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2일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는 이날 오후 2시30분께 권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권 회장이 도이치모터스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근무하며 주가를 높이기 위해 회사 내부 정보를 유출하고,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권 회장이 회사 내부 정보를 주변에 알려주면서 주식매매를 유도한 뒤,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계좌로 가짜 매수주문을 내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띄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권 회장 일가의 횡령 및 배임 정황을 파악했는데, 이날 조사에서 관련 혐의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권 회장이 2010~11년께 주가 조작꾼들과 공모해 회사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 왔다. 김건희씨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시세조종 과정에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하고, 2012년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을 헐값에 사들여 차익을 남기고 되팔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열린민주당 의원들의 고발로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최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업체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5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는 이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강재구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각 후보 캠프의 ‘퇴행적’ 행태가 비판을 받고 있다. 경쟁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경선판에 끌어들여 이른바 ‘박심 논란’을 일으키고, ‘20·30대 남성’을 겨냥한 성별 갈라치기를 통해 성평등 기조를 훼손하는 주장도 난무하고 있다.
홍준표 의원 캠프는 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촌형제인 박준홍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지지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박 전 협회장은 “홍 의원이 새마을운동을 되살리고 박정희 대통령의 민족중흥 정신을 계승해 발전시키고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를 회복시키며 김종필 총리님의 동서화합과 산업화의 열정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했다”며 “홍 의원의 약속을 완수하는 과업에 박정희 대통령 집안과 김종필 총리님의 집안도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협회의장은 고 김종필 전 총리의 처남으로, 지난 2010년 ‘친박연합’을 창당하고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이날 지지선언에는 ‘박근혜 가족’까지 총동원해서라도 영남권 지지층을 끌어와야 한다는 홍 의원 쪽의 절박한 속내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지난달 31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즉시 사면을 약속했고, 지난 1일 대구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거듭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로 대구·경북 시도민 마음을 아프게 한 데 대해 거듭 용서를 구한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홍 의원 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쪽의 ‘박심 구애’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달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단체 총연합회’가 홍 의원 지지 선언을 했다고 입장을 밝히자, 윤 전 총장 캠프는 지난달 31일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회장단’이 윤 전 총장을 지지했다는 입장문을 내며 맞불을 놨다. 홍 의원 캠프 소속인 이언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들을 향해 “짝퉁 박사모”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진짜 ‘박심’은 우리 쪽”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낮 충남 천안시 동남구 사직동 천안중앙시장을 찾아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2일 부산역에서 열린 부울경 기자회견을 마치고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 당에 유입된 20·30대 남성들을 의식한 ‘성별 갈라치기’ 모습도 감지된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여자친구의 ‘혼인빙자 및 낙태 요구’ 주장으로 논란이 됐던 배우 사건을 언급하며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생각은 사라져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유 전 의원은 그러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성범죄는 엄하게 처벌해야 하며, 똑같은 이유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무고죄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꺼내 들며 ‘남성 역차별’ 주장에 힘을 실었던 유 전 의원이 막판 ‘이대남’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전 총장도 청년 정책을 발표하며 ‘성폭력특별법’에 무고죄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성폭력에 대한 “거짓말 범죄를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두 후보가 나란히 성범죄에 대한 무고죄를 주장하고 나서자, 성폭력 피해에 대한 증명을 끊임없이 요구받으며 2차 피해에 놓이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현실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안티페미니즘 선동만 바라는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진흙탕 싸움을 넘어 퇴행적, 반동적 행태로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한겨레>에 “박 전 대통령 수사 책임을 지고 있는 윤 전 총장, 탈당 책임을 지고 있는 홍 의원이 막판 정통 보수층을 의식해 혹시 모를 앙금을 해소하려는 것”이라며 “사면론 경우엔 보수 진영 지지층에 확실히 먹힐 이슈라고 판단해 경쟁적인 입장을 내놓는 것으로 보이지만 중도층을 잡을만한 이슈는 아니다”라고 짚었다. 또 경선이 과열되면서 나타난 퇴행적 행보가 결과적으로 대선 본선 국면에서 국민의힘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탄핵의 강을 건넜다’고 수차례 강조해온 국민의힘에서 ‘박근혜 마케팅’이 다시 등장한 것은 퇴행적”이라며 “탈진영 탈이념 20·30세대를 잡았다고 환호하던 보수정당이 경선 과열 국면을 틈타 다시 경쟁적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미나 기자
2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학살 희생자 유해 안치식에서 스님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춤을 추고 있다.
“쪼개지고 부서지고 총알 구멍이 뚫린 유해가 나올 때마다 유족들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2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희생자 발굴 유해 안치식’에서 추도사를 읽어내려가는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 유족회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의 말에는 ‘대전 산내학살 희생자 유해발굴’ 현장에서 “쪼그려 앉은 채 묻힌 수십구의 유해를 바라보며” 느낀 비통함이 담겼다. 이어 진혼(죽은 사람의 넋을 달래 고이 잠들게 함) 의식이 시작됐다. 제사상 뒤로 수습된 학살 희생자 유해가 담긴 상자들이 놓였다. 그 너머로 산내 학살 희생자의 넋을 달래는 스님의 독경과 북소리가 울렸다.
이날 안치식에는 전 회장을 비롯해 박선주 골령골 유해발굴단 책임연구원(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 황인호 대전동구청장, 박민자 동구의회 의장,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박규용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상임대표 등이 참석했다.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28일∼7월17일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와 대전·충남 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이 집단 학살돼 묻힌 곳이다. 이들이 묻힌 30∼80m 구덩이 8곳을 연결하면 길이가 1㎞에 달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리기도 한다.
2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학살 희생자 유해 안치식에서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 유족회장이 추도사를 읽고 있다.
매장지에 대한 첫 조사는 2007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행해 34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시민사회단체·유족회·전문가 등으로 꾸려진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희생 발굴 공동조사단’도 2015년 20구의 유해를 수습했다. 행정안전부와 대전 동구청 주관으로 진행된 지난해 발굴에서는 234구의 유해가 발굴됐고, 올해 6월7일부터 10월15일까지 발굴에서는 962구의 유해가 수습됐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총 1250구의 희생자 유해가 발굴됐다.
올해 발굴된 962구의 유해는 안치식이 끝난 뒤 세종시 전동면 ‘추모의 집’으로 옮겨져 봉안(죽은 사람의 위패나 주검 따위를 모시어 둠)됐다. 이 유해는 2024년 골령골에 평화위령공원인 ‘진실과 화해의 숲’이 들어서면 다시 옮겨져 안장될 예정이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진실화해위원회가 전국 지자체를 통해 파악해보니 한국전쟁 전후에 집단 희생된 민간인들의 유해는 260개 지역, 304개 장소에 이른다”며 “권위주의 시기 희생자 유해 매장지를 포함해 새롭게 발굴 종합계획이 필요해 이에 관한 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보수논객 지만원씨가 지난해 5월 서울국립현충원에서 5·18민주화운동은 북한군 소행이라고 발언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 연합뉴스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과 광주시민이 보수논객 지만원(79)씨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또 고소했다. 지씨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고소는 이번이 일곱 번째다.
5·18기념재단은 “5·18유공자 3명(박철, 박선재, 양홍범)과 김양래 5·18재단 이사 등 4명이 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2일 밝혔다.
고소장을 보면 고소인들은 지씨가 지난해 6월 펴낸 도서 <무등산의 진달래 475송이 북조선 5·18 아리랑>에서 5·18은 북한특수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주장하고 5·18항쟁 참가자를 북한군이라고 지목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지씨는 이 책에서 5·18 당시 옛 전남도청 앞에 서 있던 박철씨의 사진을 가리켜 ‘제388 광수(광주에 파견된 북한특수군이라는 의미) 문응조’라고 적었고 박선재씨는 ‘제8광수 최경성’, 양홍범씨는 제310광수 김대식’이라고 지칭했다.
또 2015년 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김양래 5·18재단 이사의 법정 진술을 짜깁기해 ‘김 이사가 법정에서 북한군 개입설을 인정했다’는 취지로 책에 실었다.
앞서 5·18기념재단은 이 책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광주지법에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은 올해 2월 받아들여졌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진행 중이다.
이번 고소를 포함해 5·18항쟁 참가자들이 지씨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고소는 모두 7번이다.
육군사관학교 22기 출신인 지씨는 대령으로 예편한 뒤 2002년 <동아일보>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 김일성 주석과 짜고 북한군 특수부대 600명을 광주에 투입했다’는 내용의 광고를 실으며 5·18단체로부터 첫 번째 고소를 당했다. 당시 지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씨는 2008년에도 같은 주장을 펼쳐 두 번째 고소를 당했지만, 대법원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지씨가 북한군이나 공산주의자로 지목한 5·18항쟁 참가자들은 2015년부터 2019년 네 차례에 걸쳐 지씨를 고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2월 지씨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고령 등을 이유로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으로 이달 12일 결심 공판을 앞두고 있다.
차종수 5·18기념재단 고백과증언센터 팀장은 “지씨는 1심에서 구속을 피하면서 5·18 왜곡을 이어가고 있다. 5·18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는 반드시 바로잡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