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적극성 보이자 발빼기

당 내부 “여당 전략에 말렸다”

 

 

더불어민주당이 ‘화천대유 50억원 퇴직금’ 사건에 연루된 곽상도 의원을 제명하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주장에 호응하고 나섰지만, 정작 국민의힘은 당내 반발을 이유로 제명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제명 방안을 처음 언급했던 이준석 대표가 29일 곽 의원 제명과 대장동 의혹 특검을 연계하면서 곽 의원 아들의 50억 퇴직금을 알고도 감싸줬다는 비판에 직면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책임을 모면하려고 ‘말로만’ 제명을 주장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준석 대표가 말한 대로 이미 곽상도 의원은 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덕적 명분이 무너졌다”며 “의원직 사퇴 처리를 분명히 한다면 이 문제를 이준석 대표는 원내대표에게 지시해서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해서 제명 처리를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천 조치를 취해줄 것을 바란다”고 밝혔다. 전날 이준석 대표가 곽 의원에 대한 제명을 언급한 직후 민주당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꼬리자르기’에 동조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비상식적인 퇴직금 규모를 두고 국민적 공분이 높아지자 제명 압박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곽 의원 아들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상상보다 심각한 지경”이라며 “정의 차원에서라도 곽 의원을 정리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개별 의원 자격으로 곽 의원 제명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제명안이 발의되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현재 198명) 이상이 찬성하면 의원직이 박탈된다. 국민의힘의 제안에 민주당까지 동의하면 곽 의원 제명 처리에는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민주당이 곽 의원 제명에 적극성을 보이자 국민의힘은 발을 빼는 분위기다. 당장 이준석 대표는 이날 경북 경산에서 열린 국민의힘 영남대 지부 창립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제명안 처리를 위한 원내대표 논의 제안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대장동 설계자라고 자처했던 이재명 지사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제명안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면 민주당도 특검과 국정조사 등에 대해 합의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곽 의원 제명과 대장동 의혹 특검 등을 연계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특검 등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표의 이런 제안은 곽 의원 제명 발언에 대한 국민의힘 내부의 반발을 무마하고, 민주당에 공을 떠넘기려는 전술적 선택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열린 국민의힘 긴급 현안보고에서는 곽 의원의 제명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불만이 속출했다고 한다. 현안보고에 참석한 한 의원은 “우리가 제명 카드를 던져주는 바람에 민주당 전략에 제대로 말려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또 다른 의원은 “곽 의원이 본인이 탈당했고 수사에 따라서 (거취를 결정)한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하면 된다”며 “곽상도를 제명하면 이재명과 민주당이 좋아할 일이다. 이 대표가 무슨 생각으로 이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반발 의견도 큰 만큼 (이 대표가) 시간적으로 급하게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장나래 송채경화 오연서 기자

 

대구경북대학생진보연합 "곽상도 의원 사퇴하라"

 

대구·경북지역 대학생들이 29일 오전 곽상도 국회의원 사무실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곽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곽상도 의원 사퇴하라"

 

대구경북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학생들이 29일 곽상도 국회의원 사무실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곽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대구경북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학생들은 기자회견에서 "불공정한 곽상도 의원 아들 퇴직금 50억에 청년들은 분노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곽 의원은 아들이 받은 50억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설계 때문이라는 궤변을 내놓으며 도망치듯 국민의힘에서 탈당했다"며 "탈당한다고 해서 본인의 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이는 꼬리 자르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화천대유 고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국민의힘과 연관이 깊고, 국민의힘은 추석 전 곽 의원 아들이 퇴직금 50억원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도 쉬쉬했다"며 "이는 국민의힘당 게이트로 봐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곽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철저한 조사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국민의힘도 책임을 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빠의힘' 스티커= 대구경북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학생이 29일 곽상도 국회의원 사무실이 있는 건물 출입문 표지판에 '아빠의힘'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기자회견 후 학생들은 곽 의원 사무실이 있는 건물 출입문 표지판에 '아빠의힘'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했다.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 1인 미디어 규제 등

민주당내 송영길 대표와 지도부 성토 쏟아져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재논의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비위·왜곡언론 징벌 등 제재장치 마련을 위한 언론개혁 입법이 또 좌절됐다.

당장 민주당내 강성 당원들을 중심으로 송영길 대표와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당원은 당원게시판에 "사퇴하라"며 "뭐 하자는 거냐. 답답하다. 정신 차리라"고 했고, 다른 당원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국민들이 어떻게 180석을 만들어줬는데 이런 법도 하나 처리를 못 하다니 부끄럽다"고 적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릴레이 협상을 이어왔던 여야는 국회 차원의 별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 포털·유튜버 규제 등의 언론개혁 현안과 함께 일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여야간 이견이 워낙 큰데다, 언론관련 이익단체들의 반발이 강해, 대선이 임박한 연말에는 과연 언론개혁법안을 처리할 수 있을지 비관적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29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이어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여야 동수로 구성된 18명 규모의 특위를 꾸려 언론중재법과 정보통신망법·신문법·방송법 등 언론·미디어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위의 활동 기한은 오는 12월31일까지다. 언론의 자유 침해 우려가 큰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하지 말고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과 1인 미디어 규제 등의 중요 언론개혁 현안을 차분히 논의하자는 언론시민단체의 제안을 받아들인 모양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그동안 언론 현업 7개 단체와 관련 시민사회 전문가로부터 국회가 언론중재법 개정안만 먼저 논의하는 데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논의하는 가운데 야당과 함께 특위를 구성해서 언론 전반의 개혁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회를 여야가 최대한 합의를 통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운영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고심 끝에 서로 입장을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원내수석 회동을 통해 특위 구성을 위한 세부 사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앞서 여야는 이날 연쇄 회동을 이어가며 언론중재법 합의를 시도했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핵심 쟁점에 있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여당의 강행 처리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이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신중론이 힘을 얻으면서 당 지도부는 언론중재법의 본회의 상정을 보류하고 논의를 추가적으로 진행하기로 결론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언론중재법뿐만 아니라 가짜뉴스가 피해가 막심한 1인 미디어도 (특위에서) 같이 다루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포털 뉴스 관련 규율까지 함께 논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심우삼 기자

수사정보정책관실 근무…문제의 ‘고발장 작성’ 관여 가능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8일 지난해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에 근무했던 제3의 검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가 고발장 작성·전송자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외에 현직 검사를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이다. 해당 검사가 고발장 작성에 관여한 혐의를 포착한 것이라면,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 인사 등을 겨냥한 고발장 작성을 검찰총장 핵심 참모부서인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부산지검 서부지청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국민의힘 쪽으로 넘어간 고발장 작성·전송 시점에 수사정보정책관실에 근무했던 검사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 압수수색이 들어온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부산지검 서부지청에는 손 검사가 수사정보정책관 시절 수사정보2담당관으로 근무했던 ㅅ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공수처는 또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전 수사정보정책관실)에도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동시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손 검사가 사용했던 컴퓨터 등은 이미 대검 감찰부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한 상황이어서, 공수처의 대검 압수수색이 ㅅ검사와 관련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일체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검-언 유착 의혹 및 윤석열 전 총장 장모와 부인 관련 방송보도, 보도 내용 등을 처벌할 수 있는 법률 등을 매끄럽게 엮은 고발장 구성 등에 비춰볼 때 제3의 법률 전문가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검찰 공소장과 구성과 표현이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ㅅ검사는 지난해 윤석열 검찰총장 비위 혐의 중 하나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제시했던 ‘판사 사찰’ 논란 문건을 작성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 업무 중에는 신문·방송·간행물·정보통신 등에 공개된 각종 범죄 관련 정보와 자료의 수집·관리, 분석·검증 및 평가 등이 포함된다. ㅅ검사가 맡았던 수사정보2담당관은 이런 자료 수집 등과 관련해 수사정보정책관을 보좌하게 돼 있다.

 

지난해 4월3일과 8일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을 김웅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게 보낸 것으로 지목된 손준성 검사는 “고발장 작성도, 전송도 안 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하는 ㅅ검사가 고발장 작성에 관여한 혐의가 드러날 경우 손 검사로서는 당장 왜 이런 고발장을 작성했는지,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았는지 등에 답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한편 전날 공수처는 이 사건 제보자 조성은씨를 불러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 등이 담긴 텔레그램 메시지 등 조씨가 제출한 증거물에 대한 포렌식을 8시간 동안 진행했다. 전광준 기자

2009년부터 천화동인4호 남아무개 변호사 등장

 

24일 경기도 성남시청 인근 교차로에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기도의회 의원과 국민의힘 지역 당협위원장 이름으로 상반된 의미를 담은 현수막이 함께 걸려 있다. 현수막 너머로 성남시청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은 성공한 공공이익 환수 모델(이재명 캠프)이라는 평가 외에도 ‘한국판 베벌리힐스’라며 한껏 바람을 불어넣은 개발이 잇달아 좌초하는 과정에서 정보와 인맥, 자금동원력을 갖춘 부동산업자들이 어떻게 이익을 챙겨갔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축도이기도 하다. ‘공공→민간→공공→민간→공공+민간’ 개발 17년사를 훑어보면 시행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이전에 막대한 대장동 개발이익을 챙기고 해외로 출국한 남아무개 변호사(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부부 등 불법·편법 이력이 있는 민간사업자 이름이 곳곳에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업 흐름을 살펴본 법조계에서는 남 변호사가 큰 틀을 짜고 김씨가 결합한 형태로 보인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2004년 12월 당시 한국토지공사가 128만㎡ 부지에 전원주택용 택지개발을 추진하며 시작됐다. 이듬해 성남시 공무원 등이 개발계획을 유출, 수용보상 부동산을 미리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며 개발은 중단됐다. 그사이 토지공사 쪽 사업방식(수용)보다 더 많은 이익이 남는 사업방식(환지)을 바라는 주민과 개발업자들이 독자적인 민간개발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사업을 잠정 중단했던 토지공사가 2008년 7월 대장동 91만㎡ 개발사업을 다시 제안했고, 성남시가 이를 받아들여 공공개발이 재추진됐다.

 

여의도와 지역 정가가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것은 이 즈음이다. 2009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출범식에서 “LH가 민간회사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 민간기업이 이익이 나지 않아 일을 안 하겠다는 분야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달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역구 의원인 신영수 한나라당 의원은 이 대통령 발언을 언급하며 “대장동 주민들은 민간에서 추진하자고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며 이지송 LH 사장을 압박했다. 결국 LH는 2010년 6월 재정난을 이유로 대장동 개발사업을 접는다.

 

2010년 6월 이재명 성남시장이 취임한 뒤, 성남시는 공영개발과 민간합작 개발 모두를 저울질했다. 당시 대장동에 땅을 가진 토지주들은 민간개발을, 건물 소유주들은 공공개발을 각각 요구했는데, 성남시는 2011년 3월 최종적으로 공공개발을 결정한다.

 

공공개발과 민간개발 수요가 충돌하는 이 시기를 전후해 남 변호사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2009~2010년 대장동 민간개발 시행사 대표 이아무개씨는 LH의 대장동 개발사업을 좌초시키기 위해 신영수 의원 동생 등에게 뇌물을 전달하는 한편, 남 변호사에게 돈을 주고 정치권 로비를 하게 하고, 브로커를 통해 저축은행으로부터 1155억원을 대출 받았다. 이 시기 천화동인 5호 정아무개 회계사도 남 변호사와 함께 일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2017년 곽상도 의원에게 정치후원금 500만원을 각각 냈다. 곽 의원 아들은 화천대유에서 6년여 근무한 뒤 퇴직금 50억원을 받았다.

 

남 변호사는 2015년 수원지검 수사를 통해 뒤늦게 구속기소됐지만 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는다. 이 때 변호인이 화천대유 고문을 오랜 기간 맡았던 박영수 전 변호사다.

 

2011년 7월 당시 남 변호사는 이 대표가 설립한 회사 이름을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로 바꾸고 대표이사(지분율 49%)가 돼 직접 대장동 개발사업에 뛰어든다. 그리고 2015년 김만배씨와 손을 잡고 결국 대장동 민간개발에서 대박을 터뜨린다. 부동산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남 변호사는 국회 쪽과 관계를 유지하며 부동산 관련 사업을 계속 해온 것으로 안다. 당시 성남시가 대장동 사업을 좌지우지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지만, 하필 대장동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쪽이 종전에 이 지역에서 계속 사업을 추진해온 이들이라는 점은 문제로 보인다”고 했다. 손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