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 경주마 대기업 스트로나흐, 한국 수출 중단 발표
지난해 페타 폭로로 은퇴 경주마 도축·구타 등 이유
지난해 5월 제주시 애월읍 축협축산물공판장에 실려 온 경주마들이 폭행당하고, 도축되는 장면이 공개돼 동물학대 논란이 일었다.
북미 주요 경마장 여러 곳을 소유한 세계 최대 경주마 기업이 한국의 은퇴 경주마 처우가 나아질 때까지 말을 수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3일 국제동물권리단체 페타 아시아(PETA Asia·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려는 사람들)는 캐나다 경주마 수출기업인 스트로나흐 그룹(The Stronach Group)이 한국에 경주마 수출을 막는 새로운 정책을 채택했다고 전했다.
페타 아시아는 “스트로나흐 그룹은 페타가 지난해 폭로한 제주도 한 대형 도축장의 은퇴마 도축과 구타 장면을 확인한 뒤 한국으로의 말 수출을 방지하는 새로운 규정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들은 특히 말들을 잔인하게 때린 사람들이 기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앞서 7월 22일 스트로나흐 그룹은 페타에 입장문을 보내 한국에 수출되는 북미 경주마들의 은퇴 뒤 복지가 보장되지 않으면, 이들이 소유한 순종말 사육장인 ‘아데나 스프링스’(Adena Springs)가 사육하는 경주마들의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경주마 수출기업인 스트로나흐 그룹이 지난달 22일 페타에 보낸 입장문.
스트로나흐 그룹은 “우리는 순종 경주마들의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세계적 업계 리더로서, 한국이 은퇴한 경주말을 잔인하고 비인간적으로 대우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보낸다. 한국마사회(KRA)가 은퇴 경주마들의 재활을 위해 몇 가지 조처를 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북미 경주마들의 학대 예방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한국으로의 수출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언제든지 한국마사회와 이 고귀한 동물들을 적절히 보호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협정을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페타가 공개한 3분 분량의 영상에는 순종 경주마들이 폭행당하고 도살되는 장면이 담겼다. ‘케이팝? 케이 고통! 한국 최대 말 도축장 안에서’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경기를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경주마들이 제주시 애월읍 축협축산물공판장에 실려 와 인부들에게 머리, 몸 등을 무차별적으로 맞거나, 다른 말이 보는 앞에서 도살되는 모습이 찍혀있다. 해당 영상은 페타 조사관이 2018년 4월부터 2019년 2월까지 10개월 동안 위장 잠입해 9차례에 걸쳐 촬영한 것이다.
이후 은퇴 경주마 학대 영상이 공개되며 비판 여론이 일었고, 동물보호단체 페타와 국내 동물권단체 ‘생명체 학대방지포럼’는 제주 축협 관계자 등 5명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퇴역 경주마들의 도축은 계속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페타 아시아에 따르면, 올 상반기 6개월 동안 496마리의 말이 도축됐으며 이중에는 스트로나흐 그룹에서 사육한 암말 ‘워터릴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6월4일 훈련 중 골절상을 입은 ‘인도 강자’라는 말 또한 부상 이틀 뒤 제주 축협에서 도살됐다.
부산에서 경주를 마친지 채 72시간이 지나지 않아 도축장으로 실려 온 말 ‘케이프 매직’.
제주지방검찰청은 지난 1월 경주마를 다른 말들이 보는 앞에서 도축한 제주 축협 관계자 2명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이들은 500만원의 별금형에 처해졌다. 도축에 앞서 말을 때린 인부나 운전기사는 등은 불기소 처분했다. 불법적인 말 도축의 죄를 물은 국내 첫 유죄 판결이지만, 말들을 잔인하게 폭행한 사람들은 처벌을 면했다.
생명체 학대방지포럼 박창길 대표는 7월 2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이들의 불기소 처분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대표는 “말들을 학대한 직원들과 트럭 운전사들, 그리고 학대 행위가 일상적으로 반복될 수 있도록 방치한 제주축협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이슨 베이커 페타 부의장은 “한국의 경주마 도축을 막기 위해 수출을 중단시킨 스트로나흐 그룹의 새로운 규정에 찬사를 보낸다. 한국마사회는 말을 구타한 해당 직원들을 즉시 기소해 더 큰 망신을 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지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