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을 상대로 싸우려는 국정원

● 칼럼 2015. 7. 25. 17:2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국가정보원이 19일 밤 ‘국정원 직원 일동’ 명의의 보도자료를 냈다. 해킹 프로그램에 대한 유서를 남기고 숨진 국정원 임모 과장과 관련된 성명이었다. 국정원은 “이 직원은 유서에서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없었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고인의 죽음으로 증언한 이 유서 내용은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언론의 의혹 제기를 “개탄스러운 현상”이나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음지에서 일하는’ 게 철칙인 정보기관원들이 공개적으로 집단행동을 하다니, 납득하기 힘든 부적절한 처신이다. 도대체 세계 어느 나라 정보기관이 이런 일을 한다는 말인가.


성명 내용을 뜯어보면 민주주의 인식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자신들이 ‘사찰이 없다’고 밝혔으니 국민들은 무조건 믿으라는 오만한 태도다. 대공 수사권을 갖고 있는 국정원은 피의자나 피내사자가 혐의를 부인하면 수긍하고 수사·내사를 중단하는가. 둘째, 야당과 언론을 적대·불신의 대상으로 간주해 사실상 협박했다. 국정원은 “(숨진 임 과장이)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지키고자 했던 국가안보의 가치를 더 이상 욕되게 해서는 안될 것이며, 결과에 대해 책임 또한 따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의 주인은 세금을 내는 국민이다. 야당과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것이다. 지금 국정원은 국민을 상대로 싸우자는 건가. 셋째, 전비(前非)에 대한 자성이 없다. 국정원은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으로부터 같은 프로그램을 구입한 35개국 중 자국 정보기관을 매도하기 위해 의혹을 쏟아내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했다. 35개국 중 상당수가 인권 후진국이라는 점은 논외로 하자. 다만 ‘조용한 나라들’ 정보기관 가운데 대선에 개입하거나 간첩사건 증거를 조작해 기소된 사례가 있는지 묻고 싶다. 해외 언론에서도 ‘한국에서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국정원이 과거에도 불법 도청 등의 의혹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하는 터다.


국정원은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뚜렷한 조직이다. ‘국정원 직원 일동’의 성명을 자발적 행동으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수뇌부가 ‘지시’했거나 최소한 ‘승인’ 했을 게 분명하다. 앞서 국정원은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전방위적 물타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무단 공개 등을 통해 정치관여를 노골화했다. 이후 국정원장 개인은 교체됐으나 국정원이란 조직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성명서는 국정원 개혁이 왜 절실한지 다시금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민주주의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국익과 조직이기주의를 혼동하는 정보기관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된다.



[사설] 북핵 외교에도 큰 시사점, 이란 핵 합의

● 칼럼 2015. 7. 25. 17:19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미국 등 주요 6개국(P5+1)과 이란이 핵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이란 핵 위기 발발 13년 만이다. 인내심과 타협을 통해 난마처럼 얽혀 해법을 찾기 어려워 보이던 문제들을 결국은 풀어냈다. 중동 정세를 포함한 국제정치 전반, 세계 경제에 긍정적 변화가 예상된다.


이란은 핵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물질 개발 등을 중단하고 국제사회는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란은 핵 기술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정당한 권리는 보장받았다. 핵 비확산 체제를 지키고 국제평화를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은 과거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이 들어갔던 곳뿐 아니라 의심스러운 군사시설들까지 모두 접근할 것을 요구해 관철했다. 이란은 ‘이란과 협의 아래’란 단서를 붙이는 데 성공했다. 사찰의 범위를 넓히되 이란의 주권 행사도 존중하는 모양새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내 절충과 타협의 묘를 발휘한 협상 결과다.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한 다른 국제 이슈를 처리하는 데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공화당 등 일각에서는 협상 결과가 미흡하다며 의회에서 핵 합의를 부결시키려 하고 있다. 국제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다. 미국이 이라크를 참혹할 정도로 완전히 무장해제시켰지만 평화를 가져오지 못한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상대를 몰아붙여 백기투항을 받아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님은 그리스 사태를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이 합리적인 논의를 거쳐 협상 결과 승인 등 필요한 후속 조처를 슬기롭게 해나가길 기대한다.
미국 정부는 북한 핵 문제를 협상해보자는 데 대해선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다. 나름의 사정은 있을 것이다. 핵물질 제조 시도 수준이었던 이란과 달리 북한은 핵실험을 세 차례나 하고 핵무기 보유국을 선언한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고난도가 꽤 예상되는 북핵 협상을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지다. 이란 핵 합의는 당사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절충과 타협으로 풀지 못할 난제가 없음을 보여줬다.


북한 핵 문제의 최대 피해자이며 당사자는 우리 자신이다. 북핵 문제를 방치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치러야 할 비용과 피해가 커지기 마련이다. 정부는 미국만 바라볼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협상 여건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이란 핵 합의를 북핵 문제 해결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때다.



[칼럼] 유체이탈 바이러스 전염과 확산

● 칼럼 2015. 7. 25. 17:1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은 이제 뉴스거리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일상생활화했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화법에 끝나지 않으니 문제다. 처음에는 남 탓을 하는 ‘화법’으로 시작했지만, 그다음에는 정말로 남 탓이라고 믿고 행동하는 ‘유체이탈’의 단계로 한 차원 더 높게 발전해, 이제는 그의 ‘모범적 행태(?)’를 사방에서 본받아 따라하기 시작한다.


박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은 우리가 다 잘 알다시피 취임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책임 회피와 궁색한 변명을 위한 방편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는 대통령으로서의 능력이나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였을 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습관화되면서 이제 스스로 믿는 단계로 발전한다. 사람이 변명을 자꾸 하다 보면 자신이 변명을 하는 게 아니라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되고, 또 책임을 자꾸 회피하다 보면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고 깊이 믿게 된다. 그런 일이 자꾸 반복되다 보면 자존감이 손상되고, 자존심이 강한 박 대통령 같은 분은 초기의 자존심 손상을 보상하려는 심리로 더욱 강하게 자신을 합리화하기 시작한다. 즉, 그냥 남 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실제 ‘남 탓’이라고 굳게 믿게 된다. 이제는 책임질 일이 없으니 책임을 회피한다는 불편한 생각을 안 해도 되게 된다. 박 대통령이 ‘유체이탈’의 경지에 들어서신 것이다.


그런 조짐은 진즉에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축출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자주 쓰던 어휘 중에 “원칙, 신뢰, 소통”이 사라지고 대신 “국민”이란 말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런 연유라고 생각된다. 박근혜는 이제 인간 박근혜가 아니라 국가이고 국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국민의 대변자이니 이제 자신이 “원칙, 신뢰, 소통”이다. 자신에게 반하는 말과 행동은 모두 국민에게 반하는 것이고 자신을 의심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 것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도전이고, 그리고 국민의 유일한 수호자인 대통령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연일 정치권을 비난하고 있다. 자신이 정치의 핵심이면서 자신은 정치를 이탈한 것으로 생각한다.


국회법 개정안도 야당 의원일 때 한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었고, 자신이 대통령일 때는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 된다. 국회선진화법도 자신이 야당이 되리라 믿고 만들 때는 좋은 것인데, 대통령이 되고 계속 여당이 되니 다시 나쁜 것이 됐다. 당시 박근혜와 지금의 박근혜는 다른 사람이다. 지금은 스스로 유체이탈을 해서 국가에 빙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치는 자신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하고 새누리당은 자기에게 시중드는 시(侍)누리당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다. 이를 단죄하는 것은 국민 심판이 된다.
대통령을 본받아 우리 사회 곳곳에 유체이탈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사태가 정부 탓이라고 했다. 문형표는 역병에 사람들이 죽는 것이니 그 정도면 선방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정종섭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교수 시절 자신의 생각과 장관인 지금 생각이 다른 것은 이론과 현실 차이라고 했다. 유체이탈 수준이다.


압권은 K대학이다. 최근 문제가 된 폭행·인분교수를 소속 대학인 수도권 K대학이 학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K대학은 엽기교수의 사용자로서 공동의 책임이 있고 따라서 우선 자신들의 잘못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학생과 국민들에게 백배사죄해야 하거늘, 자기들도 피해자라고 한다. 유체이탈의 극치다.
박 대통령의 유체이탈이 이렇게 점점 더 강고해지고 사회로 퍼지면서 진화하는 이유는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의 ‘동반 유체이탈’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사회가 더 퇴화하지 않게 하려면 이것을 깨야 한다. 양식 있는 국민들이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한다. “네가 잘못이고 네 책임이다”라고.
< 이동걸 - 동국대학교 경영대 초빙교수 >



[1500자 칼럼] Pan-Am and Pyung Chang

● 칼럼 2015. 7. 17. 18:52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지금 토론토는 Pan-Am 경기의 열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사실 나는 별 관심이 없다. 북미와 중남미의 올림픽 같은 대규모의 행사지만 한국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곳곳에서 느껴지는 열기는 외면할 수가 없다. 이민자로 이루어진 이민도시여서 그런지, 주말이면 버스나 지하철에서 중남미의 국기가 새겨진 옷을 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또는 가족단위로 몰려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캐나다의 국기가 새겨진 옷이나, 아예 빨간 단풍잎이 그려진 대형 캐나다 기를 망또처럼 걸치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개막일 날 마침 나는 시청에 갈 일이 있었다. 시청앞 광장에는 나름대로 시청 앞에서 하는 개막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른 금요일 오후였는데, 남미에서 온 관광객임직한 사람들이 사진 찍기에 바빴다.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무대에서 추는 춤을 구경했다. 리허설 임에도 불구하고, 춤이 간단하면서도 구경하는 사람들을 따라 하게끔 만들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무관심한 탓이기도 했지만 언제 준비들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평창이 생각났다.


이제 곧 동계 올림픽을 하게 될텐 데, 제대로 준비가 되고 있는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난 번에 있었던 인천 아시안게임이 엄청난 적자를 남겼고,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용없는 전시성 행사였다는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또 그것이 어찌보면 지금의 한국사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그 중 두가지만 말하자면, 문학경기장이라는 월드컵 축구장을 놔두고, 새로 주경기장을 지었다는 점이다. 정말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표가 매진 된 경기인데 막상 가보면 자리가 비었다는 점이다. 조직위원회에서 돌린 공짜표가 오지 않은 것이다. 비싼 돈을 주고 샀다면, 정말 경기가 보고싶어 샀다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것은 정말로 게임을 보고 싶어도 못본 사람에 대한 그리고 열심히 뛰고 있는 선수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이다.


평창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해법은 간단하다. 요즘 같이 전산망이 발달된 시대에 표를 가지고도 못오는 사람은 전화를 걸면, 그 표를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Pan-Am의 준비 과정을 보며 평창을 다시 생각하는 것은, 토론토는 새로 지은 시설이 별로 없고, 거의가 있는 시설들을 개보수하여 사용한다는 것이다. 토론토 시내에 있는 3개의 대학(토론토, 욕, 라이어슨)의 시설들을 주로 사용한다. 그렇다고 우습게 보지못하는 것이 욕 대학의 테니스장은 전국 최고를 자랑하며, 라이어슨 대학의 실내 경기장은 그 유명한 토론토 메이플 리프 가든을 개보수한 것이다. 선수촌마저 시내 중심지와 가까운 호숫가에 위치해 경기가 끝나면 콘도로 변경 분양하기에 쉽게 팔릴 것이다.


IOC에서 여러 가지 사정을 우려하여 일본과 분산 개최를 권유한 적이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안에는 반대한다. 그러나 아이스하키장을 서울에 있는 목동 경기장을 개보수하고, 스키경기장은 무주 스키장을 개보수하는 데는 절대 찬성한다. 그런데 이 안조차 무시되고, 원목들을 잘라내고 산을 깎아내 스키장을 짓는 일을 이해할 수가 없다. 지방이라고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스하키는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다. 그리고 경기장을 관리 보존하는데도 돈이 많이 든다. 서울의 큰 대학이라면 모를까 강원도의 한 대학으로는 팀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평창 올림픽이라고 모든 경기가 강원도에서만 있어야 하고, 그것이 강원도만의 행사여야 하는가? 한국은 비교적 작은 나라다. 많은 시설들이 끝나고 무용지물이 된다거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대형 경기장 일수록 관리 유지비가 많이 든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지금은 너무 늦었을까? 만약에 늦지 않았다면, 무언가 달라져야 한다는 마음 간절하다.
Pan-Am을 보며 Pyung Chang을 생각한다.

<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