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는 변종바이러스의 확산에도 팬데믹에 적절히 대응하여 각종 정책들을 시행한 결과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연말이 되면서 오미크론이라는 신종 변이바이러스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시 크게 확산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새해에도 이 바이러스가 얼마나 더 확산될 것인가에 따라 각종 경제변수들과 경제정책들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는 새해 경제의 핵심 이슈인 물가, 금리인상, 펜데믹에 따른 공급망문제 등을 중심으로 새해 경제를 살펴 보고자 한다.
지난 해 세계 경제는 각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팽창적인 통화정책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였으며 캐나다 경제도 2020년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회복하여 지난 해엔 5%이상의 높은 성장을 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제가 회복되면서 물가도 크게 올라 캐나다 물가는 2020년 0.7%에서 지난 해에는 5%정도 상승하였고, 유럽과 미국도 5%~7%의 높은 상승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가가 급등한 배경은 지난 해 유가가 2배이상 오르는 등 에너지 가격이 전반적으로 50%정도 인상되었고,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각종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서비스 업소 및 제품의 공장폐쇄, 선박, 트럭 등 유통 관련 배송망이 붕괴되어 원자재나 부품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 등에 기인하고 있다.
반도체 칩의 공급부족으로 세계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고, 캐나다도 부품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량이 수십 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하면서 주요 자동차 공장이 있는 온타리오 경제는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특히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엄격한 코로나 규제정책을 시행한 결과 도시봉쇄, 직장폐쇄 등으로 공급망이 완활하지 못했고, 더욱이 미국이 중국의 상품수입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한 것도 물가상승에 기여하였다. 또한 북미지역의 주택가격도 20% 내외의 큰 상승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을 주도 했던 유가는 주식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쳐 지난 해 캐나다와 미국의 주가를 각각 17%, 24%씩 상승시키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 에너지 분야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물가 목표를 2%수준으로 정해두고 엄격하게 관리 하고 있다. 금리가 2%라고 해도 물가가 3%라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 되고, 임금이나 다른 소득들도 물가가 높아질수록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임금인상 등 관련분야로 연쇄적으로 파급되기 때문이다.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등하고 있는 물가를 보고 캐나다에서는 지난 해 G7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통화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 정책을 시작하였다. 이어 금리인상을 언제부터 시작할 것인가를 지켜보고 있다.
암울하고 불편한 소식들만 들리는 가운데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연방정부가 펜데믹이 발발한 이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재정지출을 한 결과 3280억달러까지 큰 폭으로 불어 났던 연방예산적자가 지난 해에는 경제회복 등에 힘입어 1450억달러로 크게 감소했고 올해에는 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최근 급반전되어 확산되고 있는 코비드사태가 언제까지 얼마나 더 악화될지에 따라 새해 경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견되는데, 최근 확산되고 있는 오미크론 변종바이러스는 전파속도는 기존보다 크게 빠르지만 치사율은 매우 낮다는 점이 불행중 희망적인 소식이다. 향후 백신보급이 크게 확대되어 부스터 백신접종까지 할 수 있게 되고 바이러스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보급될 경우 금년 하반기 부터는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해 볼 때, 캐나다는 건전한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위해 빠르면 금년 2/4분기 늦어도 금년 하반기 부터는 경제상황을 점검하면서 금리를 인상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는 현재의 0.25%에서 연말에는 1% 내외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펜데믹 전개와 금리전망이 예상대로 전개 될 경우 유가를 비롯한 물가는 상반기까지는 상승세를 보이다가 하반기부터는 붕괴되었던 공급망이 복구되면서 물가상승세도 꺾여 안정단계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경제는 하반기 부터는 펜데믹상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회복세로 전환되어 작년보다는 다소 낮은 4%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덕흠 의원이 국회의원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공사 수주라는 사적 이익을 챙긴 혐의는 불공정의 극치다. 이런 혐의를 받는 국회의원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것 또한 명백한 불공정이다. 검찰의 수사 지연이 비판받아도 모자랄 판에 이를 이용해 당적을 되찾기까지 했으니 박 의원의 복당은 ‘이중의 불공정’이 작동한 결과다.
박용현/ 논설위원
국회 국토교통위원을 지내면서 가족 회사를 통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 관급공사를 수주한 의혹이 제기되자 국민의힘을 탈당했던 박덕흠 의원이 지난 연말 슬그머니 복당했다. 이를 승인한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검찰과 경찰이 1년4개월 동안 소환조사도 기소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혐의가 없는 게 아니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참 편리한 해석이다.
국민의힘 주장과 달리, 핵심 혐의인 관급공사 특혜 수주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는 한참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박 의원의 가족 회사와 관련 있는 건설사를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5월에는 공사 발주처인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도 압수수색했다. 2020년 9월 고발이 이뤄진 점에 비춰보면 수사 속도가 느린 것은 사실이나 강제수사에 착수한 상황은 분명하다.
반면 또 다른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는 말 그대로 감감무소식인 상태다. 박 의원이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재직 때 지인 소유의 골프장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여 협회에 손실을 끼친 혐의 등으로 고발된 사건인데, 검찰 수사에 진척이 없자 고발인인 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촉구 요청서를 내기도 했다.
검찰이 이렇게 수사를 지연시키는 것은 ‘봐주기 수사’의 한 유형이다. 수사에 손을 놓은 채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려 무혐의 처분했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력 검찰 간부의 형인 윤 전 서장은 10년 만의 재수사 끝에 얼마 전 기소됐다. 박 의원의 경우 검찰의 수사 지연이 복당의 근거가 됐으니 이미 그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박 의원이 국회의원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공사 수주라는 사적 이익을 챙긴 혐의는 불공정의 극치다. 이런 혐의를 받는 국회의원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것 또한 명백한 불공정이다. 검찰의 수사 지연이 비판받아도 모자랄 판에 이를 이용해 당적을 되찾기까지 했으니 박 의원의 복당은 ‘이중의 불공정’이 작동한 결과다.
한 가지 더. 박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전국 41곳에 220억원 상당의 토지를 소유한 ‘땅부자 1위’ 의원이다. 그러나 지난해 ‘LH 사태’로 국민권익위가 정당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할 당시 그 전에 탈당해 무소속 신분이었던 그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혜택’까지 누렸다. 박용현 논설위원
관심을 가져주면 안 되는 대상이 있다. 이제는 사회문화적 연구 대상이 된 관심종자, 줄여서 관종이 분명할 때다. 어그로 끄는 것이 뻔한데 관종이라 비웃으면 당사자는 오히려 좋아한다. 그게 바로 좌와 우, 진영을 가리지 않고 창궐하는 관종이라는 종의 특징이다. 관종은 외부 시선을 먹고 산다. 관종 행태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이들뿐만이 아니다. 관종은 자신의 언행을 두고 부들부들 떠는 사람들로부터도 만족을 얻는다. 너희들이 나를 어쩔 건데라는 심리가 깔렸다. 정치적 지분이 아닌 돈을 특권과 자랑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관종이 될 때 특히 그러하다. 이러면 정말 약이 없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그간 행태를 상식 있는 사람들이 무시한 이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재벌 3세의 관종 행태에 ‘묻고 더블로 가’ 외치기 전까지는.
세습으로 취업하는 재벌 3세가 관종을 ‘부캐’에서 ‘본캐’로 삼았다. 짜증은 시민과 주주 몫, 뒤치다꺼리는 신세계 직원 몫이다. “난 콩 상당히 싫다” “콩콩콩콩 콩콩콩”. 멸공의 횃불을 높이 든 1968년생 재벌 3세 부회장이 이런 유치한 글을 인스타그램에 쓰고 있다. 세계 8대 무역국이 된 한국 재계가 다 같이 부끄러워해야 할 수준이다.
기업 가치를 총수 이익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제지 등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그의 이런 관종 행태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왔다. ‘마케팅을 위한 철저히 계산된 행보’라는 평가는 그나마 회계장부 테두리 안에 있었다. 장난처럼 보였던 “공산당이 싫어요” 발언이 표현을 바꿔가며 거듭된 뒤로는 짐짓 한국 최대 수출국인 중국 리스크를 언급하기도 했다. 대신 ‘재벌 총수의 이례적 정치적 발언’ ‘과감한 소신 발언’이라며 추켜세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과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정치 4류, 행정 3류, 기업능력 2류’ 발언과 “콩콩콩”을 슬그머니 견주기도 했다. 언론의 질소충전식 과대포장이 더해지니 떨어지는 지지율에 멸치 허리나 콩깍지라도 잡고 싶은 윤석열 후보가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덥석 집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개+사과도 했는데 멸치+콩이 대수겠는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멸공 구호를 옹호하는 발언이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1988년 1월이었다. “그간 공공건물에는 승공, 반공, 멸공 등 구호가 많이 나붙어 있었다. 그런데 현재 이러한 구호마저 우리 사회에서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마저도 전두환 정권 말기 민정당 의원이 내지르는 단말마에 불과했다. 불과 1년 뒤 본회의장에선 “시대착오적 멸공통일론을 고창하는 극우단체들이 준동하는 현실”을 질타하는 대정부 질문이 나왔다.
관종을 자처한 정용진 부회장이야 그렇다 치자. 정권교체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제1 야당 대선 해시태그가 면책특권 넘쳐나는 여의도에서도 34년 전 자취를 감춘 멸공 구호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노태우·김영삼 정부 때도 안 하던 짓을 지금 2022년 국민의힘이 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를 따라 너도나도 멸공 캠페인에 나선다. 공공건물은 어쩔 도리가 없으니 에스엔에스(SNS)라도 멸공 구호로 도배할 기세다. 정 아쉬우면 정권탈환 목표로 16년 만에 사들였다는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전면에 케이(K)-멸공을 내걸지 못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2006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자기 자식 군대 빼돌린 사람들이 국가안보를 외치고 멸공을 부르짖으며, 독재세력에 빌붙었던 무리들이 민주와 자유를 입에 달고 살아도 그리 신경 쓸 필요 없다. 그저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자극적인 언사만 부각되면 그만일 뿐이다. … 과거도 묻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도 묻지 말고 그리고 왜 집권해야만 하는지도 묻지 말고….”
정용진 부회장은 몸무게 1㎏을 초과한 고도비만으로, 윤석열 후보는 눈이 나빠 군 면제가 됐다. 면제 뒤 몸무게는 줄었다. 면제 덕에 사시 공부를 오래오래 할 수 있었다. 누구나 살은 찔 수 있고 눈은 나쁠 수 있다. 군가 ‘멸공의 횃불’은 유튜브에 있다. 1절 육군, 2절 해군, 3절 공군이다. 따라 부르면 입으로만 하는 멸공이 가능하다.
‘여가부 폐지’에 ‘멸공 챌린지’, 윤석열 퇴행 어디까지인가 [사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 캠페인이 역주와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한 다음날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논쟁적 문구를 띄운 데 이어, 이튿날엔 대형마트에서 식료품을 사며 느닷없는 ‘멸공 챌린지’에 불을 붙였다. 아무리 급락한 20~30대 지지율을 회복하는 게 시급한 처지라고 하나, 상황 타개를 위한 시도가 무책임하고 졸렬하기 짝이 없다.
윤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올린 건 지난 7일 오후였다. 다음날 기자들과 만난 윤 후보는 ‘여가부 폐지’가 자신의 대선 공약임을 분명히 했다.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던 경선 후보 시절의 공약을 아무런 설명 없이 여가부 폐지로 바꾼 것이다. 그는 공약 변경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현재 입장은 여가부 폐지 방침이고, 더는 좀 더 생각해보겠다”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만 했다. 설명할 논리도 근거도 빈약함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윤 후보가 여가부 폐지로 입장을 뒤집은 배경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추락한 청년층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 등에서 요구하는 부처 폐지론을 서둘러 공약화한 것이다. 윤 후보나 국민의힘으로선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이 득표를 위해 유권자 집단의 요구를 수용해 정책공약을 내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청년층이 겪는 어려움과 고통은 출발선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사회정책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의식과 혐오감정에 편승하는 방식이어선 곤란하다. 대체 여가부 폐지로 청년층의 처지를 얼마나, 어떻게 개선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태의 본질과 무관한 분풀이성 공약은 사회에 파괴적 분열과 갈등만 조장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형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공개 구매하며 ‘멸공’을 이슈화하고 이를 ‘문재인 정부 심판’과 연결 짓는 캠페인 방식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전통 지지층인 강성보수의 재결집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북한과 주변국에 대한 증오를 불어넣고 집권세력에 색깔론을 덧씌우는 시대착오적 캠페인으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행여라도 그것이 재기 있고 발랄한 캠페인이라 착각하는 건 아니길 바란다. 문화선진국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남부끄러운 일이다.
윤석열 국의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대구시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단체인 전국 친박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며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용현 | 논설위원
세무서장이 육류업자한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다. 그런데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을 검찰이 6차례나 기각한다. 그리고 세무서장은 해외로 도피한다. 8개월 만에 인터폴에 체포돼 국내로 압송되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또 기각해 무사히 귀가한다. 검찰은 2년이나 시간을 끌다가 슬그머니 무혐의 처분한다. 세무서장의 동생은 검찰에서 잘 나가는 특수통 검사다.
영화에 나와도 비현실적 설정이라고 비웃음을 살 법한 이야기가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2012년 시작된 이 비현실적 현실은 2021년 12월29일까지 이어졌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은 사건 발생 10년 만에야 겨우 기소됐다. 검찰 내부의 비호세력 없이 이런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은 0%다. 윤 전 서장의 동생인 윤대진 검사장은 당시 대검찰청 중수2과장이었고,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을 받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당시 서울지검 특수1부장이었다. 윤석열은 ‘대윤’, 윤대진은 ‘소윤’으로 불릴 만큼 막역한 사이였다. 그림은 너무도 뻔한데, 대윤·소윤이 윤우진 전 서장을 비호한 의혹은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다. 10년을 흘려보냈으니 오죽하겠는가.
‘윤우진 사건’은, 동영상 속 얼굴을 뻔히 보면서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던 ‘별장 성접대 사건’과 더불어 ‘제 식구 봐주기’ 수사의 끝판왕이다. 다양한 법기술과 고도의 뻔뻔함을 발휘해 국민의 공분 속에서도 사건을 덮어버렸다. 국민을 ‘개·돼지’로 보지 않고서는 감행할 수 없는 일이었다. 표적으로 삼은 인물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난도질하면서 제 식구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이중잣대가 검찰의 디엔에이에 새겨져 있는 듯하다.
검찰총장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윤석열 후보도 이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윤 후보는 29일 경북 선대위 출범식에서 놀라운 말을 했다. “수사 과정에서의 자살은 수사하는 사람들이 좀 세게 추궁하고 증거 수집도 열심히 하고 그러니까, ‘이게 지금 진행되는 것 말고도 또 내가 무슨 걸릴 것이 있냐’ 하는 불안감에 초조하고 그러다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도 하는 것이다.” 별건 수사로 압박하고 모멸감을 주며 몰아붙여 원하는 진술을 얻어내는 잔인한 ‘수사 기법’을 자인한 셈이다. 그렇게 죽어간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연민이나 자성도 묻어나지 않는다. 그가 검사로서 어떤 태도로 수사에 임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반면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과 재직증명서 위조 의혹과 관련해서는 과거에 그가 수사하거나 수사를 지휘한 신정아씨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씨 사건에서 보여줬던 냉혹함을 찾아볼 수 없다. 장모가 두가지 범죄 혐의로 각각 실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서도 남의 일이라는 듯 무덤덤하기만 하다. 정의와 공정, 법치라는 그의 구호가 허망할 뿐이다.
검찰과 윤석열 후보는 사과에 인색하다는 공통점도 보인다. 국민이 위임한 검찰권을 잘못 행사했으면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게 당연한 도리다. 그러나 윤우진 사건이든 김학의 사건이든 사과하는 검사가 한 명도 없다. 과거의 수많은 조작 사건, 강압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들도 마찬가지다. 국민을 대신해 권한을 행사하는 공복이 아니라 스스로 권력을 소유한 지배자라는 의식이 깔려 있지 않고서는 이해되지 않는 행태다. 그런 인식이 배어있는 탓인지 윤 후보도 사과해야 할 때 사과하지 않아 물의를 빚는 일이 잦다. ‘개 사과’ 논란에 이어 김건희씨의 대국민 사과도 ‘사과 같지 않은 사과’로 후폭풍에 휩싸였다.
그런 윤 후보가 매우 신속하고 전격적으로 사과를 한 대상이 있다. 박근혜씨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 출신인 윤 후보는 정치를 시작하자마자 대구를 방문해 “마음속으로 송구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하더니 최근 특별사면에 즈음해서도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불법행위를 저지른 피의자를 수사해 처벌했는데 미안하다니, 검사로서 자기 부정을 하는 셈이다. 출세를 위해선 알량한 검사의 자존심도 내팽개치고 불의와 손잡던 과거 정치검사들의 굴신이 떠오른다.
독재정권이든 부패정권이든 공생관계를 맺어 부역하면서 검찰의 특권을 보장받고 이를 통해 권력과 부를 누린 게 검찰의 폐단이었다. 윤 후보의 요즘 행보를 보면 그런 속성이 뿌리깊게 잠재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반복적으로 독재정권을 미화하고, “토론을 하게 되면 싸움밖에 안 나온다”는 망발로 유권자 국민과 민주적 선출 절차를 비웃는다.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를 모독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내놓는다. 민주주의 국가의 대선 후보인가 싶을 정도다. 이런 인물이 검찰총장을 지내고 조직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으니 검찰 조직의 민주적 소양 수준을 알 만하다. 검찰총장이 곧바로 대선 후보가 되는 것 자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허무는 일이지만 검찰 내부의 비판과 자성은 없었다.
검찰의 폐단을 바로잡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인데 윤 후보를 통해 그것이 정치에까지 고스란히 이식된다면, 암담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