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소 처분 경우 특검 도입 도화선 될 가능성 커"

 
 
싱가포르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9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심의 없이 사건을 처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동원된 계좌주 91명의 대한 전수 조사를 마치고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검찰은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지만 최근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 무혐의 처분 이후 비판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처분 방식과 시기를 고심 중이다. 여당 안에서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한’ 수심위는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검찰은 이 사건을 자체 처분하기로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심우정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배제돼 있어 최종 처분 결정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몫이다.

앞서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열린 2차례의 수심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 바 있다. 김 여사를 대상으로 한 수심위에서는 불기소 결론이,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에 대한 수심위에서는 기소 결론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최 목사의 수심위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을 모두 불기소 처분하면서 비판 여론이 거셌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수심위에 회부하지 않고 처분하기로 한 데에는 이런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심위에 사건을 넘기지 않는 대신 최종 처분 전 수사 결과 검토를 더 면밀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 외부 검사들이 수사 결과를 반박하는 이른바 ‘레드팀’ 운영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사건을 정리하면서 이런 절차를 거치는 게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이 이런 과정을 거친 뒤 10·16 재보선 이튿날이자 서울중앙지검 국감 전날인 오는 17일에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 여사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하는 등 사실상 기소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검찰도 ‘무혐의 후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지난 8일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하게 되면 오히려 야당이 ‘거봐라, 명품 백도 봐주기 수사 불기소, 도이치모터스도 불기소, 그러니까 특검이 필요한 것 아니냐’ 하면 이 특검법에서 방어하기가 조금 더 어려워진다 하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의 김 여사 불기소 처분이 특검 도입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이 사건이 재판에 넘겨지고 법원에서 김 여사에 대한 유죄가 선고되면 검찰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특검법 재상정 및 통과 여부, 그리고 다음주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결과 등을 살피며 처분 시기를 늦출 가능성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국감이 마무리되기 전에 이 사건을 무혐의로 처분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이 아무리 정권의 눈치를 본다고 해도 그런 무리를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정환봉 강재구 >

 대통령실 등 당사자들 '일축'에 진실 공방 양상도

"내 전화로 김여사-김종인 통화 연결…'연기나 잘해' 발언, 내가 한 것"

 

취재진 질문 듣는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의 정부혁신-디지털플랫폼정부' 공약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2.1.2 [국회사진기자단]
 

야권이 김건희 씨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한 명태균 씨는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경선후보 당시 윤 대통령과 자주 연락하며 조언했다는 주장을 처음으로 방송에 나와 반복했다.

명 씨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자택에 많이 가봤나'라는 질문에 "셀 수 없이 갔다"고 답했다.

그는 "거기(윤 후보 측) 연결이 된 거는 (2021년) 6월 18일"이라며 "한 6개월( 연락하며 조언했고), 본선이 되니까 그거는 당에서 다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일 전화는 거의 빠짐없이, 낮에도 여러 번씩 계속 통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6개월간 수시로 전화 통화하면서 조언한 것인가'라는 확인 질문에도 "맞다"고 답했다.

명 씨는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 날짜를 조언했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 내외분이 전화가 와서 말씀하시길래 '오늘 그냥 입당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랬다"며 "제가 말씀드리고 나서 바로 입당하신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당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윤 후보를 향해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를 좀 해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선 "그건 원래 제가 한 말"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들어올 생각이 저를 만날 때 '제로'였다. 그래서 내가 얘기한 게 투자자·배급사가 국민의힘, 감독이 김종인, 연출은 이준석, 시나리오는 내가 짜줄 테니 후보는 연기나 잘하시면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 측과 김 위원장이 연결된 배경에 대해 "제 전화로 해서 (김건희) 여사하고 통화시켜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당사자들은 명 씨의 이 같은 주장들을 모두 일축한 바 있어 진실 공방 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명 씨는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원 연락처 약 57만 건이 자신에게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표 쪽에서 캠프와 관련 있는 사람이 의뢰해서 미래한국연구소에 그냥 연결만 시켜준 것"이라며 "나는 미래한국연구소하고 아무 상관이 없다. 5년 전에 제가 다 넘겨준 회사"라고 반박했다.

명 씨는 "대통령께서 '여태까지 내가 검사하면서 수많은 사람 만났는데, 명 박사처럼 그렇게 통 크게 얘기하는 사람 처음 봤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통령은 정말 이준석 대표를 좋아했다. 김 여사도 이 대표를 좋아했다"며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은 한창 뜨고 있는 젊은 당 대표 이준석과 대선후보 윤석열이 합치면 자기들은 당에서 평생 아웃사이더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간질이 들어가고, 오해가 생기고, 대통령과 여사가 또 상당히 참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 연합 홍지인 기자 >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 감추기 위한 증거인멸 행위로 보인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합]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 등 주요 고비마다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겨레가 13일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두 사람의 휴대전화 기기 변경 내역을 보면, 경남선거관리위원회가 명씨와 김 전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난 1월3일 이후 두 사람은 일제히 전화기를 교체한다.

우선 명씨는 올해 1월3일 ‘단말기 분실’을 이유로 임대폰을 받았다. 그리고 이틀 뒤엔 이 임대폰을 반납하고 기기를 새로 개통했다. 명씨가 직전에 휴대전화를 교체한 시점은 지난해 11월24일이었는데 기기 변경 한달 남짓 만에 분실을 이유로 전화기를 바꾼 것이다.

휴대전화 2대(1번과 2번)를 쓰던 김 전 의원은 수사 의뢰 보도가 나온 1월3일 ‘1번 전화’ 단말기를 교체했고 3일 뒤 또 바꿨다. 1월5일엔 ‘2번 전화’ 단말기도 바꿨는데 이튿날 다시 교체했다. 2개 회선 모두 지난해 6월17일 신규가입하거나 단말기를 교체해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6개월도 안 된 시점인 1월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휴대전화 기기를 무려 4차례 나 바꾼 것이다.

이들은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 9월에도 휴대전화를 바꿨다. 검찰 압수수색 10여일 전이었다. 창원지검이 지난 1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명씨는 지난달 13일 이미 자신의 휴대전화를 바꿨다. 김 전 의원은 지난달 18일 ‘2번 전화’ 단말기를 교체했다. 총선 다음날인 4월11일까지 교체해 5개월 남짓 사용한 기기였다.

뉴스토마토가 지난달 5일부터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을 공천해달라’는 명씨의 부탁을 받고 2022년 6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22대 총선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해 논란이 확산하던 때 두 사람 모두 휴대전화를 바꾼 것이다. 두 사람은 휴대전화 단말기 교체 이유를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이건태 의원은 “명씨 등이 주요시기 휴대전화를 변경한 것은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감추기 위한 증거인멸 행위로 보인다”며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하루빨리 수사를 통해 진실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강재구 배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