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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함부로 먹으면 오히려 독

● 건강 Life 2018. 6. 12. 17:38 Posted by SisaHan

72세 김모 씨는 하루에 총 7종류, 18개의 약을 복용하고 있다. 20년 전부터 당뇨와 고혈압, 퇴행성 관절염, 전립선비대증을 앓고 있다. 지난 겨울에는 기침, 콧물, 가래 때문에 거의 매일 감기약을 먹었다. 각종 영양제도 세 가지 복용한다. 여러 약을 복용하다보니 약 먹는 것을 잊거나 두 번 먹는 일도 있다. 자연히 당뇨, 혈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약 만능주의? 용도·용법·보관 등 ‘잘 먹어야 약’

약을 한 웅큼씩 복용하는 노년층이 많다. 한 조사로는 평균 4.1개의 약을 복용했다. 5개 이상 복용하는 사람도 38.9%였다. 약을 많이 복용하다 보니 약 부작용 때문에 다른 증상이 생겨 또 다른 약을 복용하는 악순환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매일 복용하는 약을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제산제 자주 먹으면 만성 변비 부작용도 : 많은 노인들이 속쓰림 증상을 호소해 위산분비억제제, 제산제, 소화제 등을 복용한다. 일부는 위장약은 위를 보호하는 약이기 때문에 약을 많이 자주 먹을수록 좋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위산분비억제제를 오래 복용하면 위산이 지나치게 억제돼 영양소와 비타민 흡수가 줄어든다. 골다공증, 폐렴, 콩팥 손상, 인지기능 저하 등 다양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제산제는 만성 변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적정 기간에만 용법에 맞게 복용해야 한다. 특히 알루미늄이 든 제산제를 장기 복용하면 신장 기능이 떨어진 노인 환자는 신경독성, 빈혈 등이 생길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약을 여러 개 먹고 있는 사람이 두통이나 요통으로 소염 진통제를 복용해야 할 때가 있다. 전문의들은 “일반적으로 약국에서 쉽게 구하는 약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라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기전상 출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항응고제, 혈소판응집 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라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위장관 궤양 등을 악화시킬 위험도 있다. 위염 등 병력이 있으면 궤양 유발 위험성이 낮은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

주변에서 좋다고 하는 건강기능식품을 무분별하게 먹는 사람들도 많다.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은 효과가 나타나는 기전이 명확하지 않고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밝혀진 경우가 많지 않다. 오히려 일부 건강기능식품은 약물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혈액순환개선 효과가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항응고제, 혈소판응집억제제 등과 함께 먹으면 출혈 위험을 높인다. 항응고제 중 와파린을 복용할 때 비타민 K를 섭취하면 혈액응고 방지 효과가 떨어진다. 만성질환으로 많은 약을 먹고 있는 환자라면 비타민제나 건강보조식품 섭취는 적절히 줄여야 한다.

일부 혈압약, 시금치·콩 함께 먹지 말아야 : 약을 복용할 때는 음식이나 음료와의 궁합도 따져봐야 한다. 감염 질환이 생겼을 때 복용하는 일부 항생제는 우유와 함께 복용하면 칼슘, 마그네슘 등의 이온과 약물 성분이 결합해 흡수가 떨어질 수 있다. 흡수력이 낮아지면 약효가 줄기 때문에 항생제는 반드시 물로 복용해야 한다. 항진균제, 항원충제를 복용할 때 술을 마시면 구역, 구토,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음주는 삼가야 한다.
혈압약 중 칼슘채널을 차단하는 약은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안 된다. 자몽주스에 포함된 성분이 칼슘채널차단제의 대사를 떨어뜨려 약효가 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와파린을 복용하는 환자는 비타민K가 많이 든 시금치, 케일 등 녹색채소나 콩을 한꺼번에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크랜베리주스, 자몽주스, 녹차 등의 음료도 함께 복용하면 약효가 변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인 타이레놀은 술과 함께 복용하면 간 독성이 증가할 수 있다. 호흡기 약물 중 테오필린, 아미노필린 등 기관지확장제를 복용할 때 카페인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심계항진, 불면, 불안 등의 이상반응이 생길 수 있다. 갑상샘 호르몬약은 공복에 먹어야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커피, 자몽주스, 칼슘 함량이 높은 우유 등과 함께 복용하면 약효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약은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약 복용 목적과 용법 정확히 파악해야 : 약을 복용할 때는 자신의 질환을 알고 약의 복용 목적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약이 치료를 위해 먹는 약인지,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를 토대로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는지, 증상이 나아지면 중단해야 하는지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상태에 따라 적절한 약을 가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용량 용법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임의로 약을 많이 복용하거나 복용하는 것을 건너뛰면 안된다. 전문의들은 “복용이 불편하다면 의사와 상의해 용법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약에도 유통기한과 적절한 보관법이 있다. 대부분의 약은 서늘하고 건조한 곳,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일부 약은 반드시 냉장보관해야 한다. 약의 특성에 맞춰 제대로 보관하지 않으면 약의 독성이 증가할 수 있고 반대로 약효가 떨어지기도 한다. 유효기간이 지난 약은 약효를 보장하기 어렵다.
약물 부작용 정보를 알아두는 것도 도움된다. 약국에서 받은 복약 설명문을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읽어보면 된다. 이전에 부작용을 겪었던 약이 있으면 정확한 이름을 알아둬야 한다. 나중에 약을 처방받거나 조제할 때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비슷한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약물 처방을 피할 수 있다.


임신 ‘오해와 진실’

● 건강 Life 2018. 5. 30. 12:26 Posted by SisaHan

임신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여전히 많다. 임신부의 피로를 풀기 위해 사우나나 찜질방이 좋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고, 치과 치료 등과 같이 필요한 치료를 피해야 한다고 여기기도 한다. 아울러 자궁에 생기는 양성종양인 자궁근종이나 출산 때 통증을 덜어주는 무통분만에 대한 오해도 많다. 임신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실천하다가 아이를 유산하거나 임신부의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도움말로 임신과 관련된 흔한 오해를 풀어본다.

3개월까진 뜨거운 목욕·핫팩 금지

■ 임신 초기에는 찜질방, 사우나 피해야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임신 3개월까지 사우나나 찜질방 등을 찾지 않도록 권고한다. 임신부가 너무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오히려 유산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임신 초기에 38도 이상의 고열에 노출되면 태아의 신경 발달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뜨거운 물 목욕이나 핫팩의 사용도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임신한 뒤 유산을 했다면 월경을 1~2번 정도 하고 난 뒤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태아 성장을 돕는 자궁의 내막이 재생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임신 초기에 산모 복대를 사용한다고 해서 유산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은 의학적인 근거가 없다. 산모 복대는 일반적으로 제왕절개 수술 직후 수술 부위를 압박해 지혈을 할 목적이거나 수술 이후 산모가 걸을 때 필요하다. 또 임신 중기 이후 배가 불렀을 때 보행을 돕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

■ 임신했을 때 치과 치료는 금물? 임신부의 경우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치과 질환을 앓을 가능성도 커진다. 미국에서는 임신부 가운데 약 절반이 치주염을 앓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임신부가 치주염을 적절하게 치료받지 않으면 전신 염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조기 진통이 나타나 조산으로 이어지는 문제도 있다. 치주염 등 치과 질환이 나타났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과치료 때 국소 마취는 임신에 별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임신 중에는 감기약도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자칫 태아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임신 초기라면 감기약이라도 되도록이면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감기는 일주일 안에 대부분 저절로 좋아진다. 하지만 일주일 이상 기침, 가래, 콧물 등과 같은 증상이 계속되거나 열, 근육통, 목구멍의 통증 등과 같은 특이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증상에 맞게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도 된다. 특히 임신 전부터 루푸스, 갑상선질환, 고혈압 등으로 스테로이드제제나 항고혈압제 등을 태아에게 유해하다는 생각에 의사와 상의 없이 임의로 복용중단하면 태아는 물론 임신부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유의한다.

■ 무통분만을 하면 전혀 아프지 않다? 출산할 때 무통분만 시술은 척수신경을 마취하는 것이다. 이 마취법으로 출산 과정의 통증은 크게 줄지만, 무통분만에 사용되는 마취제는 개개인마다 반응에 차이가 있다. 또 시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통증 강도가 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무통분만을 했지만 여전히 출산의 통증을 강하게 느꼈다는 임신부도 있다.
보통 제왕절개 분만을 하면 다음 아이부터는 무조건 제왕절개 분만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제왕절개 수술을 할 때 절개한 부위가 자연분만을 할 때 파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제왕절개 분만 뒤 자연분만도 가능하다. 다만 제왕절개 분만 뒤 자연분만을 할 때 자궁 파열의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므로 주치의와의 적절한 상담해야 한다.

■ 자궁근종이 있으면 임신이 안 된다? 자궁근종은 여성 5명 가운데 1명 정도로 흔하다. 이 자궁근종이 있으면 종종 생리통이 심하게 나타나거나 생리 중 출혈량이 많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자궁근종이 있다고 해서 임신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다만 자궁근종이 수정란 착상을 방해해 자연유산 경우가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 자궁근종 위치에 따라 자연분만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산전 또는 산후에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 자궁근종의 크기와 위치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권고된다.
임신을 하면 여성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피부에 색소가 과다하게 침착된다. 특히 젖꼭지 주위, 겨드랑이, 생식기 주변에 이런 현상이 잘 나타난다. 임신 기간에는 원래 있던 점이나 주근깨가 더 커지거나 짙어지는 경향도 나타난다. 배꼽 아랫부분 임신선도 색소가 과다하게 침착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와 함께 기미도 많아지는데, 임신부 10명 가운데 7명에게서 얼굴에 기미가 생긴다. 이런 문제는 햇볕을 쬐면 더욱 악화된다. 출산 뒤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 임신 중기부터는 꾸준한 운동도 필요해 임신중에도 자주 움직여 몸무게 관리를 해야 한다. 체중이 불면 임신성 고혈압이나 몸이 붓는 부종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아이를 출산한 뒤에도 비만 가능성의 문제도 있다. 규칙적인 운동은 몸무게 급증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체 기능이 떨어지기 쉬운 임신부의 근육과 관절, 인대 등을 적절히 자극해 순산을 돕는다. 임신 중 운동은 유산 위험성이 적어지는 임신 12주 이후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심박수가 1분에 150번을 넘지 않을 정도 가벼운 운동이 좋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임신부는 1주일에 2~3번 정도만 하되 한 번에 1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운동 강도는 본인이 ‘약간 힘들다’고 느끼기 바로 전 단계가 좋다. 종류는 무릎관절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조깅과 같은 과격한 운동은 피하고 걷기, 수영, 체조 등이 좋다. 무릎이 좋지 않다면 고정식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다. 임신 중후기에 오면 배가 많이 나오면서 척추가 앞뒤로 휘어지는 증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허리를 펴는 운동보다는 구부리는 운동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또 골반에 대한 운동도 필요하다. 호흡을 할 때 코로 깊게 들이쉬면서 입으로 길게 내뱉는 복식호흡처럼 하면 운동의 효과가 허리 및 복근의 깊숙한 근육까지 전달되는 장점이 있다.

<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


유방 크면 암 잘걸려?‥ No

● 건강 Life 2018. 5. 23. 13:32 Posted by SisaHan

유방암의 ‘오해와 진실’

유방암 환자가 매년 느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이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유방암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사실관계가 잘 못 알려진 것도 많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유방암 관련 오해와 진실을 살펴본다.


◇ 가족 중 유방암 환자 있으면 발병률 높다?= 암은 가족병력과 관계가 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방암 환자 중 유전성 유방암인 경우는 5~10% 정도라는 게 전문의들의 견해다. 따라서 모든 유방암 환자나 가족이 유전자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젊은 연령에서 유방암이 생기거나 유방암과 난소암이 함께 있는 경우, 양측성 유방암이 있는 경우, 남성 유방암 등 유전적인 요인이 의심될 때 환자와 가족의 유전자를 검사한다. 고위험 환자와 가족을 정기적으로 관찰하여 암을 조기 진단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 유방이 크면 유방암이 잘 생긴다?= 과거에는 유방이 클수록 유방암이 생길 위험성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유방이 큰 서구 여성이 유방암 발생률이 높은 것은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 게 정설이다. 암 예방을 목적으로 축소 수술을 해도 발병 위험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폐경 후 비만이 유방암 발병률을 높인다. 비만은 유방암 뿐만 아니라 대장암 등 다른 암과 심장질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 규칙적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예방법이다.

◇ 치밀유방은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유방은 유방실질조직과 지방조직으로 나뉘는데, 실질조직이 더 많은 경우를 치밀유방이라 한다. 치밀유방은 젊은 여성들에게 많다. 유방검진 때 촬영하면 실질조직과 유방암이 둘 다 하얗게 보여 암을 정확히 구분해 내기가 어렵다. 이때는 초음파가 도움이 된다. 특히 40세 이상의 치밀유방인 여성은 유방X선 촬영을 한 뒤 유방초음파 검사를 추가적으로 해야 한다. 초음파에서는 치밀유방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종괴 등의 병변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초음파가 유방X선 촬영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유방X선 촬영은 가루 형태의 암인 미세 석회화 병변을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검사이다.

◇유방암이 있으면 갑상선암이 더 잘 생긴다?= 유방암 환자는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다. 그런데 수년간 유방암과 갑상선암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어렸을 때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유방암과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다는 것 외에는 이들의 상관관계를 밝히지 못했다. 유방암 환자는 갑상선도 검사하는 경우가 많아 갑상선암의 발생 빈도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콩이 유방암 발생을 낮춘다?= 서구 여성들에 비해 콩을 자주 먹는 아시아 여성들이 유방암 발병률이 낮은 것을 근거로 콩이 유방암 발생을 낮춘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입증된 사실이 아니다.
콩에는 아이소플라본이라고 하는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성분이 있다. 여러 연구에서 이 성분이 유방암 발생을 높인다는 의견과 낮춘다고 하는 서로 상반된 의견이 분분하다.


삶의 행복감 좌우‥ 친구 사귀기

페이스북 같은 SNS가 발전하면서 친구(?)들이 부쩍 많아진 시대가 됐다. 수백명은 기본이고 수천, 수만명의 온라인 친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교류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인터넷 네트워크 덕분에 그만큼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법이 간편해진 덕분이다. 미국의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평균 페친 수는 338명이다. 그러나 소셜 네트워크로 맺어진 이들과의 관계를 진짜 친구 사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친구관계 최대범위 ‘던바의 수’, 150명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안정적 관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제한돼 있다. 이는 인간의 뇌가 처리할 수 있는 용량에 한계가 있어 일정 규모 이상의 인간 관계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지과학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던바는 그 범위를 100~230명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 중간값인 150명을 일반적인 친구 관계 최대 범위라고 주장했다. 이를 ‘던바의 수’라고 부른다. 던바의 개념 규정에 따르면 “초대받지 않은 술자리에서 우연히 동석해도 당혹스러워하지 않을 정도의 사람”이 이 범주에 포함되는 사람이다.
과학자들이 친구 수에 관심을 갖는 건 친구가 삶의 행복감, 만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어린 시절 사회적 친교 정도를 보면 30년 후의 고독감, 웰빙, 우울감 정도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처음부터 친구가 되는 건 아니다. 친구가 되기 위해선 그만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의든 타의든 많은 사람들이 친구를 사귀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인의 경우 사람들과 교류에 쏟는 시간은 하루 평균 41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TV나 출퇴근에 보내는 시간의 3분의 1 수준이다.
또 친구 관계라 해도 친밀감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친구 또는 절친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도 사람마다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러나 대략적인 추정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미 캔사스대 연구진이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캔자스대 제프리 홀(Jeffrey Hall) 커뮤니케이션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사회와 개인 관계 저널> 3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친구나 절친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추정했다.

지인-그냥 친구-정식 친구-절친
연구는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됐다. 우선 연구진은 지난 6개월 안에 이사를 해서 새 친구를 사귄 성인 3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사 후에 만난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유지해 왔는지, 즉 그들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조사했다. 이와 함께 응답자들에게 자신이 만난 사람들을 네개의 범주로 구분하도록 했다. 아는 사이(지인, acquaintance), 그냥 친구(casual friendship), 정식 친구(friend) , 가까운 친구(절친, close friend)로 나눠보도록 했다. 그리곤 이를 통해 사람들이 각각의 단계에 해당하는 친교를 쌓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추정했다. 지인의 개념은 “알고는 있지만 친구라고는 할 수 없는 사이”를 말한다. 연구진은 이 단계에선 같이하는 시간이 10시간 늘어날 때마다 친구가 될 가능성이 3.9%씩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한 연구는 112명의 대학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개학 이후 최근 2주 동안 만난 사람 중 2명을 고르도록 했다. 그리고 4주와 7주 후에 이들과의 친교가 어떤 단계까지 발전했는지를 추적했다.
연구 결과 그냥 친구 관계가 되는 데는 40~60시간이 걸렸다. 정확하게는 만난 지 첫 3주 동안 43시간을 함께 보낼 경우 친구가 될 확률이 50%를 넘었다. 그 다음 단계인 정식 친구가 되는 데는 80~100시간이 걸렸다. 대학 신입생의 경우엔 첫 3주 동안 57시간, 성인그룹의 경우엔 3개월 164시간이 친구 단계가 격상하는 지점이었다. 최고 단계인 절친이 되는 데는 200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은 3주간 119시간, 성인은 3개월간 219간을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친교에 공들인 시간과 우정의 정도가 비례 관계를 보인 것이다. 연구진은 “종합해 보면 3주에 걸쳐 120~160시간을 보낼 경우 절친관계로 발전해갈 수 있지만, 실제 그런 관계가 되려면 6주 동안 200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는 신호
또 대학생들은 성인에 비해 쉽게 좋은 친구 관계를 맺었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상대방한테 열심히 빠져들었다는 걸 뜻한다. 연구진은 “사귄 지 6주에서 9주 사이에 친구 단계가 격상된 사람들은 그 3주 동안 친구와 보내는 시간을 두배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에 참가한 어떤 신입생은 한 달 동안 깨어있는 시간의 3분의1을 한 친구와 보내기도 했다.
친구가 되자고 상대방에게 강요할 수도 없고, 같이 보내는 시간만으로 친구 관계를 평가할 수도 없는 일이다. 홀 교수는 그러나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면 그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 친교 관계의 맥락도 중요하다. 홀 교수는 우정을 쌓으려면 친교의 공간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함께 일하는 사이라면 사무실에서 벗어나 바깥에서 점심이나 음료, 술을 마시라고 권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행위라는 것이다.

< 곽노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