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트럼프 맞서 무역 다변화 · 자주국방 추진
미ㆍ중ㆍ러 규칙 기반 세계 질서 무시 따라
민주주의 중견국들 '유라시아 블록' 구상도

잠재력서 미ㆍ중ㆍ러 능가…문제는 '단결 부족’
미 신뢰 상실땐 자체 핵 억지력 보유 나설 수도
부트 "트럼프 위협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 해"

 

"나는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길 원한다. 그린란드는 52번째 주가 될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53번째 주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사교모임 알팔파 클럽의 비공개 연례 만찬 연설에서 "우리는 그린란드를 침공하지 않고 구매할 것이다"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1일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정‧재계 거물들이 참석하는 이 클럽에선 전통적으로 다양한 농담들이 오갔던 만큼 트럼프의 이번 발언도 '농담성'일 수도 있지만, 작년 1월 백악관 복귀 이후 캐나다 51번째 주 발언과 그린란드 합병 발언을 반복했던 터여서 예사롭지 않다. 특히 베네수엘라를 불법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 기소한 뒤 베네수엘라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한 적도 있어 그의 이날 발언이 단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게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열린 백악관 부비서실장 댄 스카비노와 국무부 에린 엘모어 국장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6. 02. 01 [로이터=연합]
 

트럼프 "캐나다, 그린란드, 베네수엘라
미국의 51, 52, 53번째주로 만들고파"

 

트럼프는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면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고 부르고 고율 관세로 위협해 누구보다 가까웠던 양국 관계를 역사상 최악의 국면으로 내몰고 있다. 이에 참다못한 카니 총리가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힘'에 의한 일방주의와 약육강식 질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중견국들의 연대'를 통한 새로운 국제 질서의 구축을 호소하고 나서 엄청난 반향을 불렀다.

 

카니는 연설에서 "우리는 전환이 아닌, 파열의 한복판에 있다"며 "지난 20년 금융, 보건, 에너지, 지정학 분야에서 터진 일련의 위기들은 극단적 글로벌 통합의 리스크를 드러냈고, 더 최근에는 강대국들이 경제 통합을 무기로, 관세를 지렛대로, 금융 인프라를 강압으로, 공급망을 착취할 취약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캐나다와 같은 중견국들은 무력하지 않다...인권 존중, 지속 가능한 발전, 연대, 각 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라는 우리의 가치를 포괄하는 새 질서를 구축할 역량이 있다"면서 "중견국들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식탁에 앉지 않으면 메뉴로 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역설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9월 1일 중국 톈진의 메이장 컨벤션 및 전시 센터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 기구(SCO) 정상회의 2025를 앞두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환담을 하고 있다. 2025.9.1. 로이터 연합
 

"초강대국 미ㆍ중ㆍ러, 규칙 기반 질서 무시"
민주주의 중견국들의 '유라시아 블록" 제안

 

이에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외교정책 분석가인 맥스 부트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초강대국이 될 수 있는 세력을 소외시키고 있다'란 2일 자 워싱턴 포스트 칼럼에서 '중견국 연대'를 호소했던 카니의 다보스 연설을 언급하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공조한다면, 글로벌 균형을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동조하고 나섰다.

 

부트 연구원은 초강대국들이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무시하는 최근의 사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뿐 아니라, 트럼프 미 행정부의 그린란드 합병 위협과 유럽, 한국, 일본 등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에 대한 고율의 징벌적 관세 등을 들었다.

 

카니의 호소의 연장선에서 부트는 "강력한 중견국들의 집단적 잠재력은 거의 무한하다"며 동서양의 민주주의 중견국들이 참여하는 '유라시아 블록'을 제안했다. 그 대상으로 미국의 동맹인 나토 회원국들(유럽과 캐나다),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거대 민주주의 국가들인 호주, 일본, 뉴질랜드, 한국, 대만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관점엔 강력한 중첩이 있다. 이들 나라가 함께 행동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초강대국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부트가 보기에, 이 '유라시아 블록'의 잠재력은 엄청나다. 인구 약 9억 명, 국내총생산(GDP) 39.5조 달러, 국방비 8300억 달러, 병력 310만 명이다. 미국의 인구 3억3800만 명을 압도하고 GDP 31조 달러를 넘어서며, 국방비도 올해 미국의 8500억 달러에 육박한다. 중국의 경우 인구가 더 많지만 다른 모든 부분에서 뒤처져 있고, GDP는 유라시아 블록의 약 절반 수준이다. 러시아는 훨씬 더 뒤처져 있으며, GDP 2.5조 달러에 불과하다. 세계를 '삼분'하려는 미‧중‧러에 견주어 볼 때 잠재력 면에선 또 다른 초강대국의 체급을 갖출 수 있다는 얘기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 01. 20 [AFP=연합]
 

유라시아 블록, 잠재력서 미ㆍ중ㆍ러 능가
유일한 문제는 중견국들 간의 '단결 부족'

 

이는 어디까지나 잠재력이고, 실현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부트는 이런 방향으로 가는 데 중견국들을 가로막는 유일한 요인으로 '단결의 부족'을 꼽았다. 러시아, 중국, 미국은 모두 단일 국가인 데 비해,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는 32개국, 유럽연합(EU)은 27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유럽의 자원은 느슨하게 결집해 있을 뿐이며,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과 조율도 거의 없다.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 역시 미국과 동맹으로 연결돼 있지만 서로 간에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지정학적 현실이 곧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들 나라가 더 광범위한 협력 속에서 행동할 수 있도록 취할 작지만 실질적인 조치들이 있다"고 썼다.

 

'작지만 실질적인 조치들'과 관련해 그는 ▲ 영국의 EU 재가입 ▲ 정신적으로는 유럽의 일부인 캐나다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허용 ▲ 헝가리나 슬로바키아 같은 소국들의 의사 결정 방해를 막기 위한 '만장일치 폐지' ▲ 나토의 세계화 또는 아시아판 나토 창설로 이어질 유럽‧호주‧일본‧한국 간 새로운 '쿼드(4자)' 대화체 창설 ▲ EU의 '유럽군' 창설 노력 등을 제안했다. 현재 노르딕-발틱 8개국인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아이슬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노르웨이, 스웨덴이 추진 중인 '국방 통합' 작업이 그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봤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합병에 반대한 유럽 지도자들. 1월 6일 베를린에서 촬영.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총리,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이들은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의 북극 자치령 그린란드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한번 언급하자 덴마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들은 주권, 영토 보전, 그리고 국경 불가침은 "보편적인 원칙이며, 우리는 이를 수호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6.1.6. AFP 연합
 

서방국들, 대미 의존도 낮추고자 동분서주
경제무역 다변화, 자주국방 역량 구축 모색

 

관세와 군사 행동 등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의 제국주의 위협에 특히 동맹인 서방 국가들은 미국 아닌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 적극적으로 다변화를 시도하며 대미 의존도를 낮추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EU는 인도, 남미 5개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고, 캐나다는 다소 제한적이긴 하지만 중국, 카타르와 무역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합의는 캐나다에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트럼프의 위협을 불렀다.

 

부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EU 사이에 다리를 놓아 15억 인구의 새로운 무역 블록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 했던 카니 총리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간 무역 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훨씬 더 많다"고 했다.

 

국방 분야에서도 이들 유라시아 국가가 대미 의존 축소 차원에서 국방 역량을 확대하는 게 급선무라고 부트는 지적했다. 물론 트럼프의 압박 등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유럽의 국방비 지출은 지난 10년간 약 두 배로 늘어났으며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그는 "조만간 한 독일 기업은 미국 전체보다 더 많은 155mm 포탄을 연간 생산하게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3 연합
 

유럽의 한국산 무기 구매, 대미 의존 탈피?
"트럼프 위협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하다"

 

이 대목에서 부트는 유럽의 한국산 무기 구매 확대를 대미 의존 탈피 측면에서 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유럽은 선진적인 방위 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은 한국의 공장에도 크게 의지하고 있다"며 "폴란드는 한국산 탱크, 자주포, 전투기를 구매하고 있으며, 노르웨이는 1월 30일 한국 다연장 로켓포 구매에 20억 달러를 쓰기로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캐나다는 미국의 F-35 구매를 줄이고 스웨덴의 그리펜 전투기를 더 많이 구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노르웨이 국방물자청(NDMA)은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 경제협력 특사인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마르테 게르하르센 노르웨이 국방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다연장 로켓포인 한국산 천무 16문과 유도미사일, 종합군수지원 등을 포함하는 풀패키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움직임들을 두고 부트는 "트럼프의 위협을 고려하면,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산 무기 체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건 이해할 만하다"고 촌평했다. 물론 스텔스기, 장거리 미사일, 위성 정찰 등 동맹국들이 미국에 크게 뒤처지는 핵심 역량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핵무기이지만, 만일 미국이 동맹국들로부터 신뢰를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면, 더 많은 나라가 자체 핵 억제력 보유 쪽으로 나아갈 우려도 있다고 봤다.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열린 1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다연장 천무가 이동하고 있다. 2024.10.1 연합
 

유럽과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이 '각자의 길'을 간다면 미국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부트는 "미국 우선주의자들은 개의치 않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의 동맹국들이 무역과 안보 면에서 미국에 덜 의존하게 된다면, 그들을 마음대로 휘두르기 훨씬 어려워질 것이고 미국과 비즈니스를 할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다. 미국은 힘을 투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해외 기지들을 잃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적 영향력 축소와 해외 기지 상실의 대가를 치를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부트는 "만약 '강력한 중견국들'이 뭉칠 수 있다면, 그들은 미국의 지배 시대를 그리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아마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이유 기자 >

 

 

고성국 제명 요구 일주일 만에 배현진 윤리위 제소
한동훈 제명 관련 입장 표명했다고 문제 삼아
배현진 아동학대 논란으로 추가 제소될 수도

정성국도 "의원도 아닌데" 막말로 제소 검토해
원외 당협위원장, 정성국 제소 보류했지만…
당내 갈등 극한으로…출구 안 보이는 국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외통위 보임 인사를 하고 있다. 2026.1.28. 연합
 

친한동훈(친한)계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된 것으로 4일 전해졌다.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계기로 벌어진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벼랑 끝으로 가는 양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윤리위 제소를 두고 '친한계 찍어내기'라며,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형 극우 유튜버 입맛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배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 신청서를 접수했다. 서울시당 위원장인 배 의원이 한 전 대표 제명 결정과 배치되는 입장을 서울시당 전체 의사인 것처럼 외부에 인식하도록 했다는 이유다.

 

앞서 지난달 27일 배 의원을 포함한 서울시당 당협위원장 21인은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한 전 대표 제명 징계를 철회하라고 입장문을 낸 바 있다. 당시 당협위원장들은 "한 전 대표 제명 징계를 강행한다면 당의 심각한 분열 가운데 서울의 선거는 더 큰 고난에 직면할 것"이라며 "부디 애타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선거 당사자들을 헤아려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제소 신청서에는 서울시당 위원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표시하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도록 반복적으로 강요하는 건 예비후보에게 '보이지 않는 압박'이 될 거란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배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신을 비판한 누리꾼의 자녀 사진을 무단으로 게재해 당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앞서 배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니는 가만히 있어라"라고 댓글을 단 누리꾼에게 "내 페북와서 반말 큰 소리네" "자식 사진 걸어놓고 악플질"이라는 대댓글을 달았다. 배 의원은 대댓글에 해당 누리꾼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여자아이 사진을 걸어 '아동학대' 논란을 일으켰다.

 

제이티비시(JTBC)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은 배 의원을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와 개인정보보호법, 초상권 침해 혐의로 최근 경찰에 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 여부에 따라 배 의원에 대한 추가 제소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이 4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장동혁 대표의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고 있다. 2026.2.4. 연합
 

아울러 당권파 위주로 구성된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운영위원들은 친한계 정성국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도 검토했다.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 정 의원이 원외이자 당권파인 조광한 최고위원에게 "의원도 아닌 것이 감히"라고 막말을 했다는 이유다.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78인은 막말을 한 정 의원을 향해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오전까지 검토되던 정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는 보류됐다. 원외당협위원장 협의회는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정 의원 제소와 관련, "전체 명의로 (정 의원에게) 공개사과 요구 성명서 냈으므로, 정 의원의 인격을 믿고 기다려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현선 원외당협위원장 협의회장 직무대행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의원의) 사과를 촉구하고 하루도 안 된 시점에서 윤리위 제소를 논의하는 건 아니라는 게 중론이었다"고 밝혔다.

 

정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는 한 차례 미뤄졌지만, 원외당협위원장 협의회가 공개 사과 요구를 전제 조건으로 건 만큼 정 의원의 향후 행보에 따라 제소가 다시 이뤄질 수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제소 건으로 국민의힘이 대형 극우 유튜브의 입맛대로 당무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당원인 극우 성향 유튜버 고성국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배현진의 패륜적 페북질, 제명이 답이다'라는 영상을 올리고 "즉각 제명해야 된다. 한동훈이랑 똑같다. 문제되면 댓글 지우면 되는 줄 아냐"고 했다. 이후 일주일 만에 고 씨의 발언대로 제명까지 검토될 수 있는 윤리위 제소가 이뤄진 셈이다. 

 

고 씨는 이날도 '패륜적 막말, 정성국을 제명하라' 영상을 통해 "정성국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감히'라는 말을 쓴 것은 판단 부재, 정치적 경량화의 증거"라면서 "정성국은 당원 전체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한다"고 하기도 했다. 정 의원에 대한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공개 사과 요구 역시 고 씨의 주장대로 이뤄지는 듯한 모습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오른쪽). 2026.1.27. 연합
자료사진
 

이에 친한계 소장파에선 '극우 스피커' 역할을 하며 당권파를 지지하는 고 씨에 대해 일찌감치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한 전 대표를 제명한 데 대한 반격이기도 하다.

 

친한계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형동·고동진·박정훈·정성국·우재준·유용원·안상훈·김건·한지아·진종오 의원은 지난달 30일 고 씨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국민의힘 서울시당 윤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고성국은 본인의 유튜브를 통해 당의 정강과 기본정책 및 당론에 명백하게 어긋나는 언행 및 타인에 대해 모욕적·협박적 표현을 지속적·반복적으로 행했다"며 "철저히 조사해 당헌·당규에 따라 의율해 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고 씨가 국민의힘 당사에 전두환·윤석열 사진을 걸자고 주장한 데 대해 "현재 국민들, 특히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2024년 12월 3일 계엄선포행위와 그로 인해 촉발된 정치적 상황 때문에 차기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걱정이 많다"며 "이 시점에서 내란죄로 처벌받은 두 명의 전직 대통령(전두환·노태우)의 사진을 당사에 걸자는 주장은 당을 민심에서 이반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 김민주 기자 >

 

 

호주 서부 해안서 카약 타던 가족 전부 조난
큰아들이 구조 요청 맡아 4km가량 헤엄쳐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해안에서 조난했다가 큰아들 오스틴 애플비가 4시간이나 걸린 수영을 해서 구조요청으로 구조된 애플비 가족들. 왼쪽부터 남동생 보, 어머니 조앤, 여동생 그레이스, 그리고 오스틴. 오스틴은 오랜 수영으로 부상을 입었다. AP 연합
 

오스트레일리아 해안에서 조난된 가족을 위해 13살 소년이 4시간 동안 거친 파도를 헤치며 수영을 한 뒤, 구조를 요청해 어머니와 두 동생의 목숨을 구했다.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퍼스에 사는 오스틴 애플비(13)는 지난 30일 오전 어머니 조앤 애플비(47), 남동새 보(12), 여동생 그레이스(8)와 함께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의 퀸달럽 인근 바다에서 카약과 패들 보트를 타다가 조난당했다. 가족들은 거세진 바람과 파도에 떠밀려 해안에서 14㎞ 멀리까지 떠밀려 갔다.

 

오스틴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육지 쪽으로 가야 한다고 판단했고, 어머니 조앤도 오스틴에게 구조요청을 위해 혼자서 가라고 부탁했다. 구명조끼를 입고 공기주입식 카약을 탔던 오스틴은 거친 파도 속에서 물이 차오르며 전복 위험이 커지자 배를 버리고 수영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수영하는데 방해가 되자 구명조끼도 벗어 던졌다.

 

그는 “파도가 엄청나게 거세고 나는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며 “나는 그저 ‘계속 헤엄쳐, 계속 헤엄쳐’라고 생각하며 버텼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마침내 해안에 도착해 모래사장에 몸이 닿자 그대로 쓰러졌다”고 기억했다. 그는 수영하는 내내 긍정적인 생각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오스틴은 약 4시간 동안 4km가량을 헤엄쳐 오후 6시쯤 해안에 도착해 구조 요청을 하는 초인적 의지와 체력을 보였다. 오스틴이 구조를 요청한 뒤 약 2시간 반이 지난 오후 8시30분께 수색 헬기가 어머니와 두 동생을 발견했다. 세 사람은 퀸달럽에서 약 14km 떨어진 해상에서 10시간 동안 표류하고 있었다.

 

현지 경찰 제임스 브래들리 경감은 “13살 소년의 행동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다”며 “그의 결단력과 용기가 결국 어머니와 동생들의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어머니 조앤은 기자들에게 “아이들을 바다에 두고 혼자 도움을 구하러 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결국 큰 아이에게 ‘육지로 가서 도움을 요청해라, 일이 정말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해야 했다”며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결정 중 하나였다”고 털어놓았다. 조앤은 처음에는 아들이 무사히 해안에 도착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해가 지고도 소식이 들리지 않자 불안감이 커졌다고 회고했다. 조앤은 “우리는 계속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노래를 부르고 농담을 하면서 처음엔 마치 게임처럼 버텼다”며 “하지만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파도가 매우 거칠어지고, 파고도 점점 높아져 상황이 위태로워졌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는 “나에게 모든 것은 세 아이 모두 살아 돌아오는 것이었다”며 “그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구조될 당시 세 사람 모두 심하게 떨고 있었고, 남동생 보는 차가운 바닷물에 오래 노출돼 다리 감각을 잃은 상태였다.                                         < 정의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