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유엔총회서 귀국 연설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 공습 제거 "필수적" 주장

이란 향해서도 경고…"중동 우리 손 안닿는 곳 없어"

 

                            28일(현지시간) 영상 연설 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이스라엘 정부 유튜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현지시간)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제거'가 필수적이었다고 주장하고,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을 향해서도 정면 경고를 보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와이넷 등 이스라엘 매체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후 미국 유엔총회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영상 연설을 통해 "나스랄라는 이란 '악의 축'의 중심, 핵심 엔진이었다"라며 "이스라엘, 미국, 프랑스 등 국민을 대거 살인한 이에게 보복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나스랄라에 대해 "그는 단순히 이란에 의해 움직인 것이 아니라 이란을 움직이게 만들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북부 주민을 안전히 귀환시키고 역내 힘의 균형을 바꿔놓는 등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헤즈볼라에 대한 강한 공격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나스랄라를 제거하는 것이 필수 요건이라는 결론에 이번 주 초 도달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나스랄라가 만일 살아있다면 헤즈볼라의 역량이 빠르게 회복됐을 것이라며 "그래서 나는 (제거) 명령을 내렸고 나스랄라는 더는 우리 곁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억류 중인 자국 인질들의 귀환도 나스랄라 사망으로 앞당겨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년 전 10월7일 우리를 공격한 적들은 이스라엘이 파멸의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역사적인 전환점에 이른 지금은 위대한 날들"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나스랄라 포스터 든 이란 시민 [AP=연합]
 

이날 텔아비브의 이스라엘군(IDF) 본부를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을 향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CNN방송에 따르면 그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향해 "아야톨라 정권에 말한다. 누구든 우리를 때리면, 우리는 그들을 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긴 팔이 닿지 않는 곳은 없으며 오늘 여러분은 이것이 얼마나 진실인지를 이미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적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우리 주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인질들을 되찾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그들을 잠시라도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군 수뇌부 회의를 열어 북부전선 공세 확대와 관련한 준비태세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는 나스랄라 사망이 확인된 이후에도 레바논의 잔존 헤즈볼라 세력을 향해 군사적 압박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이스라엘군은 F-15I 전투기 편대를 띄워 헤즈볼라 지휘부 회의가 열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남부 외곽 다히예를 공습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이 공격으로 나스랄라가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했고 헤즈볼라도 이를 공식 확인했다.                  < 연합 김동호 특파원, 이도연 기자 >

헤즈볼라 30여년 이끌며 정규군 능가하는 무장조직으로 키워내

 
 
  지난 2013년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연설했을 때의 모습. [EPA 연합]
 

28일 이스라엘군이 제거했다고 발표한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64)는 헤즈볼라를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비국가 무장조직으로 키운 인물이다.

나스랄라는 1960년 베이루트 동쪽 부르즈 하무드의 난민촌 이슬람 시아파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청과상을 했으며 그는 장남이었다. 시아파 정당인 아말운동에 가입해 활동했고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맞서 창설된 헤즈볼라에 합류했다.

헤즈볼라는 1985년 공개적으로 미국과 소련을 이슬람의 주요 적으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을 무슬림들이 빼앗긴 땅으로 규정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1992년 2월 헤즈볼라 공동 창립자이자 당시 지도자였던 아바스 무사위가 이스라엘의 헬기 공습으로 사망한 뒤 헤즈볼라의 수장인 사무총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지도자가 된 뒤 무사위 사망에 대해 보복했다. 이스라엘 북부에 대한 로켓 공격을 명령해 이스라엘에서 소녀 1명이 숨졌다. 헤즈볼라는 무사위가 숨진 지 한달 뒤인 3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이스라엘 대사관에 대한 자살 폭탄테러 공격으로 29명이 숨졌다.

그는 1978년 이란이슬람혁명으로 친미 국가에서 시아파의 맹주이자 강력한 반미 국가로 거듭난 이란에서 지원을 이끌어 내, 헤즈볼라를 레바논 정규군을 능가하는 무장조직으로 키워냈다.

나스랄라 체제의 헤즈볼라는 30여년간 이란의 지원을 받아 장거리 미사일까지 갖춘 군사 조직을 보유하게 됐고, 선거에도 참여해 레바논 정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당으로도 성장했다. 헤즈볼라의 병력 규모는 3만∼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12만∼20만기의 미사일과 로켓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랄라가 지도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저강도 전쟁을 벌였고 2000년 이스라엘이 남부 레바논에서 철군하게 만들었다. 이스라엘군과의 전투 과정에서 장남인 하디가 숨지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스라엘군의 철군 뒤에 그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대항해 처음으로 아랍의 승리를 쟁취했다고 선언했다.

나스랄라가 이끄는 헤즈볼라는 2006년에 이스라엘군을 공격해 이스라엘군 8명이 숨지고 2명을 납치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을 침공하는 34일간의 전면전을 벌였다. 34일간 벌어진 이 전쟁에서 레바논인 1100명 이상이 숨졌으나, 이스라엘군도 100명 이상이 숨지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일어난 가자전쟁 뒤에는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한 레바논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헤즈볼라는 매일 같이 전투를 벌여왔다. 북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이 점령한 골란고원에 8000발 이상 로켓을 발사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가자전쟁 중심을 하마스에 대한 공격에서 헤즈볼라 공격으로 옮기고 있었다. 지난 17~18일에는 레바논에서 무선호출기(삐삐) 및 무전기(워키토키) 폭발 사건으로 30명 이상이 일어나는 사건이 일어났고 이스라엘이 벌인 소행으로 추정된다.

나스랄라는 19일 방송된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이 모든 경계와 레드 라인을 넘었다”며 보복을 다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더욱 공격의 강도를 높여 지난 23일부터 레바논에 융단 폭격을 가해 지금까지 최소 700명 이상이 숨졌다.

그의 지도 아래 헤즈볼라는 이란 중심 ‘저항의 축’ 핵심 세력으로 떠올랐으나 그의 죽음이 사실로 확인되면 저항의 축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저항의 축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강도를 높여 가자 전쟁의 불길이 중동 전역으로 번질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스라엘군이 나스랄라를 제거했다고 발표한 뒤 낸 성명에서 “레바논 국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의 편에 서서 사악한 (이스라엘) 정권과 맞설 수 있게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 조기원 기자 >

 

나스랄라 사망 직후 이란 하메네이 “헤즈볼라 전폭 지원”…파병 가능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AP 연합]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28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고 있는 헤즈볼라에 대한 무슬림의 지원을 선포했다.

로이터 통신은 하메네이가 이날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했다고 발표한 직후 성명을 내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레바논 국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를 지지하고 그들이 사악한 (이스라엘) 정권에 맞서도록 도와달라”며 “이 지역의 운명은 헤즈볼라가 선두로 한 저항군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하메네이는 현재 신변 안전을 위해 보안을 강화한 이란 내 모처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쪽 소식통들은 현재 이란이 ‘다음 단계’를 결정하기 위해 헤즈볼라와 다른 동맹국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한편, 미국 엔비시(NBC) 방송은 이란이 수일 안에 레바논에 군대를 배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국제문제 담당 차관인 아야톨라 모하마드 하산 아크타리는 엔비시에 “우리는 1981년에 그랬듯 이스라엘과 싸우기 위해 레바논에 군대를 파병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선담은 기자 >

350만명 정전 피해 입고, 도로 400여곳 끊겨

 
 
27일 노스캐롤라이나 도시 분 근교에서 한 주민이 흙탕물에 고립된 차를 빼내려고 시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미국 동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헬린으로 50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미국 언론들은 강력한 허리케인 헬린이 일으킨 홍수, 산사태, 강풍으로 28일 오후 현재 5개 주에서 적어도 55명 넘게 사망했다고 당국의 집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19명, 조지아주에서는 17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허리케인이 가장 먼저 상륙한 플로리다주에서도 11명이 숨졌고, 노스캐롤라이나주와 버지니아주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여러 주에 걸쳐 350만명이 정전 피해를 입고, 도로 400여곳이 끊겼다. 인터넷도 끊긴 곳이 많아 구조 작업을 더디게 만들었다. 테네시주에서는 홍수로 인한 댐 붕괴 위험 때문에 근처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으나 다행히 심각한 위기는 넘겼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물에 잠긴 거주지에는 주방위군도 출동해 구조 작업에 나섰다. 테네시주 어윈에서는 병원 옥상으로 대피한 환자와 직원 60명이 물이 차오르는 가운데 강풍 때문에 착륙하지 못하는 헬리콥터를 몇 시간이나 기다린 끝에 구조됐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피해 현장이 “마치 폭탄이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5개 주가 요청한 비상사태 선포를 승인했고, 19개 주가 피해 주들로 구조 인력을 급파했다.

두 번째로 강력한 등급인 4등급 허리케인으로 26일 밤 플로리다에 상륙한 헬린은 시속 225㎞의 강풍과 폭우를 동반해 자동차를 뒤집고 나무를 뿌리 뽑을 정도로 위력을 과시했다. 헬린은 29일 현재 열대폭풍으로 세력이 약화됐으나 폭우로 인한 강물 범람 등으로 많은 사망자와 이재민을 남겼다. 폭우가 심했던 지역들의 강수량은 790㎜에 달했다. 미국기상예보센터는 홍수 피해 양상은 여러 지역에서 100년, 일부에서는 300년 만에 최악이라고 밝혔다.

헬린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1천억달러(약 13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그 경우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많은 경제적 피해를 입힌 허리케인으로 기록된다.

한편 멕시코에서는 허리케인 존이 28일까지 22명의 목숨을 빼앗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후 연구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멕시코만의 수온을 높여 허리케인을 더 강력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