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다음주 대화” 발언에 선 긋기
하메네이, 휴전 후 첫 연설 “미국에 승리”

 
 
22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51차 이슬람협력기구(OIC) 외교장관회의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스탄불/AFP 연합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미국과의 협상과 관련해 어떤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날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다음 주 이란과 대화”가 합의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26일(현지시각) 이란 국영 이란이슬람공화국방송(IRIB)의 채널인 이린(IRI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핵 협상을 재개할 계획이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 재개에 대한 어떠한 합의나 약정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문제에 대한 어떠한 약속도,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그들이 협상을 배신한 불편한 경험을 했다. 이 경험은 우리의 향후 결정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협상을 재개하는) 결정은 이란 국민의 복지에 기반한 것이며 감정이나 피상적이거나 일시적 고려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방송 영상을 공유하며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협상 계획이나 의제는 없고, 협상 대표단도 구성되지 않았다”라며 “5차 간접 회담에서 그들은 우리의 요구와는 거리가 먼 제안을 제시했다. (중략) 우리는 이 제안이 수용될 수 없고 다음 회담에서 우리만의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알렸다”며 “우리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지속과 제재 해제라는 두 가지 핵심 (약속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우리는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게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추가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오만의 중재로 지난달 2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5차 핵 협상은 농축 우라늄 등을 둘러싼 양국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합의를 이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이후 이달 15일 6차 회담 개최를 이틀 앞둔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공격하며 12일 동안 교전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이란과 핵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란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이다.

 

26일(현지시각)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슬람 공화국의 창시자인 고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초상화가 걸린 자신의 사무실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26일 휴전 이후 처음으로 이란 국영 이란이슬람공화국방송(IRIB)에 등장해 “미국은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이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고 생각해 (이란-이스라엘 교전에) 개입했다”며 “하지만 미국은 이 전쟁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이슬람공화국(이란)은 승리를 거뒀고 미국에 엄청난 모욕을 안겼다”고 말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등을 공습하고 주요 군 지휘관을 암살해 양국 교전이 시작된 이후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하 비밀 장소 등에 은신해왔을 것이라고 서방 언론들은 추정해왔다. 교전이 계속되고 있을 당시인 지난 19일 이란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영상 연설을 했다.   < 최우리 기자 >

 

이스라엘 국방장관 “하메네이 암살 시도…깊이 숨어 기회 없어”

“제거에 미국 허가 필요하지 않아”

 
 
지난해 11월 7일 이스라엘 카츠 당시 이스라엘 외무장관. 로이터 연합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이스라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려고 했지만 그런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하메네이 사살 관련해 미국의 승인을 구했는지 묻는 말에 ‘미국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26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채널13과의 인터뷰에서 카츠 장관은 “하메네이가 우리의 시야에 들어왔다면 우리는 그를 제거했을 것”이라며 하메네이의 위치를 많이 수색했지만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카츠 국방장관은 칸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우리의 시야에 있었다면 그를 데리고 나갔을 것”이라며 그를 죽일 계획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하메네이가 이를 알고 지하로 매우 깊숙이 들어가 우리에게 발각된 군 지휘부와도 연락을 끊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카츠 장관은 하메네이를 죽이는 작전에 대해 미국의 승인을 받았는지 묻는 말에 “이런 일에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카츠 장관은 이스라엘 내각 내 극우파 중 한 명으로 이번 충돌 과정에서 하메네이 제거를 강하게 주장해왔다. 하메네이를 ‘현대판 히틀러’라고 부르며 “(그는) 더는 존재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휴전을 한 뒤인 26일 채널13과의 인터뷰에서는 하메네이를 사살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휴전 전과 후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하메네이에게 “벙커 깊숙한 곳에 머무르길 바란다”며, 지난해 이스라엘이 지하 은신처를 폭파해 제거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마지막과 비유했다. 휴전 이후 직접 공격 대상으로 삼지는 않더라도,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이란 대사관 밖에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휴전을 기념하기 위한 집회에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깃발을 든 지지자들이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왼쪽)와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의 사진을 들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하메네이를 언급하며 “최고지도자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는 쉬운 표적이지만, 그곳에서는 안전하다. 우리는 적어도 지금 그를 죽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는 며칠 뒤 입장을 바꿔 정권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카츠 장관은 또 이스라엘이 필요한 경우 공습을 통해 이란의 핵 또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 이후 레바논을 공습하며 헤즈볼라를 무력화시킨 상황과 비교했다.  < 최우리 기자 > 

댄 케인 미 합참의장 “패트리어트 부대들 한국과 일본에서 파병된 미군”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26일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펜타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알링턴/AP 연합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26일 브리핑을 열고 이란 핵시설을 공습으로 완전히 파괴했다는 행정부의 평가에 의문을 제기한 미국 언론을 비판하며 여론전을 벌였다. 그는 ‘작전이 성공적으로 수행됐다’고 강조했지만 새로운 평가보고서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날 브리핑에선 이란이 미군 기지를 향해 발사한 미사일 요격에 참여한 부대 중 일부가 순환 배치된 주한미군의 패트리어트 포대라는 점도 확인됐다.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이란이 알우데이드 미군기지를 향해 14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의 요격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 패트리어트 부대들은 한국과 일본에서 파병된 미군”이라며 “이들은 중부사령부 책임구역 내에서 가장 우수한 미사일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치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한미는 주한미군 패트리어트 포대 일부를 중동에 순환재배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패트리어트는 요격 고도가 15~40㎞에 이르는 지대공 미사일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40~150㎞) 및 천궁-Ⅱ(15~20㎞)와 함께 한미 연합 방공 체계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

 

케인 의장은 이란의 공격 조짐이 감지된 이후 대부분의 병력은 기지에서 철수했고, 약 44명의 미 육군 병사와 2개 패트리어트 포대가 기지 방어를 담당했다고 전했다. 당시 이들은 이란이 발사한 14발 중 13발을 성공적으로 격추했다. 케인 의장은 “이번 작전은 미군 역사상 단일 작전으로는 가장 규모가 큰 패트리어트 교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란이 공습 며칠 전 포르도 지하 시설로 통하는 환기구들을 콘크리트로 덮으려 했다는 점도 소개했다. 케인 의장은 “우리는 그 콘크리트 덮개의 정확한 크기까지 알고 있었다. 첫번째 폭탄이 이를 제거했다. 이후 후속 폭탄들이 통로로 진입해 초속 1000피트 이상의 속도로 지하 복합시설 내부로 내려간 뒤 임무 구역에서 폭발했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전날 공개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존 랫클리프 등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란의 핵 능력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주요 핵시설은 수년간 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우리는 새롭게 수집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언론을 향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실패를 바라는 유전자가 언론에 내재해 있다”며 “반쪽짜리 진실과 왜곡된 정보를 기반으로 사실을 조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추가로 공개한 평가내용은 없었다. 케인 의장은 “우리는 전투를 수행할 뿐 결과를 평가하는 기관이 아니다. 평가는 정보기관의 몫”이라며 답하지 않았다.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임무 성공을 주장하면서도 이란이 미국의 공습 전 고농축 우라늄을 다른 데로 옮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실히 답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본 것(정보) 중에 우리가 그런 장소에서 타격하기를 원했던 것을 정확히 타격하지 못했다고 시사하는 내용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재차 확인을 요청하자 “내가 검토한 정보 중에 물건들(표적들)이 옮겨졌다거나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는 내용은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기지 근처에 있던 차와 트럭들은 환기구를 콘크리트로 덮으려는 작업자들 용이었다”라며 “어떤 것도 시설 밖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너무 오래 걸리고,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무거워서 옮기기 힘들다”고 적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국세청장 후보자, 조사국장만 6번

24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물가대책TF 출범식에서 발언하는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 ⓒ 페이스북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세청장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임 후보자가 임명되면 현직 의원 출신이 국세청장이 되는 첫 사례가 됩니다.

임 후보자는 1994년 행정고시 38회로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2021년 국세청 차장까지 취임했다가 이듬해인 2022년 퇴임했습니다. 평생 국세청에서만 근무한 '조세 행정 전문가'입니다.

그는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습니다. 당시 이재명 대표가 적극적으로 임 후보자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 후보자는 범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비례대표 순번 4번을 받았습니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임 후보자를 안정적인 당선권에 배치한 이유가 정권교체 이후를 대비한 행정가적인 포석이었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조사국장만 6번... 국세청 '조사통' 탈세 전문 임광현

임 후보자를 가리켜 '조사통'이라고 합니다. 그는 중부지방국세청 조사1·4국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2·4국장, 본청 조사국장 등 조사국장만 6차례나 맡았던 보기 드문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국세청의 가장 큰 무기는 '세무조사'입니다. 그래서 기업의 탈세를 조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조사국'은 국세청에서도 가장 뛰어난 인재들만 모입니다. 임 후보자가 조사국장만 6차례를 했다는 사실은 그가 국세청 엘리트였음을 보여줍니다.

2020년 2월 18일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이 국세청사에서 전관특혜 전문직·스타강사 등 탈세혐의자 138명 세무조사 착수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국세청 제공


임 후보자는 국세청 조사국장 시절 전방위적인 세무조사를 지휘했습니다. 코로나 시기 마스크를 매점매석하며 수십억 원 상당의 폭리를 취한 유통·판매업자와 한 강좌당 수백만 원에 이르는 고액 과외나 입시컨설팅을 했던 사교육 업자들의 세무조사도 진행했습니다.

아울러 변호사·회계사·변리사·관세사 등 '전관 특혜' 전문직과 불법대부업자 등 탈세 의혹이 있는 이들의 숨겨진 자금까지 집요하게 찾아내는 '추적 과세'도 실시했습니다.

당시 임광현 조사국장은 "반사회적·불공정 탈세 행위로 얻은 이익을 철저히 환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세 누적 체납액만 110조원... 이재명 정부 '탈세' 추적 시작?

지난 10일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 710명을 올해 재산추적조사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체납한 세금만 1조 원이 넘습니다. 매년 재산추적조사 대상자를 발표하지만, 이번은 과거와 다르다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세금 체납이나 탈세를 정리하면 어느 정도 (재정) 여력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재정 위기의 해법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세 누계 체납액은 110조 7000억 원으로 이 대통령의 주장처럼 세금 체납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재정에 여유가 생길 순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 국세청이 재산 추적 등을 통해 확보한 세수가 2조 8000억 원에 불과했고, 체납 세금의 80%가 징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정리 보류' 체납액이라는 점에서 쉽진 않습니다.

국세청장이 바뀔 때마다 내거는 캐치프레이지를 보면 '신뢰'와 '세수 증대', '조세 정의' 등입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정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고 안정적인 세수확보를 확보하는 것이 국세청의 목표인 셈입니다.

이 대통령이 '조사통' 임광현 후보자를 국세청장에 지명했다고 '조세 정의'와 '세수 확보'가 완전히 해결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역대 정권에서 세무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례가 있어 정당한 세무조사라도 비판을 받을 수도 있고,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같은 비리라도 터지면 한순간에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이 이재명 정부의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합니다. 경제 정책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국세청의 수장으로 지명된 임광현 후보자의 활약을 기대하면서도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 임병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