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장 소강석 목사 "코로나 상황 때 교회가 잘못"… 공개 사과
“열린 자세로 대북지원 계획, 북 산림총국과 협약맺고 나무심기”
개신교 예장합동교단 총회장인 소강석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교단의 총회장인 소강석 목사는 3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교회가 예배를 존중히 여긴 만큼 이웃의 생명도 존중히 여겼어야 했는데, 교회는 신앙의 자유와 현장 예배만을 강행함으로써 국민에게 거부감을 주고 교회에 등 돌리게 한 면이 있다”고 반성을 표했다. 소 목사는 이와 함께 “일부 교회가 코로나 감염의 진원이 됨으로써 국민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예장 합동의 총회장이 예배 시간이 아닌 공개적인 회견 자리에서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교회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의 뜻을 나타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예장합동교단은 보수 교단을 대표하며, 중도적인 통합교단과 함께 규모 면에서 양대 교단으로 꼽힌다.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 담임인 소 목사는 지난 9월 교단 총회장으로 선출됐다.
소 목사는 “(코로나19 상황 속에) 한국 교회가 세 가지를 잘못했는데 시대 정신과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고,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지 못했으며 리더십을 세우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 교회는 이제 조금 더 사회와 소통하고 대화하며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적 약자 편에 서는 이웃 사랑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소통’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교단이 우선 그동안 적립한 기금을 풀어서, 코로나19 이후 삶을 포기할 지경에 놓인 미자립교회에 나눠주기로 했다고 한다.
다만 그는 "정부 역시 예배의 존엄 가치를 알아야 하고 물리적 방역뿐만 아니라 예배를 통한 영적, 정신적 방역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회의 영적 항체요, 저항인자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깨달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날 발표한 '위드(with) 코로나 시대 종교 영향도 인식조사' 결과에서 교회에 바라는 점으로 '윤리와 도덕 실천 운동'이 꼽힌 점을 거론하며 "교회 전통과 제도에 치우쳤던 모습에서 벗어나 순수한 진리와 생명, 영성의 세계로 돌이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 목사는 “교회가 사람들의 피난처가 되고 안식처가 돼야 하는데 오히려 기피하고 거부하는 현상을 일으키게 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교회가 디지털 격차와 세대 간 격차 등 단절 현상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탈 종교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소 목사는 “총회 안에 ‘미래 전략 본부’를 만들어 코로나19로 인한 현상들을 총체적으로 분석해 대안을 찾고, ‘총회콘텐츠개발원’을 둬 교회 교육이 주일학교를 넘어 목회적이며 전 생애적 관점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유튜브에 예장 합동 ‘총회TV’도 개설해 감성적 공감과 감동적 소통을 해가겠다”고 밝혔다.
3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총회장 소강석 목사를 비롯한 교단 관계자들.
특히 소 목사는 이념에 매몰되지 않은 ‘열린 교회’에 대한 뜻을 밝혔다. 소 목사는 “(합동)은 성경적 가치와 진리를 지키는 보수 교단이지만 이념적 보수 꼰대 교단이 아니”라며 “일부 교회에서 이념 논리가 광적 신앙으로 잘못 투사되듯, 이념이나 정파 논리가 신앙의 본질보다 우위를 점해서는 안 되며, 통일 문제에서는 어쩌면 진보적이고 열려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6일 통일부와 교단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의 생명, 의료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있다”면서 “우리 교단이 앞장서서 유엔의 제재를 받지 않는 의료품을 북한으로 싣고 간다든지, 열린 자세로 논의하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1998년 고 정주영 회장이 소 떼를 몰고서 판문점을 넘어 방북했던 일을 언급하며 “염소를 몰고 갈 수도 있다”고도 했다.
회견에 동석한 합동교단총회 미래정책전략개발위원회 위원장 이승희 목사도 “우리 합동 교단과 북한 산림총국이 산림 녹화사업으로 나무 심기를 함께하고 있다”며 “교단과 북한 기관이 일대일 관계로 협약을 맺고 협의하기는 처음일 것”이라고 전했다. 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