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와 국방에 유럽 자신의 이익과 책임을 주장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11일 파리 샤를드골 광장(에투알 광장)에 마련된 무명용사의 무덤 앞에 서서 묵념을 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이고 동맹국들에 비용 부담 증가를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을 앞두고 영국과 프랑스 정상이 만나 우크라이나 지원과 유럽 독자 안보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차 세계대전 종전(1918년 11월11일) 기념식에 참석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영국 총리가 프랑스의 1차 대전 종전 기념식에 참석한 건 1944년 윈스턴 처칠 총리 이후 처음이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5일 치러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뒤 유럽의 연대를 강조하기 위해 스타머 총리가 파리를 방문한 것이라고 짚었다.

프랑스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이 “안보와 국방에 대해 유럽 자신의 이익과 책임을 주장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며 “이와 관련해 두 정상은 유럽연합(EU)과 영국의 관계를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보름가량 전이던 2022년 2월7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는 등 러시아와의 협상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한 뒤 점점 대러시아 강경책으로 돌아서고 있으며, 올해 2월에는 우크라이나 파병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한, 프랑스 전통적인 유럽 독자 안보 강화 주장도 펴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의 주요 의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트럼프는 당선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공언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와, 유럽은 이에 대한 전략을 협의할 자리가 필요했다. 영국 정부는 “겨울로 접어드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가장 강한 상태로 둘 수 있을지를 논의했다”고 밝혔고, 엘리제궁도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두 정상의 약속을 재확인했고, 필요한 기간 우크라이나를 변함없이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회담에 앞서 영국 텔레그래프는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가 영·프가 공동 개발한 장거리 미사일인 스톰 섀도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도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을지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양국은 회담 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가 부를 파장에 대비하는 유럽연합은 일부 예산을 국방 및 안보 분야로 돌리기 위해 정책도 변경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특히 회원국 간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배정된 ‘결속 기금’ 3920억유로(약 586조원)로 드론(무인기) 구매와 같은 ‘이중 용도 품목’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군사 물자 등 수송을 위한 도로 및 교량 보강 등에 기금을 할당하겠다는 계획이다. 폴란드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이 기금의 가장 큰 수혜국이지만 결속 기금은 현재까지 5% 이내 정도밖에 쓰이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2028년부터 적용될 차기 유럽연합 예산안 협상 시 국방 부문에 중점을 둘 것을 예고한다고도 파이낸셜타임스는 덧붙였다. 본격적인 예산안 협상은 다음해부터 진행될 예정이며, 사울리 니니스퇴 전 핀란드 대통령은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전체 예산의 20%가량을 국방비에 배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 한겨레 베를린 장예지 특파원 >

트럼프의 생각 따를 충성파들로 계속 채워 

 

 
 
마이클 왈츠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마이클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반이민 강경파인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고문을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지명할 예정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2기 트럼프 행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이고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을 공약한 트럼프의 생각을 따를 충성파들로 채워지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자신을 보좌하고 관련 기관들을 조정하는 역할을 왈츠에게 제안했다고 전했다. 왈츠는 육군 특수부대인 그린베레와 주방위군 등에서 27년간 복무하며 아프가니스탄, 중동, 아프리카에 파병된 경력이 있다.

트럼프의 거주지가 있는 플로리다에 지역구를 둔 3선 의원인 왈츠는 트럼프의 정책을 적극 지지해왔다. 2021년 ‘1·6 의사당 난동’ 뒤에는 이를 조사할 특별위원회 구성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왈츠는 지난해 폭스뉴스 기고에서는 “의회가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를 주는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또 트럼프처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유럽 쪽 회원국들이 방위비 지출을 늘려야 하고, “나토가 미국을 전쟁으로 끌어들이기 전에 러시아를 멈추게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최근 엔피알(NPR) 인터뷰에서는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는데 협조하지 않으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장거리 무기의 사용 범위를 넓혀줘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원 군사위원회와 정보위원회 등에서 활동해온 왈츠는 하원에서 중국을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중국 특위’에도 소속돼 강경한 반중국 태도도 보여왔다.

또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에 대해서는 “위험한 동맹”이라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군수 물자 수송 선박을 나포하거나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년에는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다시 추진될 수 있냐는 질문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국무장관으로는 마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을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트럼프 쪽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루비오는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해 트럼프를 비판했으나 지금은 트럼프에 충성하는 인물로 분류된다. 루비오는 고립주의 성향의 공화당 의원들과 다른 입장을 갖기도 했지만 갈수록 그들과 동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협상을 통한 적극적인 종전 노력을 주장하며, 중국과 이란 등에 대해서는 강경하다.

시엔엔(CNN) 등은 1기 때 반이민 행정명령과 국경 장벽 설치 등 강경한 정책의 설계자인 밀러 전 백악관 선임고문을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지명할 예정이라고 11일 보도했다. 연설문 작성자이기도 했던 밀러는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관한 트럼프의 책사라고도 볼 수 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미등록 이민자 대량 추방 공약도 그의 손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등록 이민자 추방 규모를 지금의 10배인 연간 10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시엔엔은 12일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충성파인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를 낙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세관국경보호국, 이민세관집행국, 연방재난관리청, 비밀경호국 등을 감독하는 방대한 기관을 총괄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앞서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 국장 직무대행을 ‘국경 차르’로 임명하겠다고 트루스소셜에 밝혔다. 미등록 이민자 대량 추방 공약의 실천 의지와 함께 강경파, 충성파를 기용하는 인사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트럼프는 다른 보직 인사에서도 충성파·강경파를 기용하고 있다. 이날 환경보호국 국장으로 지명한 리 젤딘 전 공화당 하원의원도 충성파다. 반환경주의자로 평가받는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좌파 규제”를 없애겠다고 말했다                  <  한겨레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김미나 기자 >

 
 

유엔,  폭력조직이 수도 포르토프랭스 85% 통제 분석 

 

 
 
      아이티 경찰이 11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폭력조직과 교전하고 있다. AFP 연합
 

폭력조직이 수도 85%를 장악한 아이티에서 민간 항공기가 공항에 착륙하려다 총격을 받고 회항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미국 스피릿항공은 11일 “미국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을 이륙한 자사 여객기 한대가 도착지인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의 국제공항에 다가가다가 총격을 받고 항로를 바꿔 옆 나라 도미니카공화국의 공항에 긴급 착륙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스피릿항공은 “승무원 한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고 다친 승객은 없다”고 덧붙였다.

착륙 뒤 살펴본 결과 기체에 총탄에 맞아 생긴 것으로 보이는 구멍이 발견됐다. 스피릿항공 대변인 토미 플레처는 “기체에 총격과 일치하는 피해 증거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날 해당 여객기에 탔던 한 승객은 “‘탁탁탁’ 하는 소리가 들리고 기내 금속과 플라스틱 부분이 깨져 나갔다”며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이날 사고로 뒤이어 공항에 접근하던 제트블루와 아메리칸항공 여객기도 착륙을 포기하고 돌아갔으며, 공항은 잠정 폐쇄됐다.

총격은 지상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이지만, 누가 그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부 세력이 포르토프랭스로 드나드는 것을 막으려는 폭력조직의 시도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이티는 오래전부터 폭력조직의 살인, 방화, 폭력 등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특히 이들 폭력조직의 활동은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사저에서 무장괴한의 습격을 받아 피살된 이후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유엔은 폭력조직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85% 지역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정부 상태인 아이티의 치안 유지를 위해 케냐 경찰이 다국적안보지원(MSS)이란 이름으로 파견되어 현지 군경과 활동하고 있지만, 인력과 장비 부족 등으로 폭력조직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공항 총격은 아이티 과도위원회가 10일 게리 코닐 임시 총리를 취임 다섯달 만에 해임한 다음날 일어났다. 과도위원회는 지난 4월 대선 준비 등을 위한 임시 조직으로 출범했지만, 내부 갈등으로 삐거덕거리고 있다. 코닐 임시 총리와도 몇몇 각료 임명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위원회는 이날 기업가 출신인 디디에 피세메를 새 임시 총리에 임명했다. 이에 대해 코닐 임시 총리는 “총리의 해임은 의회의 권한으로 과도위원회는 총리를 해임할 권한이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 한겨레  박병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