국에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이 가중되면서, 유럽과 캐나다가 군사 부문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날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캐나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방위 파트너십에 공식 서명했다.

 

카니 총리는 이번 협정이 “협력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자찬했다. 러시아와 중동 문제로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방과 안보를 미국에 의존해온 캐나다는 무게추를 조정해 유럽과 보다 깊은 협력을 한다는 구상이다. 캐나다는 무기 구매 예산의 80%를 미국산 무기를 사는 데 쓰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유럽연합과 캐나다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4∼25일 열릴 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이러한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 따라 캐나다는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유럽 재무장 계획’에 참여하게 된다. 유럽산 무기 구매를 위해 최대 1500억유로(약 238조원) 규모의 대출금을 지원하는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에 캐나다도 제3국으로 참여 자격을 얻는다.

 

앞서 한국과 일본, 영국 등 7개국도 세이프 프로그램에 따른 공동 무기조달을 함께하도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다만 제3국으로서 대출금 지원을 받으려면 정부 간 합의를 거쳐야 하는 등 기술적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유럽연합과 캐나다의 협정엔 우크라이나 지원과 더불어 군사 이동성, 해양 안보, 사이버 및 하이브리드 위협과 방위 산업 강화 등에 협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테러, 군비통제, 비확산, 군축 및 우주 안보 등 광범위한 군사적 협력도 약속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상임의장은 “나토가 우리의 집단 방위의 주춧돌로 남아있는 한편, 이번 협정은 보다 빠르고 경제적으로 군사역량 목표를 달성하고, 상호 운용성을 강화해 유럽의 나토 기여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37% 수준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는 캐나다는 유럽과의 협력이 국방비 증강 목표 이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

베라루빈천문대 32억화소 사진 공개
7시간 관측으로 소행성 2천개 발견
10년간 밤하늘 전체 타임랩스 완성

 
 
베라루빈천문대가 7시간 남짓한 관측 시간 동안 촬영한 678장의 개별 사진을 합성해 완성한 사진의 일부. 지구에서 수천광년 떨어진 거리의 분홍빛 삼엽성운(오른쪽 위)과 석호성운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베라루빈천문대 제공

 

“사진을 확대해서 볼 때마다 새롭고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베라루빈천문대의 아웃리치 담당 클레어 힉스)

 

32억화소의 지상 최대 카메라를 갖춘 남미 안데스 산맥 기슭의 천체망원경 베라루빈천문가 관측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광적외선천문학연구소(NOIRLab)는 23일 오전 11시(한국시각 24일 0시)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역사적인 관측사진을 공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날 공개한 사진엔 궁수자리에 있는 수천광년 거리의 성운 2개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삼엽성운과 석호성운이라는 이 두 성운은 별을 만들어내는 가스와 먼지 구름 덩어리다. 네가지 컬러 필터를 통해 7시간 동안 촬영한 678장의 사진을 합성한 것으로, 보름달 약 60개 크기에 해당하는 영역을 담고 있다. 푸른색 영역은 젊고 뜨거운 별에서 나오는 빛이고 분홍색 영역은 들뜬 수소 원자,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 덩굴은 먼지 띠다. 루빈천문대 카메라에는 근자외선에서부터 근적외선에 이르는 빛(320~1050nm)을 포착하는 6개의 필터가 있다.

베라루빈천문대가 찍은 약 5500만광년 거리의 처녀자리은하단 일부. 베라루빈천문대 제공

 

한 번에 보름달 크기의 45배 영역 촬영

 

또 다른 사진은 5500만광년 거리에 있는 처녀자리 은하단 일부다. 5월 초 나흘 밤 동안 촬영한 사진에서 발췌한 것이다. 앞쪽엔 우리 은하의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고, 뒤쪽엔 우주 팽창과 함께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는 은하들이 있다. 푸른색 영역은 어린 별들이 있는 별 탄생 구역이다.

 

이날 공개된 각각의 사진은 망원경이 촬영한 전체 사진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해발 2647m의 칠레 세로파촌산 정상에 자리한 베라루빈천문대는 역대 망원경 중 가장 큰 시야(3.5도)로 3일 밤마다 남반구에서 보이는 하늘 전체를 관측할 수 있다. 한 번에 관측하는 영역이 보름달 크기의 45배다. 허블우주망원경이 보름달 크기의 1%,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보름달 크기의 75%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큰 눈을 가졌는지 짐작이 간다.

 

천문대 건설 책임자인 젤코 이베지치 워싱턴대 교수(천문학)는 공개 행사에서 “루빈 천문대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체 발견 기계”라며 “관측된 천체 수가 지구 인구 수를 처음으로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베라루빈천문대가 찍은 사진의 은하 앞쪽에 수많은 소행성들이 나타났다. 단 7일간의 관측으로 2104개의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했다. 동영상 갈무리

 

10시간 관측에 수백만개 은하와 별 발견

 

천문대는 망원경의 이런 능력을 뒷받침해주는 소행성 발견 동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이베지치 박사는 “루빈이 단 7일간의 관측으로 2104개의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했다”며 “이 가운데 7개는 지구 근접 소행성이고 나머지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주요 소행성대에 있다”고 설명했다. 루빈천문대만으로 2년 안에 수백만개의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할 것으로 예상한다.

 

루빈천문대는 10시간 남짓한 시험 관측만으로 이미 수백만개의 은하와 우리 은하의 별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천문대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소행성 발견을 통해 지구나 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식별함으로써 행성 방어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루빈천문대가 사진 하나를 찍고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0초다. 이미지 데이터가 컴퓨터 서버로 전송되는 동안 350톤 무게의 망원경은 카메라의 시야를 다음 촬영 영역으로 돌린다. 이런 식으로 하룻밤에 20테라바이트(1테라=1조) 용량의 사진 약 1000장을 찍는다. 10년 동안 이런 일을 거의 매일 반복하고 나면 200만장 이상으로 이뤄진 ‘우주 10년 타임랩스’ 영상이 완성된다.

 

천문대는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추가되는 것까지 합치면 관측이 끝날 무렵 루빈천문대는 약 500페타바이트(1페타=1000조)의 데이터를 생성할 것”이라며 “이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모든 언어로 기록된 콘텐츠의 총량과 맞먹는 양”이라고 밝혔다.

 

타임랩스 영상엔 소행성에서부터 거대한 별과 은하에 이르기까지 가시광선으로 수집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긴다. 특히 밤하늘을 빠르고 넓게 살펴보기 때문에 지금까지 놓치거나 관측하기 어려웠던 일시적인 천체 현상도 실시간에 가깝게 포착할 수 있다. 초신성 폭발, 감마선 폭발, 태양계 소행성들의 움직임 등 다양한 우주 현상을 고스란히 담아 알려준다.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스티븐 리츠 박사(물리학)는 “이렇게 많은 물체들이 이렇게 깊이 있게, 한꺼번에 포착된 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2억화소의 사진에 담긴 세부 사항은 컴퓨터 화면이나 신문 지면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천문대는 사람들이 직접 이미지를 확대하고 축소해서 볼 수 있는 앱 ‘스카이뷰어’를 개발했다.

해발 2647m 칠레 세로파촌산 정상에 자리한 베라루빈천문대 전경. 베라루빈천문대 제공

 

암흑물질 밝혀낼까…10월부터 본격 관측

 

천문학자들은 루빈천문대가 생산하는 엄청난 관측 데이터가 우주를 팽창시키는 암흑 에너지와 은하를 흩어지지 않게 묶어주는 암흑 물질을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천문대 명칭에 쓰인 ‘베라 루빈’은 1970년대에 암흑물질 단서를 포착한 여성 천문학자의 이름이다.

 

브라이언 스톤 국립과학재단 소장은 “루빈천문대는 역사상 모든 광학 망원경이 수집한 것보다 더 많은 우주 정보를 포착할 것”이라며 “이 놀라운 과학 시설을 통해 우리는 우주에 스며든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포함한 수많은 우주의 미스터리를 탐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라루빈천문대는 망원경에 대한 마지막 미세 조정 작업을 마친 뒤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인 관측 활동을 시작한다.

 

아이디어가 나온 지 30년, 건설이 시작된 지 10여년만에 완성된 베라루빈천문대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미국 에너지부(DOE)가 공동으로 8억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 과학재단의 광적외선천문학연구소(NOIRLab)와 스탠퍼드대의 국립가속기연구소가 공동으로 운영한다.             < 곽노필 기자 > 

대통령실이 베트남전 피해생존자들과 직접 대면해 목소리 들은 것은 처음

 
 
한베평화재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모여있는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23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과의 면담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박찬희 기자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들이 대통령실에 한국군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전달하고 면담을 진행했다. 대통령실이 베트남전 피해생존자들과 직접 대면해 목소리를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베평화재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모여있는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23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두 민간인학살 피해생존자인 퐁니 마을 출신 응우옌티탄(65)씨와 하미 마을 출신 응우옌티탄(68)씨 등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의 면담을 마쳤다”고 밝혔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소송 원고 쪽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면담에는) 경청통합수석실 관계자들 2명, 두 피해자,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여했다”며 “1만명이 넘게 서명한 청원서 등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은 새 정부에 베트남전 진상조사를 통한 학살 진실 인정, 국가배상소송 상고 취하, 조사기구 설립 등을 촉구하는 청원운동을 벌여 이날 기준 1만541명이 서명했다.

 

두 피해자는 대통령실과의 면담에서 △한국 정부가 베트남전의 진실을 규명하고 사과할 것 △퐁니 학살 사건에 대한 대법원 상고를 취하할 것 △한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학살 자료들을 공개할 것 등을 요구했다. 임 변호사는 “대통령실 관계자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인간적인 마음으로 공감한다’고 이야기했다”며 “또 ‘잘 정리해서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여러분들의 한이 해소될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검토하고 노력해보겠다’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면담을 주도한 민 의원은 “한 번도 대통령실이 직접 피해자분들과 만난 적이 없었을 뿐더러 패소가 이어져 왔는데 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진실 규명의 첫장이 열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며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을 발의해서 베트남 전쟁에 대한 대한민국의 책임에 대해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들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퐁니 마을 출신 응우옌티탄씨는 “오늘 대통령실에서 두 행정관님의 말씀 들으니까 그분들이 저희의 아픔에 공감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많이 고맙게 생각하고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하미 마을 출신 응우예티탄씨도 “한국 정부가 하루빨리 과거의 진실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며 “(면담한) 두 행정관이 우리의 아픔과 이야기에 공감을 표해줘서 많이 기쁘고 희망에 찬다”고 말했다.

 

한국군은 베트남전쟁기인 1964년부터 1973년까지 베트남에 32만명의 병력을 파병했고, 현재까지 1만명 이상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두 피해자는 어린 시절 고향인 꽝남성 퐁니와 하미마을에 진입한 한국군 해병대에 의해 참화를 겪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피해자 1명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승소하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으며 다른 피해자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으나 각하돼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 정봉비  박찬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