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로 지금까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전 공보보좌관 앤디 쿨슨과 브룩스 등 10명이 체포됐고, 런던경찰청장과 <월스트리트 저널> 발행인 등의 무더기 사임 사태를 빚었다. 머독은 나름의 반격을 가하고 있지만 흐름을 뒤집긴 어려워 보인다. 황색 저널리즘에 대한 대중적 회의가 커가고, 머독 제국을 키운 권력과의 유착관계에 금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머독은 유명인 스캔들과 루머, 섹스, 범죄, 사생활 폭로, 인신공격 등 대중의 관음증적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기사들을 양산해 전통 저널리즘을 밀어내며 성공가도를 걸었다. 기자들을 돈으로 정보를 매수하는 부도덕하고 무자비한 경쟁에 몰아넣었다. 여기에다 보수우파 취향의 편향적인 뉴스들을 배합한, 엔터테인먼트와 뉴스의 경계를 허물어뜨린 선정적 보도는 단절과 소통 부재의 정치적 패거리 문화를 확산시켰다. 1970년대 이후 미국 공화당의 신보수주의 혁명과 영국의 신자유주의 우경화에는 미국의 <폭스>와 영국 인쇄미디어의 37%를 장악한 머독의 매체들이 끼친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
캐머런 총리가 납치된 13살 소녀의 휴대전화 해킹을 지시한 <뉴스 오브 더 월드> 당시 편집장 출신 쿨슨을 공보책임자로 불러들인 건 바로 이 미디어제국의 막강한 독과점적 영향력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런 권력을 등에 업고 영향력을 배가한 뉴스코프의 권언유착은 경찰까지 부패시켰다. 돈과 정보를 맞거래하고 편의를 봐주던 런던경찰청장은 물러나면서야 캐머런과 뉴스코프의 유착관계를 폭로했다. 해킹 사실 폭로를 계기로 폭발한 황색 저널리즘에 대한 대중적 분노의 배경에는 이런 권언유착과 언론 독과점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깔려 있다.
한국도 보수 일변도의 거대신문들이 방송까지 장악하게 되면서 권언유착과 선정적인 황색 저널리즘의 도래가 예고되고 있다. 자사 이기주의의 추악한 몰골을 보여준 한국방송공사 도청 논란도 거기서 멀지 않다. 머독 미디어제국의 타락과 추락은 결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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