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영향력’ 확인된 국힘 전당대회

 

 
 
국민의힘 당대표 결선 투에 진출한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23일 서울 채널A 광화문 스튜디오에서 열린 방송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문수 대 장동혁.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후보들이 나란히 당대표 결선 투표에 진출한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극우 성향의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의 영향력이 통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2일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6차 전당대회 결과 반탄 후보인 김문수, 장동혁 후보가 당대표 결선 투표에 오르자, 정치권은 전씨의 영향력에 주목했다.

 

특히 전씨가 높게 평가하며 밀착해 온 장 후보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장 후보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김 후보에 견줘 한층 더 노골적으로 ‘윤 어게인’을 주장해 왔고, 전 씨는 이런 장 후보를 호평했다. 김 후보와 장 후보 모두 이른바 ‘전한길 면접’으로 불린 보수 유튜버 토론회에 참석했으나, 전씨는 김 후보에 대해선 “(답변이) 두루뭉술하다”고 평가한 반면 장 후보에 대해선 “깔끔하게 답변했다”고 평가하며 온도차를 보였다.

 

전씨는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장 후보 지지를 한층 노골화했다. 전씨는 본경선 투표가 시작된 지난 2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에 대한 자체 적합도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고 이를 근거로 장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해당 설문에서 장 후보의 지지율은 70%가 넘었다. 전씨의 지지 선언이 있기 하루 전인 19일, 장 후보는 당대표 선거 3차 티브이(TV) 토론에서 내년 재보궐 선거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대신 전씨를 공천하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전씨가 전당대회 판세를 쥐고 흔드는 모양새가 되자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의 실질적 당대표는 전한길”(진보당 홍석규 수석대변인)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진보당은 이날 홍석규 수석대변인 명의 서면 브리핑에서 “여전히 내란수괴 윤석열의 당, 그의 충직한 신봉자 전한길의 당, 내란본당임을 최종 인증한 국민의힘에 다른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아무 의미 없는 결선투표일랑 집어치우고, 즉각 자진 해산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지적했다.

 

‘눈앞의 당심’을 잡기 위한 전씨와의 밀착이 장기적으로 국민의힘에 악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의 극우화를 앞당기며 윤 전 대통령과 절연을 주장하는 민심과 멀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페이스북 글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현대판 ‘피리 부는 사나이’”에 빗대며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전한길이 부는 피리를 따라 내란의 강에 뛰어드는 쥐들과 같다”고 꼬집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국혁신당도 22일 박병언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두 후보 중에 누가 최종적인 당 대표로 선출되든 국민의힘은 ‘내란옹호’를 당론으로 하는 정당으로 접어들게 됐다. 최고위원들의 면면도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법과 과거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의 요건으로 명시한 내용으로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있다. 마지막 남은 결선투표 과정에서 ‘내가 더 윤석열 편’이라는 충성 경쟁이 벌어진다면, 헌법 내의 정당으로서 국민의힘이 남을 수는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심우삼 기자 >

 

‘윤 어게인’ 당대표 확정된 날, 홍준표 “국힘 해체…신당 만들어야”

 

 
 
지난 4월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경선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당대표 결선 투표에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후보들이 나란히 진출한 당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국민의힘 해체’와 ‘신당 창당 필요성’을 언급했다.

 

홍 전 시장은 22일 개인 소통 채널 ‘청년의꿈’에서 “자생력을 상실한 정당은 해체하고 일부 사람들과 새로운 사람들이 뭉쳐 정통보수주의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을 살려놓는 게 좌파 장기집권의 기회다”, “국민의힘이 윤석열을 품어준다고 국민들이 지방선거, 총선 때 국민의힘을 품어줄까”라는 이용자의 글에 댓글로 호응한 것이다.

 

이날 열린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제6차 전당대회에선 반탄 후보인 김문수, 장동혁 후보가 나란히 결선에 올라, 누가 당대표가 되든 당의 극우화가 빨라질 것이란 비판이 잇따랐다.

 

앞서 지난 4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당을 탈당한 홍 전 시장은 국민의힘 해체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 6월11일 페이스북 글에선 “이재명 정권이 곧 (국민의힘) 정당 해산 절차에 들어갈 테니, 각자도생할 준비들이나 해라”고 했다. “이념도 없고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 “노년층과 틀딱 유튜브에만 의존하는 미래가 없는 이익집단”, “병든 숲이니 불태워 없애야 한다” 등 국민의힘 해체를 암시한 비판도 여러 번 했다.

 

한편, 홍 전 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칼춤도 추기 전에, 칼집에서 칼도 안 뽑은 것 같은데 여기저기서 곡소리 나는 게 꼴사납다’는 글에는 “본격적인 칼춤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답했다. 검찰 해체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글에는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 심우삼 기자 >

 

 

13차례 방류 불구…오염수는 원전 폐로 때까지 끊임없이 발생

 

 
 
지난 2023년 8월24일 일본 후쿠시마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관계자들이 바닷물로 희석한 방사성 물질 오염수가 해저터널로 흘러들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교도통신 연합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오염수 10만여톤이 해양 방류 개시 2년 만에 바다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수는 원전 폐로 때까지 끊임없이 발생하는 데다 이를 희석시키는 약품이 또다른 방사성 물질을 만들어내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24일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 누리집을 보면, 제1원전 오염수는 지난 2023년 8월24일 첫 방류를 시작한 이후 2년 동안 10만1870톤이 바다로 흘러나갔다. 방류 첫해 3만여톤, 이듬해 5만5천톤, 올해 8월까지 1만6천여톤이 방류됐다. 도쿄전력은 주로 봄~가을에 한달여 간격으로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내는, 지금까지 한차례 7800여톤씩 모두 13차례 방류를 완료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을 인체에 무해한 수준까지 제거해 바다에 방류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방류 개시 2년이 지나도록 각종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선 한국과 중국 정부는 여전히 오염수 안전성을 우려해 일본 일부 지역의 수산물 수입을 차단하고 있다. 때마침 열린 한·일 정상회담 과정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를 포함한 8개 현의 수산물 수입 규제 조처 해제를 한국에 요구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 수산물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며 선을 그었다.

 

원자로 안에서 오염수가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누적량이 거의 줄지 않는 것도 문제다. 애초 후쿠시마 원전 내 저장탱크에 오염수는 해양 방출 개시 전 134만5천톤이었는데, 2년이 지난 뒤 5만6천톤밖에 줄지 않았다. 원전 내부에 880톤가량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핵연료 잔해(데브리)가 지하수나 빗물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키면서, 매일 오염수가 70톤씩 발생하고 있다. 원전이 폐로되지 않으면 악순환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원전 안에 오염수 저장용기 4768기 가운데 94%가 채워져 포화 상태에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애초 원전 최종 폐로 일정을 2051년으로 잡았지만,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오염수를 방류하기 위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에 또다른 오염물질도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약품들이 불순물을 만들어 또 다른 ‘진흙 형태의 고농도 방사성 물질’(오염 슬러지)을 만들어내고 있다. 도쿄신문은 이날 “도쿄전력이 오염 슬러지 발생을 고려해 저장용기를 6백기가량 추가 설치하는 게 가능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기존 용기 자체도 이미 노후화해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한·일 환경단체들도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일본 시민단체 ‘사요나라 원전 1000만인 액션’은 이날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집회를 열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2051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가 있다”며 “바다는 방사능 쓰레기장이 아니며 생명의 근원인 바다를 더는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한국에서도 환경보건시민센터와 민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헌법소원변호단 등 단체들로 꾸려진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중단을 요구하는 방일투쟁단’이 이날 집회를 찾아 연대에 나섰다. 최예용 한국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한겨레에 “지난 23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의 수산물 수입규제 철폐 요구를 비껴갔지만 후쿠시마 핵폐수(오염수) 해양 투기를 멈추라는 논의를 못 한 점은 아쉽다”며 “한국 정부도 국제협력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해결을 설득하고, 인류 공동의 미래이자 자산인 바다를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 도쿄/홍석재 특파원 >

 

원청의 하청과의 노사 교섭 의무를 규정…상법 개정안 25일 처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끝난 뒤 노란봉투법을 본회의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186명 중 찬성 183표, 반대 3표로 통과시켰다. 전날 노란봉투법이 본회의에 상정된 직후인 아침 9시9분께부터 24시간2분간 필리버스터가 진행됐으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 종결 직후 법안 처리에 항의해 표결에 불참했다.

 

이날 통과된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 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 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해 원청의 하청과의 노사 교섭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노조의 합법 파업의 범위를 ‘노동 처우’에 더해, 그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진의 주요 결정’으로 넓혔다. 노조의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해 공포되면 6개월 후 시행된다.

 

노란봉투법은 쌍용자동차 파업 등에서 발생한 노동자 손배·가압류 문제를 계기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 처음 국회에 발의했으나, 당시와 이후에도 보수 정치권과 재계의 반발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장기간 계류와 폐기를 반복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2023년 11월과 2024년 8월 2차례 국회 본회의에 올라갔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모두 폐기됐다.
 

 

한편, 노란봉투법에 이어 2차 상법 개정안도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기업에 집중투표제 시행을 의무화하고,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기업 옥죄기’ 법안이라며 곧바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9시42분께 상법 개정안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서를 제출했다. 

 

상법 개정안 역시 필리버스터가 종결되는 25일 오전 표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 김채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