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법은 12·3 내란 행위에 가담한 일체의 행위 수사 대상

‘김건희 특검법’   김 씨 연루된 15가지 의혹 수사 대상 다시 넓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위원들이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을 심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를 규명할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이 10일 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소위를 통과했다.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는 이날 ‘윤석열 정부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내란 특검법)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를 비판하며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내란 특검법은 12·3 내란 행위에 가담한 일체의 행위를 수사 대상으로 적시했다. 특검 추천은 애초 법원행정처장과 대한변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장이 각 1인이 추천해 대통령이 이들 중 한 명을 임명하는 방식이었으나, 이날 소위에서 야당의 추천한 2명 가운데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김건희 특검법’은 김 여사가 연루된 15가지 의혹으로 수사 대상을 다시 넓혔다. ‘김건희 특검법’은 앞서 세차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모두 폐기 수순을 밟은 바 있다. 민주당은 오는 12일 본회의에서 내란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모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 한겨레 고경주 기자 >

윤건희에 쏟아질 특검 소나기…거부권도 딜레마

10일 상설특검, 12일 일반특검 초유의 '쌍끌이'
상설특검 수사 대상에 국힘 추경호도 포함시켜
내란 국정조사까지 '3중 포위망'…검찰 불신 탓

12일 '김건희 특검법'…박성재‧조지호 탄핵안도
특검법에 거부권 행사? '직무 정지' 거짓 폭로돼
한덕수는 고발부터…윤건희 일당 '일망타진' 형국

윤석열 탄핵안은 14일 '2차 디데이'…"꼭 성공"

 

더불어민주당 김승원(왼쪽)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와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내란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2024.12.9 [공동취재] 연합
 

'내란 수괴'를 탄핵하고 비상계엄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겹겹으로 포위망을 치고 있다.

우선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이미 추진하던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을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이어 12일에는 내란 행위 일반 특검법을 본회의에 올려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상설특검에 일반특검 도입을 동시 추진하는 초유의 '쌍끌이' 작전에 더해 국회 국정조사까지 관철시킴으로써 '3중 포위망'을 좁혀간다는 것이다.

아울러 12일에는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를 단죄하기 위한 끈질긴 시도로서 네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또 같은 날엔 비상계엄 선포·실행에 관여한 '내란 공범'이라며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한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일단 고발 조치부터 취했다. 동시다발적으로 윤건희 정부에 대해 일망타진을 벌이는 형국이다.

절대적 과제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경우 '주중 탄핵안 발의, 주말 본회의 표결'이라는 '될 때까지' 전략에 따라 12일 본회의 보고 뒤 14일 토요일을 2차 디데이로 삼았다. 지난 7일 1차 투표 때 당론으로 집단 퇴장했던 여당을 두고 국민적 분노와 압박이 엄청난 만큼 이번엔 이탈표 증가로 가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9. 연합
 

이재명 대표는 9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시도한 국가 내란이 더 큰 위기로 번져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즉각 사퇴하기 바란다"며 "여당은 이상한 쓸데없는 이야기하지 말고 이번 토요일 탄핵 의결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12월 14일 민주당은 국민의 이름으로 반드시 윤석열을 탄핵하겠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위대한 국민 승리를 위해서 반드시 탄핵을 성공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다짐한 바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촉발하고 탄핵 불발로 증폭된 불확실성이 국내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가적 혼란과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신속하게 제거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은 최대한 빠르게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켜 행정부가 미리 국정운영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 내란 사태의 신속한 종결을 위해 내란 수괴 윤석열 2차 탄핵, 내란 수사 특검과 관련자 탄핵을 발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물론 다른 야당과도 굳건한 연대를 유지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및 군사반란죄 피의자 윤석열 씨와 그 일당이 정치 생명 연장을 꾀하고 있다. 권한 이행이라니, 조기 퇴진이라니 잔꾀를 내고 있지만 불가능하다"며 "야당의 의지는 더 강해지고 결속도 단단해지고 있다. 야당은 토요일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처리를 시도할 것이다. 윤석열을 끌어내리기 위한 야당의 협력은 톱니바퀴처럼 잘 돌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첫 탄핵소추안 처리에는 여당 의원 세 분이 동참했다. 횟수가 거듭할수록 동참하는 의원들은 늘 것"이라고 장담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12.6. 연합
 

민주당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일체의 위법 행위를 낱낱이 조사하기 위한 특검법도 발의했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김승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는 이날 국회에 '12·3 윤석열 내란 사태에 대한 특검법'을 제출했다. 특별검사 추천에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가 아예 배제됐다. 대신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이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3명 중 1명을 임명하게 했다.

김용민 부대표는 "특검 추천방식이 정쟁의 불씨가 돼 내란이라는 국가 사태를 해결하는 데 지체 요인이 되지 않도록 정부·여당의 반대 명분을 최대한 배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설특검이 진행되면 이 일반 특검과의 관계가 문제 될 수 있다"며 "오늘 제출한 일반 특검법엔 상설특검 수사 대상과 인력을 그대로 흡수해서 일반 특검이 최종적으로는 수사 주체가 되도록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6일 발의한 내란 행위 상설특검 수사요구안 통과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민주당은 한덕수 총리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방첩사령부와 국군정보사령부 특임대를 수사 대상으로 추가했다. 기존 수사요구안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등이 포함돼 있었다.

'내란 공범'이라는 국민적 성토가 빗발치는데도 개전의 정이 안 보이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반대한다며 회의에 불참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추경호 원내대표가 비상계엄 과정에서 어떠한 관여도 없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면서 "상설특검 법안 수사 대상으로 포함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은 법사위 통과 바로 다음 날인 10일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된다. 일반 특검에 비해 규모가 작고 수사 기간이 짧은 상설특검은 본회의 의결 즉시 시행되며,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상설특검 후보가 추천되더라도 윤 대통령이 마냥 임명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민주당은 일반 특검법까지 발의한 것이다. 이처럼 특검에 주력하는 배경엔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나선 검찰을 도무지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동행했던 김건희 씨가 22일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2024.9.22
 

민주당은 이와 함께 네 번째 '김건희 특검법'도 9일 발의했다. 세 번째 특검법 때는 여당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한 유화책으로 수사 대상 사건을 2가지로 축소하기도 했으나 이번엔 15가지로 다시 늘렸다. 특검 후보는 민주당이 1명, 다른 비교섭단체 야당이 1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하게 했다. 지난 7일 실시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 재의 투표에서는 국민의힘에서 6명의 이탈표가 나와 통과에 단 2표가 부족했다.

만약 윤 대통령이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2선 후퇴'를 선언한 마당에도 네 번째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에 대해서까지 거부권을 휘두른다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호언한 '대통령 직무 집행 정지' 주장은 새빨간 거짓임이 드러나고 '질서 있는 조기 퇴진' 역시 허구임이 만천하에 폭로되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를 주장할 최소한의 명분도 사라지기 때문에 내부 이탈표로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민주당은 아울러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무위원들에 대한 추가 탄핵소추도 진행하기로 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10일 본회의에 보고한 후 12일 처리할 예정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그 전에 스스로 사퇴했다

한덕수 총리에 대해서도 탄핵소추를 검토하되, 우선 내란죄 혐의로 9일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한 총리 고발 혐의에 대해 "계엄법 제2조 6항은 국방부 장관이 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하게 규정했다"며 "따라서 김 전 장관의 계엄 건의는 한 총리를 통해 진행됐음이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계엄법은 계엄 선포에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한 총리는 해당 국무회의 심의에 참여한 바, 내란 공모 수괴 중 1인이거나 최소한 내란 수괴를 보좌해 계획에 참여한 자"라고 지목했다. 나아가 "계엄 해제 후 한 총리는 대통령 직무를 자의적으로 배제하고 자신과 권한이 없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행사하게 했다"면서 "이는 명백한 국헌 문란의 목적"이라고 단언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계엄령 해제되기도 전에 직원들 새벽 2시 퇴근

"법원, 삼권분립 최후의 보루라면 입장 냈어야"
법원 내부서도 "대법원 뭔 역할했나" 비판 나와

내란죄 가담자들 구속영장을 '중복'이라고 기각
야당 "법 따지다 골든타임 놓치면 책임질 거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가운데)이 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2.9. 연합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야 할 대법원이 12·3 쿠데타(군사반란) 당시 비상계엄령의 위법성을 알리지도 않았고, 직원들은 계엄령이 해제되기도 전에 퇴근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국가 중대사태가 벌어진 상황에서도 긴급하게 인신을 확보해야 할 주요 내란죄 피의자들에게 내려진 구속영장을 '중복 청구' 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법원의 안이한 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2·3 쿠데타에서 대법원이 부적절한 대응을 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계엄령이 선포된 12월 3일 오후 10시 28분부터 계엄령이 해제된 다음 날 오전 5시까지는 계엄령 법적 효력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법원 행정처 직원이) 오전 2시에 퇴근했다고 한다. 계엄령 해제가 되는 것을 보고 퇴근을 하든가, 간부회의를 한 번 더 해야 했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대법원 소속 천대엽 법원행정처 처장은 이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며 "그런데 국회는 0시 50분에 계엄령 해제를 위한 국회의원 소집을 했다. (비상계엄에) 여러가지 의문점이 있었기 때문에…"라고 말끝을 흐렸다.

장 의원은 "법원이면 (비상 계엄령이 위법이라는) 입장을 냈어야 한다"며 "1시간 만에 150명의 국회의원이 국회에 모였다. 국회의원들은 다 담을 넘어서 국회에 들어갔는데, 의원들이 계엄령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 거 같냐"고 했다.

이어 "계엄령에 따라 법원행정처장도 계엄사령관의 지휘를 받게 되는 것"이라며 "새벽 2시라도 법원이 '계엄 해제 요구안이 맞다'는 공식 의견을 냈어야 한다. 그런데 나온 입장은 '법과 원칙에 따른다'는 것이었다. 법원이 삼권 분립의 최후 보루가 맞다면 입장을 밝혔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열린 '2024년도 정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2.6. 연합
 

법원 내부에서도 대법원의 대응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김도균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계엄이 있었던 지난 4일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대법원 대응에 대한 비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법원은 실질적 요건 등이 결여한 위헌, 위법의 무효한 계엄선포를 알 수 있었음에도 국민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 기관으로서 비상계엄에 협조하지 않을 의지를 밝히기는커녕 오히려 비상계엄 후속 조치를 논의해 협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실제 법원 행정처는 4일 오전에야 입장문을 통해 "뒤늦게나마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계엄이 해제된 데 대해 국민과 함께 안도한다"면서, 계엄령 해석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는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어려운 때일수록 사법부가 본연의 임무를 더 확실하게 하겠다" 따위의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대법원이 국민의 기본권 수호를 위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음에도 아무런 유감 표명도 없었다.

이날 법사위에서는 법원이 내란죄 주요 가담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민주당)은 "윤석열이 국군 통수권까지 가지고 있어서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 법원은 영장이 중복으로 신청됐다고 기각했다. 아무리 법을 따져야 해도 수사 '골든 타임'을 놓치면 법원이 책임을 질 거냐"고 따졌다.

천 처장은 "군검찰을 포함해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서로 수사권을 주장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구속영장이 중복으로 신청됐다. 어느 기관에서 수사할 수 있도록 인정할 것인지, 그에 따라 영장을 발부할 것인지 굉장히 중요한 재판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국민은 법원을 똑같이 내란 방조 세력으로 보게 될 것" "중복 신청됐다고 영장을 기각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내란 수괴범인데 영장 청구는 사후에 해도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쿠르스크서 살았건 죽었건 북한군 못 봐"

BBC, 쿠르스크 우크라이나 병사들 인터뷰
한국 정부, 살상 무기 제공 가능성 무산

북한군 파병 이슈의 효용도 다한 듯
윤석열, 무기 요청 우크라 특사 만나고
6일 만에 계엄령 선포해 '뒤통수'

 

두 달간 한국을 비롯해 지구촌을 달궜던 북한의 러시아 파병 뉴스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계엄을 통한 친위 쿠데타에 실패한 걸 계기로 그런 흐름이 뚜렷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젤렌스키 대통령과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23.07.15. 로이터 연합
 

지구촌 달궜던 북한군 파병 뉴스

자멸 택한 윤석열과 함께 사라져

한국에서야 '내란 수괴'인 윤 대통령의 탄핵과 수사 등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북한군 파병 뉴스가 사라진 건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동안 윤 정부와 함께 이 이슈를 어떻게든 최대한 부풀리려 했던 우크라이나 정부도 시들해진 모양새여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서방국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직전만 해도 우크라 정부는 북한군 동향을 '홍보'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1일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러시아 서부로 파병된 북한군이 전투 중 사망하거나 부상했다"면서 최전선에 더 많은 북한군이 투입돼 총알받이로 사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0월 4일 북한군 파병설을 최초로 지핀 우크라 일간 키이우 포스트도 3일 보도를 통해 우크라 국방부 정보총국(HUR) 안드리 체르냐크 대표의 발언을 전했다. 내용인즉, 파병된 북한군 중 2000명이 러시아의 해병 여단과 공수 사단에 배치돼 활발하게 전투 중이고, 나머지 9000명은 예비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앞서 아나톨리 바릴레비치 우크라이나군 참모총장은 지난달 24일 북한군이 1만1000명 넘게 러시아 쿠르스크에 배치돼 우크라 군이 이 중 일부와 교전했으며, 북한군은 러 극동의 토착민으로 위장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과 함께 지난 29일 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2024.11.30 [조선중앙통신=연합]
 

윤, 무기 요청 우크라 특사 만나고

6일 만에 계엄령 선포해 '뒤통수'

이때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의 동부전선에선 물론, 우크라가 점령한 쿠르스크 전선에서도 우크라가 수세적인 상황이어서 방어용은 물론 공격용 무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었다. 퇴임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를 우크라가 러 본토 공격에 사용하도록 허가한 것도 그만큼 전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도 미국의 결정을 뒤따랐다. 다음 차례는 윤석열의 한국이었다. 젤렌스키의 '애걸'과 바이든의 '압박'과 나토의 '바람 잡기', 그리고 부인 김건희 여사의 각종 부정·비리와 국정농단 의혹에서 비롯된 정치적 위기에서 탈출하려는 윤석열 부부의 '절박함'이 맞물리면서 한국의 살상 무기 제공과 한국군 파병 이슈가 최고조에 달했다.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에 따르면, 이미 윤 정권은 우크라 현지에 국정원 요원 10여 명을 보냈고, 주키이우 한국대사관 무관부에도 인력을 증원했다.

특히 불법 계엄 선포 불과 며칠 전인 11월 27일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한 우크라이나 특사단이 방한해 윤 대통령과 당시 김용현 국방장관과 면담하고 살상 무기 제공 또는 판매를 요청했다. 다른 한편에선 내년 1월 20일 백악관에 입성할 트럼프 팀과 러시아가 '무모한 결정'을 하지 말라고 강하게 경고하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들도도 살상 무기 제공에 반대하면서 윤 정권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7일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안에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며 어깨를 두드리고 있다. 2024. 12. 07 [로이터=연합]
 

한국, 살상 무기 제공 가능성 무산

북한군 파병 이슈의 효용도 다한 듯

되돌아보면, 미국의 뜻에 따라 윤 정권이 살상 무기를 우크라에 제공하고 필요시 병력을 파견해 러시아의 강경 대응을 촉발하고 그 과정에서 '비상 상황이'이 조성된다면 이를 계엄령 선포의 구실로 삼고 야당을 제압해 정치적 위기에서 탈출하려고 했다가, 아예 먼저 계엄을 통해 비판적인 야당과 국회, 언론을 제압하는 쪽으로 순서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철석같이 믿었던 윤석열이 '자멸'하고 한국 정부의 리더십이 '실종'된 현 상황에서 우크라에 대한 한국의 살상 무기 제공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 만큼 젤렌스키나 바이든, 그리고 나토의 입장에선 그동안 기름 붓기에 바빴던 북한군 파병 이슈의 효용은 다했다고 하겠다.

키이우 포스트가 불을 지피고 한국의 불법 계엄 사태가 벌어진 3일까지 두 달간 우크라와 한국, 미국의 정보당국과 언론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파병설을 한껏 증폭시켰지만, 지금까지 결정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전혀 제시되지 못하고 서방 진영은 주장과 설 뿐이다. 우크라 군은 북한군 통신을 감청한 내용이라면서 음성파일을 공개하기도 했지만, 신뢰성은 의문이다.

 

한 러시아 병사가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의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우크라이나 쪽을 향해 중화기를 발사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2024. 10. 17 [AP=연합]
 

"쿠르스크서 살건 죽건 코리안 못 봐"

BBC, 쿠르스크 우크라 병사들 인터뷰

이 대목에서 영국 BBC 특파원인 폴 애덤스의 1일 자 키이우 발 보도는 주목할 만하다. BBC는 "그동안 무려 1만 명의 북한군 부대가 러의 반격에 합류하고자 쿠르스크에 파견됐다는 보도들이 몇 주째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가 접촉한 (우크라) 병사들은 아직 그들을 맞닥뜨리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전투 중인 우크라 병사 세 명과 텔레그램을 통해 접촉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으며 그 시점은 11월 26일이다.

접촉한 병사 중 하나인 와딤은 쿠르스크에 배치된 북한군 관련 보도들에 "살아 있건 죽었건 나는 코리안들에 관해서 어떤 것도 보거나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이들은 북한군 병사를 한 명 이상, 가능하면 신분증과 함께 체포하라는 (상부로부터) 말을 들었으며, 북한군 병사를 성공적으로 포로로 잡은 사람에게는 드론이나 특별휴가와 같은 포상이 주어질 것이란 얘기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병사인 파울로는 "이 어두운 쿠르스크 숲에서 코리안을 발견하는 건 매우 어렵다. 특히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이라고 '냉소적'으로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