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처, 공무원들에 ‘윤 대통령 퇴진 투표’ 불참 압박···“불이익 받지 말라” 경고

‘전공노 관련 근무기강 확립 철저’ 공문 배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인사혁신처가 감사원·방송통신위원회·검찰청 등에 보낸 공문에서 국가공무원법을 언급하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가 주도하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국민투표에 사실상 참여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야당에서는 “공포감을 조성해 퇴진 촉구 투표 불참을 압박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지난 5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련 근무기강 확립 철저’라는 제목의 공문을 배포했다.

인사혁신처가 지난 5일 발송한 공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국민투표 참여 선언을 언급하며 “불이익을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적혀있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인사혁신처는 이 공문에서 전공노의 윤 대통령 퇴진 촉구 국민투표 참여 선언을 언급하며 “이와 관련해 각급 기관에서는 소속 공무원들로 하여금 국가공무원법상 제56조(성실 의무), 제57조(복종의 의무), 제58조(직장이탈 금지), 제63조(품위유지의 의무), 제65조(정치운동의 금지), 제66조(집단행위의 금지) 등 각종 의무를 철저히 준수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여 주기 바란다”고 적었다.

인사혁신처는 이어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여 불이익을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여 달라”고 했다.

인사혁신처는 “최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000 퇴진 국민투표 참여 선언’(11.4. 보도자료 배포)을 하였다”며 윤 대통령의 이름을 ‘000’로 처리하기도 했다. 앞서 전공노는 지난 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와 5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참여 선언’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인사혁신처는 이를 인용하며 윤 대통령 이름을 ‘000’로 표기한 것이다.

이 공문은 국가정보원, 국무조정실 등 중앙행정기관을 비롯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이태원참사 특조위) 등에 발송됐다.

김 의원은 “인사혁신처가 국가공무원법을 들먹이며 윤 대통령 퇴진 촉구 투표에 불참하도록 공포감을 조성한 것”이라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은 전공노가 왜 대통령 퇴진 투표 참여를 선언했는지 그 이유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경향 신주영 기자 >

 

7일 국립부경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찬반을 묻는 대학생들의 국민투표가 진행된 가운데, 학교 측이 경찰을 불러 대응하고 있다. ⓒ 부산대학생겨레하나관련사진보기


국립부경대학교가 윤석열 대통령 퇴진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사실상 불허하자 대학생들이 총장직무대리 면담을 요구하며 밤샘 농성을 진행 중이다. 학교 측은 지침에 따른 당연한 대응이란 입장이지만, 학생 측은 "과거로 퇴행"이라며 반발했다.

'정치적인 건 안 돼' 가로막힌 윤석열 퇴진 투표

8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정리하면, 국립부경대 학생 등 10여 명은 하루 전 대학본부 총장실 앞에서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농성에 들어갔다. 이는 학교 측이 7일 대연캠퍼스 백경광장에서 펼쳐진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활동을 제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날 오전 11시 20분께 부스를 설치한 뒤 투표에 들어갔으나, 학교 측은 시설물 지침에 어긋난다며 이를 막았다. 이 과정에서 대학 내로 순찰차가 출동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신분 확인을 위해 경찰을 불렀다. 종교나 정치적 목적의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단 내용을 담은 지침을 적용한 결과다.

"경찰 불러 학생 쫓아내다니 말이 되나"

마찰이 빚어지자 학생들은 투표소 운영을 중단하고 항의를 위해 총장실을 찾았다. 그러나 직무대리를 만나지 못하자 그대로 문 앞에 주저앉았다. 이들의 농성은 자정을 지나 다음 날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이런 활동을 하기 위해 허가나 승인이 필요하단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라고 발끈했다.

부경대 4학년인 왕혜지씨는 "정당한 목소리를 탄압하는 건 민주주의 시대와 맞지 않는다"라며 "총장직무대리의 답변을 들으려 여기서 밤을 새웠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앞서 그는 학내 광장 주변 100미터 내 투표 진행을 담은 집회신고서를 부산 남부서에 접수했다. 면담 확정부터 요구한 왕씨는 "날짜가 잡히지 않는다면 물러설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국립부경대학교가 시설물 지침 등을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막아서자 대학생 단체들이 7일 대연캠퍼스 총장실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 부산대학생겨레하나
 


이들과 함께하는 윤석열퇴진부산대학생행동(준)과 부산대학생겨레하나는 학교 측이 과도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치 활동을 이유로 2024년에 설마 경찰을 불러 학생들을 쫓아내려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독재시대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학교 측은 "정당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해당 지침에 정치 종교적인 행사가 금지돼 있어 정해져 있는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라고 해명했다. 농성에 대해선 "학생들에게 신분을 밝힌 뒤 정식적으로 요청하면 날짜를 잡아주겠다고 했지만, 직무대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해 난감하다. 현재 원만한 해결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이번 소식을 접한 국립부경대 졸업생들은 "있을 수 없는 사태"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변청숙 부경대 민주동문회 사무국장은 "1980년대에서나 볼법한 장면인데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정치기본권은 학생의 당연한 권리"라며 "부당하다고 보고 같이 연대해 대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학생행동 등은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라며 지난달 24일 부산대 앞을 찾아 1만 명을 목표로 한 국민투표 돌입을 알렸다. 학생들에게 윤 대통령에 대한 퇴진 찬반을 물어 이를 12월에 공개하겠단 계획이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대학본부의 반대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 >

 

민주당 “전 국민 아연실색”…국힘 유승민 “건심이 민심 이겼다”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음성 녹음이 공개된 31일 오전 윤 대통령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러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건희 여사가 11월 중순에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외 순방 일정에 동행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 부부가 취임 전부터 써온 개인 휴대전화 번호도 바꾸기로 했다. ‘대통령 부부와 외부인의 사적 소통’ 논란에 대한 수습책이지만, ‘김건희 특검’ 수용 요구로 분출되는 성난 여론을 다독이는 데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의 후속 조치”라며 “김 여사가 이달 중순에 있을 윤 대통령 순방에 함께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 다수의 ‘김 여사 외부 활동 자제’ 요구에 대통령실이 내놓은 응답이다. 윤 대통령 부부가 취임 전부터 써온 개인 휴대전화 번호 역시 곧 교체할 것으로 전해진다. 외부와의 연락은 최대한 공식적인 창구로 하겠다는 뜻이다. 전날 윤 대통령은 명태균씨 등 외부인과 사적 연락을 유지해온 것과 관련해 ‘여론을 가감 없이 듣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취임 전 썼던 휴대전화를 안 바꿔서 벌어진 일’이라며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고 했다. 설치를 미뤄온 제2부속실도 장순칠 시민사회2비서관을 실장으로 발령내 가동하기로 했다. 김 여사의 집무실은 따로 마련하지 않고, 직원 사무실과 외국 정상 배우자들과 대화할 접견실만 운영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이러한 후속 조처에 더해 인적 쇄신 작업도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내각과 대통령실에서 일할 새로운 인물에 대해) 물색과 검증을 하고 있지만, 시기는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강훈 전 대통령실 정책홍보비서관이 한국관광공사 사장 지원을 자진 철회한 것도 그 일환이란 해석이 나온다. 강 전 비서관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1일 윤 대통령과의 ‘81분 차담’ 당시 인적 쇄신이 필요한 ‘김건희 여사 라인’의 한명으로 지목했던 인물이다.

대통령실의 이런 움직임은 일정을 앞당겨 진행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론이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나왔다. 전날 논란이 된 윤 대통령 기자회견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례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17%로 취임 뒤 최저치(이전 19%)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조처들로 악화된 민심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실이 밝힌 김 여사의 대외 활동이나 국외 순방 동행 중단도 항구적인 조처가 아니다. 외교 상황과 방문 상대 등 상황에 맞춰 그때그때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전화번호 교체도 사적 소통을 아예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지금보다 줄이겠다는 상징적 조처에 가까워 보인다.

정치권 반응은 싸늘했다. 근본적이긴커녕 중단기 미봉책도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부인의 국정농단에 대해 사과하랬더니, 부부싸움과 휴대폰 변경으로 해결하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언에 전 국민이 아연실색했다”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건심(김건희 여사의 마음)이 민심을 이겼다”며 “앞으로가 문제다. 뒤늦게 휴대폰을 바꾸고 김 여사가 순방에 안 가면 국민이 납득할까”라고 적었다.         < 한겨레 이승준 기자 >

[2024년 10월 민주언론 수상자]      '공천개입 의혹 첫 보도'       <뉴스토마토> 김진양·박현광·한동인·유지웅 기자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을 처음 보도한 뉴스토마토 9월 5일 보도 ⓒ 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가 쏘아 올린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9월 5일 <[단독] "김건희 여사, 4·10 총선 공천 개입>을 통해 총선 시기 김건희 여사의 국민의힘 공천개입 의혹을 최초 보도하고, 핵심 연결고리인 명태균씨와 정부·여당 인사들의 관계를 추가로 보도하며 불법 공천개입 사건을 공론화했다.

이후 여러 언론이 관련 취재에 뛰어들었고 명태균씨 여론조사 조작 의혹, 김건희 여사의 공천·당무 개입 의혹,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사업 대외비 문건 유출 의혹 등 중대 사안이 잇따라 드러났다. 10월 31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개입 정황이 담긴 육성 통화 녹취가 공개되며 파문을 일으켰다. 언론의 권력감시 역할의 중요성을 보여줬다고 평가받으며 2024년 10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받은 <뉴스토마토> 김진양·한동인·유지웅·박현광 기자를 만났다.

"아, 터졌나요?" 정치권에 나돌던 의혹

- 취재의 시작은?

김진양 : "누군가 제보가 있던 것은 아니고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은 정치권에서 이야기가 계속 돌고 있었다. <뉴스토마토>가 먼저 취재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니어도 누구든 시작할 수 있던 취재였고, 언젠가 나왔을 보도였다."

박현광 : "명태균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를 만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는데, '왜 이제 왔느냐'는 분위기였다. 다른 기자들도 많이 알고 있었는데 취재하지 않더라고 얘기했다."

김진양 : "여러 차례 김영선 전 의원 보좌진에 접촉을 시도했는데, 그중 한 분도 처음 한 말이 '아, 터졌나요?'였다. 그들도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사안들로 크게 문제될 것으로 알고 있었던 거다."

- 보도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김진양 : "편집국장이 '그 사안 알면서 왜 취재 안 하느냐'고 물었다. 다른 언론도 명태균씨 인터뷰를 했는데, 내부 데스킹 과정에서 보도가 안 됐다고 들었다. 우리는 내부에서 적극 지원해 주니 취재도 열심히 하고 영광스러운 상도 받게 됐다."

- 처음에 왜 관련자를 이니셜로 표기했는가?

김진양 : "취재진 보호를 위해서였다. 명태균씨의 경우 명씨로 쓸까 하다 유추가 가능하게 'M씨'로 표기했고, 이준석 의원이나 강혜경씨는 본인이 직접 밝혔을 때 표기를 바꿨을 뿐 우리가 실명을 공개하진 않았다."

박현광 : "의원들의 경우 결자해지를 하든 주인공이 되든 본인 스스로 결정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보도 이후 관련 정치인들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길 바랐는데, 돌이켜보니 '명태균 게이트' 가담자였을 수도 있다고 본다."

다양한 의혹이 쏟아진 '명태균 게이트'

- 다른 언론의 열띤 취재를 예상했나?

김진양 : "초기 다른 언론의 후속 보도가 많지 않았다. 추석 이후 관련 보도를 통해 실체가 더 명확해 지면서 다른 매체에서도 보도가 나올 거란 나름의 확신은 있었다. 여러 언론이 가세하니 추가 의혹이 많이 나오고 있다."

박현광 : "많은 언론이 더 빨리 참전하길 기대했지만, 첫 보도 이후 한 달 반 정도 걸렸다. 초반엔 <뉴스토마토> 보도에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고 진정성을 의심 받기도 했다. 솔직히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을 홀로 끌고 갈 때는 힘들었다. 그래서 더 심혈을 기울였다."

- 언론마다 취재 사안이 다른데 <뉴스토마토>가 집중하는 것은?

김진양 : "공천개입은 물론이고 국정개입, 여론조작 의혹 등 언론마다 취재하는 의혹이 어느 하나 작다고 할 수 없다. 각기 다른 관점에서 취재하고 있어 더 의미 있다고 본다. 김건희 여사 관련한 의혹은 파면 팔수록 많이 나올 걸로 예상한다. 더 많은 매체가 달려들어 진실규명을 위해 적극 취재하면 좋겠다."

박현광 : "마지막 퍼즐로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어떤 보도보다 더 오랜 시간 공들여 취재하고 있다."

- 주목하는 다른 언론사 보도가 있나?

박현광 : "뉴스타파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 "대선 당일에도 명태균 보고서로 회의했다">가 눈에 띄었는데 지금까지와 다른 맥락에서 나온 보도다. 명태균씨가 여론조사 보고서를 당에 보고했다는 의혹을 여권에서도 부정하고, 명씨도 '보고한 적 없다. 혼자 보려고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윤석열 캠프 핵심 인물인 신용한 전 교수 증언이 그간 의혹들과 연결고리처럼 맞아 떨어졌다."

명태균 감추려는 여권

                                    ▲인터뷰 중인 뉴스토마토 김진양·박현광·한동인·유지웅 기자(왼쪽부터) ⓒ 민주언론시민연합


- 여권 책사나 다름없던 명태균씨가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박현광 : "명태균씨는 신용불량자로서 사기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여러 전과를 가진 인물이다. 공직을 맡는 게 불가능했다. 명태균씨와 관련된 인물이 27명에 달하지만, 대다수가 관계를 부인하거나 명씨 발언에 침묵했다. 여권에서는 명태균씨를 숨겨야 할 이유가 있고, 그러니 외부에 드러나는 일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진양 : "단순히 여권 핵심 실세였다면 폭로자가 나왔을 법도 한데 부정행위로 너무 많은 사람들과 연루돼 있어 감춰진 것으로 생각된다. 지역 연고가 있거나 소개받은 정치인들에게 물어보면 여야 가리지 않고 모른다고 하진 않는다. '안면은 있다, 오가다 만났다, 가끔 본다' 등 애매한 관계성을 시인한다. 명태균씨에게 도움 받은 사람들이다. 어떻게 알게 됐냐고 물으면, 공통적으로 '여론조사를 가져와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한두 명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니 너나 할 것 없이 명씨 존재를 감췄고 지금도 숨기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

- 유력 정치인들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박현광 : "대표 '윤핵관' 이철규 의원이다. 모르는 기자 연락은 안 받기로 유명한 분이 '명태균' 이름을 꺼내자마자 바로 장문의 문자로 반응했다. 취재원이 예민하게 반응하면 오히려 '확인받았다'는 느낌이 온다. 핵심 참모진으로 윤석열 캠프 전략회의에 참여해 명태균씨를 모를 수 없다고 보이는 이철규 의원이 '한 번도 본 적 없다'며 반응한 것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특이한 지점이 있다. 다수 증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명태균씨가 박 지사를 아크로비스타에 데리고 가서 대통령 부부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박 지사 소개로 명씨를 봤다고 주장하고, 박 지사는 명씨 소개로 대통령 부부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앞뒤 맞지 않는 얘기가 당황스러웠다."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를 데려와 만난 적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를 '경남 지역 정치인'으로 특정했고, 이 인물이 박완수 지사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 편집자 주)

- '대통령실에 반론 요청서를 보내자 명태균씨가 회신했다'고?

김진양 : "우린 명태균씨가 역술인이란 표현을 보도에 쓴 바 없다. 유일하게 언급한 게 첫 보도 사흘 전 대통령실에 보낸 반론요청 공문이다. 김건희 여사에게도 텔레그램,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공문발송 1시간 만에 명태균씨가 노발대발하며 연락해 왔다. '역술인 명태균'이란 표현이 포함된 반론요청서를 전달한 곳은 김건희 여사 개인 연락처와 대통령실 공식루트 두 곳뿐인데 말이다. 대통령실이나 김 여사 측에서 명태균씨에게 연락했다는 것인가. 어떤 목적일지는 모르지만 소통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 명태균씨가 정보에 굉장히 빠른 것 같다.

김진양 : "지역 정치인들을 만났을 때 가끔이든 주기적이든 명태균씨를 본 이유가 '중앙정치의 내밀한 소식을 전해줬다'는 이유였다. 지역구를 챙기다 보면 중앙정치에 소홀해질 수 있는데 명태균씨를 만나면 용산이나 당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세히 들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는 거다. 신성범 의원은 '독특한 시각으로 정치를 새롭게 분석하는 희한한 촌놈'이라고 표현했다. 다들 별것 아닌 이야기도 듣다 보면 혹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 명태균씨 화술이 정말 뛰어난가?

박현광 : "전형적인 사기꾼 화법을 쓴다. 기자가 말할 틈을 주지 않고 본인 얘기만 계속한다. 사기꾼의 말은 비유도 많고 흥미롭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재미있고 들을 만하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가 되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텐데 흥미로운 이야기에 여론조사라는 무기까지 더해져 명태균씨와 유착했던 것으로 보인다."

- 명태균씨 발언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기 어렵진 않았나?

박현광 : "명태균씨는 말만 하지 증거를 내놓지 않는다. 공천개입 등 굉장히 구체성을 띠는 경우엔 정황을 맞춰봤다. 강혜경씨에게 녹취자료를 받아 우회로 명씨 발언을 검증했다.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은 명태균씨의 일방적 발언을 단독으로 낸 적은 없다."

여론조사 조작, 선관위가 문제다

- 여론조작 의혹을 취재하며, 여론조사 보도를 해야 하는 기자로서 괴리감이 들진 않나?

박현광 : "여론조사 조작으로 정국이 흔들리고 있는데, 정권 지지율을 또 여론조사로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 진짜 아이러니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여론조사 규제가 강화되고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 방치된 여론조사 문제, 어떻게 보나?

한동인 : "선거관리위원회가 문제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등록된 여론조사업체가 80~90개에 달하지만, 신고절차가 생략되기도 하고 여론조사 관리시스템이 부족하다. 미공표 여론조사는 아예 관리도 안 되는데 선관위에 문의하니 법적 장치가 없다고 답변했다. 선관위가 여론조사를 업체에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김진양 : "여론조사 개선의 필요성은 계속 지적돼 왔다. 우리도 협업하는 여론조사업체와 함께 다각도로 고민해보고 있는데 대중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여론조사가 무의미하다고 보진 않는다. 이번 사건이 여론조사 문제를 공론화하고 개선책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김진태 강원지사처럼 국민의힘 공천 중 특이사례가 또 있나?

박현광 : "단식농성으로 컷오프 결과가 바뀐다면 다음 선거부터는 국회 앞에 단식농성장이 엄청 생길 거다(웃음). 김진태 지사 외에도 의심되는 정황은 많다. 개별 사안을 다 보도하기엔 무리여서 여론조사 조작 사건에 더 집중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김진태 강원지사가 명태균씨의 도움을 받아 김건희 여사를 만났고, 이를 바탕으로 경선 기회를 얻었다'는 내용의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이에 김 지사는 "단식 농성을 통해 경선 기회를 얻어 지금 이 자리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반박을 내놨다. - 편집자 주)

대통령실의 무반응 vs. 명태균씨의 고발

- 대통령실로부터 반론 요청에 대한 답변 받았나?

박현광 :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 했다."

- 신용한 전 교수 증언에도 대통령실 침묵이 길어지고 있는데.

박현광 : "명태균씨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여러 모욕적 표현을 하는데도 침묵하는 상황을 보면, 관련 의혹을 인정하는 건가라는 의심이 든다. 명씨는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한 달 만에 대통령이 탄핵당할 것'이란 주장도 했다. 그의 말처럼 뭔가 엄청난 비밀이 있어 함구하는가 싶기도 하다."

김진양 : "입장을 내도 바로 되치기 당하니 침묵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가 두 번 만났다고 발표하자(10/8) 곧장 네 차례 이상 만난 정황이 확인됐다(10/10).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공천이 안 됐는데 무슨 공천 개입이냐"(9/5)고 발언했을 때 <뉴스토마토>는 실제 공천에 성공한 사례를 내놨다(9/19). 결국 아무 입장을 내지 않는 게 가장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 명태균씨로부터 고발을 당했는데?

김진양 : "이번 보도를 시작할 때 대통령실에서 고발 고소할 수 있겠다는 예상은 했다. 그런데 정작 고소장을 보내온 곳은 명태균씨였다. 그는 우리 보도가 허위라며 명예훼손에 따른 피해보상으로 30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다루게 되면 더 감사할 일이다."

2024년 10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상식에 참석한 <뉴스토마토> 유지웅·한동인·김진양·박현광 기자와 민언련 신태섭 상임공동대표 ⓒ 민주언론시민연합
 

- 오랜 기간 취재와 보도를 이어올 수 있던 힘은?

유지웅 : "처음엔 이런 의혹 자체가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기자로서 한번 취재해볼까 말까한 큰 사건이고,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닌 만큼 힘 닿는 데까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동인 : "천공 대통령 관저 이전 개입 의혹 만큼이나 남다른 사건이다. 칠불사는 취재가 어려울 것으로 여겼는데, 스님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첫 보도를 보고 주지스님도 이젠 말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판단한 듯했다. 그날 있던 일을 아는 선에서 모두 알려줬다."

김진양 : "정치권 인사들은 '<뉴스토마토>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파장이 커질 것은 예상 못했다. 워킹 맘이어서 지역에 내려가거나 늦은 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웠는데 다른 기자들이 많이 배려해주고 집과 회사에서도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줘 여기까지 왔다."

박현광 : "기자로서 욕심나는 사건이지만,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들어 뛰어들고 싶지 않은 보도이기도 했다. 과분한 응원을 받았으니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기자로서 사명을 다하자, 조금만 더 힘내자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당, 명태균 녹취 추가 공개

명 “꽃 피기 전에는 윤석열 당선”

무속 이유 ‘이전 공약’ 영향 주장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8일 경남 창원시 창원지방검찰청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한수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8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무속적인 이유로 대통령실 이전을 권고한 정황을 보여주는 녹취를 공개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명씨는 ‘지금 당선인(윤 대통령)이 광화문으로 이전할 모양인가’라는 지인의 질문에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 거기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라고 답했다. 명씨가 김 여사에게 기존 청와대를 이용하면 명운이 안 좋을 수 있다고 조언한 것으로 추정된다.

명씨는 이어 “내가 (김 여사에게) 뭐라 했는지 알아요”라며 “본인이 영부인 사주가 들어앉았고, 그 밑에 대통령 사주가 안들어 왔는데”라고 말했다. 일부 끊긴 뒤 이어지는 대화에선 “내가 3월 9일이라서 당선된다 그랬다. 꽃 피기 전에는 윤석열이가 당선이 (되고) 피면 이재명이를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라며 “그래가지고 함(성득) 교수가 전화왔어. 진짜 하루이틀 지났으면 (대선에서) 졌겠다 그랬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지는 대화에서도 “내가 이랬잖아. 그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있다니까”라며 청와대의 기운이 안좋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강조했다. 또 “김종인 위원장 사무실에서 보니까, 15층이라 산중턱에 있는 청와대가 딱 잘보이데”라는 말도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번 대화가 2022년 대선 이후 4월쯤 녹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2년 1월 “새로운 대통령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구축될 것”이라며 “기존 청와대 부지는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명씨의 조언이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이전 공약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민주당은 주시하고 있다.

민주당 측은 공개한 녹취와 관련해 “김 여사 등 핵심 인사들과 내밀한 관계였던 명씨의 대선 직후 발언이라 더욱 주목되는 부분”이라며 “명씨는 윤 대통령의 당선 이유도 김 여사에게 무속으로 설명하고 있다. 김 여사를 통해 무속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 경향 박용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