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100억원을 받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 이아무개씨를 9일 불러 조사했다. 검찰 수사가 사건 관계자들의 자금흐름을 따라가며 이른바 ‘50억원 클럽’ 등 로비 의혹 규명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이날 오전 박 전 특검의 인척인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이씨는 대장동 사업초기 토목업체 대표 나아무개씨로부터 사업권 수주 청탁 명목으로 20억원을 받았는데, 사업권을 따지 못하자 김만배씨로부터 100억원을 받은 뒤, 이를 나씨에게 그대로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나씨에게 원금의 5배를 돌려준 이유와 김씨 등으로부터 100억원을 받은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2014년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에게 건넨 2억원의 출처가 이씨일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영수 전 특검
한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첫 재판 날짜가 오는 10일에서 24일로 2주 미뤄졌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 8일 유 전 본부장의 첫 재판 날짜를 미뤄달라는 기일변경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추가 기소 사건 재판 준비 등을 이유로 기일 변경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김만배씨 등과 공모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651억원의 손해를 끼치고(배임), 화천대유에 각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뇌물수수 및 부정처사 후 수뢰 약속)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유 전 본부장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했고, 지난 1일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배임 등의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강재구 기자
광주·전남민주동우회는 1989년 1월13일 전두환씨 부부 민박 기념비를 망월동 옛 5·18묘역으로 옮겨 깨 들머리 땅에 놓았다.
‘전두환 옹호 발언’, ‘개 사과 사진’ 등으로 물의를 빚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광주를 찾아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할 예정이지만, 이를 대하는 광주 시민사회 단체들 분위기는 싸늘하다. 윤 후보가 5·18묘역을 찾아 ‘전두환 기념비’를 밟을지를 두고서도 관심이 쏠린다.
광주지역 8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9일 오후 2시 5·18민주광장에서 ‘윤석열의 광주 방문을 반대하는 광주공동체 일동’ 명의로 기자회견을 열어 “5·18과 광주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라며 면담, 간담회 등 어떤 접촉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병근 조선대(정치외교학) 교수는 “윤 후보의 광주 방문 강행은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가 피해자와 가족들의 마음이 풀리지 않는 상태에서 ‘사과할테니 문을 열라’는 것처럼 일방적인 방식이어서 반발하는 것이다. 사과받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시민들의 마음을 풀어주지도 않고 오겠다고만 하는 것은 정치적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달 22일 망월동 옛 5·18묘역를 참배하면서 ‘전두환 비석’을 밟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광주를 찾는 정치인들의 5·18묘지 참배 행태는 두가지로 나뉜다. 진보·개혁 쪽 정치인들은 흔히 신묘역으로 불리는 국립5·18민주묘지 뿐 아니라 망월동 옛 5·18묘역도 찾아 참배한다. 망월동 옛 5·18묘역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전까지 평범한 시립공원묘지였지만, 1980년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주검이 청소차에 실려와 묻히면서 역사적인 상징공간이 됐다. 1997년 5월 길 하나 사이를 두고 운정동에 국립5·18민주묘지가 들어서 희생자들 대부분이 이장됐고, 옛 5·18묘역은 5·18진상규명 투쟁과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숨진 학생·노동자·시민 등이 묻히면서 ‘민족민주열사의 묘역’이 됐다. 이곳엔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이한열(연세대생)씨 등 민족민주 인사 58명이 안장돼 있다.
망월동 옛 5·18묘지
지 교수는 “정치인들이 망월동 옛 5·18묘지를 방문하는 것은 1980~90년대 목숨을 걸고 민주화운동을 하신 분들의 주장과 뜻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정치적 행위”라고 말했다. 반면 대다수 보수 진영 정치인들은 신묘역(국립5·18민주묘지)만 참배한다.
망월동 옛 5·18묘역 들머리엔 ‘ㅈ두환’이라고 적힌 비석이 박혀 있다. 원래 ‘전두환’이라고 적혔던 비석은 깨지고 밟혀 ‘전’씨라는 글자가 거의 지워진 상태다. 1982년 3월10일 광주 학살 주역인 전씨 부부가 광주 인근 담양군 고서면 성산마을에서 숙박하고 가자, 마을 유지 등이 이 기념비를 세웠다. 광주·전남민주동우회는 1989년 1월13일 민박 기념비를 옮겨와 부순 뒤 5·18 영령들이 묻힌 망월동 묘지로 가는 들머리에 묻었다. “5월 영령의 원혼을 달래는 마음으로 이 비석을 짓밟아 달라”(표지판)는 취지였다.
윤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사진’ 논란 뒤 정치인들의 ‘전두환 비석’ 밟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2일 망월동 옛 5·18묘역을 참배하면서 ‘전두환 비석’을 밟았다. 이 후보는 “윤석열 후보도 여기 왔었느냐?”고 물은 뒤 “왔어도 존경하는 분이니 (비석은) 못밟겠네”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지난 8일 망월동 5·18묘역에서 국립5·18민주묘지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레 ‘전두환 비석’을 발로 밟았다. 심 후보는 “전두환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광주 방문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정대하 김용희 기자
광주 시민사회 “윤석열, 5·18 헌법전문 수록 등 약속해야”
10일 방문 예정 100여개 단체 ‘반대 행동’ 돌입
100여개 광주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광주 방문을 반대하는 광주 시민단체 일동’이 9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0일 예정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광주 방문 반대 뜻을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광주 방문을 하루 앞두고 5·18단체를 중심으로 한 광주시민사회가 반대 행동에 나섰다.
9일 100여개 광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윤석열 광주 방문을 반대하는 광주 시민단체 일동’은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18 민주정신을 더럽히려는 윤석열의 광주 방문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살자 전두환을 옹호하고, ‘개 사과 사진’을 통해 국민을 조롱한 만행은 단순한 말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윤 후보 내부에 뿌리 깊게 자리한 역사의식과 5·18에 대한 거부감이 은연중에 터져 나온 것”이라며 “윤 후보가 5·18 영령과 광주시민에게 진정한 용서를 구하려면 △5·18민주화운동의 헌법전문 수록 △당내 5·18 왜곡·폄훼 청산 △전두환 등 헌정 질서 파괴자들의 국립묘지 안장 배제를 위한 국가장법 개정 △5·18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부터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시민단체는 윤 후보가 광주를 찾는 10일 오전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 모여 민주주의와 5·18 정신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또 윤 후보 방문에 맞춰 시민 200여명이 5·18묘역을 참배하고 묘비를 청소해 윤 후보 방문 거부 의사를 전달할 방침이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5·18이 정쟁과 특정 정치인들의 소모적인 도구로 쓰여서는 안 된다”며 “5·18을 폄훼했던 국민의힘에 구체적인 조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된 윤 후보에게 묻겠다. 광주에 와서 무엇을 어떻게 사과하겠다는 것이냐. 대선 후보로서 5·18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느냐. 구체적인 답변을 보여주시라”고 요구했다.
윤 후보의 광주 방문과 관련한 5·18단체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5·18단체들은 “5·18 정신과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참배와 방문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5·18을 능멸하고 모욕하는 사람과는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대다수 단체들이 윤 후보 방문 반대 행동에 나선 가운데, 5·18구속부상자회는 윤 후보와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규연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윤 후보가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할 때 귀빈(VIP) 실에서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기존 5·18단체의 요구말고도 5·18유공자 정신적 손해배상 지원, 5·18유공자 보훈수당 지급, 김종인 등 국보위 출신 인사 선거캠프 배제 등을 더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석열 캠프 광주선거대책위원회(이하 광주선대위)에 참여한 송기석 변호사는 “광주선대위에서 5·18단체에 간담회를 요청한 상황이 와전된 것 같다. 윤 후보 일정에 5·18단체 간담회는 없다”고 말했다. 광주 시민사회에서는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 사고 여파로 문흥식 전 회장이 구속된 뒤 회장 자리를 놓고 내홍이 일었던 5·18구속부상자회가 5·18단체의 대표 중 하나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시각도 있다. 김용희 기자
신문 유가부수 인증단체인 한국 ABC협회 ‘영향력’의 바탕이 됐던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유가부수 부풀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뒤 정부광고에 이 협회의 인증부수를 근거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던 정부는 이를 반영한 시행령을 9일 공포했다.
이날 관보에 실린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을 보면, 홍보매체 선정과 관련된 제4조 1항에 있던 ‘부수’라는 표현이 빠지고 ‘구독률, 열독률’이 새로 들어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에이비시부수 대신 구독률, 열독률, 사회적 책임 등을 핵심지표로 넣은 대체지표를 거의 확정 지은 상태다. 또 ‘신문 및 잡지의 전체 발행부수 및 유가 판매부수에 대한 자료요청 대신 에이비시부수공사 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고 되어있던 5조 전체를 삭제했다.
문체부는 남은 관련 시행령 개정도 다음 달 초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정부광고를 받으려는 지역 언론사들에 에이비시협회 가입을 요구하는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과 시행령이 그 대상인데, 시행령의 경우 ‘부수’를 빼고 현재 지역신문발전위가 실제 활용하고 있는 다른 기준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정부입법절차를 밟고 있다. 법 개정안은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상태다.
한국에이비시협회는 발행부수 공개를 통해 회원사의 경영 및 광고집행의 합리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언론사, 광고주, 광고회사 등이 참여해 1989년 설립됐다. 특히 2009년 정부광고집행 기준으로 협회 가입이 강제되면서 회원수가 급증했는데, 협회는 올해도 일간지·잡지 등 모두 1137개사가 부수공사에 참여했다고 지난달 초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국지 몇곳은 올해 부수공사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에이비시협회와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던 한국광고주협회는 일단 새로 들어선 집행부의 제도 개선 의지와 이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에이비시협회는 이번주 이사회에서 제도 개선 등 신뢰회복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관건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여부다. 비닐도 안 뜯긴 채 동남아에 포장지로 수출되는 신문들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알려지고, 지난달 문체부의 열독률 조사를 앞두고 무가지 배포 의혹도 또 다시 고개 든 상황에서, 언론사들이 주체로 참여하는 협회에 대한 국민 불신이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국 5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문체부 조사 또한 지역언론 등 규모가 작은 곳은 유의미한 수치가 나오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광고 집행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집행 기준 정비만이 아니라 집행 결과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대한 문체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대응이 주목된다. 법원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신문노조협의회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언론재단을 상대로 지난해 제기한 소송에서 ‘정부광고 집행 내역 정보공개 요구를 거부하며 부분공개한 것이 위법하다’고 보며 원고 손을 들어줬다. 언론재단 쪽은 “이번주 판결문을 받아보고 문체부와 협의해 항소 여부나 공개 방법 및 범위, 방식 등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희 기자
여야, 미디어특위 명단 확정…'징벌적 손배' 언론법 논의 재개
위원장 홍익표…언론법 · 정보통신망법 · 신문법 · 방송법 '패키지 논의'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과 본회의 일정 합의문에 서명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 9월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를 위해 구성하기로 합의한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이하 미디어특위)의 명단을 확정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9일 국회에서 회동을 하고 확정된 미디어특위 명단을 발표했다.
위원장은 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여당 간사는 김종민 의원, 야당 간사는 박성중 의원이 각각 맡는다.
민주당 측에선 송기헌·전혜숙·김승원·김회재·정필모·최혜영·한준호 의원이, 국민의힘 측에선 김승수·안병길·윤두현·정희용·최형두·허은아·황보승희 의원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미디어특위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언론중재법을 비롯해 정보통신망법, 신문법, 방송법 등 언론·미디어 관련 법안들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추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중간에 국감이 있어서 국감에 매진하는 관계로 미디어특위 위원들 위촉이 늦어졌다"며 "비교섭단체 1인은 최종적으로 국회의장이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원내수석부대표는 "정개특위와 미디어특위가 발족했기 때문에 바로 가동될 수 있도록 서둘러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8월 임시국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국민의힘과 언론단체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여야는 '8인 협의체'를 꾸려 약 한 달간 11차례 회의를 진행했으나, 끝내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미디어특위를 구성해 연말까지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