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캐나다의 국영방송인 CBC에서 작년에 작고한 신민당(NDP)당수였던 잭 레이톤(1950~2011)에 대한 특집드라마를 보았다. 나는 어디를 막론하고 정치인에 대해 호감이 없는데, 그는 내가 호감을 가졌던 캐나다 정치인의 한 명이다. 당연한 것인지 이상한 것인지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의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다. 오히려 선거권도 피선거권도 없는 한국 정치에 더 관심이 많다.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캐나다의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고작 어느 당이 이민자들을 더 우대하는지 그 점을 주로 따진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대부분의 이민자는 캐나다의 정치발전 과정을 모르고, 당연히 정치인도 잘 모르고, 정책을 모르기 때문이리라. 어찌 보면 모르기에 관심이 없고, 관심이 없기에 모르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 같다. 캐나다의 역사까지 공부한 적이 있지만, 역대 수상들의 이름은 기억해도, 그들이 행한 정치를 기억하지 못한다. 지금의 정치를 보더라도 자유당과 보수당이라는 양당체제로 굳혀져 서로 정권을 뺐고 빼앗기는 판에 박힌 구조 안에서, 설사 정당이 바뀌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어 보인다. 캐나다가 정치적으로 안정된 사회여서 그럴까?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변화를 원하는 이상주의자들은 늘 누군가 새로운 정치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영웅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고 할까? 역사적으로 볼 때 그런 영웅들은 카리스마가 강해 대부분 독재자로 변하지만….설사 눈에 보이게 사회를 변화시키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정치인과 비교해 어딘가 다른 인물이 나타나기를 원한다. 작년에 암으로 작고한 잭 레이톤은 그런 정치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의 죽음이 무엇보다 안타까운 이유는 보수당과 자유당에 밀려 만년 제3당인 신민당을 지난 2011년 선거에서 제일 야당으로 끌어 올려 놓았다는 사실이다. 신민당이 그때 100석을 넘게 의석을 확보한 것은 당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런 정치인으로서의 승리의 기쁨도 잠깐 그런 절정기에 그는 죽은 것이었다. 정치인으로서 앞에 펼쳐진 무한한 가능성을 뒤로 두고….

그는 누구보다 이 사회의 밑바닥층, 소외된 계층의 사람(노숙자나 에이즈 환자)들을 위하여 일한 정치인이었다. 그런 까닭에 토론토 시가 막대한 돈을 들여 스카이 돔(로저스 센타)를 짓는데에 반대했다. 토론토 시가 관리 및 유지비를 감당 못해 거의 거저라고 할 수 있는 헐값에 판 사실을 감안하면 그의 예견은 들어맞은 셈이다. 전시 효과로 무엇을 짓고, 거창한 올림픽같은 국제적 행사를 열려는 대부분의 정치인과는 분명 다른 셈이다. 그는 정치 생활을 토론토 시의원으로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로 유명했다. 오죽했으면 중국계 여자인 올리비아 챠우와의 결혼식 전날 자전거를 타고 가다 신문 가판대에 부닥쳐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그들은 중국인을 위한 자선 경매에서 한 명은 경매인으로, 다른 한명은 통역으로 참여했다 만났다.

내가 그에게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그가 영국계 백인으로서 중국계 여자와 결혼을 했다는 점이다. 정치인, 그것도 지도자급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가? 말로는 평등을, 차별없는 인간관계를 외치지만, 그들은 사회 지배계층으로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자기들만의 계급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은 백인 중의 백인이다. 결혼은 물론이고 자녀들 교육조차, 아무나 가지 못하는 그들만의 사립학교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신민당의 당수가 그의 자녀를 명문 사립학교에 보내 말이 많았던 적도 있었다. 현실적으로 다른 인종과 결혼을 하는 지도자급 정치인은 많지 않다. 일반 사람들도 아직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편견과 관습을 버렸다는 사실에 나는 그를 더욱 좋아했다. 토론토 시에서는 그를 추모하기 위해 내가 자주 가는 호숫가의 섬(센터 아일랜드)으로 가는 터미널을 Jack Layton터미널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들 부부가 자주 자전거를 타러 섬에 가기 위해 애용하던 곳이다.

<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


[기고] ‘서울 불바다’가 쉬운가

● 칼럼 2013. 3. 23. 18:51 Posted by SisaHan
“북한의 도발 위협보다 대형마트 휴무가 더 불편한 일”이라고 말하는 서울의 중년들에게 북한은 거짓말하는 양치기 소년일 뿐이다. 
북한이 말로 뱉어낸 위협대로라면 서울은 벌써 수십번은 불바다가 되고도 남았을 일이지만 이제 그런 ‘한반도 묵시록’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김정은 입장에서 서울을 핵무기나 장사정포로 타격하기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이미 수도권에는 수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모두 140만9577명으로 전년보다 11.4% 증가했다. 국적별로는 한국계 중국인을 포함한 중국 국적자가 78만1616명(55.4%)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는 베트남 16만2254명(11.5%), 미국 6만8648명(4.9%), 남아시아 6만2862명(4.5%), 필리핀 5만9735명(4.2%) 순이다.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 ‘핵바다’로 만들기 위해 장사정포를 마구 쏘아댄다면 그들의 동맹국인 중국과 세계 여러 나라가 자국민 보호를 위한 조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장사정포 사정거리 안에 있는 수도권에 외국인이 몰려와 있다. 경기 안산시(6만583명), 서울 영등포구(5만7180명), 구로구(4만3239명), 경기 수원시(4만537명)로 모두 북한 장사정포 사정거리(70㎞) 안이다. 북한은 세계와 전쟁을 해야 한다.
 
둘째, 전쟁 때 이 외국인들은 탈출하기 어렵다. 특히 영미계의 외국인이 전쟁 때 본국으로 안전하게 탈출하려면 각국 대사관이 마련한 비상계획대로 성남 서울공항에 집결해야 한다. 여기서 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타야 하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공항 인근에 제2롯데월드 건립을 허가하여 사실상 유사시 서울공항의 기능을 마비시켰다. 
그다음 집결지는 오산 미 공군기지인데, 우리 군은 교통을 전면 통제하게 되면 걸어서라도 가야 하는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 결국 퇴로가 차단된 외국인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서울 불바다의 인질이 되는데, 이것이 김정은을 난처하게 한다.
 
셋째, 서울이라는 이상한 도시는 북이 쏠 테면 쏘라는 식으로 배짱을 부린다. 
현재 수도권에 화생방에 대비한 1등급 대피시설은 23곳(6000평)에 설치돼 있는데, 이는 핵전쟁에서 전체 거주자의 0.08%밖에 수용할 수 없다. 방사성 진료기관 역시 1차 진료기관이 12곳, 2차 진료기관이 14곳밖에 없기 때문에 유사시 사상자 처리 대책이 거의 없다. 
핵전쟁이 아닌 재래식 무기에 의한 공격에는 총 2만6000여곳의 대피시설에서 견딘다고 하지만 에너지·식수·통신 공급이 전면 차단되기 때문에 버티기 어렵다. 그렇다고 서울시민을 피난시키는 정부 계획을 세우기도 불가능하다. 그렇게 무방비로 목숨을 내놓겠다는데 이것은 김정은을 더욱더 난처하게 한다.
 
역사상 적의 대포가 불과 40㎞ 밖에서 위협하는 전쟁터에 1500만명이 거주하는 경우는 없었다. 비좁은 전쟁터에 이렇게 높은 인구밀도는 역사상 어떤 전쟁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서울은 이미 대한민국의 도시가 아니라 전세계가 공유하는 도시다. 
전쟁 위협 앞에서도 천진난만하게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는 서울은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억지와 방어라는 안보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는 아주 이상한 도시다.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으나 직관적으로는 “전쟁은 없다”는 사실을 서울시민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 그걸 아는 북한은 자신의 불바다 협박이 통하지 않는다는 데 크게 허탈해할 일이다. 

< 김종대 -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 >

 
최근 들어 주한미군의 범죄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주말을 전후해서만 서울과 동두천에서 미군들이 연루된 폭행사건이 3건이나 발생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미군 3명이 난동을 부리다 추격하는 경찰과 시민에게 비비탄총을 쏘고 달아나는 심야 소동이 벌어진 게 바로 보름 전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 나라가 마치 ‘미군의 범죄 해방구’가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특히 17일 새벽엔 홍대 근처에서 술에 취한 미군이 행패를 부리다 이를 단속하는 경찰을 폭행하는 사건이 두 건이나 연달아 일어났다.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하지만 제복을 입은 경찰까지 폭행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미국에서라면 이런 일은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권력을 우습게 보고 벌인 행동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와 미군 당국도 이번 일의 심각성을 간파하고 즉각적인 조처를 취하긴 했다. 외교통상부는 그제 주한미국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미국이 자체적으로 범죄 근절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주한 미8군 공보실장 앤드루 머터 대령도 어제 성명을 내어 “한국 경찰의 조사 결과와 법원의 판결에 따라 범죄로 물의를 일으킨 미군들에 대해 불명예 제대를 포함해 추가적인 행정조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당국이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반응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과연 이런 조처로 미군 범죄가 근절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미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의 강력한 범죄 방지 노력이 중요하다. 먼저 우리 사법당국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의 한계만 핑계 대지 말고 범죄를 저지른 미군에 대해서는 엄정한 수사를 통해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미군 범죄는 2007년 239건에서 2012년 264건으로 늘었는데, 불기소율은 오히려 38.6%에서 67%로 증가했다는 법무부 통계는 미군 범죄에 대한 우리 사법당국의 안이한 자세를 보여준다. 물론 우리가 엄정 수사와 엄한 처벌을 하려고 해도 소파가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면 미국 쪽에 개정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미군 쪽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미군 쪽은 그동안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사고가 나면 즉각 사과를 한다. 하지만 사과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전혀 효과가 없다. 이번의 연쇄 범죄가 그걸 잘 보여준다. 미군 당국은 백 번의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미군 쪽은 가족 근무자의 비율을 늘리는 등 거주환경을 개선하는 작업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