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사업자들의 편의를 봐준 대가로 수십억 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4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사업자에게 편의를 제공해준 뒤 25억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구속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더 이상 진술할 게 없다”며 열흘 넘게 검찰 조사에 불응하고 있다. 검찰이 곽 전 의원을 강제구인하더라도 진술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서는 자신에 대한 구속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검찰 페이스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조사실이 아닌 법정에서 싸우는 방안을 택했을 것으로 본다. 곽 전 의원은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이다.
1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일 뇌물과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곽 전 의원은 거듭된 검찰 조사 요구에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지난 7일부터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출석 조사를 요구했지만 곽 전 의원은 모두 거부했다.
곽 전 의원 쪽은 검찰에서 이미 충분한 조사를 받아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곽 전 의원 쪽은 전날 입장문을 내어 “검찰은 피의자가 어떠한 청탁을 하고 어떤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는지 증거도 없음에도 영장청구서에 거의 허위에 가까운 내용을 기재하여 피의자를 구속했다. 검찰에서 더 이상 진술할 얘기는 없다. 법원에서 피의자의 무고함을 밝힐 것이다. 신속한 기소를 원하는 입장이라 구속적부심도 청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곽 전 의원의 변론 전략을 두고 검찰에 대한 항의이자 고도의 방어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괜히 조사에 나섰다가 진술 과정에서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없어 ‘조사불응’이란 방어전략을 택한 것 같다. 또 검찰이 증거가 확실하면 곧장 기소하면 될 일을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고 생각해 항의 차원에서 조사 거부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구속 전에는 억울한 부분에 대해서 소명을 하려 조사에 나섰겠지만, 구속된 뒤엔 이미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잘해봐야 본전이라 수사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수사팀은 구속수사 기간 만료일인 23일 전에는 곽 전 의원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 이에 곽 전 의원이 계속해서 조사를 거부할 경우 검찰로서는 강제구인이 불가피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구속영장 발부 뒤 구속 피의자가 검찰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미 발부된 구속영장으로 강제구인이 가능하다. 다만 곽 전 의원을 강제로 부르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어 수사팀 입장에선 사실상 실익이 없을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보검사는 “(곽 전 의원이) 조사에 계속 불응할 경우 법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강재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대전시 으능정이 거리에서 연설을 마친 뒤 청년들과 함께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좋은 정책이라면 홍준표의 정책이라도 박정희의 정책이라도 다 갖다 쓰겠다. 이게 바로 실용 정치 아니겠나.”
공식선거운동 일정이 시작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산에서 서울까지 ‘경부 상행선’ 420㎞를 달리며 강조한 것은 ‘통합’이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 점퍼 대신 양복을 입은 이 후보는 중도층과 보수층을 향해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 부전역 앞에서 이뤄진 첫 유세에서 “내 편이면 어떻고 네 편이면 어떠냐. 전라도 출신이면 어떻고 경상도 출신이면 어떠냐. 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떠냐”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정치인의 이념과 사상이 뭐가 중요하냐. 자신의 이념과 사상을 관철하고 싶으면 학자나 사회사업가, 사회운동가를 해야 한다”며 “국민 요구와 내 신념과 가치가 어긋나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국민 뜻 존중하는 게 민주국가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1000여명(경찰 추산)이 모인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재명 잘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부산-대구-대전-서울로 이어진 ‘경부 상행선 유세’에서 이 후보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는 △위기 극복 총사령관 △경제대통령 △국민통합이었다. 이날 자정 부산항 통합관저센터에서 수출 운항 선박 근무자들을 만난 이 후보는 부산서 공식 선거운동 첫발을 뗀 데 대해 “부산은 제가 존경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부산을 다녀온 뒤 페이스북에 “어떤 기억은 갈수록 생생해지고 또렷해진다”며 “억울하고 서러워서 가슴 때리며 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노 전 대통령을 또 다시 언급하며 내부 결집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는 윤 후보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적폐수사’ 발언을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대구에선 고향(경북 안동)을 부각하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이 후보는 대구 동성로 유세에서 “고향 까마귀도 보면 반갑다는데 여러분과 같이 물을 마시고 여러분과 같이 땅을 딛고 자라났던 저 이재명 보니까 반갑지 않으냐”며 경북 안동 출신임을 강조했다. 그러자 일부 지지자들은 “반갑습니더”라며 호응하기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해 “코로나 초기 대구시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떠나갈 때 얼마나 슬프고 애달팠겠냐”며 “신천지가 코로나 퍼트리고 방역 비협조 할 때 신속하게 압수수색해서 명단 구하고 조치 제대로 했다면 단 한명이라도 희생자 줄일 수 있었던 거 아니냐”고 윤 후보의 신천지 ‘봐주기 수사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 후보는 대전 으능정이거리 유세에서 “여기에 OO 노래방, OO 헤어가 있다. 코로나19로 얼마나 많은 희생 치렀겠냐”며 “대통령이 되면 50조원 추경 즉시 마련하고 안 되면 긴급재정명령권 발동해서 2년간 손실 완전히 보상해주겠다”고 말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곳은 불과 2시간40분 전 윤 후보가 유세를 벌였던 장소기도 하다. 이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제 아내 고향 충청도에 사드같이 흉악한 거 말고 저는 보일러 놔드리겠다”며 “이 자리에서 존경하는 윤 후보가 유세했다고 들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몰라요”라고 외쳤고, 이 후보는 “여러분 관심 없어도 꼭 지켜보시고, 물건 살 때도 비교하고 꼼꼼하게 체크하는데 이 나라를 제대로 바꿀 유능한 후보가 누군지 꼭 지켜보고 비교하라”고 말했다.
대전에서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는 박석연(35)씨는 “두 후보 모두 거부감이 컸다. 그래서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윤 후보와 이 후보 유세를 모두 봤는데 윤 후보는 미리 준비한 종이만 보고 읽는 반면, 이 후보는 원고없이 연설하는 걸 보면서 준비가 많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광주·전남과 전북에서 각각 유세활동을 벌이던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과 정세균 전 총리 등과 ‘원팀 유세’를 벌였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경선에 함께 뛰었던 이 위원장과 정 전 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에게 직접 파란 목도리를 둘러줬고, 이 위원장은 이 후보에게 목도리를 둘러준 뒤 양쪽 어깨를 꽉 잡으며 북돋아줬다.
지지자들은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신천지 아웃’ 등의 손팻말과 파란색 형광봉을 흔들면서 응원에 나섰다. 이 후보를 보러 일부러 이자리에 왔다는 권승회(45)씨는 “이 후보가 강조하는 게 능력있는 대통령이고 전문성 있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 날 이 후보가 경부선 앞 광장에서 즉석연설을 하는 동안 2층 경부선 복도에서도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연설을 지켜보면서 “원팀”을 함께 외치기도 했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은 경부선과 호남선이 만나는 곳으로 국민통합이 담긴 상징적 의미라고 선대위는 설명했다. 부산·대구·대전/서영지 기자
위기극복 · 국민통합 선언 회견
“보복과 검찰 통치 세력에 권력 주는 것
정권 교체일 수 있어도 정의는 아니다”
선거제 개혁과 위성정당 금지 등 “정치교체” 강조
5년 전 달리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도 참배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역사의 한 부분” 통합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득권과 싸워온 변방의 정치인, 기득권에 빚진 것 없는 아웃사이더 이재명이야말로 진정한 정치교체의 적임자”라고 14일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사거리에서 ‘위기극복·국민통합 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대선은 통합정치와 정치보복, 민주주의와 폭압정치, 미래와 과거, 화해와 증오, 유능과 무능, 평화와 전쟁, 민생과 정쟁, 성장과 퇴보가 결정되는 역사적 분기점”이라며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 발전을 앞당기는 유능한 민주국가가 될지, 복수혈전과 정쟁으로 지새우는 무능한 검찰 국가가 될지 결정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후보가 공식선거 운동의 시작을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 장소로 명동을 택한 것은 아이엠에프(IMF) 당시 ‘금모으기 운동’을 했던 상징적 장소인 명동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위기와 기회를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1997년 김대중 대통령 후보와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마지막 유세 장소였던 이 명동거리에서 이번 선거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대한민국 위기 극복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과 제가 주권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성찰하며 더 나은 변화를 바라시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모든 변화가 무조건 선은 아니”라고 말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의 정권교체는 ‘나쁜 변화’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윤 후보를 겨냥해 “정당한 촛불집회를 무법천지라며 표현의 자유를 부인하고, 과감한 정치보복과 검찰에 의한 폭압통치를 꿈꾸는 정치세력이 있다”며 “이들에게 권력을 쥐여주고, 더 나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은 정권교체일 수 있어도 정의일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를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적대적 공생이라 불러 마땅한 거대양당 체제 속에서 민주당이 누려온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겠다”며 “표의 등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 개혁으로 제3의 선택을 통한 선의의 정책경쟁이 가능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비례대표를 확대하고,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금지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 후보는 “0선의 이재명이 거대 양당중심의 여의도 정치를 혁파하고, 국민주권주의에 부합하는 진정한 민주정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치교체와 함께 강조한 건 ‘국민통합’이었다. 이 후보는 4100여자의 기자회견문에서 국민통합은 8, 정치교체는 5번 언급했다. 이 후보는 “선거 과정과 무관하게 정치교체와 국민통합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연대 연합해 국민내각으로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며 “국민통합정부를 현실화하기 위해 ‘국민통합추진 위원회’(가칭)를 시민사회와 정치권에 제안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통합정부를 위해 필요하다면 ‘이재명 정부’라는 표현도 쓰지 않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도입하고, 총리에게 각료 추천권 등 헌법상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며 “부총리 중심으로 각 부처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 성과로 국민에게 평가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임기 내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후보는 “합의가 어려운 전면개헌이 아닌 합의 가능한 것부터 순차 추진하겠다”며 “이견이 없는 사항, 예를 들어 5·18 민주화운동과 환경위기 대응 책임을 명시하고, 경제적 기본권을 포함한 국민의 기본권 강화하며, 지방자치강화, 감사원 국회이관 등 제왕적 대통령 권한도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분향·헌화하고 김대중·김영삼·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이 후보는 지난번 대선 때와 달리 이번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에도 참배한 데 대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5년 전 (대선) 경선 당시 내 양심상 그 독재자와 한강 철교 다리를 끊고 도주한, 국민을 버린 대통령을 참배하기 어렵다고 말씀드린 바 있지만, 5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저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저의 사회적 역할도 책임감도 많이 바뀌고 커졌다”며 “국민의 대표가 되려면 특정 개인의 선호보다는 국민의 입장에서, 국가의 입장에서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금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 ‘선열의 뜻을 이어 위기에 강한 통합대통령 유능한 경제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서영지 기자
뻗어나갈 부산처럼…이재명 “경제 살리는 대통령되겠다”
첫날 0시 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 방문
“VTS 들으니 나도 모르게 세월호 떠올라”
이어 대구-대전 거쳐 서울서 유세 마무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자정 부산 영도구 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찾아 해상교통관제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공식 선거운동 첫 일정으로 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찾아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선거운동 시작의 다짐을 밝혔다. 이 후보는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 후보, 국민 통합 대통령 후보 이재명에게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검은색 양복 차림을 한 이 후보는 이날 0시 공식 선거운동을 해상교통 관제 현황을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 로비에 들어선 이 후보는 “브이티에스(VTS)라는 단어를 들으니 갑자기 세월호가 생각난다”고 말하며 현황 보고를 들었다. 이후 관제실 안으로 들어간 이 후보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현재 운항 중인 선박들과 교신을 나눴다. 이 후보는 민간 선박 선장과의 통화에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돼 선장님을 포함해 선원들의 안부도 묻고 올해 한국 경제도 좋아지고 코로나19 위기도 극복해야 하는데 그런 의지를 나누기 위해 전화드렸다”고 말했다. 해경 경비 함정과의 통화에서는 “해경 대원들이 근무해주셔서 국민이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하는 것에 감사하다”고 격려했다.
이후 이 후보는 관제센터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식 선거운동 첫 일정으로 부산을 찾은 이유와 다짐을 밝혔다. 그는 “남부권 중심 도시가 될 부산을 첫 지역으로 정한 건 대한민국의 경제가 확실히 살아나고 우리 모두 대륙과 해양으로 뻗어나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희망이 있는 기회가 넘치는 그런 나라, 증오와 갈등이 아니라 공존하고 협력하고 연대하는 화합된 통일의 나라, 평화의 나라, 그런 나라를 꼭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에 강한, 그리고 유능한 경제 대통령 후보, 국민 통합 대통령 후보 이재명에게 기회를 달라. 제가 잘해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황 보고를 들으며 세월호 이야기를 꺼낸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은 이 후보는 “저도 모르게 브이티에스(VTS)라는 단어를 보고 첫 번째로 떠오르는 생각이 세월호였다”며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했던 그 기록이 남아 있던 곳이 바로 브이티에스여서 갑자기 떠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제센터에서 선박의 이동 경로 정보를 2개월 동안 보관한 뒤 폐기심의위원회를 통해 폐기 처리되는 과정을 언급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쌀, 원료라고 불리는 소중한 자산이 관리되지 않고 폐기된다는 게 참 아깝다”며 “빅데이터를 이용한 스마트 관제는 아직 한참 있어야 할 일이다. 우리 경제가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로 나가기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오전 9시 부산 부전역 앞에서 유세를 이어간 뒤 대구와 대전을 거쳐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첫날 유세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송채경화 기자
오는 17일 열릴 예정으로 추진 중이던 관훈클럽 초청 대선 후보 4자 TV토론이 국민의힘측의 불참 결정으로 14일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선 후보의 일정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민주당은 "차라리 토론하기 싫다고 솔직히 말하라"며 맹폭했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윤 후보 측은 관훈클럽 초청 4자 토론에 대한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TV토론 협상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토론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윤 후보의 일정에 도저히 맞출 수가 없어서 관훈클럽에 양해를 좀 부탁드린다고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17일 예정된 유세 일정상 토론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성 의원은 이어 "지난 11일 2차 TV 토론도 충청권 '열정열차' 일정이 있었음에도 조정을 했었다"며 "이번에는 도저히 조정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남은) 법정 토론회가 3번 있으니까 그렇게 (남은 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곧장 논평을 내고 윤 후보가 토론을 회피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선대위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관훈토론이 그렇게 두려우냐"며 "처음엔 자기가 지정한 날이 아니면 안 된다더니, 이제 날짜 핑계도 대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뻔한 변명을 할수록 밑천만 드러나 보인다"며 "(윤 후보는) 토론 자체를 피하고, 피하기 어려우면 이날, 이때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떼를 쓰고, 온갖 조건을 바꿔가며 질질 시간을 끌었다. 막상 토론할 때는 동문서답과 네거티브로 유권자를 실망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일정을 핑계로 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유권자를 우습게 아는 것"이라며 "국민 검증을 위해 마련된 자리에 구둣발을 올려놓는 태도나 마찬가지"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러면서 "토론을 거부하는 태도는 후보자의 부족한 자질과 정략적 이기주의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며 "윤 후보는 '민폐와 특권의 나 혼자 열차' 운행을 그만두고 당장 토론에 응하기를 바란다"고 압박했다.
4명의 대선후보는 지난 3일과 11일 TV토론을 통해 맞붙은 바 있고, 오는 17일 세 번째 토론을 추진 중이었다.
이와 별개로 공직선거법에 따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TV 토론은 오는 21일(경제)과 25일(정치), 3월 2일(사회)까지 세 차례 예정돼 있다.
지난 11일 열린 대통령선거 2차 TV토론(한국기자협회 주관)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난데없이 봉변당한 미국 교수가 있다. 일리노이주립대(시카고) 최승환 교수(종신교수)다.
윤석열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안보분야를 주제로 토론을 벌이다 최 교수를 모욕하는 발언을 한다. 해당 부분을 활자화하면 이렇다.
대선 2차 TV토론 (2:08:00~2:08:30)
▲이재명 : '더힐'이라고 하는 군사잡지에서 "한반도의 전쟁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 중에 4가지 중에 한 원인이 윤석열 후보다"고 한 것 보셨습니까? 외국에서 그렇게 걱정을 하고 있어요.
▲윤석열 : 그 저자는 국제정치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엉뚱한 이야기하는 분으로 유명한 분인데 이런 대선토론에서 그런 분의 글을 인용한다는 것이 참 어이가 없습니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가리킨 글은 최 교수가 지난 9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기고한 '전쟁의 가능성이 한반도 위에 드리우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해당 기고문엔 주변의 4대 요인 때문에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할 위험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최 교수가 주장한 4대 요인이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해외 미군 재배치로 인한 한반도의 안보공백 △북핵 문제를 풀지 못하는 바이든 정부의 무능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기술 발전 등 무장력 신장 △윤석열 후보의 대북 선제타격 입장 등 한국의 정치상황이다.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바로 4번째 항목인 윤 후보가 말한 선제타격이 불러올 북한의 보복 위험을 문제 삼은 것이고, 윤 후보는 해당 글을 쓴 최 교수를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분'으로 폄하한 것이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최 교수는 미 육군 장교 출신으로 2004년부터 일리노이대에서 국제관계와 한국정치를 가르치고 있는 미국 시민권자인데 이번 한국 대선TV 토론회에 '엉뚱하게' 소환된 것이다.
최 교수는 12일 윤 후보의 언급에 대한 반박문을 CBS노컷뉴스에 보내왔다.
자신의 반박문을 CBS노컷뉴스에 보내온 이유는 이재명 후보가 TV토론 전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최교수의 글을 소개한 CBS노컷뉴스의 기사를 공유한 때문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반박문에서 "두 후보 간의 토론이 한국의 안보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튼튼히 할 수 있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제 개인에 대한 인격 모독성 발언으로 이어져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썼다.
특히 윤 후보가 최 교수를 "인정받지 못하는 학자"라고 한 부분에 대해 '흑백논리'라며 통렬히 반박했다.
그는 "제가 국제 정치학회에서 거의 인정받지 못하는 학자라면, 윤후보를 돕고 있는 한국정치학자들은 어떤 수준의 학자들로 보고 계신지 윤후보께 여쭤 보고 싶다"고 씁쓸해했다.
이어 "윤 후보의 외교 안보 정책을 돕는 학자들 중에서 학문적 업적도와 논문인용지수가 저보다 더 높은 분이 있는지 팩트체크해서 꼭 알려 주시기 바란다"고도 했다.
최 교수가 말한 '학문적 업적도'(h-index)란 연구자의 생산성과 영향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며,
'논문인용지수'(total citations)란 다른 연구자가 해당 연구자의 논문을 얼마나 인용했는지를 나타내주는 것으로 연구자의 논문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두 지표는 '구글 스칼라'(google scholar)라는 검색도구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2004년부터 교수로 활동중이며 논문 58편, 책 4권을 저술한 최 교수의 학문적업적도는 23, 논문인용지수는 2014로 나와 있다.
이 수치가 얼마나 되는지는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워싱턴 카톨릭대 교수, 한국계)의 연구실적과 비교하면 짐작할 수 있다.
미국에서 대표적인 한반도 안보전문가 가운데 한 명인 여 석좌의 학문적업적도는 10, 논문인용지수는 460이다.
지난해 9월 22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석열 후보의 외교안보 관련 공약발표 자리에 참석했던 김성한 고려대 교수 등 외교안보 전문가 7인의 이름은 '구글 스칼라' 검색에서 찾을 수 없었다.
최 교수는 반박문에서 이렇게 글을 맺었다.
"정치인들 중에는 지지층을 넓히기 위해서라면 편가르기와 인격 모독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선거철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될 사람은 그래서는 안 된다. 국민 통합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대통령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팩트체크] 윤석열 “이재명 ‘스냅백’은 친중·친북·반미”…사실아니다
㈎ “스냅백이라고 해서 먼저 제재 풀어주고 나중에 뭐 또 (북한이) 핵을 고도화하면 그때 가서 제재를 하자든지….”
㈏ “스냅백은 (비핵화와 관련해 북미가) 단계적 동시행동을 할 때 상대방이 어기면 자동으로 (제재로) 되돌아간다는 것이지 ‘선 제재 해제’가 아닙니다.”
㈎ “스냅백은 대북 제재를 풀었다가 나중에 다시 제재하려고 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하겠습니까?”
지난 11일 오후,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차 대선 후보 4자 티브이(TV)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주고받은 문답의 일부다. 공격적 질문을 한 ‘가’는 윤석열 후보, 질문에 반박하며 방어를 한 ‘나’는 이재명 후보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통일문제·3축체제·종전선언·전시작전통제권 관련 견해에 ‘스냅백’(Snap back) 문제까지 걸어 “결국은 친중·친북·반미라는 어떤 이념적 지향에 단단히 서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스냅백과 관련한 윤 후보의 질문은 두 개의 잘못된 사실관계를 근거로 하고 있다. 스냅백은 ‘제재 먼저 풀기’라거나 ‘중·러가 반대하면 작동불능’이라는 인식이 그렇다. 스냅백은 ‘단계적 동시 행동’을 전제로 한 조처이고, 중·러가 반대하더라도 ‘작동불능’에 빠지지 않게 설계된 장치다. 윤 후보는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아니면 알고도 그랬을까?
미국, 한-미 FTA와 이란 핵협정에 ‘스냅백’ 삽입
‘스냅백’은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혜택’을 철회하거나 ‘제재’를 복원하기로 하는 안전장치다. 국제 계약법에서 합의 이행을 강제하려고 고안한 장치인데, 일종의 ‘조건부 계약효력 상실 조항’이다.
한국-미국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스냅백 조항이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상호 관세 인하가 알짬인데, 관세 인하 조처에도 별다른 ‘성과’가 없으면 관세 혜택을 없애고 제자리로 돌릴 수 있도록 스냅백 조항이 담겨 있다. 두 나라가 각각 추천한 1명씩과 제3국인 1명으로 이뤄진 ‘분쟁해결 패널’(한-미 자유무역협정 부속서 나-5조)에서 판정한다.
국제 계약법의 스냅백 조항이 비핵화 협상에 적용된 대표적 사례가 ‘이란 핵협정’(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2015년 7월14일)이다.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 이후 문제가 없으면 이란 핵활동 관련 제재를 일괄 해제하되 ‘비가역적 제재 해제’가 아닌 ‘협상 타결 뒤 10년(최대 15년) 제재 유보’ 방식(스냅백)을 택했다. 10년간 이란이 핵협정의 모든 조건을 지키면 제재를 완전히 폐기하고 스냅백을 무효화한다는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5년 7월20일 이란 핵협정을 추인하는 새로운 결의를 채택했는데,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한 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유엔 안보리가 제재 해제를 연장하는 결의를 채택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이란이 ‘약속’을 어겼을 때 중·러가 반대하더라도 미국이 제재를 복원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다만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을 폐기하고 제재를 복원하는 일방적 조처를 취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이란핵협정’(과 그를 추인한 유엔 결의) 모두 스냅백 조항은 미국 쪽의 요구로 들어갔다. 요컨대 스냅백은 강자가 약자의 약속 이행을 강압하는 ‘강자의 무기’다.
김정은(오른쪽)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2월28일 2차 정상회담을 마치고 헤어지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트럼프, 2019년 하노이 회담 때 ‘스냅백’ 도입 공감
’북핵 협상’과 관련해서도 스냅백 조항이 북-미 정상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된 선례가 있다. 2019년 2월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이 그 무대다.
“회담에서 우리가 현실적인 제안을 제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제재를 해제했다가도 조선이 핵활동을 재개하는 경우 제재는 가역적이다’는 내용을 포함시킨다면 합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신축성 있는 입장을 취하였지만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은 기존의 적대감과 불신의 감정으로 두 수뇌분들 사이의 건설적인 협상 노력에 장애를 조성하였으며 결국 이번 수뇌회담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못하였다.”
2019년 3월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당시 ‘부상’)이 평양 주재 외국 공관 대표 등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에서 밝힌 스냅백 협의 관련 언급이다. 요컨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스냅백 방식의 비핵화-제재 완화 교환’에 공감했으나,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스냅백과 관련한 최선희 부상의 이런 회견 내용을 한-미 두 나라 정부는 공개 부인한 바 없으며, 회담 사정에 밝은 두 나라 고위 관계자들은 비공식적으론 ‘사실’로 인정했다.
유엔 안보리의 마지막 대북 제재 결의인 ‘2397호’(2017년 12월22일 채택) 28조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준수 여부에 비추어 필요에 따라 조치들을 강화, 수정, 중단, 또는 해제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확인하고(affirm)”라는 문구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스냅백을 협상안으로 활용할 기반이 될 수 있다.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경선 후보 자격으로 지난해 8월22일 발표한 ‘대전환 시대의 통일외교 구상’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북핵 문제 해결”이라며 “최선의 해법은 ‘조건부 제재 완화(스냅백)와 단계적 동시 행동’”이라는 정책 구상을 밝힌 배경이다. 당시 이 후보는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을 시 즉각적인 제재 복원을 전제로 북한의 비핵화 조처와 그에 상응하는 대북제재 완화 조치를 단계적으로 동시에 실행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결론적으로 국제 계약법과 이란 핵협상, 북핵 협상 등을 두루 살펴봤을 때 이재명 후보가 북핵 해법의 하나로 제안한 스냅백이 ‘선 제재 해제’라거나 ‘중국·러시아가 반대하면 한번 푼 제재를 복원할 수 없다’는 취지의 윤석열 후보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