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치아·내장·요로·관절 등 몸 구석구석
담석·요석은 통증 극심…지방·단백질 삼가야

“악! 이 부러질 뻔 했네….”
어쩌다 밥 속에 섞여 들어간 돌을 씹으면 외마디 비명과 함께 얼얼해진 턱을 잡게 된다. 작아도 거칠고 단단하다. 이런 돌은 놀랍게도 우리 몸 구석구석에 숨어있다. 눈, 코, 입은 물론 기관지와 위, 췌장과 맹장, 전립선과 방광, 요도에도 있다. 색과 형태, 크기도 다양하다. 공통점은 모두 통증과 병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얼굴에는 눈과 코, 입 안쪽에 꼭꼭 숨어있다. 눈은 눈꺼풀 속에 생기는데, 건조하거나 염증이 생기면 눈을 보호하는 점액질이 결막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딱딱하게 돌처럼 굳어진다. 이런 결막결석은 최근 들어 20~30대 여성에게 자주 발견된다. 원인은 짙은 눈화장으로 미세한 화장품 가루가 각막과 결막을 자극해 만성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눈을 깜박일 때마다 마치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불편하고 그대로 둘 경우 눈동자에 상처를 내 시력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결막결석 예방을 위해서는 눈에 가루성분의 화장품 사용을 줄이고 눈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촉촉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특히 건조한 가을과 겨울, 따뜻한 수건으로 2~3분간 눈을 찜질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콘택트렌즈를 자주 끼거나 라식 수술을 한 뒤에는 눈이 쉽게 건조해지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는 코 뼈 안쪽에 생긴다. 코 주변에 있는 뼈에는 굴 같이 속이 빈 공간이 여러 개 있는데 이곳에 이물질이 들어가면 주변에 칼슘염과 마그네슘염이 침착되면서 돌이 된다. 돌이 커지면 콧물이 계속 나거나 반대로 코가 막힌다. 코 뒤쪽에서 목으로 연결되는 편도선에도 돌이 생긴다. 편도선도 코와 마찬가지로 작은 구멍들이 있다. 편도선염을 자주 앓아 만성이 되면 그 구멍들이 커지는데 목으로 넘어가는 음식물찌꺼기나 균들이 구멍 속으로 들어가 쌓이면서 돌을 만든다. 돌은 알갱이 크기로 노란색인데 고약한 입냄새를 만든다.
귀에 생긴 돌이 이석이다. 이 돌은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귓속의 전정에 들어 있다. 이 돌가루가 떨어져 나와 돌아다니면 평형기능에 장애가 생겨 어지럼증을 느낀다. 아침에 일어난 뒤, 목을 구부렸다 위를 쳐다봤을 때 순간적으로 어지럼증을 느꼈다면 이석이 원인이기 십상이다.
치석은 치아에 생긴 돌이다. 음식 찌꺼기·미생물 등이 치아에 쌓여 생기는 치태가 굳어서 돌처럼 단단해진 상태다. 치석은 잇몸 염증을 유발한다. 특히 잇몸 안쪽에 생긴 치석이 잇몸에 더 해롭다. 치석은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아야 제거된다.
침샘에도 돌이 생길 수 있다. 침이 마르거나 침샘이 굳어지면 침샘 주위가 건조해지면서 결석이 생기는데, 목에 가시가 걸린 듯한 느낌을 받으며 심할 경우 미각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침이 자주 마르는 사람은 입 안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시고 침 분비가 잘 될 수 있도록 신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위와 장 등 소화기에 생기는 돌은 더러운(?) 경우가 많다. 위석은 머리카락이 뭉쳐서 굳은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채소와 말린 과일, 음식물이 뭉쳐 돌처럼 되기도 한다. 이렇게 생긴 돌은 움직이면서 위벽을 손상시켜 위궤양을 일으키는가 하면 소장을 막아 음식물과 소화액, 가스 등 장 내용물이 통과하지 못하게 해 장운동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증상으로는 복통이 가장 흔하며 돌이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식후에 포만감이 일찍 찾아온다.
의료진은 위석 치료를 위해 환자에게 콜라를 권하기도 한다. 콜라는 위산(pH 1~2)에 가까운 산성(pH 2.6)을 띠고 있어 돌을 부드럽게 하고 일부 분해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담석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여러 원인에 의해 돌처럼 단단해진 것이다. 주성분이 콜레스테롤이면 콜레스테롤 담석, 빌리루빈(색소의 일종)이면 색소성 담석이라 한다. 식생활의 서구화, 비만 인구의 증가로 콜레스테롤 담석이 급증하고 있다. 콜레스테롤 담석은 담낭에, 색소성 담석은 담관에 잘 생긴다. 담석이 담낭(쓸개)에 생겼을 때 60∼80%가 무증상이다.
신장→요관→방광에 이르는 요로에도 돌이 생긴다. 요로결석(요석)이다. 따라서 요석은 신장결석·요관결석·방광결석을 모두 포함하는 병명이다. 돌이 요로를 막으면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의사들은 분만 시 통증·담석과 요석에 의한 통증을 ‘3대 통증’으로 친다. 담석이 40대 여성의 질병이라면 요석은 20∼40대 남성에게 잦다.


대장에서 배출되지 못한 대변 일부가 돌(분석)처럼 굳어진 분석은 급성충수염(맹장염)의 주요원인이 된다. 대장의 시작부분인 맹장 바닥에는 약 10cm 길이의 가늘고 긴 충수가 달려있는데 분석이 충수의 입구를 막아 염증을 만들기 때문이다. 시작이 지나 충수가 터지면 급성복막염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굳은 대변조각보다 더러운 것은 배꼽에 생긴 돌이다. 배꼽은 모낭, 피지선, 땀샘 등이 풍부해 각질과 땀, 피지 등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뭉쳐 돌이 된다. 게다가 대부분 움푹 들어가 있어 때가 끼기 쉽다.
드물지만 남성의 전립선에도 돌이 생긴다. 전립선석이다. 크기가 작고 대개 여러 개가 동시에 생긴다. 특별한 증세를 일으키지 않아 치료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특이하게 기관이 아닌 관절에 생기는 돌도 있다. 병명은 석회화건염인데 어깨 힘줄에 돌(석회질)이 생기는 것이다. 어깨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하는 특징이 있다. 주로 40대에 많이 생기는 병으로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초기에는 물리치료나 약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경우에는 어깨수술로 돌을 제거한다.
결석 예방의 공통된 비결은 육류보다 곡류와 야채, 과일 위주의 식사가 좋다. 또 적당한 운동은 필수다.


요로결석은 저염분 식단과 충분한 수분섭취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하루 2L 이상 소변이 나오도록 수분을 섭취한다. 구연산 성분이 많은 오렌지주스, 레몬주스도 많이 마시면 좋다.
고기를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단백질과 수산 섭취가 늘어 결석이 생기기 쉽고, 수산이 많은 콩, 호두 같은 견과류, 시금치, 초콜릿, 코코아 등을 많이 먹는 것도 삼간다. 운동을 많이 하면 담석 발생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저지방식이도 도움이 된다.
< 이화영 기자 >


세계화 U턴, 다시 ‘지정학’ 시대로

● WORLD 2017. 1. 10. 19:43 Posted by SisaHan

2017 국제정세 전망

“2017년은 1월20일 낮 12시 미국 워싱턴 의사당 서쪽 잔디광장에서 시작된다.” 도널드 트럼프가 성서에 손을 얹고는 미국의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선서하는 순간, 미국과 세계는 낯선 항행에 들어간다.

■ 세계화 노선과 지정학의 충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는 의미는 한마디로 ‘세계화의 시대’에서 ‘지정학의 시대’로 회귀이다. 세계화는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유통에 국가의 공간을 여는 거다. 미국은 1980년대 이후 이런 이동을 제한하는 장애들을 제거하고,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이 확장될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드는 세계화를 주도했다.
트럼프와 그를 지지한 미국인들은 세계화를 거부했다. 미국뿐만 아니다. 유럽의 각국도 거부했다.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선택했다. 세계화를 주도하고 그 이데올로기를 만든 두 나라인 미국과 영국에서 먼저 세계화를 거부하는 명백한 선택을 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지정학 시대로의 회귀다. 지정학은 영토 안의 공간과 자원, 산업, 인구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추구한다. 국가의 영향권을 확대하려 한다. 세계는 이미 지정학의 시대를 경험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이다. 영토 등 국가의 배타적 영향권을 확대하려는 다툼이었다. 이 싸움에서 승리한 미국은 세계를 자신의 영향권으로 두려는 세계화를 주도하다가, 국내에서부터 역풍을 맞았다. 트럼프를 선택한 미국인들은 세계화를 위해 미국이 치르는 비용을 인내하지 못했다. 미국 주도의 질서를 위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동맹 유지 비용이나 자본과 상품의 자유로운 유통으로 인한 미국의 일부 산업이나 계층의 희생에 불만을 터뜨렸다.
그래서 트럼프는 세계화 대신에 미국의 배타적 영향권만을 더 확장하려는 지정학적 노선을 천명했고, 추진하려 한다. 자유무역협정의 폐기, 동맹국에 비용의 전가, 국내외 화석연료 개발과 기후변화협정의 부정, 중국에 대한 통상 압력, 이민 제한과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강경한 반이슬람 정책, 미국 국내로의 기업체 이전 등이다.
그렇다고 2017년이 세계화 노선 폐기와 지정학적 노선 회귀의 원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두 노선의 충돌이 빚는 거센 파고가 국제사회에 출렁이는 원년일 것이다.


■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안착하나
미국에 2017년은 트럼프 행정부의 안착과 작동이 가능한지를 놓고 씨름하는 한해다. 트럼프는 자신의 시대를 알리는 첫 조처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탈퇴를 선언할 것이다. 환경 및 기업에 대한 규제 철폐, 비자 심사 강화 등 취임 뒤 첫 100일간의 우선과제를 추진할 방침이다.
반작용도 크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전국위원회 서버를 해킹한 러시아의 대선개입 파장은 그의 대통령직 수행에 발목을 잡는 차원을 넘어, 미국의 국가안보 사안으로 부상될 수 있다. 대선 득표에서 힐러리 클린턴보다 300만표나 적게 얻은 것과 맞물려, 그는 한해 내내 대통령직 정통성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자 등 친러시아 인사 및 각료 지명자들의 이해충돌로 의회 인준 과정에서 1~2명 낙마로 이어질 수 있다.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가 클린턴 가문을 대신해 민주당 진영의 대표 인사로 부상해, 그 정치적 영향력을 지속할 것이다.


■ 논란 많은 트럼프의 공약은 이행되나
트럼프는 논란 많은 포퓰리즘 공약을 이행하는 흉내만 낼 수밖에 없다. 멕시코로 이전하려는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의 일부 공장을 주저앉힌 것에서 보듯, 그의 일자리 지키기는 언발에 오줌을 누는 정도다. 멕시코 장벽 설치 역시 상징적 조처에 머문다. 이미 양국 국경의 3분의 1에는 담장이 설치돼 있다. 트럼프는 일부 구간에 장벽을 추가하고, 멕시코 정부 팔을 비틀어 공사비를 부담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그가 말하는 ‘뚫을 수 없는’ 남부 국경 장벽과는 거리가 멀다.


■ 미-중 대결은 격화되나
애초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중 갈등은 경제나 무역 차원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전망은 빗나가고 있다.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하나의 중국’ 정책까지 부인하는 트럼프의 등장으로 미-중 대결이 지정학적 대결로 치달을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년사에서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하나의 중국’ 정책에 트럼프가 이의를 제기한 이상, 중국이 더 단호한 대응으로 나가는 양상이다. 남·동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대결 역시 우려된다. 한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각종 경제 보복과 미국의 한-미-일 동맹 강화 요구 사이에 운신 폭이 더욱 좁아질 것이다.


■ 브렉시트로 유럽연합은 해체되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오는 3월말 유럽연합 회원국의 탈퇴 절차인 유럽연합 협약 50조를 발동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늦어질 수도 있다. 영국 대법원은 1월 내에 50조 발동에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지 등을 판결한다. 하지만, 영국의 탈퇴는 돌이킬 수 없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유럽연합은 결국 해체된다고 전망했다. 올해 유럽연합 회원국들에서 커지는 반유럽연합 포퓰리즘은 더 극성을 부릴 것이다. 무엇보다도, 독일을 제외한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이를 타개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 반유럽연합 원심력을 키운다. 공동통화 유로와 여전히 계속되는 긴축정책 등은 회원국들이 경기침체에 대처하는 정책수단들을 거의 봉쇄하고 있다.


■ 프랑스에서는 르펜, 독일에서는 메르켈?
유럽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선두 주자인 프랑스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4월 대선에서 약진한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할 수도 있으나, 결선투표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결선투표에서 좌파 지지를 받아 당선될 프랑수아 피용은 프랑스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조류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반유럽연합 정서는 더욱 커진다.
서구 자유주의의 최후 보루로 부상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는 가을 4선에 도전한다. 그의 관대한 이민정책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 ‘독일을 위한 대안’ 등 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약진은 그와 기민련 정부의 의석을 감소시키나, 그의 4선 집권은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사민당과의 대연정을 통해서라도 메르켈은 독일과 유럽의 자유주의 보루로 남을 것이다.


■ 이슬람국가(IS)는 붕괴되고, 시리아 내전은 종결되나

이슬람국가는 더 약화되고, 결국은 붕괴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지상군 투입이라는 헛발질만 하지 않고, 현지에서의 반이슬람국가 병력 양성, 미군의 공습 지원 및 선택적인 특수작전 등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전술을 강화한다면 이슬람국가의 패퇴는 시간문제다. 이슬람국가는 붕괴하지만, 그 주축 세력들은 여전히 중동과 세계 전역에서 끊임없는 결집과 재조직을 통해서 심각한 위협으로 남을 것이다.
시리아 내전은 형식적인 종전을 볼 수도 있다. 바샤르 아사드 정권 지원을 통해 중동에서 입지를 강화한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 중동분쟁 해결에 성과를 보여야 하는 트럼프의 미국은 내전의 당사자들을 압박해 타협을 볼 것이다. 알레포 탈환으로 강화된 아사드 정부군 진영, 약화되는 이슬람국가와 친서방 반군 진영의 입지도 이런 타협의 배경이다.
하지만 종전이나 휴전협정 문서상의 조약일 뿐, 실질적인 종전과 휴전은 난망하다.


< 정의길 선임기자 >


"나는 신문없는 정부보다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겠다"
아마 들어서 알고계신 분들이 많을 줄 압니다.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한 이 말은 언론의 중요성과 막중한 사명을 웅변해주는 고전으로 통합니다. 설령 정부는 없을지라도 신문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제퍼슨의 역사적인 그 언급에, 여러분은 동의하실 수 있겠습니까?


지난 9월22일 한겨레신문은 최순실과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처음 보도하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서막을 엽니다. 한겨레가 연속 보도를 이어가던 한달 뒤 JTBC가 ‘테블릿PC’를 제보받아 보도하며 게이트는 크게 확산됩니다. 첫 보도 이후 3개월여, 나라 안팎은 국정농단 진상규명의 와중에 엄청난 화병을 앓고 있습니다. 연 1천만 명이 넘는 국내외 동포들이 광장에 쏟아져 나와 규탄 함성을 외쳤습니다. 마침내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가결에 이어 헌법재판소에 운명을 맡기게 됐습니다.
“이게 나라냐!”라는 한탄이 천지에 진동했습니다. 대통령을 잘못 뽑아 나라가 망가지고 국민이 고통받는 참담한 현실 앞에 대통령의 고향 사람들도 “잘못 뽑은 과오를 반성한다”고 선언합니다. 오죽하면 그의 든든한 배경이던 고향마저 등을 돌렸겠느냐는 것입니다. 대통령 지지도가 5%를 밑돌고,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70%이상이 탄핵을 찬성합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지도자를 잘못 세운 데 분노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지도자를 잘못 뽑은 걸까요? 박근혜라는 인물의 실상과, 그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평가분석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지난 대선 때 그에게 표를 주었을까요? 무려 40년 이상 됐다는 박근혜-최순실의 관계, 박정희 시대부터 내려 온 최태민 일가의 권력농단 사실들이 숨김없이 알려졌다면, 오늘날의 이 엄청난 사태가 벌어졌을 리가 없습니다.
이번 거대한 국정농단 게이트의 실마리는 그동안 몇 차례 수면 위로 떠오른 적이 있습니다. 가까운 예로 정윤회 ‘십상시’ 문건이 불거졌을 때를 기억하실 겁니다. 문건내용의 사실여부는 덮어두고 유출한 것이 국기문란이라고 역공하고 호도하는 것을 거대 공영방송과 이른바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이 대서특필합니다. 억울하게 누명에 몰린 한 경찰관이 자살하고, 문건을 보도한 신문사는 세무조사 압박에 사장이 해임되는 일도 벌어집니다. 사건의 본질인 문건내용은 어디론가 사라져갔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TV조선이라는 종편이 우병우의 전횡과 미르재단 강제 모금의혹을 보도합니다. 하지만, 청와대가 “조선일보의 인사청탁을 들어주지 않은 화풀이 보도”라며 ‘부패 기득권세력’이라고 공박하고 신문사 주필의 부정한 향응사실을 폭로하자 곧바로 꼬리를 내리고 맙니다. 그렇게 또 국정농단의 단초들은 유야무야 되고 말았습니다.


한겨레의 용기있는 추적보도와 JTBC의 후속폭로가 없었다면, 박-최 게이트는 영원히 묻혔을지도 모릅니다. 대통령 퇴임 후를 대비했다고 하니 아마 임기말까지 덮어뒀다면, 국정 시스템과 공직기강이 무너지고 권력이 사유화되어 나라가 회복불능의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까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합니다.
고려 말 신돈의 왕정농단 이래 한국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다는 박-최의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키워드가 된 언론-, 참 언론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천일이 지나갔습니다. 지금도 눈물로 지새는 유족들과 함께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1천만 명의 시민들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엄청난 참사의 원인규명을 방해하고 유족 모욕을 조장한 불의한 정권은 그들이 장악한 언론을 나팔수로 활용했습니다. 진실을 쫓는 언론은 블랙리스트에 올려 핍박했습니다. ‘영혼없는 언론’들은 정권의 앞잡이가 되어 진실을 덮고,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선전도구가 됐습니다. 법원에서 무죄로 증명했는데도 광우병 쇠고기 보도를 매도하고 지금까지도 그 실상을 오도합니다. 정상회담 대화록 논란, NLL(북방한계선) 파문, 국정원 댓글 사건 등등 권력에 아부하며 실체적 진실은 외면한 채 오직 정권 홍보에만 열심을 다한 ‘무골(無骨)’ 언론들로 인해 많은 국민들은 어둠 속에서, 거짓 속에서 허상을 보며 살아오다가 결국 국정농단의 태풍을 만난 것입니다.


이제야 그 실체를 알게 된 국민들이 울화통을 터뜨리는 것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런데도 청문회에서 모르쇠로 면피하려는 그 ‘영혼없는’ 일당들은 참 가련합니다. 그들에 영합하여 여전히 열화같은 질타 속에서도 어둠과 거짓의 세력에 미련을 보이는 골수 ‘무영혼’의 언론들 행태야말로 가소롭기 짝이 없는 ‘사회적 흉기’라고나 해야 맞을지,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햇볕이 들지않는 음습한 곳은 곰팡이가 일고 썩어가게 마련입니다. 거짓이 가득한 곳에 믿음과 생명과 정의가 자리잡을 수 없습니다. 언론은, 신문은 어둠을 밝히는 빛이며 거짓을 비추는 거울이요 참된 사회적 공기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난 11년 동안 시사 한겨레가 걸어 온 길에도 눈물의 흔적이 선연합니다. 이민 동포사회라고 해서 어둠의 세력이 그 촉수와 냄새를 거둬들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시사 한겨레가 12년, 20년을 내다볼 수 있도록 아껴주시는 많은 분들의 사랑을 확인하며, 이 곳에 참된 언로의 지형을 개척했다는 보람과 자부도 감히 느끼게 됩니다. 어둠이 걷힐수록 시사 한겨레를 향한 기대와 응원도 커지리라는 믿음과 함께 새로운 의지를 다져봅니다.
시사 한겨레는 꿋꿋이 그리고 묵묵히 여러분 옆을 지키겠습니다. 변함없는 애독과 성원에 감사드리며, 더욱 큰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 김종천(金鍾天)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