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범재판소 처벌에서 비롯…한일청구권협정 대상 아냐"

'위헌 의견' 재판관 4명은 "강제동원, 위안부와 다르지 않아"

 

헌재, 조선인 전범 피해자 헌법소원 선고=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산소에서 열린 조선인 전범 피해자 헌법소원과 방송법 조항 헌법소원 등에 대한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 자리에 앉아 있다.

 

헌법재판소가 10년 전 일본군 위안부 배상 재판과는 다르게 일제 강점기 일본군으로 강제 동원됐다가 전범으로 처벌받은 조선인 배상에 대해서는 한일 청구권 협정 대상이 아니라고 31일 판단했다.

 

일본군 위안부나 원폭 피해자의 배상 문제는 정부가 충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위헌)했다고 판단한 반면 전범 피해자 배상 문제는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이다.

 

◇ "국제전범재판소 판결은 한일 청구권 협정 대상 아냐"

 

헌재가 위안부 피해자와 조선인 전범 문제를 구분한 배경에는 이들에게 피해를 준 대상이 동일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헌재는 조선인 전범 피해자가 주장하는 피해를 국제전범재판소 처벌에 따른 징역 생활이라고 봤다. 헌재는 이들의 피해가 국제전범재판소 판단에 따른 것이지 일본 정부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헌재는 "국제전범재판소 판결에 따른 처벌로 생긴 피해보상 문제를 일제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따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나 원폭 피해자 문제와 동일한 범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정부에 대한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 주장도 정부가 외교적 경로를 통해 노력하고 있다고 판단해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일제의 강제동원(징병)에 따른 피해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로부터 일부 보상을 받은 데다, 한국 정부도 일본 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헌재는 조선인 전범 문제를 놓고 한일 양국 간에 분쟁이 존재하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인 BC급 전범 문제 사진전= 2014년 4월 27일 동진회와 동진회를 응원하는 모임이26일 도쿄도(東京都) 나카노(中野)구 '나카노제로'에서 한국인 BC급 전범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개최한 전시회에 방문객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재판관 4명 반대 의견…"전범도 강제동원 피해 해당"

 

다만 헌재 재판관 4명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조선인인 전범 피해가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정부의 부작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조선인 전범들이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돼 입은 피해에 주목했다.

 

조선인 전범들이 국제전범재판소 판결에 따른 처벌은 한일 청구권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다수 의견에 동의했지만, 전범들이 강제동원으로 입은 피해는 한일 청구권 협정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조선인 전범들이 한국 정부가 설치한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로 인정된 만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또 일제의 불법적인 강제동원에 따른 피해는 국제전범재판과는 관련이 없어 이들의 청구권을 인정한다고 해서 국제전범재판소 판결과 배치하는 것도 아니라고 봤다.

 

아울러 조선인 전범들이 모두 사망한 것을 고려해 더 시간을 지체하면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고 침해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하는 게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판관 4명은 "조선인 전범이 일제의 불법 강제동원으로 입은 정신적·신체적 피해는 과거 사례를 발견할 수 없는 특수한 피해"라며 "이런 피해의 청구권 실현을 가로막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했다.

 

'전범멍에' 식민지 조선인 모임 동진회 60주년 행사=2015년 4월 1일 이학래 일본 동진회 회장이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열린 동진회 결성 60주년 기념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선인 전범' 마지막 생존자 올 3월 사망

 

조선인 전범 피해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 병사로 강제 징집돼 연합군 포로를 수용·관리하는 포로감시원 등으로 복무했다. 이들은 전쟁 후 군사재판에서 B·C급 전범으로 유기징역을 선고받고 동남아 등 각지의 교도소에 수감됐다.

 

일본 정부는 전후 일본인 전범과 유가족들에게 처벌에 따른 보상을 했지만, 조선인 전범들에 대해서는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로 일본 국적이 상실됐다며 대부분 보상하지 않았다.

 

조선인 전범들은 출소 후에도 '전범', '대일협력자'라는 낙인이 찍혀 대부분 귀국하지 못했고, 한국에 남겨진 유가족도 생활고와 주변의 차별·멸시를 당했다.

 

이들은 재일 한국·조선인 B·C급 전범 생존자 모임인 동진회를 결성하고 1991년 도쿄지방재판소에 일본 정부의 사죄와 국가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999년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동진회는 이후 일본 여야 정치권에 한국인 전범 피해자들을 위한 보상 입법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하는 활동에 주력했다.

 

2014년에는 한국 정부가 이들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한일 청구권 협정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재는 7년 넘게 판단을 내리지 않았고, 지난 3월 마지막 한국인 전범 생존자였던 이학래 동진회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이들에 대한 생전 구제는 끝내 이뤄지지 않게 됐다.

'여야 의원 4인 + 전문가4인' 8인 협의체 꾸려 추가 협의

9월부터 대선정국 본격화…여권 퇴로찾기·갈등 봉합 성격

 

여야는 31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내달 27일로 미루고 8인 협의체를 꾸려 논의하기로 했다.

 

양당이 벼랑 끝에서 극한 충돌을 피해 퇴로를 찾음으로써 '언론중재법 정국'이 극적으로 파국을 면했다.

 

그러나 법안을 둘러싼 양당간 이견이 워낙 큰 데다 야권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언론계의 반발이 거세 촉박한 시일 내에 쟁점 해소와 최종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양당 모두 9월부터 대선후보 경선 일정에 들어가는 등 대선정국이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갈등 봉합 또는 여권의 퇴로 찾기 성격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이와 같은 합의서에 서명했다.

 

언론중재법의 본회의 상정을 한 달 미루는 대신에 내달 26일을 활동 기한으로 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법안 내용을 협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협의체는 양당 의원 각 2명과 각자 추천한 언론계 및 관계 전문가 2명씩 총 8명으로 구성된다.

 

내달 처리 합의한 여야 원내대표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박 의장 주재 회동에서 이같은 내용에 잠정 합의했고, 이후 각각 의원 추인 절차를 거쳤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합의안을 추인했다. 국민의힘도 의원들을 대상으로 '긴급현안 보고'를 소집해 합의안을 "사실상 추인했다"고 전주혜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전날 네 차례 회동을 포함한 여섯 차례 만남에서 가까스로 접점을 찾은 것이다.

 

이날 합의에 따라 여야는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뺀 다른 법안 처리 및 상임위원장 선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이른 시일 내에 협의체를 구성해 법안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대 쟁점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둘러싼 여야 인식의 간극이 여전히 커 협의체 구성과 논의 과정도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날 합의를 두고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다른 부분에 강조점을 찍었다.

 

윤 원내대표는 "가짜뉴스로부터 피해 받는 국민을 구원할 길을 여는 데 양당이 합의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처리가 한 달 남짓 지연되지만 협의기구를 통해 원만하게 토론하겠다"고 말했다.

 

협의체 논의 내용과 관련해서도 "본회의 처리를 위한 수정안이기 때문에 (기존 법안의 범위를) 벗어나서 수정안을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는 "중요한 것은 내달 27일로 못박았다는 것"이라며 "협의체에서 합의가 안 되면 진짜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약 한 달 시간을 벌면서 연기하긴 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는 실정"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나가는 가장 큰 기준이 표현의 자유이고, 국민의 알 권리는 어떤 경우에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협의체에서 논의하는 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그런 식으로 법안을 놓고 심사하는 게 아니다"라며 "제기된 의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론중재법 물밑조율…청와대 "임기말 문대통령 영향력 입증"

 "강행처리, 문대통령 철학과 배치"…설득하며 파국 피해

 '거부권 정국' 부담 덜었지만 강성 지지층 달래기 숙제로

 

여야가 31일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정국 파행을 피하면서 청와대도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사태가 파국으로 치달으며 문재인 대통령 국정동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판단이다.

 

발언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이례적 물밑 중재…여당 수차례 설득

 

그동안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국회가 논의할 사안"이라며 이번 문제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정무라인을 중심으로 여당 지도부를 상대로 강행처리를 하지 않도록 수 차례에 걸쳐 설득 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여당의 일방적 처리는 야당의 반발을 불러 국회를 파행시킬 우려가 있는 것은 물론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과도 배치된다는 게 청와대 인사들의 의견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법안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없는지, 피해자 보호에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더 숙고하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이날 여야 합의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법안이) 남용의 우려가 없도록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파국 피하며 청와대 존재감 확인…강성 지지층 달래기 숙제

 

청와대 내에서는 여야 간 극한 대치로 국정운영이 '올스톱'되는 사태를 피한 것만으로도 일단 다행이라는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 측은 여당이 이번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면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야당의 압박이 거세졌을 것으로도 봤다.

 

핵심 이슈에서 여당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대신 나름대로 여권 내부 기류를 주도하며 존재감을 보였다는 점도 청와대로선 고무적이다.

 

임기말임에도 국정 지지율이 40% 안팎을 오가는 문 대통령의 여권 내 영향력을 입증한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여당 내 강경파 의원들 및 강성 친문 지지층과 다른 길을 걸었다는 점은 청와대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열성 지지층이 '개혁 후퇴'라며 반발할 수도 있어 '달래기'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6명... 왼쪽부터 추미애,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김두관 후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지역 순회 투표가 첫 경선 지역인 대전·충남에서부터 31일 시작된다.

 

다음 달 4일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개표되는 이번 투표는 이 지역 권리당원 대상의 온라인 및 ARS 투표(5일간)와 대의원 대상의 현장투표(다음달 4일) 방식으로 각각 진행된다.

 

현장 투표는 일반당원 및 국민선거인단 가운데 별도로 신청한 사람도 대상이다.

 

민주당은 다음 달 5일 세종·충북 순회 경선 발표를 앞두고 다음 달 1일 이 지역에 대한 투표도 시작한다.

 

민주당은 이후 대구·경북(9월 11일), 강원(9월 12일) 등의 순으로 순회 경선을 진행하면서 해당 지역별 투표도 순차적으로 시작한다.

 

대의원·권리당원과 별개로 일반 당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선거인단 투표는 3차례 나눠서 진행된다.

 

민주당은 강원 순회 경선 때 1차 투표 결과를 공개한다. 1차 선거인단에는 약 70만명이 참여했기 때문에 이때가 향후 경선 흐름을 좌우할 '슈퍼 위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경선은 10월 10일 서울을 피날레로 종료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이번 경선에는 추미애·이재명·정세균·이낙연·박용진·김두관(기호순) 후보 등 6명이 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일정

    영국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 [영국 해군 홈피 캡처]

 

영국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6만5천t급) 전단이 참가하는 한영 해군 연합훈련이 31일 실시된다.

지난 5월 말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출발한 영국 항모 전단은 남중국해 등에서 미국, 일본과 각각 연합훈련을 한 뒤 남해에 진입했다.

국방부는 30일 "해군과 영국 항모 전단은 양국의 훈련 지휘관을 각각 임명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탐색구조 훈련과 해상 기동군수 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1일 동해에서 실시되는 훈련에 한국 측에서는 대형수송함 독도함(1만4천t급)과 구축함, 잠수함 등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항모에는 영국 해군 F-35B 스텔스 전투기 8대와 미 해군 F-35B 10대가 탑재됐다. 미국과 네덜란드 함정도 1척씩 전단을 호위하고 있다.

미국 전투기와 구축함이 항모 전단에 포함된 것과 관련, 일각에서는 한미영 3국 훈련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국방부 부승찬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날 "미국을 비롯한 타국 전력이 항모 전단 구성 요소로 일부 편성됐으나 이번 한영 연합훈련에 참여하지 않는다"며 "일부 매체에서 한미영 연합훈련을 한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