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벨기에 왕 레오폴 2세의 흉상에 빨간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벨기에에서는 1885~1908년 중부 아프리카 민주콩고를 식민 지배하면서 원주민을 가혹하게 착취한 레오폴 2세의 동상을 없애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의 상처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싶다. 그 고통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로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벨기에 필리프 국왕은 아프리카 중부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DRC)의 펠릭스 치세케디 대통령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이날은 민주콩고가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지 꼭 60년째 되는 날로, 1885년부터 1960년까지 민주콩고를 식민 지배한 데 대해 완곡하게 사과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벨기에는 민주콩고를 가혹하게 침탈해,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의 원주민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민주콩고 독립 뒤 침묵의 전통을 지키던 벨기에 왕실은 왜 60년만에 식민 역사에 대한 사과에 나섰을까?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서 보듯이, 침략국 벨기에는 선택적 기억의도적 망각으로 역사를 조작했고, 이에 맞서 진실을 알리는 여러 폭로와 자성들이 100년 가까이 진행됐다.

치세케디 민주콩고 대통령은 민주콩고 역사상 벨기에로부터 받은 가장 훌륭한 서한이었다고 답했지만, 아직 벨기에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가 아니고, 국내외 여론에 떠밀려 유감을 표시하는 정도의 제한된 사과라는 한계가 있다.

벨기에 왕실 누리집 캡쳐. 벨기에 2대왕 레오폴 2세에 대해 노예제를 반대한 것처럼 묘사했다.

콩고인 214살 노아의 외침히틀러 동상이 베를린에 있다면

벨기에에서 최근 불붙은 식민역사 청산 움직임은 지난 5월 미국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비롯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계기가 됐다. 미국에서 시작된 인종차별 철폐 운동은 대서양 넘어 유럽으로 건너갔고, 벨기에에서는 식민 역사를 반성하자는 운동으로 이어졌다. 벨기에 시민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1800년대 후반 아프리카 중부를 식민지로 개척해 가혹하게 통치했던 벨기에 왕국의 두 번째 왕, 레오폴 2세의 동상을 없애고, 그의 이름을 딴 거리 이름도 없애자고 주장했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어두운 식민역사교육을 제대로 할 것도 요구했다.

콩고 출신 부모와 함께 벨기에 브뤼셀에 사는 14살 소년 노아도 이 운동의 영향을 받아 지난달 국제 온라인 청원 누리집 체인지에 레오폴 2세의 동상을 제거하자는 글을 올렸다. 레오폴 2세가 벨기에의 건축왕으로 추앙받는 현실을 문제 삼으며, “그는 대량학살의 왕이었으며, 누군가에게는 영웅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학살자였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마감된 청원에는 총 82679명이 참여했다. 목표치인 15만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필리프 왕의 사과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는데 일조했다. 노아는 이것은 내 선조들의 이야기고, 그들은 수없이 죽었다레오폴 2세 동상이 브뤼셀에 있는 것은 히틀러 동상이 베를린에 있는 것과 같다<CNN>에 말했다.

이런 여론에 떠밀려 벨기에 의회는 민주콩코 등 식민 역사를 조사하는 위원회를 꾸리기로 했고, 교육 당국은 벨기에 학생들에게 식민역사 교육을 하기로 했다.

벨기에는 19081960년 백인 남성과 식민지 흑인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 수천~수만 명을 강제로 가족에게 떼어내 보육원 등 시설에 수용했다. 벨기에는 혼혈 아동이 식민통치 원칙 중 하나인 인종분리 차별 정책을 약화한다고 여겼다. 벨기에 정부는 지난해 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사진은 지난달 29 언론 인터뷰를 위해 모인 콩고 출신 혼혈 여성들로, 자신들을 가족과 강제 분리한 데 대해 벨기에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기억과 망각 사이식민 통치로 아프리카 경제 발전 이뤘다는 벨기에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덩치 큰 국가들에 가려졌지만, 벨기에는 19세기 후반부터 100년 가까이 아프리카 중부에서 어느 제국주의 국가보다 잔혹하게 식민 통치를 했다. 특히 왕실 23, 정부 52년 등 도합 75년을 지배한 민주콩고에서는 잔혹한 통치로 수십만 혹은 수백만 콩고인의 목숨을 빼앗았다. 하지만 벨기에는 이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아프리카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줬다는 식의 주장만 되풀이해 왔다. 일본이 한국에 관해 주장하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지난해 초 벨기에의 인종차별 문제 등을 조사한 아프리카계에 대한 유엔 전문가 워킹그룹은 언론을 인용해 벨기에 고교 졸업생 중 4분의 1이 콩고가 벨기에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중등 교과 과정에 식민 통치 역사가 제대로 담겨있지 않고, 교육 내용도 교사 개개인의 관심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교과 과정도 식민 지배의 결과로 아프리카에 경제 발전이 이뤄졌다는 식민지 시대 선전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식민지 개척에 앞장선 레오폴 2세에 대해서도 사회 전체가 선택적인 기억만을 한다. 레오폴 2세는 콩고를 식민 통치해 번 돈으로 브뤼셀에 공원과 궁전 등 여러 건축물을 세웠는데, 후손들은 그를 건축왕이라 부르며 동상을 세우고 그의 이름을 따 거리의 이름을 짓고 있다. 그의 악행은 얘기하지 않은 채, 그가 한 선행만을 기리고 있다.

벨기에 왕실이 앞장 서서 이를 이끌었다. 벨기에 왕실 누리집을 보면, 레오폴 2세에 대해 “18907월 브뤼셀 국제회의에서, 노예무역에 반대하는 조약이 체결돼, 아프리카 노예제 반대의 기초가 됐다고 설명해, 그가 흑인 노예제를 반대하는 데 앞장선 것처럼 묘사했다. 19606월 민주콩고 독립 당시 벨기에 8대왕 보두앵 국왕은, 레오폴 2세에 대해 “‘정복자가 아닌 (문명을 전파한) ‘시빌라이저로 행동했다고 말했다. 레오폴 2세의 악행은 그가 사망하기 전인 1900년대 초 유럽 전역에 폭로돼, 1908년 그가 콩고에서 손을 떼게 되는 계기가 됐으나, 벨기에 왕실은 이를 외면한 채 계속 그를 추앙해 온 것이다.

이런 전통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필리프 국왕 동생인 로랑 왕자는 지난달 12일 레오폴 2세가 콩고에 가본 적도 없기 때문에잔학 행위에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브뤼셀 자유 대학 전 총장인 에르베 아스캥은 벨기에가 콩고에서 전파한 보건 제도와 사회기반 시설, 초등 교육 등을 열거하며 식민지화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벨기에를 조사한 한 유엔 워킹 그룹은 벨기에에 여전히 인종차별주의가 만연하다며 식민지화의 진정한 범위와 부당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998년 애덤 호크쉴드가 쓴 <레오폴드 왕의 유령>. 레오폴 2세의 가혹한 통치를 널리 알렸다.

100년 전 시작된 폭로들모여모여 사과로

1998년 미국 작가 애덤 호크쉴드의 책 <레오폴드 왕의 유령>이 출판되면서 벨기에의 식민 지배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일어났다. 레오폴 2세가 아프리카 중부에서 저지른 잔혹 행위가 100년 만에 적나라하게 폭로되면서 식민 지배에 대한 벨기에 사회의 내부 토론이 이뤄지고, 국제사회에서도 널리 환기됐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도 2003년 번역 출판됐다.

이보다 100년 앞선 1900년대 초에는 훗날 언론인과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영국인 에드먼드 모렐이 아프리카에 공익사업을 펼치는 인도주의 지도자레오폴 2세의 가면을 벗긴다. 당시 화물회사 직원이었던 모렐은 콩고에 드나드는 무역 기록 등을 토대로, 레오폴 2세가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아프리카 중부를 개척해 인도주를 전파한다고 선전하면서, 실상은 원주민을 착취해 상아와 고무 채취에 나서 이익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다. 그의 활동과 더불어, 당시 아프리카에서 활동한 여러 선교사들이 벨기에 군인에게 손이 잘린 원주민 사진을 공개하는 등 벨기에의 잔혹한 통치에 대해 폭로했다. 이런 노력이 모여, 레오폴 2세는 국제적 지탄을 받게 되고, 1908년 본인이 세운 콩고 자유국가에서 손을 떼게 된다.

이외에도 2001년 콩코 초대 총리이자 민족주의 지도자였던 패트리스 루뭄바의 1961년 암살에 대한 책 <루뭄바의 암살>이 출판되면서, 벨기에는 2002년 루뭄바 암살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루뭄바의 집권에 따라 콩고의 막대한 천연자원에 대한 벨기에의 지배력이 상실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또 벨기에 정부는 지난해 민주콩고 식민통치 시기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 수천 명을 부모로부터 납치해 분리·격리하고, 강제 입양시킨 과거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벨기에 식민통치를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인 인종 분리 차별정책에 따른 조처였다.

손이 잘린 콩고 자유국 원주민들. 레오폴 2세 식민 지배 당시 고무 수확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신체를 훼손하는 등의 학대가 이뤄졌다.

아프리카 중부 민주콩고에서 무슨 일이?

1865년 벨기에 2대 왕에 취임한 레오폴 2세는 야심가였다. 그는 당시 열강인 영국, 프랑스처럼 식민지를 건설해 자국의 부국강병을 이루길 원했다. 1885년 레오폴 2세는 아프리카 중부 지역 추장들로부터 땅 200여만를 빼앗아 콩고 자유국가로 이름 짓고, 스스로 왕이 됐다. 벨기에 의회가 식민지 경영에 반대해, 국가 차원의 점령이 아닌 레오폴 2세의 사적인 점령이 이뤄진 것이다.

당시 전 세계적인 고무 붐이 일면서 원주민들은 가혹한 수탈에 내몰렸다. 할당량을 채취하지 못할 경우 레오폴 2세가 보낸 군인들에 의해 손목이 잘렸고, 노동을 견디지 못한 채 도망가면 가족들이 살해됐다. 이런 가혹한 식민통치는 알려지지 않다가, 1900년 초반 영국 언론인과 그곳에 다녀온 선교사들의 고발로 알려졌다. 특히 손이 잘린 채 망연자실한 듯 눈을 뜨고 있는 원주민 사진 등이 공개되면서 잔학한 통치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레오폴 2세는 잔혹 행위가 드러나 국제적 비난을 사자 1908년 사유지였던 콩고 소유권을 벨기에 정부에 넘겼다. 당시 인구에 대한 구체적 통계가 없고, 증거가 인멸돼 정확한 사망자 수를 알 수 없다. 일부 역사가들은 레오폴 2세의 20여년 통치 기간에 희생된 콩고인을 최대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지만, 당시 아프리카 인구에 비춰 수십만명 선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벨기에의 식민 지배를 받은 민주콩고와 르완다, 브룬디는 훗날 내전을 치르거나 잦은 쿠데타 등 정치불안에 시달린다. 분쟁의 씨앗은 벨기에에 의해 뿌려졌다. 벨기에는 식민화 전 인위적인 국경을 그어 종족간 갈등을 만들었고, 식민 지배 때는 철저한 종족 차별정책으로 갈등을 심화했다. 르완다에서는 1994100만에 가까운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났고, 민주콩고는 2차례 내전을 겪었다. < 최현준 기자 >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중앙침례교회에서 팔달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건물 주변 방역을 하고 있다. 앞서 수원중앙침례교회에서는 신도 2명과 이들의 가족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8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개신교회의 정식 예배 외 소모임과 각종 행사를 전면 금지한데 대해 개신교계가 크게 반발했다.

개신교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이날 정총리는 한국교회를 코로나19 가해자로 인식하는가라는 성명서를 내어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은 이번 조치를 즉시 철회하고, 자발적인 방역지침 준수 방안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교총은 중대본은 현재의 방역단계에서 모임이 문제가 아니라, 참여자의 방역지침 준수 여부임을 간과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단체는 중대본의 교회 내 소모임 금지 및 단체식사 금지 의무화 조치는 그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교회의 노력에 반하는 것으로서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미 한교총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공동으로 교회 내 소모임과 여름 교육행사 자제를 강력하게 권고한 상황에서 중대본의 이번 발표는 지극히 관료적 발상의 면피용 조치로 심히 유감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정부의 교회 정규 예배 이외 행사 금지를 취소해주세요라는 청원에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56천명이 동의했다.

기독교계의 이런 반발 움직임과 달리 가톨릭계는 정부의 조처에 화답했다. 한국가톨릭주교회의 소속 대전교구와 의정부교구는 이날 즉각 성직자와 교구민들에게 문서를 띄워 교구 각 본당에서 이뤄지는 모든 소모임과 행사를 별도의 교구 지침이 있을 때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 교구들은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가 어려운 식사 자리가 더 위험하듯이 신부들은 미사 외에 불필요한 모임과 식사 등은 가급적 자제하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 조현 기자 >


 한국성결교회 연합회 한기채 대표회장 목회자 윤리규정 추진

           

서울 종로6가 중앙성결교회의 담임 한기채 목사(62)가 지난 1일 한국성결교회연합회 대표회장으로 취임했다. 한 목사는 기독교윤리학자 출신답게 취임 일성으로 목회자 윤리규정을 제정하고, 사회책임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교회에서 예수는 좋은데, 교회는 싫다. 목사는 더 싫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니 믿음의 생활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목사는 또 한국교회가 회개해야 할 7가지 죄악을 발표했다. ‘1. 영적 힘의 남용, 2. 공적인 것을 사유화하는 짓, 3. 친목 과다 신드롬, 4. 걸핏하면 법정다툼으로 가는 것, 5. 한국교회 부흥의 공을 개인이 가로채는 것, 6. 대사회적 책임의 방기, 7. 무례한 기독교’. 8일 한 목사를 만나 이런 주장을 하고 나선 이유를 들어봤다.

한국교회는 세계 기독교사에 없는 놀라운 부흥을 이뤄냈다. 선교사도 많이 파송해 다른 나라로부터 경이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교회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자 황금알이 탐나 거위를 잡아버리고 있는 건 아닌가. 목회자들이 신자들을 교회 부흥을 위한 도구로 생각했다면 회개해야 한다. 목회직이 성직자의 생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 목사는 전주의 미션스쿨인 신흥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성결교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성결교단은 한국교회의 주류인 장로교나 감리교와 달리 1907년 일본 유학을 다녀온 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한국의 자생교단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교단 본부가 미국 등에 있는 것과 달리 성결교단 본부는 한국이다. 한국에는 3천여개의 교회에 50만여명의 신자가 있다.

한 목사는 전북 진안에서 태어났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같은 마을의 형이라고 한다. 그러나 친여만은 아니다. 중앙성결교회가 자리한 종로에서 출마한 이낙연 의원이 당선 인사차 교회에 찾아왔을 때 그는 힘의 양이 아니라 힘의 질이 감동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또 더불어민주당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입법을 반대한다는 뜻도 전했다고 했다. 그 역시 변화 없는 목회자의 모습을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성결교단은 보수개신교연합체인 한기총을 오래 전에 탈퇴했다. 그런데도 전광훈 목사 등이 여전히 한기총 소속인 듯 공표하자 설결교단은 총회에서 한기총 탈퇴를 재차 선언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교인들이 사회참여를 할 수 있지만 목사가 나서서 그런 방식의 정치적 투쟁을 하는 것은 합당하지 못하다보수와 진보까지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을 지녀 건강한 보수와 건강한 진보가 함께 가야 하는데, 한국기독교를 한 쪽으로만 규정하는 것은 건강하지 못 하다고 전 목사를 비판했다.

한 목사는 미국 밴더빌트대학에서 기독교윤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엘 고어 미국 전 부통령과 같은 교수 아래에서 동문수학했다고 한다. 1996년부터 서울신학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로 활동한 그는 김중기 전 연세대 부총장과 함께 초교파인 새사람교회에서 공동 목회를 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했다.

성결교단이 개신교의 주류교단이 아니고, 그의 교단 총회장 임기도 1년뿐이다. 따라서 그의 주장이 얼마나 파급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는 목회자 윤리규정‘7가지 죄악을 유튜브로 배포하고, 책으로도 내 계속 확산시킬 계획이다.

그는 일회성 발표보다 끊임없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본다. 교회의 갈등을 법정 소송으로 가져가는 관행에서 벗어나 기독교적 해결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기독교화해중재원에서 그는 이전부터 이사로 활동해왔다. 또 세월호 참사 이후 생명을 살리기 위해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해가자며 교회에서 한 달에 한 건의 실천을 하고 있다.

첫 달은 음식 남기지 않기로 시작해 그다음 달은 다 함께 돌자 동네 한 바퀴로 담배꽁초와 휴지를 줍고, 그다음엔 교회에 대중교통이나 도보로만 오기등을 실천했다.”

그래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우리가 변화할 기회라고 그는 생각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한 이후 교단 내 미자립교회 1200곳에 100만원씩을 지원한 한 목사는 코로나19 사태는 그 동안 사회적인 책임을 감당 못하고 더불어 살아가지 못하고, 자연 생태계를 돌보지 못한 것을 성찰하고, 우리가 살아온 방식을 돌아보라는 메시지라며 강제적인 안식이 주어진 만큼 너무 조급해하기보다는 잠시 멈춰 기존의 목회자 중심, 교회 중심 신앙을 가족과 일터와 실천의 신앙으로 바꿔가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크리스천이 타 종교에 폭력적으로 행동한 것과 관련해 자신이 따르는 진리를 확신하는 것은 좋지만 자기의 믿음이 소중하면 다른 사람 믿음도 소중하게 대해줘야 한다대화나 협력이 종교 간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조현 기자 >

 


"오전 중앙지검에 통보총장 수사지휘권 박탈로 지휘권 상실 상태"

추미애 "만시지탄이지만 국민 바람 부합수사본부 건의 요청 없었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검찰총장이 지휘하지 말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를 사실상 전면 수용했다.

추 장관은 "만시지탄"이라면서도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대검찰청은 9"채널A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자체적으로 수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형성적 처분이란 처분하는 것만으로 다른 부수적인 절차 없이 효력이 발생하는 법률 행위를 뜻한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로 윤 총장이 '검언유착' 사건을 지휘할 수 없는 상태인 만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앞으로 독립적으로 수사를 하게 된다는 뜻이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한 수용 여부를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이미 발효 중'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추 장관의 지휘를 사실상 수용한 셈이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일주일만에 나온 윤 총장의 최종 입장이다.

대검은 이날 오전 이런 사실을 서울중앙지검에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이제라도 장관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대검은 이날 사실상의 지휘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도 전날 제시한 절충안은 '법무부가 제안하고 공개를 건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검은 "장관의 지휘권 발동 이후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 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받고 이를 전폭 수용했고 어제 법무부로부터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먼저 독립수사본부 구성안을 제안하고 공개를 요청했음에도 법무부의 수장인 추 장관이 이를 즉각 거부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이를 곧장 반박했다. "대검 측으로부터 서울고검장을 팀장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법무부 실무진이 검토했으나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다""독립수사본부 설치에 대한 언급이나 이를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대검 측에 한 사실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검은 또 "검찰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 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는 사례를 언급하며 추 장관의 수사 지휘가 부당하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오히려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쪽은 윤 총장'이라는 취지의 주장으로 맞섰다.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에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총장이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국정원 사건' 언급? 깨달았다면 수사 독립 훼손 말아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 수용에 대해 "이제라도 장관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추 장관은 자신이 정한 답변 기한인 이날 오전 10시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배포해 "만시지탄"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추 장관은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에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고 총장이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수사지휘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검찰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법무부는 독립수사본부를 먼저 대검에 제안했고 공개 건의를 요청했다는 대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대검 측으로부터 서울고검장을 팀장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법무부 실무진이 검토했으나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다""독립수사본부 설치에 대한 언급이나 이를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대검 측에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추 법무 지휘 뒤집기 좌절에 피해자코스프레

 ‘국정원 댓글 수사때 비유 정권 부당함 맞선 피해자로 포장

  측근 의혹 감싸다 갈등 번진 점 외면, 법무부 수사 공정하게

  검사장 회의 열며 저항해놓곤 앞뒤 안 맞는 주장 사실 호도

대검은 9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한다고 밝힌 입장문에 윤 총장이 2013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수사팀장에서 물러났던 일을 언급했다. 당시 윤 총장이 박근혜 정권을 겨냥하다 직무배제를 당한 것처럼 지금도 정권과 맞서다 부당하게 ·언 유착의혹 수사에서 손을 떼게 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곧바로 반박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에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고 총장이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했던 당시 검찰 수뇌부처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윤 총장은 이번 사건에서 자신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비호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무리하게 수사에 개입했다. 언론이 처음 의혹을 제기했을 때 대검 감찰부의 진상조사를 막고 인권부에 배당하고, 수사가 시작된 뒤에는 수사지휘에서 손을 떼겠다고 해놓고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하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

윤 총장의 이런 행동은 이번 사건이 범여권 인사들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고 의심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이번 사건이 불거졌고 당시 열린민주당 최강욱 비례후보 등이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발탁한 황희석 전 법무부 검찰개혁추진단장이 이 사건 제보자 지아무개씨의 변호인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갖게 된 의심이다. 특히 조국 수사 이후 문재인 정부와 완전히 척을 지게 되고 사퇴 압박까지 받게 되면서 한 검사장이 연루된 이번 사건의 표적이 결국엔 자신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참여정부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등 이 정부 사람이라는 의심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총장이 지난 3일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한 것도 구설에 올랐다. 검사장들의 입을 통해 독립적인 특임검사를 도입해야 하며 검찰총장 지휘감독 배제 부분은 사실상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므로 위법 또는 부당하다는 메시지를 외부에 공개하면서 여론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검사장 회의 소집은 대검이 이날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총장의 지휘권은 이미 상실된 상태(형성적 처분)가 됐다는 주장과도 상충된다. 대검의 설명대로라면 지난 2일 추 장관의 지시가 내려졌을 때 이미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은 박탈되고 상황이 종료된 건데, 그런데도 검사장들을 소집한 것은 세를 과시하려는 의도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고 일주일 동안 침묵을 지킨 건 뭐냐. 일주일 동안 형성 상태인지 아닌지를 검토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200510월 김종빈 검찰총장은 천정배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퇴했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구속수사하겠다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뜻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도 사퇴의 이유였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측근이 연루된 사건 수사를 회피하지 않고 개입한 윤 총장 개인에 대한 추 장관의 수사지휘였다. 15년 전보다 총장의 직접적 책임이 크지만 윤 총장은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 김태규 기자 >

검찰총장 형평 잃은 수사지휘 민주적 통제했다

법무부 만시지탄공정성 회복측근 감싼 검찰총장 권력 제동

·언 유착의혹 수사 지휘를 둘러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은 9일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시에 결국 이의를 달지 않으면서 파국은 피했다. 검사장들은 총장의 수사지휘권 자체를 박탈한 것은 위법·부당하다며 반발했지만, 총장이 검찰청법에 명시된 장관의 지휘권을 거부할 명분은 없었다. 권한이 집중된 총장의 수사지휘가 형평을 잃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이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작동했다.

대검찰청은 9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결과적으로 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됐고, 이러한 사실을 중앙지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결과적으로 장관 처분에 따라 이 같은 상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중앙지검이 책임지고 자체 수사하게 된 상황이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라 ·언 유착사건에 대한 윤 총장의 지휘권이 이미 상실됐으니 서울중앙지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만시지탄이나 이제라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수사지휘권 파동은 윤 총장의 측근 감싸기에서 촉발됐다.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에서 스스로 지휘를 회피했다가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결정으로 수사에 개입하면서 비판을 자초한 것이다. 이번 사례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가 형평을 잃었을 때 법무부가 이를 교정하는 차원에서 개입한 사례라고 보는 이유다.

동시에 이번 수사지휘가 남긴 생채기가 작지 않다. 추 장관과 대검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서울중앙지검장의 주례보고가 서면보고로 대체되는 등 검찰 지휘체계에 당분간 회복이 어려워 보이는 균열이 났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절제해서 행사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수사에 간섭하는 형태가 되니까 이른바 문민통제도 가급적 안 하는 게 좋지만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을 없앨 수도 없다검찰총장의 마음에 따라서 조직이 이상하게 갈 우려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 한해서 최소한의 수사지휘를 공개적으로 검증이 가능한 형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임재우 기자 >

[사설] 장관 지휘권 관철, ‘검찰 민주적 통제전례 남겼다

·언 유착사건 수사팀에 독립성을 보장하고 검찰총장은 손을 떼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일주일 만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휘 내용을 이행함으로써 법무부-대검찰청 갈등 상황이 갈무리됐다. 수사지휘권 발동 뒤 윤 총장이 닷새 동안이나 이행을 미루다 새로운 수사본부 구성 방안을 건의하는 등 장관 지시를 회피하려 했지만 추 장관이 뜻을 굽히지 않자 결국 전면 수용한 것이다. 검찰 내 일부 저항 움직임이 있었지만, 장관의 정당한 수사지휘가 총장 사퇴 등 불미스러운 사태 없이 관철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번 수사지휘는 윤 총장의 측근 감싸기행보에서 비롯된 만큼 불필요하게 시간을 끌 것 없이 따르는 게 옳았다. 검찰 사무를 총괄하는 검찰총장이 측근 관련 사건과 거리를 두지 않고 오히려 수사를 방해한다는 의심을 부를 행보를 계속할 때 이를 제지할 법적 권한은 법무부 장관밖에는 갖고 있지 않다. ‘장관의 지휘 내용이 위법·부당하다는 일부 검사들의 주장은 검찰권 행사에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다. 검찰의 독립성은 사심 없고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전제로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과 수용은 검찰권의 오남용을 민주적 통제를 통해 바로잡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 법무부와 검찰 모두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본연의 직무를 충실히 하는 데 힘써야 한다. 윤 총장이 건의한 수사본부 설치 방안을 두고 대검과 법무부가 상대방의 제안이었다고 사후 논쟁을 벌인 것도 부적절하다. 상황이 마무리된 마당에 사안의 곁가지일 뿐이다.

언론에 배포되지 않은 법무부의 알림 문자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에스엔에스에 노출돼 논란을 일으킨 건 유감이다. 법무부는 실무진이 언론에 공개된 내용으로 착각해 주변에 전파했다고 해명했고, 최 대표는 이미 다른 사람의 에스엔에스에 올라온 글을 복사한 것이라고 했다.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법무부의 기강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의 신뢰성을 훼손한 행위인 만큼 문책이 따라야 할 문제다. 최 대표도 스스로 강조하는 검찰개혁의 대의가 손상되지 않도록 더 진중하게 처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검·언 유착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는 것이다. 독립성을 부여받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또다른 공정성 시비가 일지 않도록 모범적인 수사로 답하기 바란다.

장관의 포괄적 검찰지휘권 공식화검찰개혁 속도 내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극한 대립은 정치 사회적 갈등을 불러왔지만, 장관의 포괄적인 검찰 지휘권을 공론화했다는 평가도 있다.

공식적으로 거의 행사되지 못한 장관의 검찰 수사지휘권이 어디까지 행사될 수 있고 어떤 우려가 있는지 갑론을박을 통해 대중에게 충분히 알려졌다는 것이다.

윤 총장의 사실상 백기 투항으로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검찰 견제 차원에서 언제든, 또 공개적으로 발동될 수 있는 선례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장관 수사지휘 적법한가일주일간 법적 근거·이론 총출동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장관 수사지휘권과 관련한 다양한 법리 해석과 견해들이 총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일 추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대한 윤 총장의 지휘를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장관의 지휘가 위법이라는 주장이 쏟아졌다.

검찰총장이 수사 결과만 보고받도록 한 추 장관의 지시가 검찰청법 12조가 명시한 '검찰총장의 검찰청 공무원 지휘·감독권'을 박탈했다는 주장이었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지를 두고도 찬반 의견이 이어졌다. 검찰청법 제7조 제2항에 따라 이의제기가 가능하다는 주장과 이는 검사들에게만 적용되는 규정이라는 주장이 엇갈렸다.

법무부는 검찰공무원 행동강령을 내세워 최측근이 수사 대상이면 검찰총장이라도 스스로 지휘를 회피해야 한다고 역공에 나섰다. 검찰청법이 명시한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지휘 배제'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권한으로 해석해야 한다고도 했다.

검찰, 장관의 포괄적 수사지휘 인정한 셈총장 지휘 배제 용인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 입장은 이날 "검찰총장의 지휘권은 이미 상실 상태"라는 대검 측의 입장 발표로 다소 허무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장관의 수사지휘는 처분만으로 효력을 발하는 '형성적 처분'이기 때문에 장관 지시대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자체 수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장관 수사지휘에 대한) 수용·불수용 차원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전날까지 이어진 장관 수사지휘의 위법성에 대한 논쟁과 무관하게 추 장관의 수사지휘는 발동과 동시에 이미 효력을 발했다는 뜻이다. 결국 이는 추 장관 수사지휘의 법적 효력을 무력화할만한 위법성은 없었다는 사실을 검찰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대검이 추 장관의 포괄적 수사지휘에 대한 위법성 문제 제기를 사실상 철회하면서 앞으로 탈검찰화를 추진하는 법무부의 검찰 견제가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와 여권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의 고삐를 더 세게 쥘 수도 있다.

최측근이 연루된 사건 수사 과정에 윤 총장이 강행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이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불러 검찰의 협상력을 낮추는 자충수가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체면 구긴 윤석열 '자가 보호?' 검찰수장 리더쉽 타격 불가피

대검의 이날 입장 발표가 사실상 비검사 출신인 추 장관에 대한 윤 총장의 백기투항으로 해석되면서 앞으로 검찰 수장으로서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추 장관 지휘의 위법성을 부각하기 위해 소집한 지난 3일 고검장·지검장 회의가 윤 총장의 입지를 좁히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본인의 입장 대신 회의 내용을 '검사장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내세워 추 장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결국에는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사태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언제든 또 발동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이어져 검찰 내부를 결속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당장 여권 인사 등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옵티머스 환매중단 사태와 같은 권력형 게이트 의혹 사건에 수사력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윤 총장이 추미애 장관에게 굴복한 것은 자신의 부인과 장모 등의 불법 연루 의혹이 심화되는 와중의 사퇴가 자칫 일가 수사에 불을 당겨 화를 부를 경우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으로 일단은 직을 유지하겠다는 판단으로도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추후 여론의 향배 등이 주목된다. 

 검언유착 수사 갈등에이재용 기소여부 결론 표류

·언 유착의혹 수사를 두고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에 불거진 갈등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불법승계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를 둘러싼 검찰의 판단도 표류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8서울중앙지검장 주례보고는 서면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매주 수요일 총장 집무실에서 만나 주요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하는데 지난주에 이어 2회 연속 대면보고가 불발된 것이다. 이번 서면보고도 윤 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산적한 현안에도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2주 동안 대면하지 않는 배경에는 검·언 유착 의혹 수사를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3일 이 부회장이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며 수사팀의 허를 찔렀을 때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은 뜻을 모아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지난달 26일 검찰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 등에 대한 불기소와 수사 중단을 권고하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어도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이유다. 그러나 그 뒤 검·언 유착 의혹 수사를 둘러싼 검찰 내부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결론은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이 부회장과 삼성을 옹호했던 교수가 수사심의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불공정 심의의 민낯까지 드러났지만, 수사심의위 권고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면서 기사와 칼럼을 통해 이 부회장을 불기소하라는 일부 매체들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참모가 대거 물갈이된 인사에서부터 누적된 갈등이 대검 업무 체계를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사건의 경우 전국의 반부패부 수사를 관할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검찰총장에게 경과를 보고하고 조언하는 절차도 중요하다. 하지만 올해 1월 윤 총장 측근을 솎아낸 검사장 인사에서 한동훈 검사장의 후임으로 부임한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이 윤 총장과 껄끄러운 관계에 놓이면서 수사 현안을 긴밀하게 논의하는 자리 자체가 드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의 주례 대면회의도 연달아 무산되면서 삼성 수사 지휘체계가 작동을 멈춘 것이다. ·언 유착 의혹 수사의 불똥을 맞은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수사팀은 현재 최종 기소 범위 정도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사회는 검찰을 향해 싸울 때 싸우더라도 할 일은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언 유착 의혹 수사를 놓고 갈등하더라도 이와는 별개로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경제민주주의21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승계 사건 수사 결과와 상관없는 검찰 내부 갈등을 이유로 경제정의 구현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임재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