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500m “한국 최강”

● 스포츠 연예 2012. 3. 31. 16:55 Posted by SisaHan


세계선수권, 남 모태범·여 이상화 우승


한국 빙속 단거리의 간판 스타 모태범(23. 대한항공)과 이상화(23.서울시청: 사진왼쪽)가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 대회 500m 남녀 경기를 동반 제패했다.
이상화는 25일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2012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 대회 여자 500m 경기에 출전해 우승했다. 국내 여자 선수가 스피드 스케이팅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상화는 이날 1차 시기에서 38초03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2차 시기에서는 37.66으로 시간을 더 단축하며 종합 75.69초를 기록했다. 중국의 위징 선수는 이상화에 0.43초나 뒤지는 76초12로 2위에 그쳤으며, 3위는 76초28을 기록한 네덜란드 타이슈 외네마가 차지했다.
 
이로써 이상화는 지난 9일 독일에서 열린 2011~2012 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 파이널 여자 500m 경기에서 중국의 위징에 밀려 2위에 그친 것을 설욕했다. 당시 이상화는 1차 시기에서 1위를 했으나 2차 시기에서 위징에 뒤져 종합 0.03초 간발의 차로 준우승에 그쳤다.
이어 열린 남자 500m 경기에서 도 모태범(사진 오른쪽)이 0.01초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모태범은 1차 시기를 34초80으로 선두에 나섰으며 2차 시기에서도 34초84의 좋은 성적을 내 합계 69초64의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네덜란드의 미켈 뮐데르는 2차에서 34초66으로 최고의 스피드를 냈으나 종합 성적 69초65를 기록, 0.01초 차로 모태범에 밀리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모태범은 앞서 지난 1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SU 스피드 스케이팅 월드컵 파이널 남자 500m 에서도 35초04로 우승한 데 이어 연속 1위를 차지함으로써 이 종목 세계 최고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상화는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아시아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이 종목 동계 올림픽에서 우승했다. 모태범 역시 밴쿠버올림픽 500m에서 금메달을 땄으며, 이번 대회 승리로 두 선수가 2년 뒤 열릴 소치 올림픽에서도 동반 우승할 전망이 더 밝아졌다.


암 환자의 ‘수면장애’

● 건강 Life 2012. 3. 31. 16:48 Posted by SisaHan

항암 치료때 77% 고통… 일반인 5배
불안·우울·치료과정도 수면 방해‥기억력 장애까지

보통 몸이 아픈 사람은 질병 때문에라도 잠을 더 많이 자게 되고, 또 잠이 들면 깊게 잘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암 환자들의 경우에도 이에 해당될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으나, 실제로는 정반대다. 암 환자들은 수면 장애가 일반인보다 훨씬 더 많다. 
암이라는 질병 자체가 가져다주는 불안과 우울함도 문제지만 암 치료 과정도 수면을 방해한다.
 
■ 암 환자 수면장애 일반인보다 최고 5배 많아 : 건강한 사람들 중에도 약 15%는 수면 장애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 환자는 이보다 2~3배 이상 높은 비율인 30~50% 정도가 수면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또 항암 치료 등 암 치료를 받고 있는 도중에는 수면 장애에 시달리는 비율이 크게 높아진다. 약 600명의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 기간에 수면 장애에 시달린 비율은 약 77%나 됐다. 이처럼 수면 장애에 시달리는 암 환자들은 기억력 장애 또는 집중력 장애가 나타났고, 우울증 등 기분 장애도 발생했으며, 주관적으로 느끼는 피로와 통증이 더 컸다. 이런 증상들은 환자의 치료 의지를 떨어뜨리고,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 항암 치료도 수면장애의 주요 원인 : 암 환자들이 수면 장애를 겪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우선 암이 의심된다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잠자리가 불편해진다. 암이 진단되면 불안과 우울을 경험하면서 수면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군이 된다. 여기에 암 치료의 주요 수단인 수술,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호르몬 치료 등은 모두 수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항암 치료를 받으면 메스꺼움이나 말초신경통이 나타나 잠을 방해한다. 유방암 환자의 경우 호르몬 치료를 하면서 갑작스러운 열감이 나타나거나 자면서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등의 증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암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도중이나 치료가 끝난 뒤 피로와 통증을 겪는데, 이런 것들도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동시에 충분한 잠을 자지 못했을 때 이런 피로와 통증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을 겪기 때문에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게 된다.
 
■ 수면 방해하는 약 있는지 상담해야 : 암 환자는 물론 의사도 암 치료에 집중하기 때문에 암 치료 이외의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해지기 쉽다. 하지만 수면 장애가 있을 때에는 반드시 의사와 수면 장애에 대해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먹고 있는 약 가운데 수면을 방해하는 약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며, 수면을 방해하는 증상이 있으면 이를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암 환자들 중에는 한번 잠을 자지 못하기 시작하면, 낮잠을 늘리거나 잠자리에 오랜 시간 누워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잠자는 시간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이보다는 잠이 올 때만 침실로 가고 누운 뒤 20분 안에 잠이 오지 않으면 밖으로 나오는 것이 좋다. 다시 잠이 올 때 침실로 가도록 해야 한다. 낮잠은 30분 이내로 제한하고, 오후 3시 이후에는 낮잠을 자지 않는 것이 좋다. 
침실은 어둡고 조용하면서 시원하게 유지하도록 하고, 자기 전에 심호흡을 하거나 스트레칭을 해 몸을 이완시키는 것도 잠을 부르는 좋은 방법이다. 자기 전에 기도 시간을 가져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도 깊은 잠에 도움이 된다. 
잠자리에서는 다른 일을 많이 하지 않도록 하고, 특히 침실에 텔레비전이 있다면 거실로 옮기도록 한다. 자리에 누웠다면 잠을 자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잠에 대한 과도한 기대보다는 단지 편하게 누워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긴장을 푸는 것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

< 박상민 서울대 의대 암정보교육센터 교수 >


철 이른 봄을 맞았다. 지난 해 까지만 해도 긴 겨울 끝에서 아주 더디게 오던 봄이었는데 올해는 어느 날 갑자기 곤두박질치듯 달려왔다. 혹시 잘못 온 건 아닌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어리둥절하기는 사람뿐 만이 아닌가 보다. 삼월에 튜울립, 개나리, 목련, 과실수 등이 만개하여 온 동네에 꽃 잔치가 벌어졌다. 따뜻한 햇살 받으며 꽃구경을 하면서도 염려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틀 후면 다시 영하권이라는 일기예보에 뒤뜰을 한 바퀴 돌아본다. 우리 집 자두나무는 꽃봉오리를 송송 물었고 이웃집 도화는 연분홍 미소를 흘리고 있다. 거기다 지난 주 까지도 꽁꽁 얼었었던 대지는 언제 그런 날이 있기나 했냐는 듯 푸석하게 풀려서 갖가지 잡초를 밀어올리고 있다. 야들야들한 잡초 속에 성큼 자라난 민들레 무리에 눈총을 쏘다말고 가만히 다가가 손을 내 민다. 민들레 나물 그리고 시아버님, 늘 이맘때면 싸아하게 일어나는 그리움이다.
 
몇 해 전 돌아가신 시아버님은 여든을 목전에 둔 어느 해 봄에 손주들이 눈에 밟힌다며 다니려 오셨다. 워낙 부지런한 성품이어서 한 순간도 가만히 계시질 못하고 잔디 관리하며 나무손질이며 늘 바쁘게 움직이셨다. 우리 내외는 그런 아버님이 염려되어 수 없이 말리기도 했지만 그때 뿐이었다. 
어느 날 아침, 간밤에 내린 봄비로 촉촉하게 젖은 뒤뜰을 보면서 나는 시아버님께 민들레 좀 뽑아주시라고 말씀드렸다. ‘민들레 나물이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는 부연 설명으로 소일 삼아 조금만 뽑으시기를 염원하면서 말이다.
그날 퇴근해서 부엌에 들어서니 큼지막한 플라스틱 봉지 두개가 싱크대 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뿌리째 뽑힌 민들레가 말끔하게 씻긴 채로. 그것을 본 순간 또 불효를 하고야 말았다는 자괴감에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아버님은 숙제를 잘해온 어린아이마냥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의 얼굴과 민들레 봉지를 번갈아 보며 그날 하루 일과를 눈빛으로 보고하셨다. 나는 뜻한 의도와는 다르지만 행복한 모습을 뵈니 괜찮았던 묘안이라 위안하며 안쓰러운 마음을 삭였다. 하루 종일 그 질긴 놈들과 고투하셨을 아버님을 생각하니 민들레 봉지가 사랑 봉지로 화하여 둘, 넷, 여덟… 제곱으로 늘어나 보였다.
 
그날 저녁엔 민들레 나물을 만들었다. 경험은 전무했지만 ‘참기름 한 병 손에 쥐고 봄 산에 오르면 나물 아닌 게 없다’는 한국 아낙네의 솜씨를 한껏 발휘하였다. 우선 치아가 성치 않은 아버님을 생각해서 푹 삶았더니 냄새가 좀 묘했다. 조짐이 심상치 않았지만 어쩌랴, 갖가지 양념과 정성으로 조물거려 상에 올렸다. 온 식구들이 반겨서 한 저분씩 집어가곤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난 동조를 구하듯 아버님을 쳐다보니 ‘음, 맛이 특이하긴 해도 나쁘지 않구나, 잘 물러서 좋다.’고 위로 해 주셨다. 하지만 말씀과는 달리 다시는 그쪽으로 눈길마저 주지 않으셨다. 
나는 인기 없는 나물접시를 슬며시 상 아래로 내리며 속으로 이렇게 용서를 구했다. ‘아버님! 올해는 민들레가 우리 속을 썩이는 일이 없을 겁니다, 아버님 자식사랑에 기죽어서 말입니다.’ 
넓은 가계를 이끄시느라 민들레 같은 삶을 사셨지만 늘 따뜻하고 인자하셨던 시아버님, 이맘쯤이면 그분의 넓고 깊었던 사랑이 더욱 그립다.

<임순숙 -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에세이스트’로 한국문단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