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수뇌부 인사가 명품백 종결 밀어붙였다"
"생각 달랐지만 반대 못 해…양심에 반해 괴로워"

부패 방지 업무만 20년 이상 수행한 핵심 국장
윤석열 정권 들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듯

직속 상관이 정승윤 부위원장…윤 대선 캠프 출신
김건희‧류희림에게 면죄부, 이재명엔 '특혜' 낙인

야권 "실무자들이 말 못 할 고초" "정치적 타살"
"윤 정권이 권익위 망가뜨려…공무원들에 모멸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2022년 9월 13일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에 위치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재영 목사를 만나 크리스찬 디올 명품백을 받을 당시 모습이 담긴 동영상. [서울의 소리 유튜브 화면 갈무리]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청렴‧부패 관련 실무를 총괄하던 50대 고위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부패 방지 업무만 20년 이상 수행해 왔지만 윤석열 정권 들어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사건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응급헬기 이송 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 등 여권의 직간접적 압박이 심했던 사안들을 다루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원칙과 기준이 무너지고 정상적인 사고로는 견디기 어려운 환경에서 양심에 반하는 일을 수행하느라 고통을 겪었을 그를 결국 현 정권이 죽음으로 내몬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세종남부경찰서와 세종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8일 오전 9시 50분쯤 세종시 종촌동 한 아파트에서 권익위 소속 김모 국장이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을 목격하고 신고한 사람은 동료 직원으로 김 국장이 출근하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자 아파트를 찾았다가 소방 당국에 신고했다. 김 국장은 서울에 가족을 두고 세종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파트에 다른 사람이 침입한 흔적이나 타살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김 국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김 국장은 권익위에서 청렴 정책과 청렴 조사 평가, 부패 영향 분석, 행동 강령, 채용 비리 통합 신고 업무 등을 총괄하는 부패방지국의 국장 직무대리로 일해왔다. 2023년 8월 김홍일 권익위원장 재임 당시 부패방지국장에 선임된 안준호 국장이 지난 2월 권익위 기획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김 국장이 3월부터 부패방지국장 전담 직무대리를 맡았다. 3급 부이사관인 그는 1999년 제4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며 연말쯤 2급 이사관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고 한다. 김 국장은 청탁금지법을 담당하는 권익위 핵심 부서의 운영 책임자로서 특히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김건희 씨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 민원' 사건,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헬기 이송 건 등의 조사를 지휘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2022년 9월 13일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에 위치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재영 목사를 만날 당시 모습이 담긴 동영상. [서울의 소리 유튜브 화면 갈무리]
 

앞서 권익위는 지난 6월 10일 김건희 씨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대통령 배우자는 청탁금지법상 제재 규정이 없다"며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해 엄청난 국민적 질타를 받은 바 있다. 6개월을 조사하고도 상식 밖의 면죄부만 내주자 그 과정에서 야당 추천 권익위원이 반발해 사임하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엔 용산 대통령실 현장 조사도 못하고 '퇴짜'를 맞았던 사실까지 드러나 "명품백을 보지도 못했으면서 대체 뭘 조사했다는 거냐"는 야당과 언론 등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권익위는 또 지난달 8일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과 관련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사건을 도로 방심위로 송부한다고 발표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류 위원장의 '셀프 민원'을 입증할 증거가 차고 넘치는 데도 방심위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라고 넘긴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이었다. 이 역시 정권 비호를 위해 권익위라는 기관의 존재 이유를 송두리째 부정한 처사였다.

이와는 정반대로 권익위는 지난달 23일 이재명 전 대표의 7개월 전 응급헬기 이송 사안을 공식적으로 '특혜'라고 규정해 상대에 따라 극과 극의 정치적 행위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표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중 테러범 김진성에 의해 좌측 목 부위를 칼로 찔리는 치명상을 입고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뒤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부산대병원은 이권 개입 및 알선 청탁, 소방본부와 서울대병원은 특혜 제공으로 '공무원 행동 강령'을 위반했다는 황당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했다는 내용의 비위 신고 사건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4.6.10. [연합]
 

이 세 가지 사건 처리 결과를 대외에 발표한 건 김 국장의 직속 상관인 정승윤 부패 방지 담당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었다. 정승윤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 여성 경찰관이 범죄 현장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오또케'라는 여성혐오 표현을 써 물의를 빚고 선대본에서 해촉됐다가 다시 차관급인 권익위 부위원장으로 기용된 인물이다. 장관급인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다.

이런 상관들 밑에서 김 국장이 얼마나 심적 부담과 압박을 느꼈을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단상에 나와 김건희 씨 디올백 사건 등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에 직접 답변하기도 했다. 경찰은 김 국장의 사망 현장에서 그가 남긴 메모 형식의 짧은 유서를 확보했는데 여기에도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한다.

JTBC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김건희 씨 명품백 사건이 본인 의사와 달리 무혐의로 종결된 이후 주변 지인에게 전화 통화 및 문자 메시지를 통해 "권익위 수뇌부 인사가 이 사안을 종결하도록 밀어붙였고, 내 생각은 달랐지만 반대할 수 없었다" "최근 저희가 실망을 드리는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다. 참 어렵다. 심리적으로 힘들다"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해 괴롭다" 등의 하소연을 해왔다.

권익위 직원들도 충격 속에 술렁이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허망하다. 훌륭한 공무원이었다"고 안타까워했고, 다른 관계자는 "최근 업무로 힘들어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국장이 우울증 같은 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권익위 측은 공식적으로는 출입기자단에 "경황이 없어 취재에 응하지 못하고 있는데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경찰이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만 했다.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이 5일 충남 금산군 추부면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열린 청탁금지법 관련 이해관계단체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8.5 [국민권익위원회 제공]
 

야권에서는 김 국장이 실무 책임자로서 상부의 부당한 압력에 고초를 겪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정치적 타살'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믿기 힘든 비보를 들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비통한 심정을 가누기 어려울 유가족과 권익위 동료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은 권익위 국장으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담당했고, 이재명 전 대표의 응급헬기 이송 사건도 맡았다. 이들 사건에 대한 권익위의 처리는 많은 비판을 낳았다"면서 "일련의 과정에서 권익위 내부 실무자들이 말하지 못할 고초를 당한 것은 아닐지 의문이 든다"고 짚었다. 또 "혹여나 고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고백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고인의 죽음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고인의 유가족과 동료들이 2차 가해를 당하지 않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조국혁신당은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을 들여다보겠다. 고인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면서 자랑으로 여겼을 국가권익위라는 조직을 윤석열 정권이 망가뜨렸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권익위의 권위는 추락했다. 김건희 씨의 디올백 수수에 대해 '제재 규정이 없으므로 위반 행위도 없다'는 황당한 결정을 내린 이후 권익위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씨 한 사람을 위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공공의 이익을 실현해야 하는' 공무원들에게 고통과 모멸감을 안긴 사람들은 고인의 죽음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조국혁신당은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더는 정치적 타살에 가까운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 조금만 더 견디자"고 전했다.     < 김호경 기자 >

독재 미화하는 다큐 '기적의 시작' 광복절에 방영
실무자들 반발하자 편성본부장이 직접 후반 제작
역사기관장의 극우파 임명과 함께 '역사 장악' 노골화

 

KBS가 이승만 전 대통령 독재를 미화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다큐멘터리를 광복절 기획으로 준비하고 있어 내부의 반발을 사고 있다. 광복절을 '이승만의 날'로 만들어 보겠다는 시도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KBS 편성본부는 <기적의 시작>이라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다큐 영화를 구매했으며 이를 광복절에 방영할 예정이다. 이 영화는 “이승만 전 대통령은 친일파, 독재자로 평가받아서는 안 되는 인물이며, 건국은 이승만 한 명의 지대한 업적”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일방적인 주장이지만 사료 등의 근거 제시는 전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화는 4.19 혁명에 대해서도 이승만을 미화하는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부정선거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수하들이 저지른 것이며, 이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또 당시 폭력적 진압으로 다친 학생들이 이승만 전 대통령이 병원에 방문하자, `할아버지!'를 외치며 울었다는 등의 인터뷰를 삽입해, 당시 이 대통령에게 분노한 민심 등은 전혀 알 수 없게끔 내용을 구성했다.

대구 10월 사건을 `대구 폭동'으로, 여수순천사건은 `여순반란'으로 명기하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정리된 역사적 사건들도 왜곡해 표현하고 있다. 이는 사건의 책임을 `남한 내 좌익'세력에만 지움으로써, 이승만 정부의 실정으로 인해 위 사건들에서 민간인 희생의 규모가 커진 점 등은 의도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KBS 내부의 평가다.

 

28일 서울 한 영화관의 상영 시간표에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과 '기적의 시작'이 띄워져 있다. 2024.2.28 [연합]
 

게다가 KBS 편성본부는 여수순천사건 관련 부분, 이승만의 기독교 활동에 대한 과장된 묘사 등이 문제가 될 것이라 여겼는지, 이를 삭제편집한 방송본을 만들어둔 상황이라고 언론노조 KBS본부는 설명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실무자들이 강력 반발하자 편성본부장이 직접 후반제작을 하는 KBS 역사상 유례 없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이렇게 편성책임자들도 영화에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편성을 강행하는 데에는, 배후가 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 다큐의 제작을 지원한 단체는 극단적 이념에 사로잡힌 단체라는 평가를 받아온 곳이다. 제작을 지원한 `대한역사문화원'은 국가에서 시행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의 문제점을 조사해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이승만의 주요 업적으로서 `건국'의 뜻과 역사적 의의를 재평가하는 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 단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2017년 현직 대통령 탄핵을 전후하여, 수많은 애국 시민들은 좌경화된 기막힌 현실을 깨닫고 태극기를 들었다며, “교육 문화 인권 분야에서 진보와 민주로 포장하여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고 기형적으로 진화해 온 공산주의 이념의 해악을 알게 돼”본 단체를 설립했다고 밝히고 있다. 세부활동으로‘이승만연구회,‘박정희연구회,‘제주 4.3 사건 재조사반,‘노조연구회’등을 소개하고 있다.

KBS 노조본부는 “광복절 기획으로 이러한 역사를 왜곡하는 다큐영화를 방영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리고, 방송의 영향력을 특정 목적을 가진 세력에 갖다 바치는 일이다”고 비판했다.

KBS에서는 박민 사장이 취임한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다큐 <건국전쟁>을 구매하려 했으며 인기 역사 프로그램인 <역사저널 그날>에 국민의힘 활동을 한 인물을 MC로 앉히려 하는 등 역사 프로그램에 대한 장악 시도가 계속 있어왔다.

KBS 노조본부는 “이는 최근 정부가 독립기념관장 등 3대 역사기관장들을 모두 극우 세력으로 앉히려는 시도와도 같은 맥락의 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에 관한 기자회견을 오는 12일 오후 2시에 가질 예정이다.  < 이명재 기자 >

디플로매트지 정밀분석 보도... 기시다 정부 '역사 전쟁 팀'  과거사 세탁 전말

"사도광산 '금'으로 무기 사들여 러-일전 승리"
"조선인 대놓고 납치‧인신매매 사례 잦았다"

외교부, '강제' 표현 거절당하고도 등재에 찬성
수시로 거짓말하다가 들통나자 마침내 '실토'

우원식 "사도광산 등재 협상 전모 공개하라"
"굴욕 협상 바로 잡자" 야 의원들 15일 일본행

 

 

일본 사도의 한 광산 모습. 사도의 광산들은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데도 지난 7월 27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윤산으로 등재됐다. 2022. 05. 09 [AFP=연합뉴스]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매트>가 '일본 사도 금광, 한국의 지지받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란 7일 자 기사에서 근대 일본 제국주의 팽창에 과정에서 사도 광산의 역할, 1939년 조선인 노동자 강제동원, 이번 등재 협상에 대한 한국 내 비판 여론, 윤석열 정부의 친일 굴종 외교,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에서 시작된 일본 자민당의 일제 과거사 세탁 및 윤 정부의 동조 등을 자세하게 다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4개국(IP4) 정상회동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24. 07.12 [공동취재]

 

"일본, 사도 '금'으로 서구 전함‧탄약 구입"

"조선인 대놓고 납치‧인신매매 사례 잦았다"

일제하 강제동원과 관련해 더 디플로매트는 "일본의 한국 식민 본부인 조선총독부가 '강제 노동자'(forced laborers)를 모집하고 확보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며 "대놓고 납치하거나 인신매매하는 일도 잦았고, 고용 기관이 노동자를 국외로 강제 추방하기 위해 식민지 경찰에 의존하기도 했다"고 썼다. 매체는 "1940년 초반에서 1943년 중반에 사도에서 탈출한 조선인 광부들의 15%는 그들이 사도에 가고 노동하는 데서 강제된 요소를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더 디플로매트에 따르면, 조선인 노동자의 생활 및 노동 여건도 일본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참혹했다. 이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가족들은 따로 거주시켰고, 일방적으로 조선인 노동자의 급여는 일정 부분 떼어내 강제저축을 시켰다. 그리고 니가타현 노동청 기록에 의하면 이 돈은 전후에 일본 정부의 국고로 귀속됐다. 또한 조선이 노동자는 갱도 깊숙한 곳에서 가장 위험한 작업에 배정됐고, 건장한 모습으로 사도에 도착했어도 폐병과 사고로 3년도 못 버텼다.

1896년 미쓰비시 광업은 정부로부터 사도 광산을 인수한다. 더 디플로매트는 "일본은 사도 광산에서 나온 미쓰비시 금을 서구의 전함과 탄약과 교환했고 그 결과 일본은 1905년 러‧일 전쟁에서 승리했다. 일본은 그 지역의 유일한 패권자였고 그해 한국은 보호국으로 전락한 데 이어 1910년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쓰비시가 금과 다른 광물 생산을 확대함으로써 일본 제국주의의 작업을 촉진시켰다"고 덧붙였다.

더 디플로매트는 "(중‧일 전쟁 발발 이듬해인) 1938년경 미쓰비시는 상향 조정된 일본 정부의 광물 생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애썼지만, 숙련된 광부들은 악화된 작업 조건으로 병들고, 일본인은 전시 징집령을 받았다"며 "1938년 내려진 일본의 국가총동원령에 힘입어 미쓰비시는 1939년초에 조선에서 강제 노동자들을 모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2024.03. 01

 

기시다 '역사 전쟁 팀' 창설…일제 과거사 세탁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란 완벽한 공범 찾아"

잡지는 "일본 제국주의 꿈과 식민지 억압을 위한 자양분을 공급한 사도 광산의 역할을 일본이 묻어 버리고자 하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지적했다. 하나는 잔혹했던 일제 과거사 세탁 목적이다. 다른 하나는 그 당시 조선인은 '황국 신민'이었던 만큼 강제 노동에 처해진 게 아니라, 그냥 동원됐거나 일황의 부름에 호응해 '자발적으로' 나섰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 디플로매트에 따르면,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정부는 "역사 전쟁 팀"을 창설하고 일본의 "아름답고" "깨끗한" 역사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싸우고 있고 가장 최근의 사례가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였다.

잡지는 "기시다 정부는 일본 역사를 세탁하는 데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란 완벽한 공범을 찾았다"면서 "윤 정부는 일본의 조선 점령을 식민지 잔혹 행위와 엘리트들의 부역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근대성과 계몽의 원천이라고 정당화하는 한국의 뉴라이트 운동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은 이미 한국 역사에서 독립운동가의 유산을 배제하고 식민지 부역자들의 열렬한 반공주의를 강조하는데 열심인 뉴라이트 인물들로 자신의 정부를 채웠다"면서 "이것은 전부 한국 엘리트들이 식민지 (시절) 공모와 독립 이후 정부를 장악한 역사를 희석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야 의원들, 15일 방일…"굴욕 협상 바로 잡자"

일본 측에 '조선인 강제 노역' 명시 요구 예정

한편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드러난 '굴욕적 협상'를 바로잡기 위해 야당 의원들이 나섰다.

국회 연구모임 '외평포럼'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조국혁신당 김준형(대표) 이해민,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광복절인 오는 15일부터 나흘간 일본을 방문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들 의원은 일본 외무성과 니가타현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의 사도 광산 전시에 '조선인 강제 노역' 사실 명시 △ 전시 공간을 사도 광산 박물관이나 갱도 앞으로 이전 △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자 명부 공개 등을 일본 측에 요구할 계획이다. 비판 여론이 거센데도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아예 손 놓고 있으니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첫 번째 이슈는 사도 광산 전시에 '조선인 강제 노역' 사실을 명시하는 문제다. 윤 정부는 사도 광산 등재를 둘러싼 일본과의 외교 협상 과정에서 조선인 동원 과정의 억압성을 드러내는 '강제'(forced to work)란 표현을 명시할 것을 요청해 거절당했는데도 등재에 찬성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6일 민주당 이재정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 "전시내용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강제'라는 단어가 들어간 일본의 과거 사료 및 전시 문안을 일본 측에 요구했으나 최종적으로 일본은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외교부는 "강제성 표현은 일본과 협의하지 않았다"(7월 28일 보도자료)거나 "우리 쪽은 강제성이 더 분명히 드러나는 많을 내용을 요구했지만, 일본이 최종적으로 수용한 게 현재 전시내용"(7월 30일 외교부 당국자)이라고 거짓 해명을 해왔으나, 협상 과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자 마침내 실토한 셈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7일(현지시간)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 07.27 [연합]
 

외교부, '강제' 표현 거절당하고도 등재에 찬성

수시로 거짓말하다가 들통나자 마침내 '실토'

심지어 외교부는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28일 자 기사에서 "일본이 강제노동 문구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현지시설에서 상설전시를 하고, 한반도 출신 노동자가 1500여명 있었다는 점과 노동환경이 가혹했다는 점을 소개하는 방안 등을 타진해 한국이 최종적으로 수용했다"고 보도하자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무근"이라고 대놓고 거짓말을 했다.

앞서 등재 당일이었던 27일에는 외교부 당국자가 "강제성 표현은 2015년 군함도 등재 때 정리됐다"라고 말해 이번 협상 과정에선 '강제성' 문제를 일본 측에 요구한 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전시실에는 조선인 노동자의 '모집', '관(官) 알선', '징용'이 한반도에도 도입됐다거나, 조선인 노동자가 일본인보다 더 힘든 일을 하도록 내몰렸고 처우도 좋지 않았다는 취지의 내용 등이 포함됐지만, '강제'라는 명시적 표현은 없다.

두 번째는 전시 공간을 현재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서 사도 광산 박물관이나 갱도 앞으로 이전하는 문제다.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은 이번 유네스코 등재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시설인데다, 사도 광산 현장에서 약 2㎞ 떨어진 시골구석에 있어 방문객들이 찾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사도 광산에 동원된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자 명부 공개 문제다. 일본 정부는 관련 명부를 제공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한국의 동의를 얻고자 '한반도 출신 노동자' 등에 대한 추도식을 개최하겠다고 약속하고서도, 그 추모 대상자의 명단조차 공유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생명안전포럼 발대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2024. 07.30 [연합]
 

우원식 "사도 광산 등재 협상 전모 공개하라"

일본에 사도 조선인 강제 노동자 명부 요청 촉구

연합뉴스는 7일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정부가 니가타현 현립문서관에 있는 '반도노무자 명부'의 제공을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관철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4월 존재가 드러난 이 명부는 1983년 니가타현 지역 역사를 편찬하는 과정에서 촬영돼 마이크로필름 형태로 남아 있다. 명부에 기록된 조선인 노동자는 수백 명 규모라고 한다. 현재 사도 광산 조선인 노동자 관련 자료로는 연초 배급명부(490여명) 등이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6일 입장문에서 "등재 결정에 앞서 여야는 재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등재에 동의한 것은 국회 결정에 정면으로 반할 뿐 아니라, 국민적 상식과 보편적 역사 인식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 의장은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정부에 요구한다"며 △ 사도 광산 등재를 둘러싼 외교 협상 전모 공개 △ 일본 정부에 강제동원 피해자 명부 요청 △일본 유초은행에 소장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통장 인수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