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위법적 통신조회 수천건 파문
일반 시민 정보까지 파악하자 “이런 사회 독재국가로 불러”
야 “윤, 3년전 공수처 수사 겨냥 게슈타포 비판…윤 정권이 나치”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앞줄 가운데) 등 언론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5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무차별적인 통신 이용자 조회를 비판하고 있다.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무더기 통신정보 조회가 확인되자 참여연대가 “무차별적인 통신정보 수집을 통제할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5일 논평에서 “검찰이 언제든 수사 명목으로 정치인·언론인은 물론이고 이들과 통화한 일반 시민들의 정보를 조회·수집할 수 있다면 어느 누가 마음놓고 통화할 수 있겠는가. 이런 사회를 우리는 ‘독재국가’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이번에 검찰이 조회한 통신이용자 정보는 이용자의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로, 법원의 영장 없이도 볼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2022년 대선 당시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토대로 윤 대통령 후보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피의자·참고인들이 통화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광범위하게 파악했다. 참여연대는 “이 정보는 단순 인적사항을 넘어 통신·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와도 관련이 있다”며 “특히 언론인의 경우 취재원의 신원이 노출되었을 가능성도 있으며, 이는 언론의 자유 침해”라고 짚었다.

앞서 2016년 수사·정보기관이 영장 없이 이용자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헌법재판소는 2022년 7월, 영장 없는 이용자 정보 수집은 합헌, 당사자에게 통지하지 않은 것만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통지 조항이 신설되며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됐지만, 검찰의 저인망식 수사 탓에 무더기 통신정보 조회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참여연대는 “과연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가 3천여명에 달하는 언론인·정치인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할 사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법에서 규정한 기간 30일을 한참 넘겨 7개월 만에 통지한 것도 비판했다. 전기통신사업법을 보면, 피해자의 생명이나 신체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경우, 증거 인멸 등 공정한 사법 절차의 진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일 때 통신이용자 정보 조회 사실을 유예할 수 있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관련 법안 제·개정에 소홀했던 국회와 야당의 책임도 크다며,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정보 수집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야당은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특히 2021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 당시 통신이용자 정보 조회를 비판했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말을 상기시키며 정부와 검찰을 비판했다. 당시 윤 후보는 공수처가 자신과 김건희 여사, 국민의힘 의원 89명 등의 통신이용자 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자 “미친 사람들 아니냐”, “게슈타포(독일 나치의 비밀경찰)나 할 일”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그 말대로라면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게슈타포가 판치는 나치 정권”이라고 말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똑같이 검찰에게 묻겠다. ‘미친 사람들 아니냐, 눈에 뵈는 게 없냐’”고 했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반응을 삼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서 수사하고 있을 테니, 검찰로부터 답을 듣는 게 맞다”고 말했다. < 김채운 임재우 기자 >

이재명 전 대표 등과 언론인들, 2일 문자로 통신조회 통보받아
지난 1월4일·5일 이뤄졌지만, 30일 이내 아닌 7개월 뒤에 통지

 
 
 
▲김중배 전 MBC 사장이 지난달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파괴’ 긴급 세미나(언론비상시국회의·한국언론정보학회·미디어공공성포럼 주관, 자유언론실천재단·야6당방송장악저지공동대책위원회 주최)에서 발언하는 모습. [미디어 오늘]
 

검찰이 야권 인사들과 언론인들을 대규모로 통신조회하며 90세 언론인까지 통신조회한 사실이 드러나자, 언론단체들이 “검찰은,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구순의 노언론인 김중배 전 MBC 사장을 포함해 이들 전현직 언론인이 한국 사회를 위협한다고 보는가?”라고 비판했다.

김중배 전 MBC 사장은 1934년생이다. 1957년 전남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해, 민국일보,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다. 이후 한겨레 편집위원장, 한겨레 대표이사 사장, MBC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현재는 뉴스타파 함께재단 이사장이다.

4일 언론계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 2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추미애·김병기 민주당 의원,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 등 인사들과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고발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 EBS, 미디어스, 민생경제연구소, 고발뉴스, 자유언론실천재단, 통일TV, 뉴스버스 등 언론사 및 언론단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통신이용자정보제공 사실통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알려진 곳만 이 정도이고, 더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통신조회를 당한 걸로 예상된다.

문자에 따르면 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제1부다.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해 9월부터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통신조회는 주로 1월4일과 1월5일에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문서번호는 2024-87, 2024-116, 2024-117 등으로 기재됐다. 이 전 대표 등에게 통지된 문서번호 2024-87로 통신자료가 조회된 대상자에는 미디어오늘 기자들도 포함됐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자신도 통신조회를 당한 사실을 SNS에 공개했다.
 

그러자 언론 6단체(자유언론실천재단·동아투위·조선투위·80년해직언론인협의회·새언론포럼·언론비상시국회의)는 4일 “통신조회를 한 사실은 30일 이내에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검찰은 그러나 7개월이 지난 8월 2일에야 통지했다. 관련법에 따라 통지를 유예할 수 있지만, 테러, 신체 위협,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는 자인 경우에 한한다”고 비판했다.

언론단체들은 “검찰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검찰에 묻는다. 통신이용자 정보에 포함된 주민등록번호 등 언론인의 개인정보를 DB화해 불순한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닌가?”라며 “언론인에 대한 대대적인 통신조회는 말기적 증상을 보이는 윤 정권이 기도하는 전면적인 언론인 사찰의 그림자인가? 아니면, 5공 시절 안기부를 떠올리게 하는 검찰 발 공안정국의 신호탄인가?”라고 주장했다.

언론단체들은 “윤석열 정권의 ‘호위무사’로 전락한 검찰은 언론인 ‘통신 사찰’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그러지 않으면 우리 언론인들은 깨어 있는 시민들과 함께 ‘정치검찰’의 공작적 정치 사찰에 맞서 전면적인 공동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 박서연 기자>

윤 대통령 향해 통신조회 관련자 전원 파면 및 명예훼손 수사 중단 촉구
“대통령 호위무사로 전락한 검찰, 오로지 尹 명예회복만을 위한 표적 수사”

 
 
▲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6개 현업 언론단체는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무차별적 통신 이용자 조회를 규탄했다. [미디어 오늘]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이 언론인과 정치인 등에 대해 대규모 통신조회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언론과 시민에 대한 무차별적 사찰은 독재 회귀의 물증”이라는 언론계 반발이 나온다. 언론 현업인단체들은 5일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조회 관련자 전원을 파면하고 명예훼손 수사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6개 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의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 신홍범 전 조선투위 위원장, 성한표 조선투위 위원장 등 원로 언론인들과 언론노조 서울신문통신노조협의회·뉴시스 지부·스카이라이프지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앞서 검찰은 올해 1월경 정치인과 언론인 등의 통신 이용자 정보를 이동통신사로부터 제공받은 사실을  약 7개월이 지난 2일 문자로 통지했다. 통지 문자에는 통신조회 기관은 서울중앙지검, 통신조회 자료를 제공받은 자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라고 명시됐다.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해 9월부터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통신조회 대상자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과 뉴스타파, 뉴스버스,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한겨레, 전국언론노동조합, 자유언론실천재단 등이다. 통신조회 규모가 3000여 명에 달할 거란 주장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4일 “통신수사를 병행하는 수사절차에서 당연히 행해지는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라며 “‘사찰’ 내지 ‘표적 수사’라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6개 현업 언론단체는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무차별적 통신 이용자 조회를 규탄했다. 발언에 나선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미디어 오늘]

 

통신조회 대상에 포함된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다시 1987년 6월 항쟁 이전 박정희, 전두환 군사 독재로 되돌아가는 것 아닌가”라며 “군사독재 시절 중앙정보부 같은 방식으로 검찰이 운영되지 않는다면, 그럴 의도가 없었다면, 윤 대통령은 이번 일을 자행한 담당 부서를 파면시켜야 한다”고 했다.

MBC ‘PD수첩’ 소속 PD들,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 MBC 본사·자회사 임원 등에 대한 통신조회 사실도 확인됐다. MBC 사측은 직원 통신조회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윤태호 MBC본부 수석부본부장은 7개월이 지나서야 통신조회 사실을 통지한 것이 “심각한 기본권 유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조회 뒤 30일 내에 당사자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피해자 생명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거나, 증거 인멸 등의 사유가 있을 때만 통지 유예가 가능하다. 검찰이 대선 여론조작 수사를 명목으로 수천 명의 선량한 국민을 순식간에 범죄자로 낙인 찍은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전락한 검찰은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했다.

▲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6개 현업 언론단체는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무차별적 통신 이용자 조회를 규탄했다. 발언에 나선 윤태호 언론노조 MBC본부 수석부본부장.[미디어 오늘]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적법한 수사’라는 검찰 주장을 반박하며 “수천 명의 관련자 정보를 무더기로 입수해 저인망식 수사로 윤석열 대통령 명예를 지키기 위한 수사를 남발하는 것이 과연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내 정보가 수사 당국의 손에 어떻게 활용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시민들의 일상을 지배하고, 언론인들은 취재원의 정보가 언제라도 노출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는 공포사회가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검찰이 확보한 통신 내역에 있는 수천 명의 통화 대상자 전화번호의 인적 사항은 법원의 허가와 영장 없이 수사 명목으로 통신사에서 제공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 처장은 “이런 정보들은 단지 가입자의 인적 사항을 넘어 통신과 사생활의 비밀과도 연관돼 있다. 다른 개인 정보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인의 경우 취재원의 신분이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의 주장대로 단순히 신원 확인 차원의 조회를 넘어, 언론 사찰, 불법 사찰, 정치 사찰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6개 현업 언론단체는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무차별적 통신 이용자 조회를 규탄했다. 발언에 나선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 [미디어 오늘]

 

이 처장은 이번 사태를 “오랫동안 지적돼왔으나 검경의 반대로 법원 통제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허점이 함께 만들 어낸 위헌적 상황”으로 진단하면서 관련법 개정 필요성도 촉구했다. 그는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에선 오랫동안 이러한 행태를 지적해왔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냈지만, 21대 국회에선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면서 사후 통지만 도입하고 법원 통제를 도입하지 않았다”며 “검찰 혹은 수사 기관의 무분별한 통신 이용자 정보 조회를 막기 위해선 법원 통제와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은용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도 “검찰, 국정원, 경찰 등은 수사 편의가 막힐 것 같으니 (법 개정에) 계속 반발하고 있다”며 “영장에 의해 이용자 정보를 제공받고, 검찰이 가져간 정보 기록을 법원이 정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윤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