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백신 모두 전달체(벡터) 방식, 화이자·모더나 mRNA 백신과 달라

FDA “가능성 있지만 확인 안돼”  두 백신, 혈전 사망자 규모 큰 차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미 존슨앤드존슨(J&S) 자회사 얀센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혈전(혈액 응고) 부작용 우려를 제기하면서 각국이 접종을 멈추고 도입을 미루고 있다. 이 백신은 혈전과 관련해 ‘드문’ 부작용이 확인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같은 바이러스 전달체(벡터) 방식이며, 현재까지 발생한 사망자 규모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미치지 않는다.

 

미 FDA “드물지만 심각한 혈전”…각국 접종·도입 멈춰

 

13일 <뉴욕 타임스> 보도 등을 보면, 이날 미 식품의약국은 얀센 백신 접종자 중 ‘드물지만 심각한’ 형태의 혈전 사례 6건을 근거로 이 백신의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얀센은 현재 전 세계에서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만 접종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초부터 얀센 백신 접종에 들어갔으며, 접종자 약 700만명 가운데 6명에게서 혈전 사례가 발견됐다. 이들은 모두 18~48살의 여성이었고 6~13일 이후 증세가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 상태다.

 

미국은 14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외부 자문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얀센 백신의 부작용 사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때까지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모든 접종 센터에서 이 백신 투여를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미국 내 최소 35개주가 당국의 권고 직후 얀센 백신의 접종을 중단했다. 하워드 주커 뉴욕주 보건국장은 주내 얀센 백신의 접종을 “즉시” 중단시켰다며 기존 예약자들에게는 화이자 백신을 투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이날 미 식품의약국 권고 뒤 얀센 백신 접종을 중지했다. 남아공은 지금까지 2만8900여명의 의료 종사자가 얀센 백신을 맞았고, 혈전 발생 보고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얀센 백신 도입을 검토하는 유럽은 이를 늦추기로 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이날 성명을 내어 “유럽 보건당국과 이 사례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유럽에서 우리 백신의 출시를 선제적으로 연기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얀센 백신 사용을 승인한 캐나다도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얀센·AZ, 같은 벡터 방식…면역 반응과 연관될 가능성

 

얀센 백신은 현재까지 개발이 완료된 백신 가운데 유일하게 1번만 맞으면 돼,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같이 일반적인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매개체)로 이용한 방식이다. 이에 반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경우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으로, 실제 바이러스(항원)가 아닌 소량의 유전자(mRNA)를 주입해 항원을 만든다.

 

피터 마크스 미 식품의약국 바이오로직스 평가 및 연구센터 소장은 이날 “얀센 백신에서 보고 있는 것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서 봤던 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윌 코넬 메디신의 면역학자 존 무어도 “얀센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 우려가 매개체(아데노바이러스) 성분에 의한 면역 반응과 연관될 수 있다는 것은 타당하지만 아직 입증되지는 않았다”며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 식품의약국은 구체적인 연관 관계를 찾기 위해 두 회사의 백신을 포함해 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한 여러 백신의 임상 실험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방침이다.

 

얀센, 미국서 700만명 중 1명 사망…AZ, 유럽서 3400만명 중 19명 사망

 

현재까지 드러난 바를 보면, 얀센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혈전 발생 확률은 차이가 있다. 얀센의 경우 접종자 700만명 가운데 6명에게서 혈전 현상이 발견됐고 1명이 사망했다. 110만명 중 1명꼴로 발생하고 700만명 중 1명이 숨진 셈이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영국에서 2천만명이 접종해 79명이 희귀 혈전을 겪었고 19명이 사망했다. 25만명 중 1명 꼴로 발생해, 100만명 중 1명꼴로 사망한 것이다.

 

유럽연합에서는 더 적다. 유럽의약품청(EMA) 조사를 보면 지난 4일까지 유럽경제지역(EEA)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3400만 회분 접종했고, 뇌정맥동혈전증 사례 169건, 내장정맥혈전증 사례 53건이 보고됐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19명이다. 15만명 중 1명 꼴로 혈전이 발생했고, 180만명 중 1명꼴로 숨졌다. 최현준 기자

고위관계자, 언론인터뷰… 지난달에는 “관련 없다”

이후 유럽의약품청 대변인 “아직 결론 안나” 부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 고위 관계자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과 혈전(혈액 응고)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유럽의약품청은 이 백신과 혈전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었다.

6일(현지시각) 유럽의약품청의 백신 전략 담당자인 마르코 카발레리는 이탈리아 일간 <일 메사제로>와 한 인터뷰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매우 드물게 보고된 특이 혈전증과의 인과 관계가 없다고 말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내 의견으로는 (이 증상이) 백신과 관련이 있다는 게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는 “몇 시간 안에 우리가 그 연관성을 얘기할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신과 혈전 현상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연관성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에서 백신 평가·승인을 담당하는 기관의 고위 관계자가 이 백신과 혈전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유럽의약품청은 여러 나라가 혈전 부작용 우려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잠시 중단하자, 자체 검토를 거쳐 지난달 18일 “백신과 혈전 사이에 전반적으로 연관성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때도 유럽의약품청은 “혈소판 감소와 관련한 매우 드문 혈전 현상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고 밝혔었다. 이 백신과 혈전 사례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하지만 유럽의약품청 쪽은 이 인터뷰가 나오고 얼마 뒤 혈전 사례에 대한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럽의약품청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에 유럽의약품청 안전성위원회는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오는 7일 혹은 8일에 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을 옹호하던 영국도 최근 혈전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30살 이하 젊은층에게 이 백신의 접종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준 기자


AZ백신 - 희귀혈전 인과성 재논의 …영국은 30살 이하 접종 제한 검토

100만명 중 87%가량 아스트라 접종 “EMA총회 뒤 인과관계 추가 검토”

 

접종센터에서 한 접종 대상자가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1차 접종한 사람이 6일 100만명을 넘었다. 주요한 초기 접종 대상자였던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는 접종 대상자 가운데 66.1%(46만4456명)가 1차 접종을 마쳤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87%를 차지하는 가운데,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뒤 젊은층에서 희귀 혈전이 발견되는 비율이 높아지며 접종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유럽의약품청(EMA)의 6∼9일 총회 뒤 아스트라제네카와 희귀 혈전 간 인과관계를 추가 검토할 예정이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김 반장은 “2차 접종은 2만7천여명을 끝낸 상황”이라며 “이른 시간 안에 더 많은 분이 접종을 받을 수 있게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0시 기준 1차 접종자는 누적 99만9870명이었다. 87만724명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고, 12만9146명은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현재까지 예방접종은 주로 요양병원·시설 종사자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이뤄졌다. 요양병원은 전체 접종 대상자 42만333명 가운데 30만8703명에게 접종돼 73.4%(접종 동의자 중에선 90.7%)가 1차 접종을 마쳤다. 요양시설은 28만2120명 가운데 15만5753명이 접종해 접종률이 55.2%(접종 동의자 중에선 65.9%)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선 34만725명의 종사자가 접종해 접종률이 81.9%(접종 동의자 중에선 91.6%)에 이른다. 이들에겐 모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접종됐다.

지난 1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75살 이상 일반인 고령층은 접종 대상자 348만6천여명 가운데 5만3548명이 접종해 접종률은 1.5%(2.1%)에 그친다. 화이자 백신은 집 주변 의료기관이나 보건소가 아닌 별도의 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해 접종해야 하는 만큼 빠른 속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추진단은 이날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는 지역예방접종센터를 8일부터 22곳 추가로 열어 중앙권역센터를 포함해 모두 71곳으로 확대했다”며 “4월 말까지 모든 시·군·구에 한 곳 이상의 지역예방접종센터를 개소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희귀 혈전 상황 등 중대 변수 여전

정부는 상반기 중 1200만명에게 1차 접종을 마칠 계획이다. 최근 확보한 백신 물량을 최대한 많은 인원에게 1차 접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따라 2분기 접종 대상 그룹 대부분은 늦어도 5월부터 1차 접종이 시작된다. 이를 위한 백신 물량은 현재까지 아스트라제네카 200만6천회분, 화이자 136만7천회분이 들어왔고, 아스트라제네카 866만8천회분과 화이자 604만7천회분이 순차적으로 2분기 중 들어온다. 2분기 중으로 예고됐던 모더나, 얀센, 노바백스 백신의 구체적인 도입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물량들이 차질 없이 들어오면 1808만8천회분 물량이 확보돼, 2분기 안에 계획된 1차 접종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차 접종자들에 대한 2차 접종과 3분기에 시작될 1차 접종이 안정적으로 시작될 수 있을지 등은 아직 안갯속에 있다.

유럽에서 주로 논란이 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뇌정맥동혈전증(CVST) 등 희귀 혈전과 관련성 여부도 중대 변수다. 유럽의약품청(EMA)은 ‘백신 접종의 이익이 부작용에 대한 위험보다 크기 때문에 접종을 계속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6∼9일(현지시각) 총회를 열어 관련성을 한번 더 검토할 예정이다. <로이터> 등은 지난 5일 영국 <채널4> 뉴스를 인용해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 안에서도 희귀 혈전 발생 우려를 이유로 30살 이하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제한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은희 추진단 접종후관리반장은 이날 “질병관리청은 이 결과(유럽의약품청 총회 결과)에 근거해 코로나19 백신 관련 전문가, 혈전 관련 전문자문단,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를 거쳐서 (접종 방침을) 다시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중단” 논란 전말과 전문가들 견해

 

 

논란이 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AZ)의 COVID-19 백신에 대해 지난 주 전 세계 이목은 미국에 쏠렸다. 미국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을 감독하는 기관의 요구에 따라, AZ는 백신의 예방률에 대한 최근 수치를 약간(79 → 76%) 하향조정 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대서양 건너편에서는 AZ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 연구팀이 30명 이상의 접종자에게서 보고된 이례적인 뇌졸중 및 혈액응고장애의 메커니즘을 제시해서다.

지난 3월 초 15명 이상의 죽음을 초래한 증상에 대한 최초 보고서가 발표되자 많은 EU 가입국들은 AZ 백신의 사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했었다. 그러나 3월18일 유럽의약청(EMA)이 "백신의 이익이 모든 위험을 상회한다"라고 밝히며 백신접종 재개를 권고함에 따라, 대부분의 나라들은 백신접종을 재개했다.

그런데 독일의 혈액응고 전문가인 그라이프스발트 대학교(Universität Greifswald)의 안드레아스 그라이나허는 "매우 드문 증후군—간혹 출혈을 동반하는, 광범위한 핏덩이와 낮은 혈소판수—이 혈전용해제인 헤파린(heparin)의 드문 부작용인 「헤파린 유도 혈소판감소증(HIT: heparin-induced thrombocytopenia)」과 비슷하다"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3월19일의 기자회견에서 이에대해 최초로 언급했던 과학자들은 문제의 증후군을 테스트하고 치료할 방법을 제시하면서, AZ 백신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 증후군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라고 그라이나허도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AZ의 부작용을 「백신유도 프로트롬빈성 면역 혈소판감소증(VIPIT: vaccine-induced prothrombotic immune thrombocytopenia)」이라고 명명하면서 부작용을 우려한 논문 원고를 제출했다.

문제는 그라이나허가 제시한 메커니즘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많은 연구자들은 ‘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AZ 백신이 드문 부작용을 초래하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다"라는 견해를 밝려 불안감을 높였다.

만약 그게 사실로 밝혀진다면, 세계보건기구(WHO)가 글로벌 백신접종 캠페인의 주춧돌 중 하나고 여기고 있는 AZ 백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Z는 전 세계의 파트너들과 손잡고 중저소득 국가들에게 수십억 도스의 백신을 공급하느라 애를 먹고 있는데, 드문 부작용을 확인하고 치료하려면 더욱 큰 어려움이 수반될 것이기 때문이다.

AZ 백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유럽도 마찬가지여서, EU는 이미 4억 도스의 백신을 구입했다. AZ가 납기를 맞추지 못해 지금껏 백신의 보급이 지연되었는데, 백신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함에 따라 상황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위험성이 아무리 낮다고 해도, AZ 백신을 '혜택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사람'에게 선별적으로 접종해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게 됐다.

 

의료인들은 그라이나허의 가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두 개의 독일 의료협회는 보도자료를 발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한 그의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네덜란드 내과협회는 내과의사들에게 "AZ의 부작용을 인식하라"라고 촉구하며, 대응방안을 권고했다. 영국의 경우에는 총 접종량 1,100만 도스 가운데 지금까지 5건의 사례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영국혈액학회는 구성원들에게 "AZ의 부작용은 지혈 및 혈전증 실무의 중요한 신규 영역임을 명심하고 모든 가능한 사례를 보고하라"라고 촉구했다. 호주의 면역화에 대한 전문가 자문위원회는 "HIT의 병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COVID-19 백신도 접종해서는 안 된다"라고 권고했다.

 

AZ 백신이 VIPIT를 촉발하는 과정은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모든 사람들이 문제가 종결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로버트 브로드스키(혈액학) 박사는"그건 흥미로운 가설이지만, 나는 100% 납득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도 드문 부작용에 대한 보고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채 "우리의 임상시험에서는 그런 사례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응수하고 있다.

네덜란드 라트바우트대학교 의료원의 사스키아 미델도르프(혈관내과) 박사는 "사람들은 더욱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막후에서 사력을 다하고 있다"라며 “백신접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백신의 이익이 위험을 상회하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신 개발에 이 한몸 기꺼이” 4만명 신청

대부분 “다른 생명 구하고 의학발전 기여”

 

영국에서 세계 처음으로 코로나19 인체유발시험이 시작된다.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을 선언한 지 한 달 뒤인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원데이수너(1Day Sooner, ‘하루 더 빨리’라는 뜻)라는 이름의 단체가 등장했다. 이 단체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자신의 몸을 시험 대상으로 삼을 의향이 있는 사람들을 웹사이트를 통해 모집하기 시작했다. 백신 개발 기간을 하루라도 단축하려면 스스로 바이러스에 감염될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백신 임상시험에서는 개발 중인 약과 위약을 무작위로 주사한 뒤 일상생활 속에서 병원체에 감염되는지 여부를 지켜본다. 따라서 백신 효능을 확인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지나야 한다. 하지만 백신 주사 뒤 바이러스에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면 백신 효능을 훨씬 빨리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인체유발시험(human challenge)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시험은 생명을 위태롭게 할지도 모르는 위험성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논란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단체 웹사이트에 인체유발시험 신청 의사를 밝힌 자원자 수는 24일 현재 세계 166개국 3만9천명에 이른다.

 ‘원데이수너’ 웹사이트에 등록한 인체유발시험 자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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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헌혈·사후 장기기증 등록 비율 높아

 

이들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인체유발시험에 손을 번쩍 들었을까?

미국 존스홉킨스대, 럿거스대, 조지타운대 연구진이 원데이수너 출범 초기인 지난해 4~5월에 등록한 1911명을 대상으로 인체유발시험에 자원한 이유를 조사한 연구 결과를 최근 사전출판논문집 ‘메드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비교를 위해 참여 의향을 밝히지 않은 999명을 대조군으로 뽑아 이들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번 조사의 배경에는 인체유발시험에 자원하는 이유가 보상금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만큼 경제적 여건이 어렵기 때문인지, 또는 위험에 대한 인식이 비정상적으로 낮기 때문인지를 알아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 두가지는 윤리적 논란의 주요 근거다.

연구진은 그러나 조사 결과, 우려와는 달리 이들의 자원 동기는 취약한 경제력이나 위험 인식이 아니라 매우 높은 이타심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자원자들의 대다수는 “다른 사람들을 돕고 생명을 구하고 싶다”는 것(95.9%)과 “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것(79.2%)을 자원 동기로 꼽았다. 또 둘 중 하나는 “무력감을 떨치고 뭔가 긍정적인 일을 하는 것같아서"(46.6%)라고 답했다.

자원자들의 이런 답변은 이들의 과거 이타적 행동과도 부합했다. 이들은 일반인 대조군보다 과거에 기부, 헌혈, 골수기증 등록, 사후 장기 기증 등록을 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 자원자들은 또 정직, 겸손 같은 개인적 특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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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행동에선 위험 추구, 건강·도덕에선 위험 회피 성향

 

그렇다면 혹시 기본적으로 위험에 둔감한 성향 탓에 인체유발시험에 자원한 것은 아닐까?

연구진은 설문 분석 결과,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원자들은 대조군에 비해 금융 투자, 여가 활동, 사회 규범 같은 사회적 행동에서는 더 위험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건강과 안전, 도덕과 도박 영역에서는 위험 회피 성향이 더 컸다. 위험 추구 성향은 사회 규범에서, 위험 회피 성향은 도덕과 도박 영역에서 더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또 보상금이 인체유발시험에 자원하는 동기일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교육과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인체유발시험 참여 가능성이 높았다.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인체유발시험을 하는 영국은 자원자들에게 격리 기간과 이후 1년간의 추적 기간에 대한 보상으로 4500파운드(약 700만원)를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인체유발시험은 백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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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젊은이 90명에게 세계 첫 코로나19 인체유발시험

 

영국은 지난 2월 윤리위원회로부터 인체유발시험을 승인받은 뒤 “몇주 안에 18~30세의 젊고 건강한 자원자 90명을 대상으로 인체유발시험을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팀은 자원자들의 코에 바이러스 소량을 뿌린 뒤 14일 동안 병원에 격리한 상태에서 검사를 진행한다. ‘비비시’에 따르면 이번 시험은 바이러스가 코 안에서 어떻게 번식해 나가고, 증상 발현 전 인체는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주목적이다. 시험에 사용할 바이러스는 지난해 봄 영국에서 유행한 바이러스다. 연구팀은 추후엔 자원자들에게 시판중인 백신을 접종한 뒤, 새로운 바이러스 변이주에 노출시켜 백신이 어떤 효능을 발휘하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첫 시험 그룹에 뽑힌 노샘프턴대 분자생물학부 학생 앤토니 스패그놀리(22)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험에 자원할지를 두고 두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냥 옳은 일인 것 같다. 나는 꽤 건강한 사람이다. 위험한지도 알고 인체유발시험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알고 있다. 그런 것들이 자원 동기다. 그리고 예컨대 당신도 알다시피, 가난한 나라에 백신을 더 빨리 전달하고 개발 기간을 앞당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은가."

앞서 세계보건기구는 2020년 5월 자원자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공공신뢰를 유지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한 코로나19 인체유발시험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백신 개발을 위한 인체유발시험이 코로나19에서 처음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인플루엔자(독감), 말라리아, 콜레라, 장티푸스,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백신 개발 때도 활용한 바 있다. 인류 최초의 백신이라 할 18세기 말의 천연두 백신도 건강한 사람을 바이러스에 감염시키는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곽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