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정치운동「새 변수」

● Hot 뉴스 2011. 5. 13. 17:51 Posted by Zig
‘한국판 Move On’ 2012선거판 흔들 듯
“소통·공감·실현” 다양한 ‘풀뿌리 민주’ 점화

“2008년 ‘촛불’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음 아고라를 포함해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광장으로 나오면서 변화의 열망을 점화시켰다. 이들이 광장으로 나오지 않고, 그냥 온라인상 의견으로 머물렀다면 거리를 가득 메운 ‘촛불’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바꿔 말해 광장으로 나왔기 때문에 ‘촛불’은 비로소 의미를 지닌다.”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언론광장 포럼에서 한국사회 향후 정치비전을 그릴 때 ‘시민 주체성’이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시대 여망을 펼쳐낼 멍석 같은 시민정치운동을 조직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국 서울대 교수, 남윤인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등과 함께 다음달 창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내가 꿈꾸는 나라’가 그것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 참여 경선에 선거인단 자격으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힌 이 모임의 핵심을, 김 정책위원장은 온-오프라인 결합과 이를 통한 소통·공감·확산, 그리고 실현이라고 말했다.

▶진화하는 시민정치운동= 시민정치운동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가 사실상 선택을 강요받는 처지였다면, 머지 않은 미래 유권자는 이상적 후보상을 직접 만드는 식으로 권리를 행사하게 될 것이다. 사회 명망가라 하더라도 정치인이 되기 위해선 단순히 추대 받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들 요구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전문가 그룹은 시민들의 ‘주권 찾기’ 일환에서 이 같은 방식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예전엔 시민사회가 정치에 관여하는 것 자체를 불순한 의도로 오해하거나 운동진영 스스로 부담스럽게 생각해 꺼렸다”면서 “하지만 정치의 다양한 형태를 확보하는 측면에서 또 민주주의 발전 측면에서 시민이 주도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고 해외 선진국 사례에 견줘보면 늦은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그동안 정치적 대표자를 뽑고도 그 대표자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을 때 이를 견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정치영역에서 그만큼 소외돼 온 셈이다. 김기식 정책위원장은 “정치권에만 맡길 게 아니라 시민의 힘으로 이를 현실에서 직접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활성화로 네트워크 기반이 탄탄해지면서 가능성은 높아졌다.
실제 배우 문성근씨가 이끌고 있는 시민정치운동 ‘백만 송이 국민의 명령’은 5월3일 현재 1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회원으로 동참 의사를 밝히는 등 순항 중이다. ‘야권 단일정당 만들기’ 차원에서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의 경우 지난해 8월 ‘제안자’로 처음 참여한 사람은 65명이었다. 문씨가 직접 전국을 순회하며 절박함을 호소해서 관심도를 높였고 온라인망을 통한 소통과 공감이 파급력을 더했다는 평가다.
‘내가 꿈꾸는 나라’는 올해 안에 ‘시민의원’ 500명을 최소단위로 조직한 뒤 이를 골간으로 온라인활동가를 10배, 100배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트위터, 페이스북을 이용해 본격적 온라인운동을 전개하면 회원을 모으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브온과 낙천·낙선운동= 문성근씨는 4.27 재보선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어 “야권은 민심을 정확히 읽어야”하고 “국민적 여망에 부응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야권단일 정당 추진을 위한 정책기획 실무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해 국민의 행동을 처음 제안할 때도 야권 단일정당을 꾸리고 그 안에서 공정한 룰을 설정한 뒤 진보의 정체성을 구현할 수 있는 최선의 후보를 뽑자고 주장했다.
시민정치운동의 일환으로 역할을 모색 중인 ‘진보의 합창’,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 등도 궁극적으로 시민제안을 정치권이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래로부터의 개혁에 방점을 찍고 있는 목소리다. 이들은 모두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띠고 있기도 하다. 이는 미국의 ‘무브온’과 횡적으로 연결되고, 2000년 한국사회 낙천·낙선운동과 종적으로 맥이 닿는 것이기도 하다.
‘무브온’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한 시민정치운동의 세계적 모델로 자리잡았다. 미국시민 500만 명이 참여한 이 운동은 운동주체가 평범한 시민이었다는 점, 이들 개개인이 운집해 하나의 진보적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주목받은 모델이기도 하다. ‘무브온’은 특히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될 때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최근 일기 시작한 한국사회 시민정치운동도 지향점이나 활동방식 면에서 무브온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의 정치환경 토양과 법적인 제약 등 대별되는 상황에서 한국판 무브온이 안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주의가 아직은 공고한 정치구조 아래에서 이를 뛰어넘는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결국 한국사회 정당의 고질적 폐해를 선결하는 작업부터 이행돼야 이제 막 뿌리를 내리려는 시민정치운동이 무사히 새싹을 틔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12년 선거판 뒤흔들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 제기’ 하는 수준을 넘어 ‘참여와 행동’으로 화두를 옮겨 간 시민정치운동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지할 만한 후보, 지지할 만한 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시민이 직접 바꾸자는 목소리는 외려 호응이 클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악조건을 동력 삼아 더 큰 개혁을 일궈내자는 주장이다.
송경재 연구교수는 “시민정치운동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기는 아직 이르다”면서 “분명한 것은 하나의 정치실험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고 그 자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정당만으로 정치가 되지 않는다는 데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며 “온라인에서는 이미 시민들 스스로 자기들 미디어로 목소리를 내고 자기가 바라는 정치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국 대통령이 해외를 방문하면 현지 한인 이민사회는 “어떻든 고국의 대통령이고, 귀한 손님인데…” 하며 반기는 게 그간의 통념이고 ‘관행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 국내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데서 보여주듯,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으로 임기 말 민심이 돌아선 것은 해외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을 맞는 해외 동포사회의 시선이 마냥 반기는 분위기만은 아님이 그걸 말해준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한 9일 현지 동포들의 엇갈린 표정이 이채롭다. 윗 사진은 베를린 도린트호텔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의 동포간담회에서 파독 간호사 출신 합창단원들이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아래 사진은  베를린 거주 일부 동포들이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3시간 가량 한-독 정상회담이 열린 독일 대통령궁과 시내 중심지에서 모국의 4대강 사업과 원전 무더기 신설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행진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은 녹색분칠(Green-Wash)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1500자 칼럼] 정오의 램프

● 칼럼 2011. 5. 13. 16:45 Posted by Zig
- The Lamp at Noon -

이 작품은 캐나다 소설(영어)사에서 초기의 작가인 Sinclair Ross가 쓴 단편소설이다. 그의 대표작인 ‘As For Me and My House’는 캐나다문학사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을 거론하는 이유는 캐나다의 이민초기, 서부 지방을 개척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불모의 땅을 어떻게 경작할 수 있는 땅으로 만드는지가 관심사였다. 이 소설의 지리적 배경인 사스카처완은 지금은 프레리 지방이라 불리는 세계 곡창지대이다. 개척의 역사는 한 마디로 인간의 의지와 자연과의 싸움이었다. 이 작품에서는 극심한 가뭄과 바람이 자연을 대표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안정이 된 온타리오 주에서 새로운 도전을 위해 사스카처완으로 이주해 온다. 이 소설을 읽으며 시간과 장소의 차이는 있지만 이민자인 내 자신을 돌아봤다. 어차피 새 땅에 뿌리를 내리며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는 점에 있어 한가지니까.

두 젊은 부부인 폴(Paul)과 엘린(Ellen)에겐 요람에 누운 어린 아기가 있다. 소설은 엘린이 정오 조금 전에 램프의 불을 켜는 것으로 시작한다.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지만 그녀의 집안은 어둡고 먼지로 가득 차 있다. 창문에 매달려 밖을 보아도 짙은 안개가 낀 양 먼지에 가려 밖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오랜 가뭄 속에 3일째 쉬지 않고 바람이 불고, 흙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그녀가 남편을 위해 준비한 식사에도 어느 덧 먼지가 잔뜩 쌓여있다. 이 장면은 무엇보다 그들의 어려운 현재와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미래라고 할 아기마저 먼지로 가득 찬 공기 때문에 폐렴에 걸릴까 걱정한다.  “There’s dust in everything.”
몇 해 째 가뭄이 계속되고, 심은 밀들은 마른 지푸라기가 되어 날아간다. 새 땅에 심은 꿈도 날아가고 앞에는 먼지만 남은 셈이었다. 늘어나는 것은 빚뿐이었고 점점 가난의 수렁 속에 빠져 들어갔다. 이런 상황 때문에 서로 싸우기 시작한다. 그들의 싸움은 상대방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에린은 그녀의 친정이 있는 온타리오 주로 돌아가길 원한다. 폴은 결코 자신의 꿈이 남아있는 땅을 버리고 돌아갈 수 없는 농부였다.

“This is where I belong,” 그는 언젠가 비가 내리고 좋은 시절이 오리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에린은 말한다.”어디 간들 이보다 못한 곳이 있겠어요?” 결국 그녀는 어린 아이를 껴안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가, 모래바람 속에 파묻히고 만다. 폴이 발견했을 때, 에린은 흙바람 속에 아이를 보호하려고 아이를 껴안고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그러나 아이의 몸은 벌서 차갑게 식어있었다. 그녀가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를 손질하려고 폴이 아이를 안고 있는데 아이가 앞으로 고개를 숙인다. 그걸 보고 에린은 말한다.”당신은“여태 아기를 안을 줄도 몰라요?“ 집으로 돌아가며 그녀는 남편에게 말한다.”당신 말이 맞아요. 오늘 밤부터 바람이 잦아 들 거라고 했죠? 지금 너무 평온하고 하늘이 빨갛군요. 이건 내일부터 괜찮을 거라는 예기에요.” 그녀는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말하고 있다. 아이까지 잃어버린 줄 모르고, 내일을 말한다는 이유로 그들은 결코 패배자가 아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그들은 결코 쓰러지지 않고 일어나 앞으로 나가리라. 지금 이 땅에서 쓰러지는 많은 이민자들에게, 다시 일어서 걸어야 하는 이민자들에게 소설은 좋은 교훈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민자는 결국 내일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이다. 소설의 마지막 줄을 다시 음미해본다.
 “-tomorrow will be fine.”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